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미주방문기

캐나다 뱅쿠버 가족여행

carmina 2013. 12. 5. 17:01

어젯 밤 늦게 미국에서 캐나다의 뱅쿠버에 도착하고 또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된 다른 일행을 기다리느라 밤 12시 너머까지 기다리느라 피곤한데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새벽 4시까지 환담하고 연어가 영어로 샐몬이 아니라 새몬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고 그 간의 해외 생활을 안주로 환담을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으나 오늘 예정된 세계적인 유명한 스키장인 휘슬러 파크 방문에 늦잠을 잘 수 도 없었다.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에 블루벨리 잼을 발라 맛있게 해 치우고 과자, 초코렛, 콜라등을 챙긴다.  크라이슬러 밴 한 대에 7명이 타니 여유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친구의 부인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이 곳은 겨울인지라 아침에 문을 나서니 쌀쌀한 기운이 옷 사이로 스며든다.  가지고 온 옷이 얇은 것을 본 친구 부인이 얼른 남편의 조금 두터운 옷을 하나 챙겨 준다.

어제 밤 공항에서 짙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던 시가지의 모습이 비록 밝은 날은 아니지만 한 눈에 들어 온다. 낮은 집들, 작은 언덕에 일정한 높이로 자리 잡은 마을. 우리네 같으면 도시의 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삐죽 삐죽한 아파트를 세워 도시 미관을 해치기 일쑤인데 땅이 넓어서 인지 그런 식의 부조화는 찾아 볼 수 가 없다.  저 멀리 높지 않은 산에 하얀 눈이 덮혀 있고,  그 위의 잿빛 하늘은 더욱 진해 보인다.

이 곳 캐나다 뱅쿠버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오기에 진즉부터 겨울에 이 곳에 오지 말라고 당부를 받았건만 결국 겨울에 오고야 말았다.

이곳 뱅쿠버에는 워낙 중국인들이 많이 살기에 한문 간판이 즐비한 도심지를 지나 야외도로로 접어드니 금방 옆에 신선한 나무들이 반긴다.  주말인데도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막히지는 않는데 맞은 편 도심지로 들어가는 길은 그래도 차의 소통량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아도 한국의 도로같이 많지는 않고 단지 달리는 차들이 지속적으로 보일 정도로 많다는 표현이다.

뱅쿠버시내에서 휘슬러 파크로 가는 길은 이 곳에선 ‘바다에서 하늘로’ (Sea to Sky) 라고 한다.  오랜 전 인디언들이 이쪽으로 가면서 하늘로 가는 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다.

차가 도심지를 벗어 날수록 눈 덮힌 산들이 더 선명해지며 자연의 색 조차 더 선명해 진다.  겨울이라 함에도 푸른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지만 어디에도 캐나다의 상징인 메이플 즉 단풍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 쪽보다 동쪽인 토론토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떠랴, 이 겨울에 이렇게 푸른 나무를 본다는 것도 내 감성에 대단한 선물이다.

일행 중 미국에서 온 친구와 캐나다 친구가 자녀 교육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주로 그런 류의  얘기가 많이 흘렀지만 그래도 내 귀는 아름다운 자연이 들려 주는 소리에 더 솔깃해진다.

모두다 아침을 먹자마자 나왔기 때문에 생리적인 상황을 해결하고자 중간 휴식처인 섀논 폭포에 차를 대고 밖을 나오니 썰렁.  두터운 골덴 바지를 입었는데도 바지 사이로 찬 바람이 사정없이 들이 닥친다.  화장실부터 가고 싶었으나 화장실의 철문이 내려져 있다.

천천히 폭포로 가는 길을 걸어 올라 가니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아침 서리와 함께 얼어 붙어 있는 모습이 하얀 서리의 색과 누런 잎의 색이 잘 조화되어 있어 그 부분을 조그맣게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의 배경화면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폭포로 가는 길의 꺾어 진 길을 돌아 서니 멀리 큰 나무들 사이로 폭포가 힘차게 떨어 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폭포로 올라 가는데 물줄기 때문인지 서늘한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물이 별로 없는 계절이라 괜찮지만 여름에는 폭포 가까이에 있으면 소나기처럼 머리 위로 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긴 폭포 밑의 물이 흘러가는 개울을 보니 무척 넓고 나무 밑둥이 빠른 물살에 많이 패어 있어 여름의 물줄기를 짐작케 한다.  개를 데리고 온 외국 사람들이 보호 방책을 넘어 폭포가까이 갈려 노력하고 있다.  저러다 젖으면 추울텐데…

여느 폭포와는 달리 낙차가 곧지 않아 폭포 밑에 큰 물 웅덩이가 없어 폭포에 가까이 갈 수 있기도 하다.  폭포를 보고 내려 오다 공해가 없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캐나다의 진면목을 본다.

