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경인 아라뱃길(아라바람길) 걷기

carmina 2012. 4. 14. 23:13

 

 

2012년 4월 14일

 

지난 겨울 어느 날 외곽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하다가 김포 톨게이트 바로 전에 문득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바로 고속도로 아래 잘 다듬어진 한강변으로 자전거길과 걷기를 위한 아라뱃길이 보여

걷기 좋아하는 내가 군침을 꼴깍 삼켰다.

 

당산동 부근에서부터 한강물이 서해로 빠져 나가는 곳까지 이어진 아라뱃길

장차 중국으로의 무역을 위해 화물선을 띄울 예정이고

지금도 가끔 유람선도 운행하고 있다.

 

과거에 지금의 마포는 항구였다. 

마포의 강물은 강화도와 경기도를 사이의 염하강으로 흘러나갔지만

그다지 큰 배는 다니지 못했다.

 

중동신도시가 생기면서 제일 큰 공약이 마포와 김포 그리고 서해를 잇는

굴포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추진한 4대강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이젠 당산역 부근에서 시작한 폭 80미터, 길이 약 18키로의 아래뱃길이 완공되었다.

그리고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길을 만들어 아라바람길이라 명명하였다.

 

봄이 오고 개나리가 만개할 무렵, 아무래도 황사가 짙어지고 햇빛이 뜨거워지면

그늘 하나 없는 긴 길을 아라뱃길 다니기 힘들겠다 생각해서

토요일 가겠다고 했더니 이전에 한강변을 같이 걸어 보았던 아내가 따라 나선다.

 

인터넷에서는 아라뱃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많지 않은지 정보가 별로 없어

정확한 진입로와 교통편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으나

부천에서 일산가는 광역버스가 마침 그곳을 지나기에 느긋하에 출발.

 

고촌 앞 평교다리에 내려 신발끈을 질끈 맨다.

계단을 내려가니 토목공사 중...

방향감각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멀리 바이크를 즐기는 무리를 발견하여

무작정  그 곳으로 가 길가에 작업중인 인부에게 한강가는 길을 물으니 잘 모르겠다 한다. ????

쏜살같이 내 앞을 지나가는 바이크를 탄 이에게 급히 물어보니 반대방향을 가르킨다.

그래..내 갈 길은 한강의 반대편이니 바이크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아직은 아침 안개가 남아 있지 않은 듯 희뿌연한 하늘 밑에

잘 다듬어진 끝없이 이어진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이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가 완공된지 얼마 안되어

길가에 심어놓은 나무들도 아직 어리고 잔디들도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제 막 심어놓은 낮으막한 개나리나무에서도 노란 꽃이 피고

여기 저기 보수중인 아라뱃길 남쪽 길엔

알록달록한 사이클복을 입은 수없이 많은 바이크족들이 쏜살같이 스쳐 지나간다.

 

도로 옆에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나 난간도 어디 하나 부서지거나 상한 곳이 없다.

마치  막 출고된 새 자동차에서 비닐 냄새가 날 것 같은 새 길을 가고 있다.

 

이전에 출장을 가기위해 공항버스를 타고 갈 때 한 참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는 공항 전용 도로를 달리는 차가 잠시 차를 세우고

아라뱃길을 보며 쉴 수 도 있도록 길가 주차시설 및 화장실 그리고

강변에 쉼터도 준비해 놓았다.

 

한 무리의 바이크족들이 화살같이 스쳐 지나가면

걷는 이가 우리 밖에 없기에 길은 어느 순간 갑자기 정적을 맞이 한다.

 

안개가 걷히고 태양이 빛을 발한다.

그늘 하나 없으니 서둘러 썬크림을 바르고 다시 출발.

 

지난 변 한강변을 걸을 때 보니 대개 한 시간에 4키로 이상을 걷는 것 같다.

오늘 이렇게 거칠 것 없는 평지를 다니면 얼마나 갈 수 있으려나.

평소에는 나보고 걸음이 빠르다고 늘 뒤에서 투덜대는 아내도 오늘은 곧잘 따라온다.

 

가끔 옆으로 관광객 몇 명을 태운 유람선이 천천히 서해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라뱃길 근처에는 별로 눈요기꺼리가 없다.

이는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가는 뱃길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파트 밖에 없으니 누가 유람선을 즐길 것인가?

 

파리의 세느강이나 유럽의 중심부를 흐르는 불타바 강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면

주위에 수많은 고풍스런 건물들과 새로지은 조형물들 그리고 박물관 들이 즐비하게 있어

시간이 없어 시내관광을 즐기기 힘든 관광객들에게 한 눈에 시내를 볼 수 있는

좋은 운송수단인데 반해 한국에선 그러지 못함이 심히 아쉽다.

 

나름대로 한강변을 볼거리 있게 만들 수 있는 대체수단이

빌딩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공사비의 일부를 투자해 빌딩 옆에 설치해 놓아  

도심 곳곳 빌딩 숲 사이에 숨어있는 대형 조각물들을 한강변으로 옮기면 좋은

볼거리가 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의 것을 강탈하는 것 같아

이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게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길을 걷다가 커다란 아라등대 조형머리가 있는 두물머리 쉼터가 있어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고는  앞으로 갈려다 보니

어라? 길이끊겨 있네.

분명 저쪽에는 자전거가 다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곳으로 갈려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지금 내 눈 앞에 다리를 건너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그렇게 가라 하고

아내와 나는 길을 가로 질러 나무 언덕길로 해서 바로 다리로 올라가 다리를 건넜다.

