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서당마을-대축)

carmina 2013. 10. 14. 23:39

 

 

 2013. 10. 10

 

서당마을-대축

 

어제 10월 9일 한글날 군산에서 아내의 친척 결혼이 끝난 뒤

양복을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군산-전주-구례-하동 을 거쳐

밤 늦게 지난 여름 지리산 둘레길의 발걸음을 마쳤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서당마을의 민박시설인 마을회관을 찾았다.

 

원래 이 코스는 삼화실에서 대축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지난 여름 삼화실에서 출발해 서당마을까지 온 후

하동읍으로 발길을 돌린 바 있어 이제는 그 길의 정코스를 계속 가기 위해

찾아 간 갈림길 모퉁이의 마을 회관.

 

회관에 들어서는데 안에서 장구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마을회관에서 장구 강습이 9시까지 있으니 나보고 잠시 들어가 TV보며 쉬고 있으란다.

"쉬기는요. 저도 같이 즐기겠습니다."

배낭만 방에 들여 놓고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 둥그렇게 앉아 있는 거실에

장구도 없이 끼어 들어 좌부좌를 틀었다.

나보고 장구칠 줄 알면 하나 잡으라는데 장구채를 오래 전에 배우긴 했지만

자신이 없어 포기한다.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나이드신 아저씨. 목소리가 카랑하다.

1번 리듬, 2번 리듬, 3번 리듬, 4번 리듬

배우는 사람 중 한 분은 능숙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숙하다.

장구채를 잡은 손모습도 조금 어설프고 장구를 치는 타구도 무척 어색하다.

그러나 선생님의 가르침에 잘 안되면서도 부지런히 배우는 농부의 열성이 참 대견했다. 그 들은 논일 밭일로 거칠고 손톱도 갈라진 손으로 장구채를 잡고

장구 옆에 놓은 교본의 글이 잘 보이는 않으면서 열심히 리듬을 읽고

선생님의 지시를 따른다. 내가 잘 아는 타령장단이 들어갔을 때 내가 경복궁타령 노래로 흥을 돋구웠더니 더 신나게 장구를 두들긴다. 그렇게 9시넘게 배우고 다 둘러 앉아 선생님과  다시 좌담회형식으로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길을 걸으면서 이런 시골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가고 난 뒤 마을의 밤풍경을 보기 위해 하늘이 흐려 별은 볼 수 없었고

어둠만이 골목 골목 가득찬 마을에는 인적조차 없어 슬며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아침에 마을회관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출발.

지난 밤에는 보지 못했던 골짜기의 황금벌판이 눈에 가득 찬다.

일찍 일어난 농부 부부는 논 속에 들어가

누렇게 익은 벼 속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시작하셨고

길거리 호박은 주인님이 언제 내게 관심가져줄까 하고 일부러 길밖에까지 나와

큰 몸집을 드러내고 있다.

 

깨끗한 아스팔트 길을 따라 크기가 작은 우계저수지로 향하니

멀리 산 허리에 걸친 구름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저수지로 올라가면서 계곡 사이에 서당마을의 논을 보니

큰 농기계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논도 좁아

아무래도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우계 저수지 둑에 누군가 재첩껍질을 잔뜩 버려 놓았다.

이 곳 저수지에 재첩이 자라는 걸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사다가

이 곳에 껍질만 버렸을까?

 

우계 저수지에서 괴목마을 이정표를 따라 숲길로 가는데 길 옆에

발갛게 익은 감들이 나무 위에서 금방이라도 떨어 질 듯이 대롱 대롱 달려 있다.

저 밑에 하늘을 보고 누워 입 멀리고 있어 볼까?

 

그 흔한 감도, 길에 떨어져 나 뒹구는 밤통 하나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자꾸 갖고 싶은 욕심은 누를 수가 없다.

임도에 떨어진 것이 있다면 주워 먹어야지.

어차피 차가 지나가면 밟혀서 못먹게 될테니까..

 

감들이 많이 열려 가지가 땅끝에 닿아 있고 어떤 감들은 땅에 닿은 채

안타깝게도 썩어들어가고 있다. 아마 수확할 손이 부족해서 저렇게 둘 것이다.

이런 곳에 초등학생들을 불러 농촌 체험하면 좋아할 것 같다.

 

우계 저수지를 크게 돌아 신촌마을로 향한다.