고목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데 나무에 얼마나 이끼가 많이 끼어 있는지 이끼가 넘쳐서 흘러 내릴 것만 같다.  이끼는 공해가 없는 곳에서만 자라니 이 곳이 얼마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가히 짐작케하고 나의 몸도 그걸 알아 차린다.  도심지에 있으면 공해 때문에 늘 재채기를 하는데 이 곳에서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재채기가 나지 않는 것을 같이 간 아들도 알아 차리고 있다.

나무가 워낙 여러 가지로 크기에 몇 개의 큰 기둥을 잘라 버렸는데 원래 나무의 굵기가 얼마나 큰지 아마 성인 대 여섯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 서면 겨우 닿을 것 같아 보인다.  쓰러진 나무에서조차 굵은 가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이끼가 잔뜩 끼어 있다.  그 곳에 오래 있으면 내 몸까지 이끼가 낄 것만 같은 느낌에 섬뜩해 진다.

폭포를 보고 내려와 생리현상이 급해 간이 화장실을 찾으니 외국인 몇 명이 줄을 서고 있다.  아! 이런 내가 너무 급한데….다리가 비비 꼬인다.  이러다가 큰 일 날라.  한 칸짜리 간이 화장실 앞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지 화장실의 굴뚝에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그 간이 화장실에도 커다란 두루말이 휴지가 있어 선진국의 공원관리의 부러움을 느낀다.  밖에서는 친구들이 왜 굴뚝에서 김이 안나오는지 이상하다며 익살을 떨고…

차가 이제까지 계속 보아 오던 산의 뒤쪽으로 길을 가게 되니 산의 꼭대기에만 눈이 있는 줄 알았는데 뒤쪽이 북쪽인지 산 전체가 눈으로 덮혀 있어 새로운 경치에 눈이 팔린다.  오른 쪽은 파란 나무들이요,  왼쪽은 커다란 개울위로 솟은 산에 설경이라… 그리고 더 진행하니 파란 바다가 반긴다.  이렇게 좋은 것만을 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가다가 차를 세우고 탁 트여진 자연을 보고 싶은데 우리가 가는 길은 산 쪽으로 있어 차를 세우기도 여의치 않았다. 좋은 곳이 있을만 하면 그냥 지나치게 되고…

옆에 구리를 캐던 탄광촌이 있으나 폐광한 듯 이제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잠시 부르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차가 어느 정도 평원을 달릴 때는 옆에 소들도 방목하는 목장도 보였으나 산으로 올라 가기 시작할 때는 길 양 옆에 본격적으로 눈이 덮혀 있어 스키장가는 길이 재미를 더해 준다.  시간 때문에 타지 못하는 스키나마 탈 여유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얻으리라. 

휘슬러 스키장은 국내의 내노라 하는 여행사에서도 겨울 여행 단일 품목으로 내 걸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지는 스키장, 커다란 산 하나가 완전히 눈으로 덮여 있고 특별히 어디가 주 코스인지 모를 정도로 온통 산이 스키장 일색이다.  나무들 사이 사이로 산꼭대기로 스키어들을 실어 나르는 곤돌라가 보이고 집들조차 스키장의 분위기에 맞춘 듯 아름답기만 하다. 마치 스위스의 집들에서 본 샬레같이 생긴 집들이 가득한다.

이상한 것은 그토록 눈이 많이 왔을텐데 차가 다니는 길이 아주 깨끗이 눈이 치워져 있어 물어 보니 이 곳은 제설작업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눈만 왔다하면 사력을 다해 차가 다니는 길을 제설차가 돌아 다니며 눈을 치운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길가의 구석 구석에 제설차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눈을 치워도 마치 칼로 자른듯이 깨끗이 치워 놓기에 그 산길을 드라이브하는 멋도 일품이다. 

차가 스키장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들고 적당한 주차장을 찾고자 했으나, 스키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주차장이 모두 만석이라 차를 이리 저리 돌려 보느라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눈 덮힌 마을, 어느 곳에서는 차가 완전히 눈에 파 묻혀 있고 지붕 위에 쌓여 있는 눈들, 집 앞도 주차장 외에는 마치 부푼 빵처럼 눈이 쌓여 있다. 