아라뱃길 담당자님들 혹시 이 글을 보시면

보행자를 위해서 바로 다리로 올라 갈 수 있는 길 하나 만들어 주세요. 

 

한 참 길을 가다 보니 멋드러진 계양대교와 덕수궁 근정전처럼 생긴 수향원이 보인다.

교각의 남북으로 크게 두 개씩 솟아 있는 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리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올라가 보니 아마 그 위에는 동작대교처럼 다리 위에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만들 예정인 듯 다리위에 4층까지 엘리베이터의 버튼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라뱃길의 북쪽 강변을 걷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리 위로 올라가 대교를 건너는데

다리 가운데서 바라보는 아래뱃길의 모습이 장관이다.

 

다리 저 편에 내리니 허기를 느끼던 차에 어떤 이가 지나가며

식당 소개 전단을 나누어 준다. 영동 갈비.

다리에서 가까와 찾아들어가 돌솥정식을 시켰는데

식사가 나오기 전에 나온 반찬도 맛있었고

돌솥밥과  함께 나온 반찬도 아주 맛있었다.

 

옆 손님은 고기를 시켰는지 소고기 생간을  미리 내어 주던데

얼마나 그 간이 먹고 싶었는지 침을 다시 삼켰다.

 

자...이제 먹었으니 또 걷자.

 

어떤 가족이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아이는

자전거뒤에 작은 보조수레를 달아 가는 모습을 보니

가족의 행복을 보는 것 같았다.

 

이쪽은 남쪽과 반대로 바이크를 타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

식사를 푸짐하게 먹었더니 발길이 빨라진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추월하고 또 한 팀도 추월하고 앞으로 나서는데

문득 물방울이 얼굴에 느껴진다.

커다란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아 무척 시원함을 느낀다.

그 앞을 지날려면 어쩔 수 없이 튀는 물방울을 온 몸으로 맞을 수 밖에 없다.

아내는 물방울 안 맞을려고 뛰어 가지만

나는 카메라를 옷 안에 감추고 천천히 걸어갔다.

볼에 와 닿는 물보라의 느낌이 무척 시원하다.

 

그렇게 폭포앞을 지나가니 내 눈이 놀랄 정도로 멋있는 조형물이 하늘에 솟아 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이나 2년전 방문한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계곡에서 본 공중 전망대. 아라마루

높은 뚝의 언덕에 말굽모양의 발판을 허공에 만들어

사람들이 공중에서 밑을 바라보게 만들어 놓았다.

 

아라마루에 올라가기 위해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지만

공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라뱃길의 모습은 두고 두고 오래 남을 것 같다.

전망대 앞 쪽 부분의 바닥은 강화 유리로 만들어 놓아

내 발 밑으로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고

겁이 많은 사람들은 지나가지 못해 쩔쩔 매기도 할 정도로 아찔했다.

 

아라마루에는 승용차로도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 곳을 볼 수 있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않았다.

 

그 곳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가지고 온 간식도 먹고...

강건너 멀리 보이는 계양산을 바라보며 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는 내려와 다시 하염없이 걷는다.

계속 아스팔트 길을 걸으니 흙길을 걸을 때보다 발의 피곤이 더 빨리 온다.

 

이제 길만 만들어 놓은 단계라 길 양 옆의 뚝에는 잔디도 자라지 않았고

흙 덮힌 뚝들이 그대로 있어 만약 큰 비가 오면 위험하겠다 생각된다.

그래서 길가에는 꽃 한송이 풀한포기 하나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도 아직 지붕을 덮는 넝쿨이 없어

그냥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길은 자전거길과 도보길을 구분하는 페인트가 아직 선명하고

길에는 휴지조각하나 비닐 조각하나 날리지 않는다.

 

비록 볼거리라고는 흐르는 강물과 가끔 지나가는 유람선

그리고 하늘을 낮게 나르는 여객기와 왜가리, 청둥오리들...

 

가끔 거의 손때가 묻지않은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간식을 즐길만한 편의점 시설은 아직 없지만

곧 들어 올 수 있는 건물들은 모두 준비된 상태이다.

 

하늘은 맑게 개고 아직 4월이라 햇살이 뜨거울 정도는  아니라

몇 시간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을 보니 3시가 넘었다.

10시 40분부터 걸었으니 점심시간을 빼면 거의 4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평지를 걸었으니 시간당 4키로를 걸었으면 16키로 정도 걸었나?

 

강화 나들길은 23키로 이상을 걸어도 발에 무리가 오지 않는데

이 곳은 길이 평탄하고 모두 세멘트 길이라 빠르게 걸었더니

발이 금새 피곤함을 느낀다.

 

쉼터에 있는 의자에서 아내는 길게 누워 낮잠이나 자고 싶다한다.

 

강 건너는 커다란 아파트가 시야를 가리고 있고

그 앞에 작은 공원에 전시용 배 한 척도 보인다.

그리고 곧 이어 커다란 시천교 저편에 보이는 코레일공항철도 검암역.

 

시천공원에 도착해 용변을 보고 벽에 기록해 놓은 남은 거리를 보니

만만치 않은 거리고 중간에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한 바에 의하면 이 근처에 드림파크 야생화 공원이 있다기에

전화해 보니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어 와도 아무것도 없다 한다.

 

원래 인천화물터미날까지 가서 유람선을 타고 한강으로 돌아 올 계획이었지만

그곳까지 가는 아라바람길이 너무 지루한 곧은 길이라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오늘의 걷기를 접기로 했다.

 

이 곳의 자세한 지도와 안내는 http://www.giwaterway.co.kr 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