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미주방문기

미국 가족여행

carmina 2013. 12. 5. 17:00

제일 먼저 자의건 타의건 집에서 쉬고 있는 내가 자유로웠다. 그간의 직장생활 20년 동안 수 없는 대한항공 이용으로 온 가족이 비행기를 공짜로 탈 수 있는 마일리지도 충분하다. 애들도 방학중이다. 출장 후 남은 달러 푼돈들을 틈틈이 저축해 놓은 외화통장도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늘 바쁜 아내도 겨우 겨우 시간을 냈다.

미국서부여행만 계획하였다가, 아무래도 그 곳에서 캐나다의 친구를 방문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애들과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며칠 더 시간을 내기로 하고 캐나다의 뱅쿠버가는 비행기를 미국의 처남을 통해 예약해 놓았다.  캐나다3000이라는 낯설은 항공사를 친구로부터 소개 받아 알아보니 4가족이 모두 520불.  저렴한 가격이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여행준비는 다른 때와 더 신경을 썼다.  방문할 곳들의 선물을 비롯하여, 옷가지, 그리고 우리가 집을 비울 동안 우리 집에 와 계실 형님가족들의 잠자리이불까지 세탁해 놓고,  냉장고도 정리해야 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처남이 그 곳에서 애기를 낳은 지 얼마 안되었기에 더욱 손주를 보고파 하는 홀로 사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가기로 한 것도 늘 바쁘고 자기 일에 확실하게 사는 아내에게 조금 긴 이번 여행을 쉽게 결정한 요인이다. 딸을 낳아야 비행기를 타 볼 수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고마워 하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콜택시 두 대를 불러 몇 십년 만의 폭설과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서울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은 역시 빙판도로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미 떠나기 전부터 신이 나 있는 딸은 여기 저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하기에 바쁘지만 늘 말이 없는 아들은 역시 오늘도 말이 없다.  딸을 위해서 특별 기내식을 대한항공에 미리 준비해 놓았고 가족들의 자리도 전화로 예약해 놓았다.

공항에서 떠나는 시간이 평소 미국으로 출장가는 비행기시간대와 틀려서인지 전 회사의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지만,  평소 가끔 들르던 낙원상가의 악기가게 주인과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미국의 악기 박람회에 참석 차 간다고 하는데 그런 직업이 부러워 지는 것은 꿈에 불과할까?

10시간의 비행.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애들과,  오랜만의 비행기 여행이 즐거운 아내가 들떠 있는 마음들이 떠 있는 비행기만큼이나 높게 날라 가고 있다.  너무 좋아 계속 입이 벌어져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아내가 혼자 중얼 중얼 ‘얘야, 세상이 늘 즐거운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너무 좋아하는 딸의 모습에서 행여 그 행복을 지속시켜 주기가 버거웠는지…

여행기간 중 설날이 있어 형제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자기들의 즐거움을 위해 부모님의 차례를 소홀히 하는 동생의 모습이 꽤씸하다고 생각하시겠지. 

방학 중이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여유좌석이 없어 온 가족이 좁은 자리에서 힘들어 하는데 내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아내가 장모님께 편히 주무시도록 내 자리를 내 주는 바람에 자리에 돌아가지 못하고 몇 시간을 화장실과 비행기 뒷 편에서 어슬렁거려야만 했다.  하긴 좁은 이코노미 좌석보다는 차라리 화장실의 좌변기가 편하다.  또 영화를 상영하는 몇 시간은 거의 화장실이 비어 있어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밝은 조명아래 신문의 광고까지 읽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피곤한 모습으로 LA에 도착하니 마중나와야 할 처남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는 처남의 사전 전화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비행기 도착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떠나기 전에 공중전화를 걸기위한 동전을 챙겨 넣었는데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아도 보이지 않아 초조해 있는데 앞에 애기를 안고 있는 낯선 한국여자가 핸드폰을 빌려 준다.

전화벨이 길게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아 그냥 무작정 기다리기로 하고 마실 것을 찾는 딸에게 국내에서는 5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조그만 물 한 병을 4000원에 사다 주며 달러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어머니가 오신다고 온 가족이 다 공항으로 마중나오느라 늦었는지 처남댁이 허둥대며 애기를 안고 들어 온다.  예비 운전 면허를 가지고 차를 산지 얼마 안되어 길을 못 찾아 힘들었다며 같은 집에 사는 친구와 함께 두 대의 차를 가지고 나왔다.

딸이 외숙모를 보아서 반가왔는지 그만 조그만 손가방을 공항의 앉았던 의자에 놓고 온 것을 시작으로 늘 허둥대는 딸 아이는 여행기간 중 내내 계속 물건을 잃어 버렸다.

추운 나라에서 갑자기 열대나무가 가득한 미국으로 정말 외국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미국의 서부 쪽으로 처음 와 보는 아내가 그런 열대 식물이 미국에 있는 것이 신기한지 자꾸 쳐다 본다. 

어느 순간 차 옆을 보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한쪽 창문이 7개나 있는 유난히 긴 하얀 리무진이 지나가고 있어 이곳이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승용차 문화를 실감한다.

또 한인 타운을 지나며 한국어로 붙여진 간판들을 보며 신기해 하고,  거대한 미국답지 않게 높은 현대식 건물이 없는 것을 신기해 한다.  처남이 살고 있는 집도 낮은 이층 집. 지진 때문에 이 곳은 모두 목조건물이라 한다. 

첫 날 점심식사는 역시 미국답게 스테이크로 시작했다.  먹성좋은 나는 아무 것이나 잘 먹지만 장모님이나 가족들의 식성을 걱정했는데 모두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여행중 음식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당초 도착한 첫 날 간단한 시내구경이라도 하려 했으나, 모두 피곤하여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  처남과 미국에서의 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밤에 잠시 밖에 나가 보니 하늘의 무수한 별들.  서울 하늘에서 공해로 볼 수 없던 별들이 이 곳에서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국에서의 용돈을 미리 주며 미국 달러의 가치를 설명하여 주고,  이 용돈으로 한국의 친구들 선물까지 사라고 하니 머리 속으로 누구 누구를 주어야 하는지 꼽고 있는 것 같다.

 
 
시월드 (2001년 1월 18일)

시차 때문인지 우리 가족 모두가 새벽부터 눈이 떠져 새벽 3시경 모두 식탁 앞에 둘러 앉아 처남 식구들 깨지 않게 조용 조용히 어제 밤 맛있게 먹어 본 베이즐 빵을 뜯어 치즈에 발라 먹으며 외국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다가 또 잠을 청하고 겨우 잠 들었나 싶은데 아침이니 일어나라는 소리에 모두들 개운치 못한 몸으로 어깨를 편다.  아침부터 온 가족이 부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옷 준비, 카메라 준비, 먹을 것, 마실 것들을 잔뜩 챙겨들고 시월드가 있는 샌디애고를 향해 아침의 미국 고속도로를 달린다.

5번 프리웨이,  미국은 홀수 번호는 남북을 잇는 도로이기에 이 도로는 멕시코와 캐나다를 오가는 도로이다.  미국의 도로는 처음 운전하는 사람도 길을 찾는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이정표나 도로 출입이 무척 잘 되어 있어 이제 겨우 미국에서 운전하니 1달도 안되는 처남이 길을 찾는데 불편이 없다.

어제 밤부터 인터넷 야후의 지도서비스를 이용하여 떠나는 곳과 갈 곳의 주소를 입력하여 몇 번 도로에서 좌회전 우회전 하는지 어느 만큼 가야하는지 등의 자세한 길 정보를 입수하여 놓았다.

또한 미국은 유아가 어느 정도의 몸무게가 되기 전까지는 차량 탑승시 반드시 안전띠가 있는 유아용 시트에 앉혀야 하기에 아무리 애기가 혼자서 울어도 차 안에서 부모가 품에 안아 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만약 애기를 유아용 시트에 앉히지 않고 부모 품에 안겨 있으면 경찰의 제지를 받고 또한 유아 혼자 차 안에 두고 부모가 자리를 비우면 경찰이 유아를 유아보호소에 데리고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샌디애고로 내려 가는 길은 바닷가를 오른 쪽으로 끼고 달리기에 환상적인 경관을 제공한다.  도로 옆의 낮은 언덕에 드문 드문 떨어져 있는 그림같은 집들.  미국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집 값이 더 나간다 한다. 

넓은 도로에 차도 많지만 그 많은 차들이 모두 운전자외엔 동승자가 없다.  그래서 카풀라인은 텅텅 비어 있어 우리 차는 아침 출근길의 고속도로를 여유있게 풀 스피드로 달리고 있다.  이 곳에서 카풀은 아주 엄격히 지켜지고 있으며 만약 위반시에는 벌금이 271불이라고 경고판까지 써 있어 누구도 쉽게 만용을 부리지 못한다.

어느 순간 오른쪽으로 파란 태평양이 보이고 끝없는 지평선에 시야가 탁 트인다.  재작년에 미국의 휴스톤 앞에서 넓은 멕시코 만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만큼이나 파란 바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며 외국에서 온 눈동자들을 맞는다.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한 시월드 앞 주차장,  차 두 대로 온 가족 그리고 애기를 보아 줄 현지 교포 학생 등 대 가족의 표를 사기 위해 가격을 보니 일인당 42불, 모두 9명의 티켓을 사기 위해 돈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같이 따라 간 현지 교포 여학생이 캘리포니아 시민권을 보여 주니 가격을 일인당 11불을 할인해 준다.

걸음이 불편한 장모님을 위해 휠체어를 하나 빌렸다.  처음엔 무척 마음이 내키지 않으셨는지 싫다하시다가 젊은이들과의 걸음 보조를 맞추기 위해 어쩔수 없이 포기하셨다가,  나중에는 그렇게 다니는 것이 편하셨는지 자연스럽게 휠체어를 이용하셨다.

