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포세이돈

carmina 2006. 6. 8. 14:31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일갈한다.

누가 감히 내 이름을 허락도 없이 배 이름에 가져다 붙여..어디 맛좀 볼래?

 

호화 여객 유람선 포세이돈호는 그렇게 12월 31일 뉴욕을 향해 떠났다. 여객선안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들뜬 마음. 파티를 즐기고 포카를 즐기며, 사랑을 즐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저 지각변동으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가 오기전 무언지 모를 선장의 불안감. 뱃사람은 그렇게 늘 동물같은 본능을 믿는다. 무언가 닥아오는 불안감.

 

어릴 때 바닷가 도시에서 살았던 나에게 그들의 불안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밤에 꿈이 안 좋았다고 가능한 오늘은 배타고 나가지 말라는 동네 어른들의 충고를 많이 들어왔기에..

 

과거에 뉴욕시장을 지냈다는 커트러셀과 하나뿐인 딸 그리고 그 딸과 결혼을 약속하는 남자. 아빠는 모든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포카꾼 그리고 사기꾼 애기하나를 둔 이혼녀, 몰래 밀항하는 아가씨,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자살을 꿈꾸는 사람.

 

몇 층짜리 높이의 포세이돈이 북대서양을 항해 중 그보다 더 높은 파도가 밀려온다. 모든 사람들이 새해의 새 희망을 꿈꾸며 축포를 터트릴 때 닥아오는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배는 기울어지고 점차 뒤집어 지면서 모든 것이 거꾸로 서버린다.

 

인생이 어느 순간 뒤집어져 버렸다.

눈 앞에 살아 있던 사람. 천정으로 떨어져 죽어버리고, 모든 것이 밀려가며, 부딪혀가며, 무더기로 죽어간다.

 

항해 책임자는 포세이돈호가 절대 안전하다고 샹들리에가 거꾸로 서 있는 대형 홀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교의 탄압을 피해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지의 나라로 떠났던 이들에게 아메리카에 정착했고, 바다를 두려워 하지 않던 스페인, 포르투갈은 남 아메리카 거의 대부분의 땅을 식민지로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선장의 말을 듣고 여기 저기 부러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넓은 대 연회장에 멈추어 서 있을 때 배에서 나갈 곳을 찾기 위해 떠나는 무리들.  선장은 이 배가 안전장치가 잘 된 배라고 얘기하지만 누군가가 한마디 한다. 이 배는 거꾸로 서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계속되는 폭발과 감전사고, 수압에 견디지 못한 창들이 부서져 바닷물이 들어오고, 모든 것은 부서지기 직전이다.  하나 하나 의견을 모으거나 혹은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서 점점 위로 올라간다. 그 와중에도 몇 사람은 희생되고... 그런것이야 단순한 줄거리지만 무언가 결정할 일이 있을 때 나아갈 길을 도출하는 자세들이 본 받을 만하다.

 

혼자 살겠다며 여자보다 먼저 건너가겠다고 주장하는 술주정뱅이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건너다가 손에서 떨어트린 술병처럼 위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물건에 빠져 죽는다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그 화면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진행해 가느냐 하는 것도 상당한 재미의 하나임을 모르는 이들은 큰 사건 장면 나오지 않는다고 재미없다고 한다.

 

배에 관한 상식을 조금 가지고 있으면, 계기판에 써 있는 문자들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배가 엎어져 수평을 유지하고 있을 때 발리스타 라는 계기가 자꾸 클로즈업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사람들은 그걸 알까? 그게 배의 수평을 유지시켜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인것을..

 

배가 수평유지가 상태가 깨지면서 배는 한쪽으로 기울고 급기야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되어 있다.

 

선미의 프로펠러 구멍으로 탈출을 계획했던 사람들에게 최대의 난관은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는 것. 누군가 엔진을 정지시켜야 하는데 물에 잠긴 엔진실로 가야 한다. 한번 잠수로 다녀오기 힘든 곳. 갈수는 있지만 올수는 없는 곳.  자기 딸과 결혼을 약속한 청년이 가겠다기에 그러라 했지만 딸과 이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그냥 본인이 뛰어든다. 가면 죽을 것을 뻔히 아는 상황인데.. 그게 부모의 모습임을 가르쳐주는 것인가.  그렇게 엔진을 정지시키고 몇 사람의 희생 후에 탈출에 성공한다.

 

서서히 물에 잠기는 포세이돈... 배의 끝부분이 물에 막 잠길 때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식사 후 트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다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잠잠하기만 하다. 

 

인생살면서 큰 재난을 당하지 않고 사는 것도 축복이다.

지난 월요일도 서울 광명에서는 갑자기 땅이 꺼져 자동차가 땅속으로 곤두박치는 사고가 났다. 운전하던 이가 다치고, 전기 수도 가스가 끊겼다. 어느 순간 나에게 어떤 재앙이 닥쳐올까..피할 수만 있다면..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주제곡은 'The morning after'가 생각날 즈음에...들리는 노래 'Never let you go, never let me go'   떠나야 할 사람들.. 그러나 잡고 싶은 사람들...

 

아쉬웠던 것은 영화가 큰 스케일임에도 불구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촛점이 한 무리에만 그쳤다는 것이 미흡했다. 조금 더 여러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문제 해결방법과 시도들을 다각도로 조명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국영화가 거의 같은 근본을 따르는 것이, 재난영화의 마지막에 여자와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남자를 살리고, 아이들을 살리고,  미래를 살린다. 즉 미래의 희망이 있는 사람은 살아 남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가르침이 이 영화에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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