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 사공의 노래

carmina 2013. 8. 13. 22:03

 

 

 

 

 

사공의 노래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맞으러 강릉가는 배
어이야 이어라 차 노를 저어라

순풍에 돚 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 지면은 달떠 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 나가네
물 밝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강화 나들길을 다니면 제일 많이 보이는 풍경이

산위에서 혹은 바다의 둑을 걸을 때 보이는

배가 떠나가고 들어오는 모습이다.

 

그 때마다 흥얼거리는 나의 애창곡, 

홍난파씨가 작곡한 '사공의 뱃노래'

물론 가사의 일부에 강원도 강릉이 명시되어 있고

계절도 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냥 두둥실 떠나가는 배를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나지 않으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홍난파. 우리 나라 일제시대에 '봉선화'라는 곡을 작곡하여

민족의 아픔을 노래로 대변한 유명한 작곡가다.

경기도 수원출신이라 지금도 수원시 주최로 난파음악제가 열리고

해마다 열리는 난파 콩쿨에 입상 기록은 물론

음악계에 커다란 공로를 세운 음악가들에게 난파상을 주기도 한다.

 

노래의 톤도 높아 테너인 내가 부르기에 제 격인 이 노래는

아마 내가 나들길 걸으며 부르는 노래 중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일 것이다.

 

늘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불편한 것은

가사에 '물 맑은 봄바다'라고 표현하는데

불행하게도 강화의 앞 바다들은 물이 맑다고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다.

대륙붕이 길어 늘 물은 흙빛이고 누런 빛깔이기에

서해는 황해라 부르지 않는가?

 

천지개벽하지 않는 한, 절대 강화 앞바다가 물이 맑아질리 없지만

그래도 나는 그 누런 빛깔의 바다 밑에서 숨쉬는 갯벌들이 있어

맑은 바다보다 더 소중함을 느낀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갯벌.

그 갯벌을 보호할려고 애를 쓰지만 갯벌은 서서히 떠나가는 배처럼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감이 안타깝기만 하다.

 

가끔 교동도나 석모도 코스를 갈 때

나도 그 떠나가는 배 속에 한 점이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떠나는 인생.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인생이 있을까?

아마 그 인생은 실패한 인생일 것이다.

떠나간 배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

비록 마음은 늘 떠난 곳에 가 있어도

우리 인생은 계속 가야만 하지 않을까?

거친 바다도 혼자 가야할 때가 있고

바람한 점 없는 바다에서 정지해 있어야만 할 때도 있다.

 

이 노래에 나오는 돌아오는 배가 아니다.

가야만 하는 배인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하는 여정이다

노래처럼 순풍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항로다.

 

길을 걷는다.

끝없이 가는 길...

오늘도 나는 길을 걸으며

바다를 보며

떠나가는 배를 보며

나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