입구에서 나누어 준 안내서의 시간계획을 보니 오늘 약 6개의 쇼를 볼 수 가 있다.  그 중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버드쇼 (Bird Show) 를 보기 위해 약도를 들고 찾아 가니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한 관중석들, 그 주위에 여러 개의 집 모양을 해 놓고 가운데 무대는 파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어 딸 아이가 입구에서 파는 길쭉한 과자를 사 달라기에 어제 준 용돈으로 가서 사 먹으라 했더니 자기는 영어를 모르는데 어떡하느냐는 표정이기에 부딪혀 보라고 손짓했더니 쪼르르 달려가 사 가지고 온다. 

시간이 되어 쇼 시작이 되고 두툼한 장갑을 낀 여자가 나와 큰 새를 불러 손 위에 앉게 한다.  그 위를 크게 선회하고 있는 갈매기들,  집 모양으로 세워 놓은 곳의 창문에서 각종 새들을 불러 낸다. 구관조를 불러내어 관객 중 어린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부엉이, 독수리, 날지 못하는 로드런너 등… 

새들은 조련사들의 휘파람과 부지런히 주머니에서 꺼내 주는 모이를 먹으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날라가고 있다. 

관객들이 적은 것으로 보아 이 쇼는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시월드에서 바다동물이 아닌 하늘의 동물 쇼를 보여 주니 조금은 핀트가 빗나간 것이겠지.

다음 목적지는 돌고래 쇼.  그 곳으로 들어가다가 어디서 갑자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의아해 하며 계단을 오르는데 서부모자를 쓴 가수가 기타를 치며 쇼를 시작하기전에 팝송을 불러대며 흥을 돋군다.  가수 앞에는 파란 물, 객석의 앞 부분은 소크존 (Soak Zone)이라고 벤치에 써 있어 이 곳에 앉은 관객은 젖을 수도 있음을 표시한다.

정확한 시간에 마이크 소리가 요란해 지면서 기타를 치던 남자가 여자 조련사들을 소개하고 이어 조련사들의 손짓과 몸짓 그리고 말로 이리 저리 펄펄 날아 다니는 돌고래들.

돌고래들이 듀엣으로 물을 차고 올라 하늘을 날고 공중 높이 뛰기, 각종 재롱들, 짖궂은 돌고래가 꼬리를 이용하여 물을 일부러 관중석으로 튀겨 내니 관중들이 물을 맞으면서도 즐거워 하고 있다.  일부러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 등에 사람을 태우고 헤엄쳐 땅에 올려 놓고,  조련사를 코 끝에 얹어 놓고 하늘 높이 띄우는 묘기에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은 바다사자와 물범의 연기.  이 곳도 역시 소크존이 있어 사람들이 그 자리를 피하지만 일부러 물에 젖고자 그 자리에 앉는 어린이들도 있다.

          

조그만 족제비와 바다사자 그리고 물범이 엮어 내는 코믹한 쇼. 관중들은 내내 즐거워한다. 쇼가 펼쳐지는 동안 내내 바다사자와 물범 속에 꼭 사람이 들어 있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연기에 능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혀를 내 둘를 정도다.  더욱이 족제비 한 마리가 순간 순간 나타나 진행을 돕고 사람들을 탄성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또 우~ 몰려 가는 곳. 이 곳 시월드의 상징동물인 고래의 쇼.
샤무쇼 혹은 샘쇼라고 하는데 커다란 식인 돌고래의 쇼라고 한다.  이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동물이 더 커서 그런지 더 규모가 크고 쇼가 시작되기 15분전부터 전면의 거대한 모니터로 샤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곳도 역시 다른 곳처럼 소크존이 있고 물 밑으로 돌아다니는 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커다란 투명 유리로 대형 수조를 막아 놓았다. 

정해진 시간에 커다란 북소리가 들리고 검은 고래의 행진이 시작된다.  그 커다란 고래들이 어찌 그리 조련사들의 지시를 알아듣는지 신기할 뿐이다.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하고, 조련사를 태우고 물살을 가르고, 조련사들을 하늘 높이 띄워 보내고, 역시 이 곳도 고래들이 물을 사정없이 수조 밖으로 밀어 내어 물바가지를 뒤집어 쓰는 어린애들을 행복하게 한다.
시월드에서 이 고래쇼가 가장 장관이었다.

모두들 시장기를 느껴 간단한 점심을 위해 식당을 찾으니 지도상에는 그럴 듯한 햄버거 가게가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제대로 된 부페식당을 찾았다.  파선(破船)을 상징한 식당의 내부구조가 멋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도 마치 배에 통로를 따라 선 것처럼 장식해 놓았고 내부 구조도 마치 뒤집혀진 배의 기관실속처럼 인테리어를 해 놓아 먹는 즐거움외에 보는 즐거움까지 같이 제공하고 있다.

식사 후 온 가족이 원형 고무보트를 타고 물길을 타는 놀이를 즐기느라 옷이며 가방이 모두 젖어도 행복하기만 했다.  일부러 물을 위에서 쏟아 부어 관광객들의 옷을 젖게 하고 온 몸에 물이 튀겨도 모두 즐겁기만 한 표정들…

모두들 고래 샤무의 쇼가 인상깊었던지 샤무의 모형을 놓고 사진을 찍어 주는 코너에서 온 가족이 모여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어 즉시 현상하여 서로 기념으로 나누어 가졌다.

마지막으로 본 쇼는 해적의 이야기를 다룬 3차원의 영화인데 특수 안경을 끼고 영화관에 들어가 해적선장과 소년의 기지를 다룬 영화를 보는데 아주 특이한 체험을 했다.  해적들이 산을 헤매다가 하늘을 나는 새의 똥을 맞는 장면에서 갑자기 관람객 모두가 얼굴에 서늘한 감촉을 느껴야 했다.  천정에서 새똥처럼 물을 쏘아댄 것이다.  또한 특수 안경을 쓴 코 앞에서 벌이 윙윙거리며 날아 다닐 때는 의자가 부르르 떨며 진짜 벌이 떠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박쥐가 돌아 다닐 때는 의자의 등에 있는 조그만 구멍에서 바람이 불어 내어 머리 뒷 편을 서늘하게 하여 실감나게 하고,  해적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입으로 물을 뿜을 때는 앞 의자에서 물이 갑자기 뿜어 나와 관람객 모두가 물세례를 맞아도 즐겁기만 했다.

3차원 영화를 보고 나와 여기 저기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실내 수족관과 실외 수족관의 진기한 물고기들에 경탄하며 실제로 물속을 헤엄치는 가오리를 만져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옆에 손까지 씻을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어 명실공히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오후 시간이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이제 마지막으로 한가지 하늘 높이 떠 있는 타워에 올라가는 스카이 라이너를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고 올라가니 멀리 샌디애고 앞 바다 넓은 태평양이 눈 앞에 펼쳐진다.

거의 시월드가 폐장할 즈음에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 올 때는 내가 운전을 했다.  미국에서는 처음 운전하지만 이미 옆에서 많이 보아왔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차선을 바꿀 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는 것은 잘 안되지만,  스톱 사인에서 무조건 일단 정지 라던가 차선을 바꿀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은 지킬 수 있었다.

2시간의 긴 거리를 운전하고 모두 중국식당에서 저녁을 들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기에 짜장면이 맛있고, 양도 많아 한 개를 시켜 두 그릇으로 나누어 달라 해도 전혀 싫은 기색이 없다. 

오늘은 모두들 너무 피곤했는지 집에 들어가자 마자 잠자리에 들어가기 바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비록 아직 시간차에 적응이 안되어 새벽에 잠시 깨기는 했지만 그런 대로 모두들 곤한 잠을 자고 아침부터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준비했다.

어제 시월드에서 점심을 비싸게 먹었기에 오늘은 샌드위치를 집에서 미리 준비하느라 처남댁이 아침부터 바빴다.  오늘도 어제처럼 차를 두 대 준비하고 온가족이 어제의 피곤을 잊은 듯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차에 올라 오늘도 우리들을 지켜 달라고 하나님께 간단히 기도하고 출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LA의 다운타운 방향에 있어 아침에 북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교통혼잡이 심했다.  카풀라인을 탔는데도 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옆에는 드라이브를 하며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멋진 차를 운전하고 있다.

길을 가다 보니 눈에 익은 도로이름들이 보인다.  헐리웃거리,  산타모니카거리 등등…
십 수년전 이 곳에 몇 번 와 보았기에 그러한 이름들이 반갑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 오니 예전의 그 곳이 아니다.  주차를 하는데 검표원이 무어라 조건을 붙인다.  아마 좋은 곳에 주차하는 비용은 조금 비싼가 보다.  일반으로 표를 끊고 이전에 보지 못하던 주차 빌딩을 통해서 매표소로 가는데 이미 헐리웃에 온 것처럼 각종 영화 캐릭터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프랑켄슈타인,  서부영화,  조스 등등….

이 곳의 표는 미리 시내의 매표소에서 할인권을 구해 두었기에 정가의 42불에서 11불 정도를 절약하였다.  제일 먼저 장모님을 위해 휠체어를 대여한 후 이 곳의 모든 곳을 한 번에 돌아 보는 트램투어를 타기 위해 가는 길에 조스의 모형을 길게 걸어 놓아 관광객들에게 사진 찍을 장소를 제공한다.  뻘건 입과 날카로운 이를 가진 모형 앞에서 사람들이 각종 포즈를 사진기를 눌러댄다.

트램투어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엘리베이터가 준비되어 있고 또한 장애인 및 그 가족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차를 제일 먼저 승차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그 곳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나이 든 할머니.  한국에서는 이런 나이 드신 분을 유명한 곳에 고용하는 일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일인데도 할머니는 제 역할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해 내고 있다.  힘들다고 앉아 있지도 않고, 기다리는 손님과 가벼운 농담도 즐기고,  이곳에 와서 일한지 몇 달 안되지만 일이 즐겁다고 한다.