버스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스키 메고 눈길을 걸어 가는 사람들,  눈길을 데이트를 하는지 천천히 찻길을 걷는 사람들, 모든 것이 영화의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차를 가지고 언덕으로 올라가다가 스키어들이 내려가는 길목에 차를 세우고 눈을 밟아 본다.  어디에서부터 내려 오는지 스키어들이 어떤 이들은 스키를 타고 어떤 이들은 스노우 보드를 타고 줄기 차게 내려 가고 있다.  춥지도 않은지 반팔을 입고 타는 사람,  혹은 대머리 스키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왜 살면서 저런 재미를 못 누리며 사는 걸까?  남들처럼 겨울이면 스키장을 찾고 여름이면 수영장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기에 저런 레포츠에 대해서는 늘 부러움만 가질 뿐이다.
눈 밭에 누워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이 가득히 들어 온다. 이대로 자 버렸으면…

차를 세우지 못하는 곳에 세웠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기 위해 상가타운으로 내려 왔다가 맥도날드는 찾지 못하고 모두 스타벅스커피점에서 맛있는 카페모카를 100 % 이국적인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커피점의 바깥 테이블에서 즐긴다.

가까운 곳에 또 다른 맥도날드를 찾기 위해 휘슬러 스키장을 빠져 나왔다.  빠져 나오면서 인근에 이쁜 마을이 있다며 친구는 몇 차례 옆 길로 들어 갔다가 다시 나온다.  어느 길에선가 이 길이 맞을 거라면서 들어가는데 띄엄 띄엄 인적없이 서 있고 숲 속에 있는 정말 이쁜 집들에서는 고요함이 잠들고 있다.  집 지키는 개 한마리가 치워 놓은 눈더미에 꼼짝않고 앉아서 지나가는 낯선 차의 동정을 살핀다.

스키장 건너편에서 보이는 휘슬러스키장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계곡 사이 사이로 곤돌라가 보이고 그렇게 몇 단계를 거쳐 산으로 올라가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 오는 스릴. 그 속도감, 하얀 눈 가루가 부서지며 앞을 헤쳐나가는 그림이 머리에 마구 그려진다.

저기 길아래 넓은 벌판에 눈이 가득 쌓여 있고 사람들이 그 곳에서 몇 명 노는 것이 보였는지 딸아이가 그 곳에서 놀고 가자고 야단이다.  그러나 한 참 먼거리에 접근도 용이치 않아 포기하고 들어 갔던 길을 다시 나와 점심거리를 찾아 다녔다.

휘슬러에서 오는 길은 계곡을 끼고 오는 길이라 경관도 좋았다.  멋있는 경치 때문에 도무지 그냥 지나치지 못할 곳들이 많아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를 서너 차례.  맥도날드 찾기를 포기하고 버거킹을 찾아 들어가 20불로 7명이 포식한다.

버거킹 건물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 보니 360도 모두 눈에 덮힌 산.  무비카메라를 돌리듯이 고개를 돌려 산 안에 갇힌 작은 마을의 행복함을 본다.

뱅쿠버를 향해 달리다 보니 저녁 노을이 지는데 한국처럼 밝은 빛의 노을은 아니지만 괜히 분위기에 들떠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어 대며 휘슬러 관광의 하루를 마감한다.

 

 
 
뱅쿠버 시내 관광

오전에 주일 예배를 마치고 얼른 집으로 들어와 곰탕하나 끓여 먹고 다시 시내로 나갔다.  또 저녁 비행기편으로 미국으로 돌아갈 친구를 위해 관광을 서둘러야 했고…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니 아이들까지 포함하여 전 가족이 멋있는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 하긴 우리 모두 한국에 살 때 수없이 많이 몰려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기념사진들을 촬영했던가.  그 곳에서 오래 된 사진들을 꺼내보며 우리 아이들의 아주 어릴 적 사진을 보고 다들 추억에 즐거워 한다.

오후에는 뱅쿠버 시내관광 그리고 스탠리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칙칙한 시내 풍경, 거리는 한산하고 오후가 되니 조금씩 거리에 활기가 생기며,  특히 중국인들의 구정 행사가 길거리에서 벌어지고 있어 볼거리가 되었다.

많은 중국인들이 사자 모양의 커다란 탈을 앞세우고 넘실 넘실 춤을 추며 보도를 행진하고 있으나 구경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행사가 자유롭게 열릴 수 있는 것은 뱅쿠버는 이민자들에게 캐나다의 문화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고 자기 나라 고유의 문화를 잃어 버리지 말라고 부탁한다. 

친구가 시민권을 땄을 때 뱅쿠버 시장이 한 말이 인상깊어서 이 곳에 옮겨 적는다.

