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15) 그리워라

carmina 2013. 11. 12. 12:23

 

그리워라 (스페인 노래 번안곡, 현경과 영애 노래)

 

햇빛 따스한 아침 숲속길을 걸어가네.
당신과 둘이 마주 걸었던 이 정든 사잇길을

보랏빛 꽃잎 위에 당신 얼굴 웃고 있네.
두 손 내밀어 만져 보려니 어느새 사라졌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 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 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비가 내리네.

다정했던 어느 날 호숫가를 거닐었지.
하늘거리는 바람 불어와 꽃비가 내렸지.

흘러가는 물 위에 아롱지는 두 그림자
우리 마음도 우리 사랑도 꽃잎되어 흐르네.

강화도 나들길을 걷는데 앞에 걷는 사람의 배낭에 대롱 대롱 달린

명찰에 '햇빛처럼' 이라는 아이디 표시가 눈에 뜨인다.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 입에서 흥얼거리는 이 노래.

원래는 스페인의 'Adios Amor'라는 이별노래인데

한국에서는 현경과 영애가 가사를 조금 바꾸어 불렀다.

 

70년대 포크송 가수들은 주로 이렇게 외국의 포크송들을 번안해서 불렀다.

우리가 아는 그 시절의 아름다운 멜로디들은 거의 모두 외국노래들이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조영남의 '내고향 충청도'

서수남 하청일의 '벙글벙글 웃어주세요' 트윈폴리오의 '두 개의 작은 별' 등등...

수없이 많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 시절 포크송 가수들은 외국 노래에 아름다운 시어를 붙여서 보급하여

젊은이들의 감성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우리 젊은 시절 노래들은 가사가 참 아름다웠노라고..

 

햇빛 따스한 아침, 숲속길을 걸어가네.

첫 가사부터 길을 걷는 내 모습이 노래로 그려진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나오는 장면같다.

 

살면서 이런 평화로운 날이 자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가사는 지금 옆에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런 작은 추억은 누구나 평생 간직하는 행복일 것이다.

 

출근하느라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없이

전철이나 버스타러 급히 뛰어 나가고,

퇴근하면 피곤한 몸으로 TV보다가 잠드는 하루의 연속.

우리의 삶에 여유가 있을까?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넓게 갖기 위해,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더 자극적인 즐거움을 위해,

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린 삶의 여유를 포기한다.

 

일주일 하루를 택해서 걷는 즐거움이 없더라면

어쩌다 생기는 연휴에 멀리 길 걸으로 가는 계획이 없다면

그리고 나중에 이런 숲속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규칙만을 강조하고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직장의 한가운데서

쉽게 좌절했을 것이다.

 

길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손 도손 이야기하며,

꽃에, 나무에, 구름에, 하늘에, 바람에, 냄새에,

비에, 바닷물에, 작은 샘물에 관심을 갖고

모두가 힘들다 라는 말보다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길 걸음. 

 

내게 노래하는 것 외에 참 소중한 것,

그 즐거움이 2009년  어느 날 홀로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룹으로 걷는 강화도 나들길 애호가가 되면서 이젠 가장 가치있는 일로 내 앞에 왔다.

 

내게 수없이 많이 생기는 국내의 트레킹 코스들에 대한 열망이 있어 기대가 되고

내겐 같이 걸을 수 있는 이름모를 벗들이 있어 즐겁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

 

 사진 아래 : 3코스 능묘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