트램투어는 각 운행 횟수마다 영어 해설, 스페인어 해설이 별도로 운행되고 있어 우리는 영어 해설차를 택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제일 먼저 올라 타고 나머지 칸에 일반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 타 앉아 안내의 설명을 듣는다. 

그러나 일이 벌어졌다.  처남댁의 아기가 갑자기 울어대기에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했더니 즉시 자기의 설명을 중지하고 친절하게 처남댁이 내리도록 도와 주었다.

차는 이 곳의 영화 촬영을 위한 각종 셋트가 있는 곳을 돌아 보고 차 내에 있는 모니터로 영화에 나왔던 장면과 실제 셋트를 비교하며 보여 주었다.  그리고 어느 빌딩으로 들어 가니 아주 오래 된 영화인 킹콩이 여전히 살아서 거대한 모습과 부리부리한 눈으로 손님들을 놀래 주고 있고,  땅이 솟아 오르며 지하철이 부서지고 불이 나는 뉴욕의 지하철 사고 장면,  헬리콥터가 추락하고 집이 쓰러지는 장면들의 실연 등이 커다란 빌딩 안에서 매번 실연되고 있다.  또한 영화 미이라에 사용되었던 소품들과 열차가 뒤집히는 듯한 벽의 움직임 등등이 트램 투어의 안에 있는 관객들을 흥분과 재미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어느 호수를 지나니 낚시하던 사람이 물로 끌려 들어가고 거대한 조스가 트램투어 옆에서 입을 벌리며 다가오기에 사람들은 아우성을 지른다. 콰이 강의 다리 셋트도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트램투어가 끝난 뒤에는 각종 쇼를 보기 위해 우리는 시간 계획을 짜야 했다.  제일 먼저 무엇을 볼 것인가.  영화 백 투 더 퓨쳐관에서 장애인을 동반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서비스를 받고 영화에 나왔던 타임머신에 탑승하니 영화 주인공들의 모습이 모니터로 나타나며 우리를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과거와 미래 그리고 우주를 보여 주는 3차원의 영상속에 끌어 들인다.  차는 이리 저리 흔들리고 아찔한 장면들이 마치 내가 그 속에 진짜 있는 것처럼 끝없이 공간으로 빠져들고 하늘 높이 치솟기도 한다.  차가 너무 요동을 부려 더 계속되었다가는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오전은 일단 그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지고 온 샌드위치를 풀어 놓았지만 이 곳은 마침 간편하고 저렴한 패스트푸드가게들이 많아  여유있게 치킨요리들을 더 시켜 먹으며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점심을 즐겼다.

점심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각종 쇼 사냥에 나섰다.  우선 워터 월드, 거대한 자금을 들여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이 영화는 미래에 땅이 모두 물에 침수되어 육지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비록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어도 이 곳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한다.  영화 주제음악이 밖에서도 울려 퍼지고 우리는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무대는 대형 셋트로 영화에 사용했던 시설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 실감이 났다.

쇼가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미리 나서서 흥을 돋운다.  이 곳에도 소크존이 있어 앞자리에 앉으면 물에 젖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일부러 바가지로 물을 퍼다가 관중석으로 끼 얹으니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자리를 피한다.  그 잠간 사이에 배우들은 관객의 심리를 이용하여 아주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다.

쇼가 시작되고 물살을 가르며 젯트스키가 나르고 배우들이 밧줄을 타고 공간을 날아 다닌다.  총소리에 놀라고 탱크가 폭발하여 불길이 치솟으며,  거대한 비행기가 날아 와 추락하며 폭음을 낸다.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아마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쇼 중 가장 박력이 있고 재미를 보여 주는 쇼인 것 같다.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쇼,  서부의 모습들을 재연하는 스턴트맨들의 묘기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벌써 3명의 배우가 관객들의 농담을 적당히 받아가며 흥을 돋우고 있다.  관객석에 있는 일본 여자를 강제로 들어 내어 사람들을 웃게하고 그러면서 쇼는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총을 쏘고, 서로 치고 받고 하는 것들이 모두 정확히 계산된 행동들이다.  지붕위로 올라갔다가 총에 맞아 지상의 건초위로 떨어지는 장면,  무대의 각종 기기들이 부서지고 종국에는 집 전체가 모조리 쓰러져 버리며 쇼가 끝난다.

다음은 터미네이터 2의 3D 영화,  처음에는 실제 영화를 3D로 편집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3D영화와 실제 배우들이 동시에 연기하는 쇼다.  무대의 배우가 실제 연기를 하는가 싶더니 곧 그게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연하는 영화가 되고 3D영화가 되는 가 싶더니 배우들이 다시 무대로 나와 영화의 괴물과 총을 쏘며 객석을 가로 지른다.  이 곳에서도 관객의 물 세례는 이어진다.  어디가나 관객들을 물 속에 젖게 만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자랑하는 프로그램인 쥬라기 공원 체험,  이 곳은 낮은 지역에 있는데 이 곳에 내려가기 위해 모두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지만 우린 장애인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차량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철저한 장애인 편의시설에 혀를 내 두를 지경이다.

쥬라기 공원체험에 들어가기 위해 우린 75센트를 주고 비닐 우비를 구입해야 했다. 얼마나 물에 폭 젖기에 우비까지 사야할까?   고무 보트를 타고 정해진 물길을 따라 가는데 영화에 출연했던 공룡들이 양 옆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콧김을 내 뿜고, 긴 목을 이리 저리 돌리며 작은 공룡들이 금방이라도 달려 들 듯이 사나운 표정이다.  그러다가 보트가 레일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우리는 추락을 미리 예견한다.   아니나 다를까 보트는 카운트 다운 구령에 맞추어 20미터 아래로 떨어지며 부딪히는 물을 뒤집어 쓴다. 

다음은 ET영화 체험,  영화에 나오는 자전거를 타고 ET의 나라로 여행한다.  영화의 ET 친구들이 있는 별나라, 귀여운 ET들이 각종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자전거가 오면 귀여운 모습으로 맞이하다가 자전거가 멈추면 ET의 모습도 멈춘다. 센서가 작동되어 있어  절대 같은 모습을 두번 보여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찾아 간 곳은 불길이 유명한 영화  백드래프트(Back Draft), 관객들에게 영화를 촬영했던 장면들을 보여 주고 각종 소품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는 실제 불길이 치솟고 드럼통이 폭발하여 날라가고 지붕이 내려 앉고 급기야는 관광객들이 서 있는 발판도 덜컥 떨어지게 만들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백드래프트를 보고 나오니 밖이 어둑해 졌다.  같이 갔던 처남 친구가 티켓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기다리고 있다.  정액으로 구입한 티켓은 9불만 주면 일년 333일을 이용할 수 있는 표로 바꾸어 준다. 

오늘의 일정을 이렇게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매표소 앞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상징물인 커다란 지구의 앞에서 영화 촬영이 있는지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다.

오늘은 이곳의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기로 되어 있어 친구를 기다리느라 일행들을 보내고 주차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경비차가 오더니 이 곳에 있으면 위험하다며 다른 곳으로 가라하기에 어쩔 수 없이 외딴 곳에서 한 동안을 기다리다가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한 친구를 간신히 만났다.

 

 
 
크리스탈 교회

아파트의 같은 층에 살던 절친한 분이 미국에 이민가서 살고 있기에 이번 여행기간 중 그 댁을 방문했는데 우리를 꼭 주일 날 오전 크리스탈 교회의 예배에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였으나 시간이 안 맞아 우리만 주일 예배 끝나고 처남과 같이 유명한 로버트 슐러 목사님이 목회하신다는 크리스탈 교회를 방문했다.

크리스탈 교회가 있는 가든글로브로 가는 길에 하얀 눈이 내려, 자세히 보니 벚꽃이 피어서 흩날리는 모습이 그렇게 비쳤다. 하긴 지금 이 곳 날씨는 한국의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정도의 날씨다.

크리스탈 교회의 주일 예배는 각국의 말로 통역되며 2회에 걸쳐서 예배를 본다 하지만 두 번 다 갈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3시 조금 넘어서 찾아 가니 스페인어 예배의 끝무렵이었다.

교회 주차장에 차를 대면서 이미 건축물 자체부터 비범한 교회가 아님을 짐작한다.  외부 모양이 수정을 닮았다 해서 크리스탈 교회는 외벽도 수정처럼 각이 지고 유리같은 재질로 투명한 모습이었다. 

밖에서도 내부의 예배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문 하나 하나도 큰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예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정문쪽으로 돌아 가니 교회 앞에서는 간식용 음식을 팔고 있는 듯 했다.

예배 중이지만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전혀 방해를 받지 않았기에 들어 가보니 눈이 휘둥그레 진다.  자연 채광이 되어 있는 실내는 기둥하나 없이 전면에 높은 단에 목사님 한 분이 스페인어로 설교를 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약 20명 남짓한 성가대원이 가운을 입고 서 있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삼각추 모양의 공간에 의자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경사지어 있고 아마 내 뒤에도 그런 같은 모습처럼 되어 있을 것이다.

전면에 있는 대형 파이프 올갠은 이제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웅장한 것이라 가히 대형 교회의 위용을 짐작케 한다.

          

특이한 것은 제단의 오른 편에 밖이 아래 위로 벌려진 공간이 있기에 처음엔 유리로 만들었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교회의 한 쪽 벽이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 벽 자체를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배가 끝나고 성가대의 찬양이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교회 가득히 울리는데 성가대원들의 모습이 얼마나 밝은지 우린 왜 저렇게 기쁜 얼굴로 찬양하지 못하는지 늘 아쉽기만 하다. 