"이제 여러분은 캐나다를 구성하는 소중한 일원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오랫 동안 캐네디언이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난한가 부유한가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며 살아 가십시오.
두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첫째, 언제든지 자원 봉사할 태세를 갖추고 살기를 바랍니다.
내가 나설 일이 없는지 항상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살펴보십시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캐나다인이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미덕입니다.
둘째, 여러분들이 속해 있던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절대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녀들에게도 반드시 그렇게 가르쳐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가져온 다양한 문화는 이 캐나다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나라를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번영시키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되어 보이는 집들도 많지만 새로 짓는 집들도 전혀 모양이 이전 것과 틀리지 않기에 도시의 미관이 그래도 유지됨은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다.  우리같이 오래 된 집들 사이에 삐죽이 솟아나온 하얀 아파트가 도시미관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곳에도 젊은이들의 방황은 골이 깊은 지 여기 저기에서 대낮인데도 마약을 먹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릴없이 공허한 모습으로 길 모퉁이에 서 있는 젊은이들을 무척 많이 보았다. 이민 온 사람들의 자녀들이 현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저렇게 잘못되어 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도심에는 전기로 가는 버스 차와 같이 달리고 있어 도로의 하늘에는 전기줄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그래도 매연이 나오지 않으니 버스 뒤에 있어도 불쾌한 기분은 없다.  뱅쿠버는 우리 나라의 부산같이 바다를 끼고 또 산이 있는 도시라 부산에서 보던 모습들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낮은 언덕에 촘촘히 박혀 있는 집들, 언덕을 내려가면 파란 바다,  콘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선들이 오가고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바다가 있으면 횟감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회 한 번 먹고 싶다 했더니 이 곳은 회를 먹지 못한단다.  바다에서 갯내음이 안 날 정도로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 고기를 잡으면 기생충이 많아 절대 생선을 날로 먹지 못한다고 한다.  연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연어를 잡은 후 냉동을 오래 시키지 때문에 기생충들이 모두 죽어 먹을 수 있는 것 뿐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바다를 끼고 있어도 바다 내음이 전혀 없는 것을 잊고 있었다.  회는 무척 좋아 하지만 민물고기는 절대 회로 먹지 않는 나이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뱅쿠버에는 바다를 끼고 멋진 스탠리 공원이 있다.  공원 입구에 차를 주차하니 바로 앞에 커다란 토템이 보인다.  이 곳에 살던 인디언들의 문화를 존경한 것이리라.  알록 달록한 색갈들로 여러가지 모양을 새겨 놓았다. 사람들의 모양, 개구리, 뱀,  고래 등등… 설명을 읽으니 모두가 다 담긴 뜻이 있다.

토템은 뱅쿠버의 다운 타운을 아주 높은 곳에서 바라 보고 있다.  도시를 지켜 주고 있는 수호신일까?  자기 키 보다 훨씬 높은 빌딩들에 대한 질투심일까? 

영화에서나 본 수상 비행기가 날라 가는 것이 보인다.  이 곳에서 빅토리아로 가는 비행기편이 있단다.  바다위에 떠 있는 외국 유명 기름회사의 상호가 있는 주유소는  아마 비행기 연료를 주유하기 위한 곳이리라.  저 편에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비슷한 건물이 있어 물어 보니 이 곳도 시드니처럼 무언가 기념비 적인 건물을 만들고 싶어 그렇게 지었으나 오페라 하우스는 아니라 한다.

스탠리 공원은 바닷가를 끼고 있어 조깅코스로도 일품이고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 보아도 좋은 곳이다. 자전거는 입구에서 빌려 주는 곳이 있다.  등대의 불 빛이 천천히 돌아가고 갈매기들이 사람들 바로 옆에서 놀고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수족관도 있고 박물관도 있으나 둘러 보진 못했다. 

스탠리 공원의 전망대를 올라 가니 깍아 지른 절벽 숲 속에서 너구리가 살고 있어 관광객들의 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자칫 떨어지면 그냥 바다로 떨어질텐데 동물적인 본능 때문인지 그 위험한 길을 잘도 오가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라이온게이트 브릿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전망대의 휴게소에서 기념품으로 모자와 머그잔도 사고 스타벅스 모카커피를 즐긴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으나 우리는 뱅쿠버의 번화가를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친절하게 도와 준다. 알고 보니 그런 친절로 푼돈을 뜯으려는 거리의 아저씨들.  어떤 사람이 주차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오더니 자기가 차를 보아 줄 테니 한 푼 달라 해서
주었더니 나중에 차의 물건이 없어졌고 그 사람은 그대로 있기에 왜 봐 준다 하더니 내 물건 가지고 가는 것을 막지 못했느냐고 따졌다.  그 사람이 하는 말,  나는 차를 계속 보기만 했으니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이다.

롭슨거리.  우리나라의 명동쯤 되는 거리이다. 현대식 건물에 많은 상점들이 있고, 젊은이들이 많이 돌아 다닌다.  여행객들을 위한 환전상도 많고,  많은 가게들이 세일을 하고 있다.  군밤과 피스타치오를 파는 아줌마들이 우리를 부른다.  서툰 한국말로 ‘군밤 있어요. 따끈 따끈해요.’  그 말을 들은 우리 아이가 신기한 듯 까르르 웃는다.