날씨가 습해서인지 긴 팔 등산복이 벌써 불편하다.

옷을 갈아 입고 이제 이정표길을 따라 언덕길로 오른다.

한적한 임도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밤송이들.

이미 한 차례 사람의 손을 거친 듯, 큰 밤톨들은 모두 사라지고

상품가치 없는 조그만 밤들만 아직 밤송이 속에 남아 있다.

어쩌다 큰 밤톨이 있어 주워보며 여지없이 벌레먹은 밤이다.

 

작은 언덕을 올라가는데도 땀이 흐른다.

모자를 벗고, 머리 띠를 둘렀다.

언덕에서 노부부 두 분이 열심히 밤을 줍고 계신다.

개인 소유의 땅이 아닌 밤나무라면 누구든지 채취가 가능한 것일까?

어떤 사유지에는 특별한 작물을 심은 듯 전기철조망을 둘러 놓았다.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

 

신촌마을 입구에 큰 돌에 누군가의 금의환향을 축하하는 기념비를 세워 놓았다.

실제 당사자는 저 기념비를 보고 흐뭇해할까?

내 고향에서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나왔다는 것은 두고 두고 경사로운 일일 것이다.

 

잠시 쉬고 있는데 남자들 세명이 내 뒤에 올라와 쉬기에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같이 떠난다.

이 들도 서당마을에서 출발하여 올라오고 있단다.

여수의 대기업의 모 정유공장에서 근무한다는 직장동료들인데

어떻게 이런 평일에 나온 것이냐고 물어보니 세명이 작심하고 둘레길을 걷고 있는 중이란다. 하루에 한 코스씩 이렇게 같이 휴가를 내어 걷는 직장 동료들이 부럽다. 대개 직장동료들과 길을 걸으면 회사업무밖에 대화 주제가 없어

같이 안가는 편인데 이 들은 걸으면서 업무 이야기는 안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도 회사에서 부르는 직함이 있을터인데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가깝고 믿을만한 직원들같다. 오히려 내가 그들의 담당업무를 물어보고 나도 관련 업종에 근무한다 하니 반가워한다.

 

꾸준히 걸어올라 가니 신촌재로 향하는 비탈길의 임도가 구불 구불 지속된다.

어쩌다 길로 나온 파충류와 곤충들이 자동차 바퀴에 압사당한 모습을 자주 본다.

특히 요즘은 사마귀가 많은 듯 사마귀들의 사체를 자주 본다.

 

혼자 걸었으면 조금 심심하고 밋밋한 길인데 누군가와 같이 걸으니 힘든 것을 잊는다. 길을 걷다가 뒤 돌아 보며 한참 멀리 보이는 저 곳을 내가 걸어왔던 길인가 하고 의아해 하기도 한다.

 

걷기 불편한 세멘트의 임도가 끝나고 흙길로 들어선다.

이미 한참 언덕을 올라왔고, 아까 스쳐 지나갔던 우계 저수지와

멀리 지리산 옆의 백양산줄기들이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 온다.

 

오늘은 여럿이 걷다 보니 멋진 배경에 개인 사진을 찍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그다지 고생하지 않고 도착한 해발 460미터의 신촌재.

먹점마을과 구재봉, 분지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쉬고 먹점재로 향한다.

숲속 길을 걷다 보면 여기 저기 철망을 둘러 놓은 곳은 아마 약초같은 곳을

재배하는 곳일거라 추측해 본다.

 

먹점재라 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해서 걱정했는데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길 양옆으로 조림이 잘 된 숲길이 보기 좋다.

건강하게 소나무가 자랐고, 낙엽송도 하늘도 죽죽 뻗어 있다.

이런 길로만 둘레길이 구성되어 있다면 아마 둘레길 주위에 땅값이 많이 오를 것 같다.

 

걷기 쉽지 않아서 쉽게 오지 못하는 지리산 둘레길.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험한 둘레길이 있어야 지리산의 존엄과 위엄이 서지 않을까? 다른 둘레길과 차원을 달리하는 지리산 둘레길이 사람들에게 맛깔스런 음식을 제공한다.

 

이 높은 언덕까지 차가 올라온다. 무슨 차일까?

얼핏 지나가며 보니 차 뒤에 큰 개가 두마리 철망에 갇혀 있다.

직감적으로 멧돼지 사냥을 다니는 사냥꾼들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여행에 제일 걱정 되었던 것이 산중에서 멧돼지 만나는 상황이라

어떻게 조심해야 될지 미리 검색도 해보았다.