예배를 보는 신도 중에는 관광객도 많은 듯 가이드의 깃발 아래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긴 우리 나라의 여의도 순복음 교회도 이 정도의 규모일 것이다.

밖에는 여러가지 상징적인 조각품들이 있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를 받은 것을 묘사한 조각품에는 가시나무가 불타고 있었고,  예수님이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말을 타고 가는 모습,  잃어 버린 어린 양을 찾아 기뻐하는 목자,  간음한 여인에 대한 비유,  오병이어의 기적등이 자연스럽게 조각되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교회 마당의 바닥에 마치 어느 해인가 LA의 공동묘지에서 본 것 같은 동판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 성경 귀절이 써있고 사람 이름이 있어 유럽의 교회처럼 성도들의 묘지인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어 봐 건축 헌금 기증자임을 확인했다. 1940년대 로버트 슐러 목사가 단돈 500불을 들고 이 자리에서 기도하여 이루어 낸 교회 건축의 역사가 하나님이 바로 여기 땅에 적힌 이름을 통하여 만드셨다.

교회 옆에 하늘을 찌를듯한 수정모양의 기둥을 조합한 건축물이 있는데 그 밑에는 조그만 기도실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에 우리 가족도 들어가 모두가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이 건축물은 그 곳에서 기도를 하면 기도 내용이 바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간음한 여인의 비유가 있는 동상을 살펴 보던 딸이 여인이 너무 섹시하다고 웃는다.  그 옆에 예쁜 꽃 밭이 있고 냇물이 흐르고 있어 잠시 쉬고 바로 앞의 교회 묘지를 찾아 간다.  묘지는 이름을 벽에 붙여 놓는 일종의 추모비이지만 거기에도 빈부의 격차는 있었다. 

어떤 곳은 가족에서 일정 공간을 차지해 하나 둘 씩 동판으로 된 추모비를 잔디밭에 새겨놓았고, 또 어떤 이의 동판을 조금 크게, 어떤 이는 아주 작게 붙여 있었다.  동판이 있는 곳에 인형이 있고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는 곳이 있어 자세히 보니 태어난 지 1주일도 안돼 하늘나라로 간 아기천사의 묘지였다. 

그 외에 부부의 묘지인 듯 아직 부부 중 한 쪽이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되어 있고 어떤 곳은 미리 자리를 확보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도심지 안에 땅만 넓다면 이렇게 간단한 묘지를 교회 안에 세우는 것도 좋으리라.  나 또한 죽으면 내 썩은 육신이 넓은 땅을 오랜동안 갖고 있는 것이 싫어  화장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화장하고 나서도 멀리 외진 곳에 있는 납골당보다는 차라리 가족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탈 교회,  수많은 영을 구원한 로버트 슐러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답게 교회 건물 와서 예배드리는 그 자체로도 또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LA를 방문하는 크리스챤이라면 가든 글로브에 있는 이 곳을 꼭 한 번 가 볼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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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 비치

주일 크리스탈 교회를 둘러 본 후 가까운 곳에 있는 캘리포니아의 헌팅턴 비치를 찾았다.  비치로 가는 길에 이미 바닷가가 가까이 있음을 거리의 전신주에 깃발모습을 통해서 혹은 승용차 위에 매달린 서핑보드나 뒤에 달고 있는 요트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바닷가 근처에는 콘도식의 모텔도 많이 보였고 고급 저택도 눈에 보여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이 연상된다.

바닷가 주차장에 3불을 내고 주차를 하나 스티커를 하나 준다. 창문에 붙여 두라고…  겨울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가 별로 없다.  차에서 내리니 하얀 모래밭이 태평양으로 가는 길에 덮혀 있어 푹푹 빠지는 모래밭길을 바닷가로 더 빨리 가고싶어 내 닫는다.

바닷가 모래 밭에는 일단의 무리들이 소풍을 나와 있고 커다란 세멘트 원통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바닷가에서 소풍을 하는 사람들이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세멘트의 외부에는 사용후 재를 남기지 말라고 안내문이 붙여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멘트 통 안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래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가끔 완전히 치우지 못한 통 안에는 캠프 파이어의 잔해가 남아 있기는 했다.

아무 곳이나 불을 피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특정한 곳에서만 불을 피우게 해 해안을 청결케 하는 것 조차도 선진문화임을 실감케 한다. 우리네의 바닷가는 아무 곳이나 불을 피우고 타다 남은 시커먼 나무 조각이나 쓰레기들을 모래 사장에 그대로 묻고 돌아가는 비 양심적인 행위가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다가 그 곳에 바닷물이 들어 오면 그대로 물 위로 떠올라 바닷가는 온통 쓰레기가 파도처럼 밀려 왔다가 쓸려 가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태평양.  저 끝에 우리나라가 있는데 글을 하나 써서 병에 담아 띄우면 우리 나라의 동해안에 닿을 수 있을까?  파도가 친다.  바람만 조금 더 불고 여름이라면 이 캘리포니아 해안에 서핑을 즐기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어떤 젊은이가 서핑을 옆에 끼고 오는 것을 보니 이 추운 날 어디에선가 서핑을 하고 있기는 하나 보다.

파란 바다에 비닐 봉지 하나 떠 다니는 것이 없다.  자연을 깨끗이 하는 것이 큰 복지 대책인 줄 아는 나라가 선진국이겠지.  오면 즐겁고 가슴을 넓게 만들어 주고 편히 쉬게 해 주는 곳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당연한데 인공적으로 만든 시설보다 이런 자연의 시설이 훨씬 더 편한 휴식의 시간들을 만들어 낸다.

저 멀리 희미하게 바다 위에 다리가 보이고 그 다리 끝에 정자가 있다. 아마 정자 끝까지 걸어가서 바다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나 보다.  사우디 근무 시절 홍해 바닷가에 이런 정자를 설치해 사람들이 깊은 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었는데 이 곳도 아마 그렇게 해 놓았다 보다.

바다에 오니 아이들도 나이 든 이도 모두 즐거워 한다.  바닷가에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작은 이벤트를 갖는다.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을 돌아 보는 2박 3일의 팩키지 투어를 예약해 놓았다.  일인당 119 불이지만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돌아보는 30불짜리 옵션을 당연히 해야 하므로  실제 요금은 149불이다. 거기에 일인당 하루 10불씩의 팁과 식당의 팁을 계산해야 하므로 총 비용은 적어도 190불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아침에 처남이 데려다 준 곳에서 관광버스를 기다려 올라타니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짜르트의 아이네 크라이네를 들으며 그러기를 두 군데 더 들러서 차를 가득 채우고 드디어 LA를 출발. 나이 지긋한 안내원이 처음부터 성의를 보이느라 애를 쓴다.  미국에서 몇 십년을 살았기에 이번 여행에서 많은 미국의 생활들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손님을 태운 LA북쪽의 한인 타운은 점차 베트남인들에게 상권을 내 준다고 한다.  이 쪽 북쪽 캘리포니아에 한인이 10만이 살고 있고 베트남인도 10만.  거기다가 중국인은 더 많고, 인도인, 태국인 등등 수없이 많은 인종이 살면서도 참으로 조화롭게 이 큰 도시가 번영을 누리고 있다.

차는 서서히 북쪽으로 진행하며 주위의 모습도 서서히 도심지 모습에서 시골로 변해간다.  시야에 산이 가득차고 그 산이 LA의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가며 모두 잠광에 빠지고 있다.

가이드는 관광에 세가지가 있다고 서두를 꺼낸다.  잠만 자는 잠광,  한국의 관광버스처럼 버스에서 온갖 춤을 추는 발광, 그리고 제대로 여행하는 관광.  이 곳에서는 절대 발광은 안된다며 미리 일침을 놓는다. 하긴 서로 모르는 사이들이니 그럴 수도 없지만…

가이드의 말에 이번 여행에 같이 동참을 하는 버스안의 사람들이 간단히 자기 소개를 갖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친지를 방문하느라 온 사람들이고, 딸과 같이 나온 아빠, 배낭여행 온 학생들,  어떤 이들은 온 가족이 방학동안 작심하고 여행다니느라 벌써 한 달 째 여행하고 이번여행이 마지막 코스라며 아쉬워하고 어떤 이는 미국에서의 삶에 대한 포부를 설명하느라 긴 시간을 이야기한다.

어느 덧 차는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 들고 보이는 산꼭대기에는 눈이 덮혀 있다.  끝없는 광야가 시야에 가득하다.  라스베가스로 가기 위해 모하비 사막을 건너야 한단다.  미국의 총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것의 50배가 넘고 모하비 사막은 남한의 면적보다 크다는 가이드의 설명. 

사우디에서 사막을 많이 보아 온 나는 이 곳 모하비 사막에 각종 풀이 많이 돋고 나무가 많아 사막같이 보이지 않지만 사막의 기준이 일년에 비가 200 미리 이하로 내리면 사막이라 칭하고 모하비사막은 일년에 겨우 110 미리 정도 밖에 오지 않는단다. 그 사막에 조슈아라는 나무가 자라고 회색풀들이 자란다. 

그러나 그 사막에도 빅터빌이라는 도시가 생기고 그 도시에도 약 6만의 인구가 산다고 한다.  미국 역사 초기에 금광을 찾아 이 곳에 왔던 사람들이 여름에 섭씨 50도를 넘는 죽음의 계곡에서 겨우 살아 남아 이 곳에 마을이 생기고 이를 승리의 도시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모하비 사막을 가로 지르는 도로의 양 옆에 철조망이 쳐 있는데 이는 동물들이 차도로 뛰어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으며 도로 밑으로 굴을 파 놓아 길 양편에 떨어져 있는 동물들이 서로 만나게 하고 또 늑대같이 늘 하늘을 보고 걸어야만 하는 동물을 위해서는 길 위로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참으로 미국은 동물들의 천국임이 이런 곳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사막한가운데 집이 몇 채 안되는 조그만 동네가 있는데 그 중 한 집에 이쁘지 않은 글씨로 크게 써 있는 한글, ‘레스토랑’, 이런 곳에 한국 사람이 산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나가는 한국인들을 위해 써 놓은 것일까?