그냥 둘러 보는 것으로 시내 구경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개스타운을 지나친다.  개스타운은 뱅쿠버에서 무척 오래 된 곳으로 특히 매 15분마다 음악을 연주하는 증기시계가 유명하다는데 마침 비가 와서 내리지 못했지만 그 시계는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 미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는 미국으로 온 이래 처음으로 나선 해외 나들이를 바쁜 일정의 2박 3일 여행으로 보내야만 했다.

 

 
 
뱅쿠버 현지인 교회

몇 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온 친구는 이 곳에서조차 한인들과 어울려 이국 속의 한국화 되는 것이 싫어 현지교회를 다니기로 결정했단다.  어느 날 지역 신문에 어느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있다고 해 찾아갔다가 그 콘서트가 인상 깊어 그 교회에 다니기로 했다며 우리 모두 주일은 빼 먹지 않는 사람들인지라 아침부터 여행자 답지 않은 복장을 하고 교회를 찾았다.

이런 곳에서 이국교회의 예배를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리라.  물론 TV나 영화에서 가끔 보아 오긴 했지만 실제로 참석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영어는 하지만 아직 성경에서만 쓰는 말이나 지명 등의 영어 표현이 익숙치 않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지만 그래도 대충은 알아 듣겠지 하고 참석하였으니 정말 그게 쉽지 않은 것을 알았다.

예배는 10시 반부터 시작된다기에 산 중턱에 있는 교회에 조금 이르게 도착하였는데 넓은 주차장에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예배실로 들어 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첫 인상부터 성도의 교제 즉 코이노니아의 실천을 본다.  모두들 예배시작 전에 이렇게 로비에 모여서 선 채로 서로 인사하고 새로 데리고 오는 사람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소개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즐거운 마음들을 갖는다.

우리 가족이 엉거주춤 서 있으니 친구가족을 아는 현지인들이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맞잡는 손들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유난히 큰 손, 내 손이 그 털 많은 외국인 손 안에 포근히 안긴다.  얼굴이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유난히 반갑게 아는 척을 하고 친구랑 무척이나 친해 보이는 듯한 넉넉한 체구의 부인이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할머니는 자기는 한국어를 모르는데 우리가 영어를 알아 편하다고 기뻐한다.

우리는 모두 다급히 시간 맞추어 들어와 예배실에서 경건한 예배를 두 손 모아 드린 후 예배가 끝나면 그냥 썰물 빠지듯이 빠져 나가느라 우리 교회에 누가 다니는지도 잘 모르는데 이런 방식은 우리가 본받을 점 같다.

무슨 신호도 없었는데 모두들 예배실로 들어 가니 강대상 하나 없는 낮은 단 위에 마이크 몇 개,  그랜드 피아노, 신디사이저,  드럼 그리고 기타가 질서있게 놓여져 있다.  잠시 후 편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 오더니 처음 부르는 찬양들을 부른다.  그 중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친구의 큰 딸이 자랑스러워 보인다.  그 힘든 재즈 음들을 능수 능란하게 쳐 내고 있다.  큰 딸은 피아노를 잘 쳐서 여기 저기 초빙되어 가고, 용돈도 번다고 한다.
지금 큰 딸은 그 학교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학생으로 평가되고 있고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찬양은 가사를 단 위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을 내려 프로젝터로 비추어 주고 같은 찬양을 몇 번 부르다 보니 그럭 저럭 따라 하게 되고 옆에 있는 우리 아이들도 따라 하는 것 같다. 반복교육이 새삼 절실함을 느낀다.  찬양을 리드하는 몇 명 중 특히 애드립이 좋은 젊은 아가씨가 찬양을 더욱 멋있게 만든다. 찬송을 하다가 기도를 하고 또 찬송을 하고… 그러나 통성기도같은 것은 없었다.

찬양리더가 아주 작은 소리로 리드를 하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잘 따라 하고 때로는 모두 일어서서 찬양을 하는데 모두 조금씩 몸을 흔들며 찬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수도 일반 4분이 4 박자의 박수가 아니고 흑인 재즈 리듬의 엇박자 박수라 처음에는 리듬이 조금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지고, 그 박수를 치게 되니 자연적으로 찬양과 함께 몸이 흔들리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모두 찬양을 오래 하고 또 어느 나이 지긋한 여자 분이 올라와 맑은 목소리로 솔로를 한다.  전문 성악가는 아니지만 찬양을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선교를 떠나는 가족이 앞으로 나와 교회 장로님의 기도를 받는 모습이 우리네 교회에서 늘 보던 상하를 구별하는 군대식이 아니고 무척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어찌 저렇게 서 있을 수 있나 하는 의아심을 가졌다.