혹자는 우산을 펼치면 눈이 나쁜 멧돼지가 바위로 인식해서 피해간다거나

혹자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하고

혹자는 얼른 주위의 나무 위로 올라가라 하기에

길을 지나가면서 올라갈 나무도 미리 유의 깊게 보는 마음의 조심성도 준비했다.

 

이 쪽은 나무들이 수종별로 조림을 해 놓았는지 가끔 보이는 나무들의 군락이

모두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경관이 좋다 보니 도시 사람들의 별장이 자주 보인다.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조금 젊은 듯 보이는 일행은 멀리 먼저 가고

나와 또 한 명은 처음 본 사람인데도 여러가지 인생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인생선배로서 내게 배울 것이 많다고 자꾸 이것 저것 물어 본다.

내가 발간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전화가 온다.

모 TV에서 내 책을 보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데 전화번호 가르쳐 주어도 되느냐고..

물론 그래도 된다 하고 나니 괜히 가슴이 설렌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자기도 내 취향이란다.

역시 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취향도 비슷한가 보다.

 

편하게 먹점재를 내려 오며 보니 멀리 섬진강과 평사리 벌판이 보인다.

그리고 평사리 벌판 한 가운데 작게 보이는 두 그루의 소나무 부부송.

일부러 두 그루만 남겨두었는지 아니면 자연적인 것인지 모르지만

모두 이 두 그루의 소나무를 부부송이라 부른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지.

비록 흔한 것이라도 스토리 텔링이 있으면 관광객은 모여든다.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을 방문해 보면 그야말로 자연이 풍경이 좋다거나

시설이 잘되어 있지는 않아도 멀리 보이는 작은 섬에 인어동상이 말해 주듯

단지 동화같은 로렐라이 전설 하나만으로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몰려 든다.

 

이곳 평사리에도 부부송의 애틋한 전설이 있으면

단지 나무 두 그루를 보기 위해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 올 것이다..

자연의 풍경이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구비 구비 멀어져가는 섬진강과 누런 황금벌판.

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울것 같다.

 

미동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세멘트 임도도 있고 숲길도 있어 걷기 편하다.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다.

벌판이 점점 더 가깝게 보이고 신기하게 생긴 나무들에 관심을 갖는다.

마치 미래의 SF 영화에서나 봄직한 나무들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그렇게 내려가다가 우린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소나무에 필이 꽂혀 버렸다.

문암송. 수령 약 600년된 건강한 소나무가 커다란 바위위에 뿌리를 박고 우뚝 서있다.

문인들이 좋아해서 문암송이라 이름붙여진 이 나무는 사방으로 퍼진 가지가 인상적이고

뿌리를 바위의 모양대로 뻗은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그렇게 미동마을을 향하니 길가에 감나무에 열린 대봉들이 더 탐스러워 보여

그냥 지나침이 상당히 안타까왔는데

마침 마을의 어느 집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고 그집에  할머니 한 분이

일을 하고 계시기에 내가 '대봉 먹고 싶어요'하고
아양섞인 목소리로 부탁들 했더니

우리보고 들어 오라며 집에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대봉을 가지고 나와

먹어보라고 권한다.

우린 모두 탄성을 지르고 맛있는 대봉에 입을 벌겋게 물들이며 대봉에 입을 파 묻었다.

6남매의 자녀를 모두 키워냈다는 할머니의 마당에는 각종 곡식과 가을열매들이 널려 있고 해바라기도 씨를 얻기 위해서인지 꼬들 꼬들 말라가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씨를 돈으로 갚으면 결례일 것 같아 배낭 속에 우리 간식들을 모아 드렸다.

 

이제 대축마을에 도착했다.

원래 이 곳에서도 점심을 먹을 수 있지만 좀 더 맛있는 메뉴를 찾아서

조금 멀지만 식당이 많다는 최참판댁쪽으로  걸어간다.

악양면 평사리 약 83만평의 대지에 노란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산이나 우비를 쓸 만큼의 비의 양이 아니라 뺨에 부딪히는 시원한 물방울을 느끼며 걷는다.

평사리 벌판 앞에서 이정표가 둘로 갈라진다

하나는 왼편으로 돌아가는 최참판댁 1.8 Km 오른편은 최간림으로 가는 2.4 Km

배고픈데 당연히 왼편으로 가야겠지..