점심은 라스베가스로 가는 중간 도시인 바스토우에서 한식부페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곳의 유일한 한식집이기에 우리가 간 점심시간에 이미 대형 버스들이 주차장에 있고 내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나그네의 바쁜 점심을 즐기고 있다.

상치가 배추같고 비싼 갈비가 그득하다.  너무 많은 손님을 치루어서인지 성의도 부족한 것 같고 팁은 제대로 두어야 한다.  건물 한 편에 슈퍼마켓도 있어 여행자가 필요한 것들이나 선물들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끝없는 사막길.  가이드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라스베가스에 가면 게임은 하되 도박은 하지 말아라
만약 대박이 터지만 무조건 가지고 일어서라
만약 잃으면 역시 그냥 일어서라
그리고 라스베가스에 돈을 딸 생각은 말아라.  라스베가스는 도박만을 연구하는 고급 연구집단이 있어 그 들이 늘 도박기계들을 만들기 때문에 딸 확률은 거의 없다.

차가 서서히 라스베가스로 접어드는지 프림밸리라는 곳의 커다란 호텔앞에 청룡열차가 보인다.  이 곳 라스베가스에서는 대형 카지노가 있는 호텔을 신축할 때 반드시 호텔앞이나 내부에 대형 놀이기구나 볼것, 혹은 관람할 것들을 반드시 일정 지분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것도 그냥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최대한 화려하게 해서 어른들 만의 호텔이 아닌 가족들의 호텔 역할을 한다.

처음에 이 곳에 도박도시가 생긴 것은 북부와 남부를 잇는 기차의 중간 기착을 위해 몇 몇 철도원이 이 곳에 상주했는데  열차가 도착할  때 이외에는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이 카드게임밖에 없어 이것이 합법화되고 이것이 발전되어 대규모 호텔군이 세워졌다. 

지금도 열차의 수송량이 많아서 어쩌다 지나가는 열차의 길이가 얼마나 긴지 도대체 몇 칸이나 달고 가는지 세어보니 어림잡아 약 100개의 화물칸을 달고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보통 마일트레인라고도 한다.  길이가 약 1.6 키로라는 이야기이다.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는 세가지 없는 것이 있단다.
첫째는 거울, 돈을 잃은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며
둘째는 시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박에 열중하게 하기 위함이며
셋째는 담배연기,  많은 사람들이 오랜동안 머물러 있는 곳이기에 금연해야 한다.
라스베가스에 올 때는 반드시 자동차의 휘발유를 가득 채워 놓아야 한다. 돈을 잃다 보면 자동차 기름 넣을 돈도 없을 테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잃고 가는데 한국사람들이 유난히 돈을 많이 잃는다고 한다. 늘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현상이 생긴다.  이 곳 카지노에서는 도박자금도 빌려 주는데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일례로 어느 한국인이 돈을 빌렸으나 돈을 모두 잃고 난 뒤 슬쩍 호텔을 도망쳐 나왔으나 어느 날 집에 멋지게 차려 입은 두 사람이 고양이를 안고 와 돈을 갚으라고 말한 뒤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고양이의 목을 따서 죽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 사람은 너무 겁나서 즉시 돈을 갚았다.

또 어느 사람은 돈을 빌려 모두 잃고 난 뒤 한국으로 도망쳐 강원도의 어느 깊은 산골에 숨어서 낚시로 소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한 외국인이 낚싯터에서 낚시를 하다가 아는 체를 하며 혹시 라스베가스에 있지 않았느냐는 인사말만 남기고 사라져 어쩔 수 없이 모두 갚았다고 한다.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는 21세 이하는 절대 도박을 할 수 없으며 10000불 이상을 배팅할 때는 반드시 신분이 확인되어야 하며 1200불 이상 땄을때는 세금을 30% 내야 한다.

또 라스베가스는 결혼하는 것이 무척 쉬워 드라이브인 웨딩이 있단다.   드라이브인 웨딩이란 신랑신부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신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차 안에 앉은 채로 간단히 성혼서약을 하면 결혼 증명서가 주어진단다.

그렇게 사막을 계속 가다가 어느 순간 대규모의 호텔들이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다.  라스베가스로 들어가면서 마치 내가 천하대장군같은 기분이 되는 것은 왜 그럴까?  적어도 나만은 게임을 해서 돈을 딸 수 있다는 행운아가 틀림없다는 자부심일까?

가이드는 라스베가스 관광은 두가지 옵션으로 되어 있음을 설명을 하는데 라스베가스면 당연히 보아야 할 코스를 옵션으로 끼워 놓아 가격을 올리는 것이 못 마땅해, 혹시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 차를 렌트해서 할 수 있지 않느냐 했더니 힘들거라 하지만 나중에 보니 차라리 개인적으로 택시를 이용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저녁식사를 하기전에 두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나는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아틀란티스 쇼 그리고 또 하나는 트레져 아일랜드의 해적선 전투장면.

이 곳의 호텔들은 그 규모가 가히 전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전세계의 30개 초대형 호텔들 가운데 무려 25개가 이 곳에 있다하니…

시저스 팰리스 호텔은 로마시대의 거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단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입구는 영화 레인맨에서 나와 유명하고 입구에는 최고급 팻션들이 자리잡고 있다.  천정은 이태리 로마의 대형벽화를 연상하듯 파란 하늘을 그려 놓아 걸어 가면서 천정을 보면 마치 구름이 흘러가는 것같은 효과를 노린다.  이 곳에도 백투더 퓨쳐 라이드가 있는지 대형 빌보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로마의 거리에 볼 수 있는 대형 조각들이 복도의 양 옆에 웅장하게 서 있고 홀 중앙에는 대형 수족관이 있어 걷기에 지친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게 했다.  쇼는 정각에 시작한다기에 아직 시간이 있어 딸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해 물어 물어 찾아 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니 이미 쇼가 시작되었다.  홀의 중앙에서 열리는 쇼는 아틀란티스가 지구상에서 신들의 싸움으로 인하여 사라지는 것을 풍자한 쇼로 물을 다스리는 딸과 불을 다스리는 아들의 대립끝에 결국 아틀란티스가 사라진다. 

어둠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가까이 가서 보지 못했지만 참 훨친한 미인 미남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 가이드의 설명에 그만 아연실색.  그 신들이 모두 로보트라 한다.

시저스 팔래스 호텔을 나와 다름 쇼 장소인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로 가는데 걷는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장모님이 결국 중도에 포기하시고 가이드와 함께 차로 돌아 가셨다.  이 호텔 앞에는 거대한 연못이 있고 한 쪽에 해적선이 실제 배 크기만큼 크게 있어 그 위용을 자랑한다.  구경군들이 이미 빼곡히 자리 잡고 있으나, 행여 호텔 투숙객들의 통행에 지장을 줄까봐 통로 하나는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  어둠 속에서 해적들의 노래와 외침, 그리고 저 멀리 호텔의 한 편에서 천천히 나오는 커다란 영국 군함,  이어 벌어지는 해적선과 영국군함의 포격전,  대포가 터지며 불길이 번지고 선원들이 바다에 떨어지고 밧줄을 타고 이리저리 오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실연하고 있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해적선과 영국군함의 싸움에서 패한 것은 영국군함.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옳은가 하는 것에 대한 혼란이 잠시 생겼다.

거의 대부분 호텔에서 쇼가 있으니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며 우선 우리가 묵을 호텔의 열쇠를 나누어 준다.  호텔에서 잔다는 것이 신기한 딸이 열쇠를 달라기에 너는 몇 번의 잘못이 있으니 안 준다고 했더니 또 한 번 삐져서 토라지고,  우리가 여장을 푼 라비에라 호텔도 규모면에서 대형 호텔중의 하나인 것 같다. 

방을 두 개를 배당 받았으나 두 개의 방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쪽으로 배당받아 바꿀 수 없느냐고 했더니 곤란하단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겠지. 

저녁식사는 역시 한식.  왜 그리 한식만 선호하는지..

차를 타고 지나가는 옆에 대형 호텔들이 가득하다. 힐튼 호텔, 이 호텔은 라스베가스의 최초 호텔인 플라맹고 호텔을 인수했다 한다.  미라지 호텔,  알라딘 호텔, 사하라 호텔, 서커스 서커스 호텔 등등..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트라토스페어 타워는  높이가 상당히 높고 그 꼭대기에서 청룡열차가 달리고 자이드롭이 있는데 간담이 서늘하여 웬만한 사람은 그 놀이기구에 탈 생각도 못한다 한다.

식사후 찾아 간곳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전구쇼.  4개의 호텔들이 서로 협조해 약 22000개의 전구를 가지고 쇼를 벌인다 한다.  그 곳에 가기 전에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금괴를 보관하고 있다는 골든너겟 호텔.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금덩어리를 보고있다.  크고 길죽한 호박정도의 크기가 유리 상자 안에서 빛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드디어 제대로 보이는 카지노, 수 많은 빠징코, 룰렛, 블랙잭 등의 카지노게임과 그리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  재미와 호기심 그리고 욕심으로 뭉쳐진 눈동자들이 옆도 돌아 보지 않고 게임에 빠져 있다.

