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제주도올레길

제주도 올레길 10코스

carmina 2013. 3. 12. 00:51

 

 


2013. 2. 27

올레길 10코스

 

친구부인을 보내고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깨끗한 공중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리본을 따라 바닷가로 가니

이 곳은 백사장이 황금모래밭이라 해서 관광객이 몰려 있다.

 

깨끗한 바다가 고요하게 펼쳐져 있는 백사장의 모래색깔이 모두 짙은 황금색이다.

철분이 많아서일까?

 

백사장 바로 옆에 여름에 어린이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과 미끄럼틀도 있고

게스트 하우스도 있어 여름 휴가철에는 무척 붐빌 것 같은 곳이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곳에 있는 작은 언덕.

또 저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가?

다행히도 이정표는 산을 끼고 돌라 한다.

그런데 길을 걷다 보니 입이 벌어진다.

 

아파트만한 바위들이 절벽처럼 서 있는데 바위들이 마치 채석강의

절벽처럼 모두 층층이 쌓여 있다.

그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은 커다란 바위들도 모두 마치 편마암처럼

바위에 층을 이루고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면 이렇게 될까?

몇 천년도 아니고 몇 천만년 혹은 몇 억년이 지나야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어떤 바위는 옆에서 보면 어릴 적 교과서에서 읽은 큰 바위얼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바위는 마치 떡 속에 커다란 밤톨 하나가 박혀 있다가 떨어진 자욱처럼

둥글게 홈이 패어져있고, 발로 땅을 구르면 금방이라도 절벽의 바위들이 쏟아져 내려와

내 발 밑의 바위들처럼 뒹굴 것 같아 스릴이 있다.

 

탄성을 지를 만한 바위들 사이를 지나오니 썰렁한 백사장에

수명을 다한 것 같은 커다란 바지선이 녹슨 채 시체처럼 놓여 있다.

 

백사장을 지나 다시 언덕에 오르니

무척 멀게 보이던 산방산이 이제 가깝게 다가와 있다.

 

산 넘어 뒤의 절벽에는 커다란 반원형의 굴이 뚫려 있는데 그 안에서

어부들이 일을 하는 듯 어구들이 뒹굴어 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간들을

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언덕 숲길을 지나니 넓은 길이 열리는데 이 곳은 사륜 모터바이크를 타는 곳인 듯

길 옆 나뭇가지들 위에 흙먼지가 가득하다.

 

사람들이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모터바이크를 타고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간다.

얼른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이해했는지 같은 방향이라도 올레길은 숲 사이로 조그마한 길을 내 놓았다.

산방산을 휘 둘러 가는 길인 듯 이젠 높은 곳에서 멀리 백사장과

산방산의 절벽을 보며 걷는다. 가슴이 시원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산방산 관광 온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며 자연을 즐기고 있고

그 언덕 뒤에는 멀리 하멜표류 기념 선박과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로 복잡하다.

장삿군들이 많고 승마체험을 하는 곳, 하멜 표류선박모형에 올라가기도 하고..

용머리 해안으로 가는 길에 그룹으로 온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있고

풀빵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풀빵 한 봉지를 사서 건네고,

혹시 다음 길이 힘들 것 같아 물도 여유분을 챙겨 넣었다.

 

산방산 입구를 지나오니 다시 한적한 바닷가.

바닷가 커다란 바위에 초록색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끼인가? 아니면 해초인가?

마을길에 해녀의 조각상이 보이는데

그 해녀들 앞에 쪼그려 앉은 여자의 모습이 이국적이라 설명을 읽어보니

러시아의 고르바초프 부부가 이곳을 방문하여 해녀들과 이야기한 것을 기념해 놓았다.

 

이 곳 바닷가는 선사시대 발자국 화석유적지들이 있는 곳이라 해서

특별히 보호지역으로 정해 놓았다.

바닷가를 따라 사슴의 발자국, 코끼리 발자국, , 그리고 사람의 발자국 화석까지

사진으로 찍어 설명을 하고 보존해 놓았다.

 

그렇게 흔적이 남을 정도면 당시 이 곳은 진흙이었는데 그 흙들이 모두

화산열로 구워진 것인가?

 

길은 송악산으로 이어진다.

송악산에는 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몰려 있다.

모두 편한 옷차림. 이 전에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의 내 모습들.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인공적인 길이다.

바닥도 넓은 화산암을 수평으로 잘라 정원석처럼 해놓았다.

 

유명한 드라마 대장금 촬영장소라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층층이 이루어져 있는 절벽바위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올라간다.

언덕으로 올라갈 때 바람이 다른 곳보다 유난히 거세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들..

파란 바다, 마라도로 떠나고 돌아오는 유람선들.

이 곳은 이제까지 걷던 길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절벽 아래 모습은 충분히 감동받을 만 하지만

나무 계단길을 따라 걷는 길은 너무 길게 이어져 자꾸 이 길을 벗어나고만 싶다.

그러나 때론 이런 지루함도 견뎌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곳만 갈려면 차라리 저 사람들처럼 렌터카로 다니거나

혹은 그룹버스로 주마간산 여행하는 것이 낫다.

 

바다 한가운데 잠수함으로 바닷속을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말들이 천천히 방목되고 있고 가끔 군것질 할 수 있는 곳도 있으며

멀리 형제봉이 다정하고 서로 마주보고 있어 눈으로 보는 경치는 좋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2시간 정도 걸었나? 편한 숲길이 나오고 그 길을 지나가니

아까 지나쳤던 송악산 입구가 바로 눈 앞에 있다.

직선으로 가면 3분이면 걸을 거리를 2시간 걸려 송악산을 일주한 셈이다.

갑자기 왜 낙지가 생각날까?

 

제주 셋알오름으로 가는 길.

그 길은 평평했다. 넓은 잔디가 덮힌 언덕 위에 일본군들이 높은 곳에서

적을 향해 포를 쏘던 장소가 남아 있다.

 

그 곳을 지나니 유명한 제주 양민학살 사건의 현장이 남아 있다.

제주 4.3사건이라 알고 있는 이 곳에서 미군에 의해 제주도민 약 1000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전쟁은 그런 슬픔의 역사를 가지고 커간다.

 

전쟁은 죄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징벌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단지 전쟁이기에 서로 싸운다.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때로는 한 두 사람 때문에 무리가 큰 피해를 보기도 한다.

우리의 역사에 이런 아픈 일이 얼마나 많은가?

지리산 거창 양만 학살사건도 그렇고, 중국의 남경학살사건도 그렇고

유태인 학살, 캄보디아, 등등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어차피 전쟁은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추모비를 지나니 일제시대 때 쓰던 알뜨르공항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철사줄로 뼈대만 만들어 놓은 비행기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 곳을 지나니 넓은 밭에 감자를 캐는 사람들을 만났다.

수없이 많은 감자들이 크기 별로 망에 담겨 있고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은

길가에 너저분하게 흘려 놓았다.

그리고 넓은 밭에 탐스럽게 열린 양배추밭.

모두 커다란 구슬을 머금은 모습이다.

 

모슬포 항으로 가는 긴 긴 벌판이 이어진다.

해가 천천히 지고 있고, 서편 하늘에 살짝 붉은 물감을 흩뿌려 놓았다.

 

모슬포항에 오니 거의 6시가 되었나?

참 오래 걸었다. 종점인 하모체육공원에 들러 완주도장을 쾅 찍고

다음 11코스 출발 도장도 미리 찍어 놓았다.

 

숙소로 가는 버스편이 안 맞고 피곤해서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와

맛있는 제주오겹살과 막걸리로 하루의 피곤을 달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 실컷 코를 골며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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