목사님이 부재중이라 전도사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프로젝터를 적당히 이용하고 설교를 도식화해서 하시는 모습이 꼭 직장다닐 때 외국기업이 자기 회사를 소개할 때 사용하던 프레젠테이션 기법과 너무 흡사해 배운 과정들이 모두 같으니 교회의 설교도 그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늘 교과서를 든 선생님이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미국에서는 온갖 시청각 도구를 동원해서 가르친다고 하니 그런 것을 보고 배운 사람들이 어련할라고…

설교내내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깐 뒤돌아 보니 뇌성마비 아이 하나가 가끔 예배를 방해하였지만 누구도 그 아이를 방해하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인 것을 모두 알기에…

그리고 또 설교동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 우리네의 경직된 모습과 비교되었고, 가끔 자리를 떴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간섭하거나 싫은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들의 예배 방식은 어디 나라식인가? 궁금해진다.

 

 
 

뱅쿠버의 공원들

당초 월요일 빅토리아를 가려고 인터넷으로 페리호 떠나는 시간을 조회하여 아침 출발 시간과 기상시간을 정했으나,  전날 밤부터 뉴스예보가 심상치 않다.  태풍이 불 예정이니 빅토리아로 가는 페리호의 운항이 금지된다.  어쩔 수 없이 월요일의 스케쥴을 선회했다.  인근 공원들을 탐방하는 것으로…

비교적 여유있게 일어나 우선 앞 마당을 보니 비가 촉촉히 젖어 있다.  이 곳 일기예보는 잘 맞는구나…  빅토리아를 갈 수 있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눈을 뜨면서 포기하고 뱅쿠버의 마지막 관광을 사람들이 잘 가지 않지만 캐나다의 자연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을 찾기로 했다.

어제 미국으로 친구 부부가 돌아갔기에 차에 여유가 있어 캐나다의 친구 부인도 동승했다.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니 우산과 모자들을 챙기고 옷도 따뜻한 것으로 준비했다.  친구는 며칠 동안 우리와 같이 다니느라고 피곤한지 입이 부르틀려고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렇게 합창단 친구가 와서 같이 다니는 것이 제일 즐겁다며 이런 고생은 해도 좋다고 함박웃음이다.  하긴 한국인 교회에도 다니지 않으니 한국사람들하고의 접촉도 많지 않으니 우리같이 떼거지로 몰려가서 집안을 법석거려도 시끄럽다거나 귀찮다기보다는 즐거운 함성이다.

도로는 비가 촉촉히 젖어 있는데 멀리 보이는 낮은 언덕의 집들은 지붕이 모두 눈으로 덮혀 하얀 모포를 깔아 놓은 듯 하다.  저렇게 낮은 곳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날까? 차가 마침 그 곳을 지나가기에 간 밤에 눈 온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침에 첫 번 공원으로 찾아 간 곳은 핏트호수.  이른 아침의 도로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모든 마을이 10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인적하나 없고, 어쩌다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을 정도이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누구들과 뛰어 노는 것인지,  아줌마들은 누구들과 수다를 떠는지,  모든 가게들은 어디에서 장사를 하는지, 농부들은 이미 모두 일하러 나갔는지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가끔 뚝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만이 눈에 보인다.  이 곳 사람들은 개와 산책하기를 무척 즐겨한다. 그것도 아주 큰 개들을 데리고 다녀 낯모르는 이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산책하는 사람 옆에 간다고 으르렁대거나 송곳니를 내 보이지는 않기에 누구나 개가 옆에 와도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과 동일시한다.

호수로 가는 길 옆에는 블루벨리 농장이 아주 넓게 퍼져 있다. 지금은 수확철이 아니라 푸른 열매들 대신에 빨간 나뭇가지들만이 겨울을 지내고 있다.  어느 농장에서는 말이 천천히 아침 운동을 하고 있고 높은 미루나무 같은 것들이 센 바람에 허리 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평온한 농촌 풍경이 어디 있을까?  평온하다 못해 적막하기 조차 하다. 

행여 우리 뒤에 차가 따라 오면 우리는 그리 급하지 않고 천천히 시골의 정취를 보고 싶기에 길 옆으로 차를 붙여 우리를 추월하여 가게 배려 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에는 도시에 내린 비 대신 눈이 많이 왔는지 어제보다  하얀 부분이
더 많고 거기에 아침 안개까지 덮혀서 마치 낙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같이 보인다.

핏트 호수로 가는 길에 조그만 개울에 오리가 있을 것이라고 찾아 보았지만 모두 아직 일어 나지 않았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 넓은 호수가 보이고 여러 가지 색깔의 카누들이 질서정연하게 엎어진 채로 언덕에서 쉬고 있고,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차장 아닌 곳 조그만 집 앞에 포니2가 서 있어 무척이나 반가왔다.  한국에선 생산이 중단된지 하세월인데 이 곳에선 아직도 많은 포니2가 운행중이라 한다.  얼마나 차를 알뜰하게 사용하기에 아직까지 저렇게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나무로 된 조그만 선착장에 배가 한 척 정박되어 있는데 친구는 저 배는 저 건너편 사는 사람의 배라며 아마 시내를 나갔을거라 한다.  그러고 보니 호수 건너편에 나무 숲 속에 집들이 조그맣게 숨어 있다.  집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자연과 조화되어 가고 있다.