밖으로 나오니 호텔 4개를 블록으로 연결해 공간을 지붕으로 덮고 지붕에 수없이 많은 전구가 달려 있다.  8시 정각에 쇼가 진행되는데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지붕 밑에서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각 호텔들의 화려한 네온 사인으로도 주위가 충분히 아름답고 멋있는데 얼마나 더 멋있는 쇼가 될른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윽고 8시, 호텔들의 네온사인들이 모두 꺼지고 암흑이 잠시 오더니 천정에 조금씩 조금씩 빛이 열린다.  순간 수 많은 전구가 동시에 불이 들어 오고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펼쳐 진다. 빛이 지나가고 동물그림이 나르고 태양이 빛난다.  그 넓은 곳을 섹션으로 나누어 어느 곳에서나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모두들 얼이 빠져 천정을 바라보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에 몸을 흔들며 보고 있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화려하게 수 놓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 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호텔들은 다시 각자의 네온사인들을 화려하게 밝히고, 사람들은 또 다른 볼거리를 찾아 나선다. 

자 다음은 어디인가?  분수쇼,  벨라지오호텔의 전면에 대 규모 호수가 있고 음악에 맞추어 분수가 치 솟는다.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고,  이리 저리 춤을 춘다. 때론 분수로 파도를 타고 원을 그리고 한꺼번에 치솟아 장관을 연출한다.

멀리 에펠탑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호텔에서 각종 쇼를 연출하니 이 곳에서는 며칠을 지내야 겨우 그 모든 쇼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명 연예인의 쇼,  각종 공연 등등… 이 모든 것이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  라스베가스를 버스로 지나다 보니 저렴한 호텔들이 상당히 있어 굳이 좋은 호텔에 묵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교통편은 렌터카 하거나 혹은 택시들이 상당히 많으니 택시를 이용해도 되고…
돈이 많아 눈으로 즐기는 여행을 하기 위해선 적당한 곳이라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로 간다.  많은 쇼들이 무료로 상영되고 또 더 많은 쇼들이 유료로 상영되어 그 많은 것들을 다 보기 위해선 돈을 싸들고 다녀야 한다.

세계최대의 호텔들이 군집해 있는 곳의 사거리에 우리를 내려 놓고 편하게 둘러

보라는 가이드의 설명.  우리 앞에 트로피카나 호텔이 있고 건너편에 MGM 호텔, 뉴욕뉴욕 호텔 등 사거리 전부를 육교로 연결해 놓았는데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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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라스베가스의 밤은 깊어 간다.  환락의 밤.  돈만 있으면 실컷 재미있는 곳,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역시 도박으로 모두 잃고 가는 곳,  마치 소돔과 고무라를 보는 것 같았다.

아내와 장모님은 피곤하다며 일찍 들어 가고 나는 묵고 있는 호텔의 도박장에 아이들과 같이 가서 약간의 게임을 즐기려 했으나 아이들이 게임장안에 들어 올 수 없다는 그 곳 안내원의 제지에 모두 포기하고 방으로 올라와 내일 아침을 기다린다.
 
그랜드 캐년

아침에 모닝콜이 있어 잠을 깼다.  호텔방의 커튼을 열고 지난 밤의 화려한 야경을 다시 보려 했으나,  대부분의 밝은 조명들이 사라지고 없다. 높은 곳에서 달리던 청룡열차의 불빛도 사라지고,  하늘 높이 빛을 발하던 피라미드 호텔의 레이저광선도 사라졌다.  라스베가스의 아침 얼굴은 여느 대 도시의 아침과 같은 모습이다.

아이들 보고 방에 팁 1불을 놓고 나오라 했더니 왜 놓는지도 모르면서 자기들도 참여한다는 즐거움에 용돈 중에서 떼어 1불을 테이블에 놓는다.  ‘내일은 오빠가 내’ 하면서…

아침도 역시 어제 밤에 식사했던 한인식당에서 먹으니 별로 기분이 안 좋다.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지… 밤새 도박을 한 사람들을 위해 얼큰한 해장국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와서 한국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어떤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

차가 소돔과 고무라를 지나 달리고 있다. 이대로 뒤를 돌아보면 소금기둥이 되어 버릴까?  문득 창 밖을 보니 소금기둥이 되어 버린 흔적인지 벌판이 군데 군데 하얗게 보인다.  후버댐으로 올라가는 고지대의 구석 구석에 눈이 쌓여 있다.

모두들 잠에서 덜 깨었는지 말이 없다. 하긴 아직도 서로 안면이 없으니 쉽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가이드는 어제 밤 늦게까지 옵션관광을 하는 사람 때문에 늦게 자리에 들었을텐데도 힘있는 목소리로 인사하고 다음 목적지를 설명한다.

미국의 후버 대통령이 경기를 회생시킬 목적으로 만든 댐. 그러나 워낙 고지대고 난공사라 약 90여명의 인부들이 피를 묻고 수천명의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후버댐은 년 220만 KW의 전기를 생산해 내는데 인구 약 100만이 1년간 사용할 전력이라 한다.  이 곳의 전기가 그 화려한 라스베가스에 전력을 공급하고 일부는 로스앤젤레스에 공급하지만 지금 전체적으로 캘리포니아에 전력이 모자라 걱정하고 있단다.

후버댐은 콜로라도 강물을 막아 폭 14미터 길이 약 380미터 높이 약 220 미터의 대규모댐을 세웠다.  댐은 넘치는 물을 아래로 보내기 위하여 커다란 콘크리트 구멍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규모가 어찌 큰지 마치 우주의 블랙홀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또한 송전탑도 산세가 워낙 험해 옆으로 비스듬히 세운 것이 많았으며 이러한 곳 철근을 가지고 오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바위를 뚫어 철근을 세우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이 곳에 잠시 쉬며 댐을 구경했다.  아직 잠이 덜 깬 애들을 깨워 높은 산의 찬 공기를 맞게 한다. 다른 승객이 스타 벅스 커피 한 잔을 타가지고 오는데 무척이니 입맛이 당겼으나 시간이 없었다.

이 곳 후버댐은 네바다 주에 속해 있어 시간도 캘리포니아와 1시간 차이가 있지만 모든 안내는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하기로 했다. 모두 시간을 돌려 놓을 수는 없을 테니…

캘리포니아주는 금이 많아 나와 골든 스테이트, 네바다주는 실버 스테이트 그리고 아리조나주는 구리가 많은 카퍼 스테이트 혹은 아파치 스테이트라 불리기도 한다.  , 

가이드는 아리조나 주의 유명한 아파치추장인 제롤리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영화던가, 제롤리모가 나오는 영화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가이드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창가에는 눈들이 쌓여 있다. 나무들이 모두 바닥에 붙어 있는데 아마 거센 바람에 나무기둥이 견디어 내지 못하니 저렇게 모두 땅에 붙어 있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끝없이 넓은 평야를 지나가며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대국의 모습을 실감케 한다.  도대체 인적이 있을 필요가 없는 곳에 조그만 집 한 채가 있고,  그런 곳에도 벤치 하나가 있어 여유가 보인다.  사람들의 발길이 생전 닿지 않는 곳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곳에 구릉이 있고 숲이 있고 한 없이 뻗은 도로에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주로 다니고 있다.

월마트, 케이 마트 차량들, 미국은 트럭이 없이는 상행위가 이루어 지지 않을 것처럼 모든 물자들이 그렇게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이송되고 있다.

잠도 쏟아지고 딸은 엄마 옆에 앉고 싶어 아빠와 자리다툼에 신경전을 벌인다.  유난히 정이 많은 딸은 눈물이 많고 아울러 웃음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들의 묵묵함이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다니고 다른 사람과 같이 보조를 못 맞추어도 할머니가 힘들어 하실까봐 꼭 옆에 붙어 있는다.

휴게소에 들르니 많은 외국노인들이 커피와 햄버거를 사느라 좁은 매장이 복잡하다.  좁은 버스 안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신선한 공기가 가득 폐부에 들어와 답답한 공기를 밀어 내 버리는 것 같다.

가끔 길가의 목장에 유유히 풀을 뜨는 소들이 무리지어 있고,  외로운 전신주의 행진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오히려 가끔 보이는 이정표가 생명이 있는 동물처럼 무척 반갑기만 하다.

차는 한없이 산꼭대기를 달리다가 윌리암스라는 곳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양식으로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어 굳이 식단을 주문할 필요가 없지만 먼저 온 다른 일행이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딸이 욕심을 부린다. 자기도 스파게티 먹고 싶다고…
그러나 허용이 되지 않았다.  이미 그렇게 주문이 되어 있으니…

자꾸 느끼는 점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한국사람만큼이나 많이 보이는 것이 중국여행객들이다. 말을 걸어 보지 않아 모르지만 아마 대만사람인 것 같이 보인다.

기본 스테이크 메뉴외에 밥은 식당에서 제공하고 가이드는 일행을 위해 김치를 별도로 준비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몇 년전에는 냄새나는 김치를 내 놓는 것이 다른 외국 손님에게 폐가 된다며 저지했는데, 한국손님이 줄어 들자, 김치를 허용하고 급기야는 그 들도 김치 맛을 알아 가이드에게 이 곳에 올 때 김치를 충분히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단다.

끝없이 이어지던 벌판이 어느덧 나무가 조금씩 많아 지더니 그랜드 캐년에 가까워 질수록 높은 나무의 숲이 옆으로 늘어져 있다.  눈이 쌓여 있는데 가만히 보니 동물들 발자국이 수없이 나 있다. 그게 무슨 동물인지는 알 수 없어도 어떤 때는 두마리 혹은 세마리 정도의 발자국이 군데 군데 나 있어 혹 동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숲으로 눈 길을 돌렸지만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가끔 보이는 집들은 지붕이 넓고 지붕에 다락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조그만 문이 있어 내가 꿈에도 그리던 집들이 저기 있음을 본다.  가이드는 인디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디언들은 팝콘을 튀길 때 옥수수 알갱이 속에 있던 악마들이 튀어 나온다고 믿었다.