왼편 둑길을 따라 가는데 도시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둑에서 무언가를 채취하고 있다. 자연의 산물을 아는 사람은 이런 곳에서 도시에서 비싼 돈 주고 사는 것들을 그냥 얻을 수 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면 평사리 벌판길을 걷는데 빗줄기가 조금 굵어진다.

논가에 이상한 것들이 보여 자세히 보니 논우렁과 다슬기가 많이 보인다.

논우렁이 있다는 것은 농약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일것이다.

넓은 황금벌판에 군데 군데 말라죽은 벼들이 쓰러져 있어 안타깝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 아니라 아마 병이 들어서 쓰러진 벼일 것이다.

더 크게 번지기 전에 하루 빨리 수확해 주기를 바래본다.

 

어떤 여자 두 분이 대포같이 큰 DSLR 카메라를 들고 벌판 풍경을 사진 찍다가

우리에게 사진기 사용법을 묻는다. 

 

가까이에서 보는 부부송의 모습은 더 아름답다.

하나는 조금 굵고 또 하나는 조금 가는 것이

나이든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고

다른 소나무들처럼 구부러지지 않고 곧은 것이 더 많은 추측을 하게 한다.

차라리 조금 구부러졌으면 부부의 인생을 더 재미있게 표현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부부송 밑에 작은 나무들이 자손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최참판댁은 유료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큰 버스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우비를 쓰고 올라가고 있다.

 

최참판댁으로 올라가니 길가의 음식점들이 호객을 한다.

어디가 좋은지 몰라 좌판을 벌린 아주머니에게 물어 보니 한 곳을 추천한다.

그 집을 찾아서 올라가니 주인이 먼저 나와 우리를 부른다.

아래서 전화를 받았다고..

좌판벌린 아줌마가 식당에 전화를 한 모양이다. 공생공존이네.

 

재료를 절대 국산만 쓴다는 주인의 말에 하동재첩을 시키고

도토리묵을 시켜 하동 지리산 막걸리와 함께 같이 걸은 길벗들과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식사후 그 들은 택시를 불러 차가 주차되어 있다는 서당마을로 돌아가고

나는 비가 많이 와 더 걸을 수도 없기에 민박집을 구했다.

어느 집에서 집을 통째로 빌려 준단다.

손님도 없고, 자신도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다음 날 온다 하니

그냥 하루 묵고 가란다. 취사도 가능하다 해서 가게에서 라면도 하나 샀다.

 

큰 마당이 있는 조용한 한옥집.

주인은 내게 이것 저것 설명해 주고 잘 자라고 떠나고

나는 짐을 내려 놓고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을 구경을 다녔다.

마침 길 한가운데 막 떨어진 듯한 대봉 하나가 있어

조금 터지긴 했지만 먹어도 되겠지 하고 집어 들어들고는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집에서 따온 밤들을 씻고 있기에

혹시 밤 조금만 팔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바가지의 밤을 씻어 주면서

아울러 막 따온 배 중에서 상하지 않은 배 몇 개를 씻어 주며 그냥 가지고 가란다.

그럴 수 없다며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과자라도 사 주라며 돈을 지불했다.

 

어두워 지기 전에 마을 보고 싶어 큰 길로 나갔더니 내가 넘어 온 길의 산에 구름이 걸쳐 있어 희미하고

마을에서 저녁 밥을 짓느라 굴뚝에서 뿜어나오는 연기가 구름과 함께 어울려

첩첩히 겹쳐 있는 산을 천천히 휘돌아 가고 있다.

어릴 때 시골에 놀러가면 보던 풍경을 이제 다시 본다.

 

밤 삶는 것을 인터넷 검색하여 냄비에 먹을만큼 넣고 물을 자작하게 넣고 불에 올려 놓고 스마트폰으로 미드를 보다가 그만 펑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방에 가보니 아차...

내가 밤삶고 있는 것을 잊어 버려 밤이 그만 냄비안에서 터져버렸다.

삶을려고 했던 밤이 구운 밤이 되어 버렸다.

밤이 터져 지저분해진 부엌을 치우고 까맣게 타버린 냄비를 깨끗하게 닦느라 고생좀 했지만 역시 지리산 밤은 맛있었다.

 

날이 흐려 별을 못 보고 고단한 내 몸을 일찍 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