호수 건너편 집들에는 전기가 안 들어와 TV도 보지 못한다고 한다.  하긴 사는데 굳이 TV를 보며 살 필요가 있을까?  아주 옛날의 사람들은 지루하고 긴 긴 밤에 나무를 깍아 모형과 갖가지 형상을 만들고,  글을 쓰지 않았던가. 그런 것들이 그 시대의 문화를 만들고 수 많은 역사의 문물을 만들어 냈겠지.

이 호수는 간만의 차가 있어 선착장은 부유식으로 되어 있어 물이 차면 선착장도 같이 떠 오른다고 한다.  차는 더 이상 못들어가지만 넓은 길 저 편에 안개가 가득 끼어 있는 곳에 망루 비슷한 것이 있어 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포기하고 온 가족이 넓은 길을 두 팔 벌려 감싸 안아 본다.

호수를 나와 점심을 중국식 부페로 하기로 하고 학교에서 시험치고 왔을 친구의 두 딸을 공중전화로 불러 낸다.  큰 딸은 이민가기 전 한국에서도 공부를 무척 잘했는데 이 곳에 와서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학교에서 최우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단다. 그리고 영어도 최상위 수준이라 하고…  거기다가 한국에서 배운 피아노 기초위에 캐나다에서 배운 실전으로 학교나 교회에서 거의 모든 피아노 연주는 도맡아 하고 있으며 피아노 뿐만이 아니고 클라리넷까지 수준급이라 한다.

또한 작은 딸은 무척 어릴 때 지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이 곳에 와서 적극적인 교육을 받은 탓에 얼마나 학교 생활을 잘 하고 특히 예능 방면에도 두각을 나타내어 학교에서 하는 뮤지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연배우인 마리아 역을 맡을 정도이다.

두 딸이 피아노를 치며 이중창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서양교육의 실체를 보는 듯하다.  학교에서 재즈음악은 물론 종교음악, 일반 합창까지 가르친단다.  

친구는 한국에서 남편은 과학고등학교, 아내는 중학교 음악선생님을 하던 부부 교사로 생활이 아주 안정된 직업이었으나 어느 날 합창단에서 같이 떠난 첫 번 해외 여행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이 곳 캐나다로 왔다.

처음 몇 년간은 아이들 교육과 영어를 배우느라 애를 썼기에 자칫 아이들이 이민초기에 잘못된 길에 접어들기 쉬운 청소년기를 제대로 잡아 주었고 이젠 차로 두 시간 거리의 미국 시애틀에 다른 친구와 같이 모텔을 매년 흑자로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번듯한 직업, 그림같은 집, 착실한 자녀들의 모습에 행복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알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중국식당으로 가기 전에 딸들이 올 때까지 잠시 건너편에 있는 대형 마켓인 캐나다 타이어를 들어갔다. 당초 타이어만 파는 사업이었다가 점차 품목을 넓혀 이제는 차량 부품은 물론 각종 전기 제품 및 생활물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여기 저기 다닐 때 커피를 가지고 다니면 마시는 것이 보기 좋아 컵받침과 큰 컵을 하나 사는데 친구가 20불짜리의 할인 쿠폰을 내미니 계산하고 난 뒤 35불어치의 할인 쿠폰을 전해 준다.  이런 것을 보고 무어라 하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상부상조, 등등…좋은 것은 다 가져다 붙여 본다.

큰 딸이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운전할 수 있는 연령이 되어 차를 몰고 다닌다. 소형 혼다를 몰고 온 큰 딸과 같은 나이의 한국여학생을 생각하니 도무지 비교가 안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점심 중국부페는 저렴한 가격에 메뉴도 무척 많아 정말 먹음직했다. 특히 전통 중국 음식인 딤섬이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 미각을 돋구었다.  어제 내 생일 깜짝 파티를 해 준 친구 가족이 고마워 점심은 내가 대접했다.

점심 식사 후 인근의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동물농장을 방문했다.  친구의 동네에 어느 이웃이 당나귀, 양, 돼지, 닭 등 여러 가지 동물을 키우는데 이웃들이 그 동물들을 보러 올 때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가져와 주기 때문에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단다.