드디어 그랜드 캐년 도착.  버스가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고 전망대에 가기 전 까지는 그랜드 캐년의 위용이 보이지 않았다.  그랜드 캐년은 사우스림과 노스림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우스림을 방문하고 노스림은 특별관광일 경우에 갈 수 있다 한다.

그랜드 캐년은 약 7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오늘 2군데의 전망대를 통해서 대협곡을 본다.  우선 마터포인트에 올라서니 여기가 어딘가?  삼라만상이 저 만치 떨어져 있다.  콜로라도 강이 수 억년을 흘러가며 이루어 놓은 거센 물결이 지금은 물 한 방울 없이 저런 대 협곡을 만들어 놓았다. 

어찌 그 웅대한 장관을 이 짧은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랴.  수 천년에 한 번씩 만들어 진 단층들이 나란히 나란히 채곡 채곡 쌓여져 있다.  한 층이 만들어 질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있었을까?

마터포인트에서 잠시 둘러 보고 더 전망이 좋다는 야바파이 포인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곳도 역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웅장한 협곡이 펼쳐져 있다. 이런 때 갑자기 머리 속에 홀스트의  쥬피터가 연상되는 것은 이 곳이 늘 보아 오던 지구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서일까?  한국에서는 좋은 경치를 보면 존 루터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노래가 절로 흘러 나왔는데 도대체 이 광경엔 노래로는 부족할 것 같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머리에 계속 맴돈다.

이런 곳에 종일 앉아서 일출이나 일몰을 보면 어떤 광경일까?  저 아래 협곡으로 내려가면 어떤 모습일까?  조금 비싸지만 175불 짜리 헬리콥터투어를 이용하여 이 곳을 돌아 보면 어떤 모습일까?  노새를 타고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하는데 그 때는 어떤 기분일까?  이 곳에서 하룻밤 자며 야영하고 협곡을 돌아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난 도대체 지금의 내 상태에 만족 못하고 있다.  이런 곳에 와서 단지 이렇게 눈으로 쳐다 보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성이 안 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불행히도 나는 그저 버스타고 지나가는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로운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 와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았고,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 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할 뿐이다.

가슴 속에 무엇인가 꿈틀댄다.  조금 옆으로 가드레일도 없이 잘 못 발을 디디면 깍아 지른 절벽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곳이 있다.  차라리 새처럼 저 절벽을 날아서 이 곳에 뼈를 묻힐까?  그럼 영혼이라도 이 곳에 남아 온 협곡들을 돌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수 시간을 달려와 허위 허위 달려와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을 본 40분.  그 40분동안을 보고 그랜드 캐년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야바파이 전망대에 있는 휴게소를 들어가니 전방에 보이는 곳의 지명을 설명해 놓은 사진이 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아득한 곳에 불교사원이 있고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있고, 기타 다른 종교의 사원도 있다 한다.  하긴 그런 곳에 혼자 있으면 이 세상에 하나님과 나만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주차장으로 돌아 오니 중국인 가족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다.  차 안에서 담배를 못 피우니 어떤 이는 승차하기 전에 몇 모금이라도 더 빨고 싶어 길게 연기를 내 뿜고 있다. 

차는 오던 길로 다시 돌아 가다가 오늘의 안식처인 래플린으로 향한다.  래플린 또한 라스베가스같이 도박의 도시이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그 중에서도 제법 큰 콜로라도 벨리 호텔이다.  과거 콜로라도 강을 오가는 커다란 증기선 모양의 카지노를 가지고 있다. 

라스베가스같이 호텔마다 쇼나 혹은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곳은 없고 단지 도박을 하러 이 곳에 사람들이 많이 온다 한다.  저녁은 호텔의 부페에서 가졌다.  제법 분위기가 있고 큰 부페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모두 활기에 차 있다.  먹는 것이 탐이 나서일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 중이다.

이 곳에 몽고식 요리가 있어 오랜만에 몽고 요리를 즐기려 했지만 예전의 그 맛이 아니다.  부페 식당은 큰데 메뉴가 많지 않아 나중엔 젓가락 아니 포크만 빨다가 식사를 끝냈다. 

식사 후 식당 바로 옆에 카지노가 있어 아내와 어슬렁 거리다가 ‘아차 의자에 옷을 두고 나왔다. 옷에 여권이 있는데…’  부랴 사랴 뛰어 가니 카운터에 보관되어 있다. 여권부터 확인한다.  다행이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같이 밖에 잠시 기다리게 하고 20불 어치만 해 볼려다 어차피 맛만 볼려 했기에 10불로 줄였다.  25센트짜리 코인으로 10불을 바꾸니 40개의 코인을 종이 꾸러미에 받고는 빠징꼬앞에 둘이 앉았다. 

대학시절 인천에서 한 두 번 해 본 적이 있어 보는 법은 알기에 했더니 한 10개 집어 넣을 때까지는 그럭 저럭 들어 왔다 나갔다 하더니 마치 언덕 위를 오르는 굼벵이가 2미터 전진하고 3미터 떨어지는 것처럼 야금 야금 숫자가 줄었다.  2배짜리는 자주 나오고 가끔 5배 그리고 10배짜리도 한 번 나왔다.  잭 팟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속 마음은 그럴 것이다.  2000배짜리 하나 맞으면 25센트의 2000배라 500불인가?  그거 맞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아내와 번갈아 핸들을 잡아 다녔다.  그거 맞으면 무엇을 할까?  신나게 한 번 써봐?  혹시 알아 ? 이 밤에 누구처럼 대박터져서 한국매스콤에 오르내릴지?

그러나 마지막 코인이 남았을 때 ‘자 이거 마지막 넣고 올라가자’하고는 잡아 당기니 5배짜리가 주루룩 다시 몇 번을 돌리다가 손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래 카지노라는 것은 이런 것이야.  어차피 돈을 따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으니 이 정도 그치는 것도 용기 중의 하나다.  아내가 팔장을 끼며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아니면 그깟 돈 몇 푼 가지고 그 정도에서 포기해 버리는 초라함?

그래, 라스베가스에 와서 나도 카지노 한 번 들어가 보았다. 나는 라스베가스 다녀 온거야..

 
 
은광촌

오늘은 아침에 조금 늦게 기상했다.  버스에 나오니 10분의 여유가 있다. 어제 보아도 멋있었던 카지노의 배 모양이 아름다워 온가족이 사진 찰칵. 

제일 늦게 도착한 사람에게 박수 쳐 주고 아침은 바로 옆 호텔의 부페에서 해결한다. 가이드는 맛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일부러 버스를 타고 왔다. 아침 부페 5불.  아이들이 보더니 가격이 싸서 이리로 왔구나.

5불치고는 제법 풍성한 아침 식사를 즐긴다.  딸아이는 어제 저녁에 마신 레몬쥬스에 폭 빠져 버렸다.  신나게 부어 주는 커피,  피망모양의 새빨간 사과,  먹음직한 빵,  외국 호텔의 아침 부페는 이래서 좋다.

모두 차를 타고 나오는데 드디어 가이드의 빚 독촉이 나온다.  팁을 달라는 거다. 모두 군소리 없이 지갑을 연다. 이번 여행에 여행자수표 100불짜리 10장을 가지고 와서 고스란히 가이드 주고 말았다.

평탄하기만 한 도로가 갑자기 굴곡이 지고 운전기사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차로 서핑하는 기분을 갖는다.  그리고 도로 옆의 조그마하고 예쁜 우체통들… 사람들은 아침에 버스를 타면 늘 침대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는 기분을 갖는가 보다.  모두 잠자리에 들어가고 아이들만이 틀어 놓은 비데오에 폭 빠져 있다.

그토록 눈이 많이 쌓여 있던 길들이 오늘부터는 보이지 않아 고도가 한참 낮아져 있음을 안다.  모하비 사막을 건너 올 때 보던 조슈아 나무가 다시 보이는데 가이드가 말해 준 조슈아 나무의 이름 유래는 몰몬교들이 자기들의 땅을 찾아 이리 저리 헤맬 때 밤에 사막에 서 있는 나무가 꼭 모세를 따르던 여호수아가 손을 올리고 하나님께 기도하던 모습을  닮았다 해서 여호수아 즉 미국 발음으로 하면 조슈아 나무라고 이름 붙였다 한다.

모두들 잠이 든 고요한 아침, 끝없는 벌판을 가로지르는 버스 안에서 묵묵히 좌우로 펼쳐지는 산을 본다.  어쩜 그리 사람들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이는지…  때로는 화난 얼굴, 샐쭉한 얼굴, 큰 거인의 얼굴, 어떤 것은 얼굴 뿐만이 아니고 가슴까지 굴곡이 진 모습이 보인다. 여자의 가슴이 있는가 하면,  모자를 쓴 어린이 같은 모습도 보인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차에 캠핑용 콘테이너를 달고 사막을 달린다.  집이 없이도 저렇게 콘테이너를 달고 대륙을 가로지르며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다.  저 안에 침대, 주방, 화장실까지 모두 갖추어 있으니 맘껏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즐기며 다니는 것도 좋겠지.  인터넷이 어디서든 가능하니까 프리랜서라면 어디에서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테니…

어느 지점에선가 주위의 양 옆 벌판이 까맣게 변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오래 전 가까운 곳에 화산이 터져 화산재가 쌓인 것이라 한다.  넓은 대륙이라 화산이 터져도 민가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 수 있구나.  늘 좁은 땅에 다닥 다닥 붙어 살아야만 하는 우리네 현실에 만약 화산이라도 터지면 어떻게 될 까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이렇게 큰 나라이다 보니 웬만한 난국은 대수롭지 않게 극복하고, 사람들 마음과 생각도 커지고 먹는 일, 하는 일이 모두 통이 크겠지.

