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4) 가난한 마음

carmina 2013. 8. 27. 22:11

 

가난한 마음 (김광희 작사, 작곡, 양희은노래)

 

 

 

 

나는 돌아가리라 쓸쓸한 바닷가로

그곳에 작은 집을 짓고 돌담 쌓으면

영원한 행복이 찾아오리라

내 가난한 마음속에 찾아오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내 좋아하는 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머나먼 곳에

나 돌아가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저 푸른 숲으로 이슬 젖은 풀 위에 누워

산허리에 달을 보면 그리운 모습들 비춰 주리라

 

내 까아만 눈동자에 비춰주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내 좋아하는 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머나먼 곳에

나 돌아가리라

 

 

이 노래를 아는 이가 있을까?

세노야를 작곡한 김광희씨는 유명한 저항작곡가 김민기의 대학동창이다.

당시에 김민기씨는 미대학생으로 김광희씨는 음대학생으로 아마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세노야라는 노래를 양희은에게 주었으니..

 

이 노래를 학생시절 때 인천 YMCA Sing Along Y 를 다니며 배웠다.

포크송을 배우고 외국 민요들을 목요일 저녁마다 학생들이 모여 배웠다.

중 3때 처음 친구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가

내가 노래를 좋아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가르치던 사람이 몇년마다 바뀌다가 내가 군대갈 즈음엔 내가 리더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내가 길을 걸을 때 부르는 노래는 거의 모두 그 당시에 배운 노래들이다.

 

강화 나들길은 비록 다리로 연결된 섬아닌 섬이지만 강화도라 불리우고

아직 개방되지 않은 강화북반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닷가를 걷는 코스가 많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보이는 예쁜 집들,

아니면 오래된 시골 어촌집들..

그런 곳을 볼 때마다 내 입에선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나들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내게 노래 한 곡 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이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이 노래는 조용히 흥얼거릴 때 기분이 제일 좋다.

혹시 기타를 칠 수 있다면 아마 남들 앞에서 불러 보기도 했을 것이다.

 

나들길을 걸을 때마다 작은 꿈 하나가 ,,,

이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라는 소박하고 가난한 마음.

아마 도심지에 있는 우리 아파트를 팔면 강화에 작고 예쁜 집 몇 개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멋지게 지은 펜션보다는

오래 된 나무대문에 손때가 묻어 반들거리는 쇠로 만든 문고리를 볼 때마다

지붕위에 호박넝쿨이 휘감겨져 커다란 호박이 있는 집

아니면 우체통을 길가에 내놓은 작고 예쁘게 만든 집.

이런 집들을 볼 때 마다 나는 마치 배고픈 사람처럼 침을 흘린다.

저 집을 살 수 있을까? 하고...

 

넓지는 않아도 작은 마당이 있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닷가 갯내음을 맡을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

밤이면 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의 불꽃놀이도 보고

아침이면 산에 걸린 안개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가을이면 숲 속에 널린 야생밤을 까 먹고

봄이면 덤불 속에 숨은 산딸기와 머루를 먹을 수 있음 좋겠다.

 

그 곳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오손 도손 살고 싶다.

작은 도시락에 샌드위치 만들어 배낭에 넣고 같이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좋겠다.

 

내 소망은...

그런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도 다닐만큼 다녔고,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지만 열심히 월급만 가지고 벌어서

큰 아파트에서도 오래 살아 보았다.

애들도 이젠 다 커서 며칠 전 최종적으로 큰 녀석의 대학원등록금까지 내고 나니

이젠 학비를 내는 일은 없을것이지만 딸이 유학간다고 하니 조금 부담은 되지만

어차피 그건 각오한 일이다.

 

그러나..

이젠 그런 평범한 것들에서 마음을 놓고 싶다.

그냥 가난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조금 배고픈 것도 느껴보고 싶고

추운 겨울에 난방 기구 없이 콧등은 시렵지만 등은 뜨거운 집에서 살고

선풍기 하나 없는 곳에서 숲 속 바람으로 여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내겐...

혼자 지내도 충분히 즐거운 음악이 있고

하루 종일 걸어도 싫증나지 않는, 길 걷는 즐거움을 알고

둑에 앉아 종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멍청함도 있다.

이제까지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갯내음을 맡거나 생선을 먹지 못하면

동네 대형마트에라도 가서 전시되어 있는 생선냄새을 맡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천 바닷가가 고향인 내 본성도 있다.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내 좋아하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