우리가 우리로 가까이 거니 멀리서 당나귀 한 마리가 사람이 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어슬렁 어슬렁 걸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먹을 것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우리의 철조망에는 다른 사람이 먹이를 싸 왔던 비닐 봉투가 걸려 있어 혹시 비닐 안에 먹을 것이 있나 보았으나 이미 모두 먹어 버린 뒤였다.  그 옆에는 영국의 요크셔 같은 돼지가 뛰뚱거리며 걸어 오고 있고, 양들도 혹시 먹을 것이 있나 하고 우리만 빤히 쳐다 보고 있다.  어느 터번을 쓴 인도인이 산책을 나왔다가 무엇인가 먹을 것을 주고 간다.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은 골든 이어스 공원.  자연 생태공원이다.  이어스라는 것이 ‘귀’란 단어의 복수가 아니고 곡식의 이삭’이라는 말로 쓰여진다고 한다.  사람이 뜸한 곳에 있는 골든 이어스 공원은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생태 공원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지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거목들.  어쩜 그리 의장대 군인들처럼 곧게 곧게 그리고 빽빽히 나무들이 들어차 있는지 감탄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숲으로 들어 갈수록 나무에 끼어 있는 이끼들.  나중에는 이끼들이 나무에서 흘러 내릴 정도로 이끼가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지 않는 계절이라 그런지 넓은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고 어느 길목은 막아 놓기도 했다.  가끔 말이 다닐 수 있는 길이 표시되어 있으나 흔적은 보이지않고 야영장으로 가는 길도 역시 인적이 없다.

길 옆에 블랙 아이스라고 표시되어 있는 경고판이 있어 무슨 뜻인가 했더니 검은 아스팔트 도로에 살짝 결빙하면 위험하니 운전 조심하라는 표시이다.  어쩌면 이렇게 세심한 경고판들이 있을까?

나무들 밑에는 고생대 식물인 고사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갑자기 둥둥둥하며 음악이 울리고 공룡이 나무들 사이로 얼굴을 보일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이 곳에 여름은 어떨까?

공원 깊숙히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보트를 가지고 와서 탈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경사지게 언덕이 준비되어 있고 호수도 지저분한 것들 하나도 없이 앞에는 높은 하얀 산, 그리고 깨끗한 물로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아무리 봐도 이끼 낀 나무들이 징그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이 새록 새록 가는 것은 마치 내가 태어나기 전의 어머니 품같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나무들은 울창하고 누구도 손 보는 사람이 없을 텐데도 무럭 무럭 자라 주고 있다. 가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여지없이 안전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혹시나 잘 못들어가는 길이 있을까봐 샛길도 모두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식당은 없었다. 

이런 곳을 우리도 갖고 싶다. 누구나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갈 곳을… 자연이 있고 좋은 곳이라 하면 무조건 자리 잡고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관습은 언제나 변하여 이런 좋은 공원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이 곳은 이름만큼이나 뱅쿠버사람들에겐 금싸라기 땅일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돈으로 가치 환산이 되지 않는 후손 대대로 물려 줄 수 있는 자산을 이렇게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다.

숲을 보았으니 바다로 가 보았다.  태평양이 시작되는 곳.  벨카레라는 곳.  차는 뱅쿠버의 부유한 마을을 지난다.  이 곳에 우리나라 요들송의 선구자인 김 홍철씨가 이민 와서 살고 있단다. 

차가 지나가는데 전신주에 연속적으로 연어가 그려져 있고 무언가 써 있으나 차를 세우지 못하겠기에 물어 보니 연어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경고하는 글이라 한다.

호숫가 조그만 공원에 있는 간이 화장실도 휴지가 있으며 잘 다듬어진 넓은 잔디에 군데 군데 나무로 된 쉼터가 보인다.  아무리 이런 시설이 있어도 절대 야외에서 요리는 불가하단다. 특히 지붕이 없는 곳에서의 요리는  허용이 안된다 한다.

이 곳 선착장도 조수 간만의 차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나무로 된 선착장 기둥에는 따개비와 홍합이 가득 붙어 있어 지저분하다기 보다는 고색창연한 멋이 보였다.  특히 이 곳에선 게를 잡을 수 있으나 일정 크기이하의 게는 잡을 수 없도록 그림이 붙여 있어 철저히 자연을 보호하는 이 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욱이 놀란 것은 길 가에 조그만 통에 데리고 다니는 개의 변을 치울 수 있도록 고무 장갑과 비닐이 무상으로 준비되어 있어 공원 청결이 청소부만의 일이 아님을 일깨워 주고 누구나 스스로 자기가 지저분하게 만든 것은 자기가 치울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이것이 캐나다를 자연의 부국으로 만드는 커다란 요인일 것이다.  스스로 보살피고 스스로 조심하고 스스로 지킬 것은 지켜가는 것. 극히 단순한 일인데도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민족은 아마 후손에게 얼굴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캐나다 여행은 끝났고 우리는 다음날 이별 찬양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언제 또 다시 만날지 모르기에… 혹 합창단에서 가을에 북구유럽여행을 하면 동참하겠다며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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