사막에 대규모의 비닐하우스같은 있어 자세히 보니 사막에 뜨거운 태양을 이용하여 태양열 발전소이다. 아직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지만 대체연료를 개발할려는 모습들이 보인다.  하긴 미국도 큰 산유국중의 하나이다. 이번 여행에는 보이지 않지만 캘리포니아에는 유전이 상당히 많다.  또한 어느 곳을 가면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풍력 발전소가 보인다.

오늘 LA로 가는 길에 방문하는 곳은 은광촌.  은을 캐던 마을이 폐광이 되어 쓸모없이 되었을 때 어느 사업가의 제안으로 그 곳에 미국 서부 개척사의 역사를 간직하고 싶어 당시의 모습을 모두 재연한 마을을 구성해 놓았다.  마치 우리네 민속촌같이…

가이드는 그 곳에 도착하면 벌어질 일들을 설명해 주며 은광촌가는 길로 가는데 양 옆으로 미군 해병대의 병참부대가 있음을 알려 준다.  미국이 중동에서 사막전을 벌일 때 주로 이 곳에서 사막 적응훈련을 받았기에 사막전에도 문제 없었음을 말해 준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멀리 산꼭대기에 칼리코 (CALICO)라고 하얗게 써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명 유령의 도시라고 한다. 폐광에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유령이 나왔음직해서 그렇게 붙여 졌겠지. 나누어 준 안내서에 의하면 1881년 이 곳에 마을이 세워 졌다가 1907년에 폐촌이 되었으나 월터 노트라는 사람에 의하여 1951년 다시 세워 졌단다.

가이드는 아직도 그 곳에 은이 많이 묻혀 있다며 산의 색깔이 다른 곳과 조금 틀리지 않느냐며 손짓하지만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은광촌입구에 차를 세우니 초소로 보이는 곳에 있던 서부의 사나이가 버스로 올라와 권총을 들고 손들라고 소리친다.  미리 얘기를 들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모두 겁을 먹었음직한 연기이다.  세수하지 않은 얼굴, 때가 낀 옷과 모자들,  일부러 그런 모습을 연출하는 것 같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주차장에서 서둘러 둘러 보자고 영화의 셋트 같은 마을을 올라간다.  이 마을의 입장료는 6불인데 가이드가 서비스로 제공했다. 허름한 목조 집들,  바,  수공예집 들이 서부영화에서 늘 보던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가슴 높이에 있는 쪽문을 열고 바를 들어가면 수염이 텁수룩한 사내들이 시커먼 시가를 입에 물고 위스키를 마시고 있을 것만 같다.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철도를 준비해 놓았는지 가이드가 우리 아이에게 티켓을 준다. 

     

총을 들고 서 있는 서부의 사나이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권해 같이 찍고 관광객이 오니 바에서 수염이 멋있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와  바 앞에 있는 낡은 피아노로 신나게 피아노맨을 연주한다.  피아노 소리가 좋은 것으로 보아 피아노는 새것이지만 겉 모습만 그렇게 허름하게 만든 것 같다. 

마을에 조그만 우물이 있고 죄인을 처벌하는 교수대, 그리고 저 편에 교회, 마을의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던 마차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탄광 박물관이 있어 들어 가니 좁은 갱도에 채굴에 사용하던 연장들이 있고 어두워 만약 누군가 앞에 갑자기 나타나면 기절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이리 저리 찾아 가니 출구가 산으로 나 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다 보는 은광촌은 은을 캐느라 산이 온통 여기 저기 파헤쳐져 있음이 보인다.

선물가게를 보고 내려 오는데 아까 그 피아노 앞에 다른 젊은 한국 관광객일행이 옹기 종기 둘러서 노래를 부르려 하고 있다.  노래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치면 안되지.  조금 있다가 레퍼터리가 없다며 주저하던 아가씨 하나가 피아노 앞에 샹제리제노래의 반주가 나오니 둘러 서 있던 여자들이 잘 연습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많이 불러 본 솜씨다. 살짝 끼어들어 샹제리제의 화음을 넣으니 아가씨들이 놀라며 뒤를 돌아 보고는 웃는다.
오 샹제리제, 오 샹제리제….

떠나기가 아쉽지만 내려 오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크게 들리고 아까부터 이 곳을 어슬렁거리던 서부의 여자와 갱으로 보이는 서부의 남자가 서로 총싸움을 벌여 여자가 땅에 길게 눕는다.  언뜻 쓰러진 여자의 눈을 보니 눈알이 진짜 총에 맞은 것처럼 흰 눈동자만 희멀겋게 뜨고 있어 이런 작은 것 조차 그 들의 철저한 직업관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나가다가 영어로 이제 연극이 끝났으니 일어나라며 소리쳤더니 멀리서 또 다른 보안관인 듯한 복장의 남자가 총으로 나를 가르키며 저리 가란다.  아차 이 것이 이 곳의 공연이구나.  멀리서 보니 보안관과 은행을 털어 돈을 챙긴 듯한 서부의 갱이 서로 심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서로 총격전이 벌어지고 갱이 쓰러진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며 모두들 아쉬운 듯 유령의 도시를 다시 한 번 쳐다 보고 차에 오른다.  이 은광촌 관광을 끝으로 모든 관광이 끝났다. 이제 헤어짐만 남고 일행 중 교사 가족에게 이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를 교환했다.

LA에 도착할 때까지 가이드는 관광하고는 상관이 없는 미국에서의 한국인의 생활들을 상세하게 말해 주어 별도로 옮겨 본다.

 

 
 
가이드의 이야기 모음

2박 3일의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여행 내내 가이드는 관광지의 설명 외에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조그만 유머로부터 LA에 사는 교포들의 생활까지..

이 곳에 들은 것을 적어 보기로 한다.

LA에는 약 70만의 한국인이 사는데 인구로 따지면 서울의 한 區정도 되는 인원이다.  그 중 한인타운에는 약 5만의 한인교포가 살고 그 들이 하고 있는 최대 사업은 식당이다. LA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 약 1500개 정도 되고 그 다음 많은 것이 교회이다. 한인교회가 약 800개 정도, 성당도 18개 절은 11개 정도 된다 한다.  미국 전체에 한인 교회는 약 2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은 복지 정책이 무척 잘되어 있어 연로하신 분이 살기에는 최적의 도시라 한다. 65세이상이면 월 600불이 생활비가 지급되고 노부부가 같이 살면 월 1200불 정도 되니 생활은 문제 없단다. 더욱이 노인 아파트까지 지급되니 집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한국인이 많아 음식 불편이 없으며 갓 이민 온 사람은 주로 한인타운에서 생활의 기반을 잡는다.  근간에 워낙 이민자가 많이 LA 주정부에서도 영주권을 받으면 지급하던 생활보조비도 시민권 소유자로 제한할 움직임이 있기는 하다.

어차피 미국에서 살려면 영어 공부를 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학원도 다닌다고 한다.  그로 인해 새벽에 영어 학원가는 길에 교통사고도 종종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 사용에 대한 우스개 소리 하나.
노인들이 영어를 배워 사용하고 싶은데 어느 날 집에 누군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할머니가 ‘Who you?’  하니 밖에서 친구 할머니가 답하기를  ‘Me 꼬’.

우스개 소리 또 하나
어느 할아버지가 영어는 못하지만 치킨 집에 가서 치킨 사먹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드럼스틱이라고 하는 닭다리를 먹고 싶으면 다리를 가리키면 되고,
날개를 먹고 싶으면 팔로 나는 시늉을 하면
종업원이 다 알아 듣고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내 주는데
어느 날 손주를 데리고 갔는데 손주가 가슴살을 먹고 싶다해
두손으로 가슴을 가르키니
종업원이 얼굴을 붉히며 안으로 들어가서는 우유를 내오더라고…

미국에서 노인들에 대한 의료 혜택이 무료라 별도의 비용이 필요 없단다.
미국은 보통 5가지의 천국이 있는데
우선 동물의 천국이다.  미국에서 동물은 거의 사람취급을 받는다. 혹 동물이 아픈 것을 보면 누구든지 와서 걱정해 주고 행여 동물에 장애가 될 만한 시설은 과감히 투자해 시설을 고친다고 한다. 자동차에 치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쳐진 모하비 사막의 기나 긴 철조망이 그 것을 말해 준다.

둘째로 미국은 장애자의 천국이다.  모든 건물이나 편의 시설에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계단과 경사로를 병행해야 하고 그게 힘들면 엘리베이터가 필수이며 맹인을 위한 시설, 학교에서도 장애자 한 명을 위해 모든 시설을 뜯어 고치고 별도의 교사를 둘 정도로 장애인이 학교 생활이나 일반 생활에 전혀 불편 없도록 해 준다.  모든 시설에 장애인 우선 사용권이 있고 장애인은 별도 생활 보조비가 지급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실명한 바 있는 어느 학생이 한국에서는 도무지 불편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에서 현재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있는 것으로 안다.

셋째는 노인의 천국. 위에서 설명했듯이 미국은 노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다.

넷째는 어린이의 천국이다.  교육보조는 물론이고 정말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처럼 보살핀다.
자세한 부연설명은 생략하고

다섯째는 여자의 천국.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이 있으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가이드는 미국 교육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미국에 한국인의 조기 유학시 부모님의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경제적 부담은 적은 편이다.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전혀 없으니 사립학교는 년 약 10000불, 생활비 10000불 그리고 경비 10000불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니 연 30000불 정도는 기본으로 있어야 미국에 유학을 보낼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대학 입학시 단지 학업성적만을 따지지는 않는다.
성적은 기본이고 리더쉽과 체력, 봉사활동등도 상당히 주요한 입학 요건이 된다.  여자들은 특히 치어리더 활동 같은 것을 통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는데 자세히 듣지 않아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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