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미주방문기

캐나다 캘거리

carmina 2013. 12. 5. 17:12

캐나다 캘거리

 

88 서울하계올림픽이 열리던 해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역. 얼마나 추울까? 미리 검색을 해 보았더니 낮에 영상 10도 아침과 밤엔 영하 3~5. 한겨울엔 영하 40도 이하도 내려간다는 도시. 얼마나 추운지 근로자들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에 따른 규제도 만만치 않은 도시. 그 곳에 아주 짧게 다녀와야만 했다.

 

뱅쿠버를 거쳐서 가는 날은 대한항공이 취항하지 않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캐나다항공표 를 받고, 평일 낮 한가한 시간에 인천공항으로 달려 가니 역시 공항도 한산하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VIP라운지를 쓰기에 들어갔는데 눈에 번쩍 뜨이는 모습 하나. 까만 피아노가 있네. 서가에 보기 좋게 책이 진열되어 있고 영창피아노가 누구의 손길을 기다린다.

 

오래 전 바레인공항에 갔을 때 청사 내에서 피아노가 있어 연미복을 차려 입은 연주자가 조용한 발라드를 연주했는데  클래식 음악이 보편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피아노는 연주는 나에게 쇼킹한 모습으로 기억이 오래 남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 모습을 벤치마킹한건지..

 

승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한가한 라운지에 피아노 연주는 안하겠지만 그 옆에 앉고 싶었다. 와인 한 잔에 기분좋아지고 라운지에서 처음 보는 컵라면에 신기해 했다.

 

뱅쿠버까지 약 5분 모자라는 10시간의 비행. 이상하게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는데 저녁 식사를 하자 마자 잠자리에 빠져 들었다. 의자가 수평까지 변형되니 편해서 그랬는가? 한국시간으로 저녁 7 조금 넘어 잠에 들어 다시 밝은 빛에 눈을 뜨니 아침을 준다. 이래서 장시간 비행을 하면 살이 찐다. 그저 좁은 우리에 넣고 사육당하는 가축같으니..

 

뱅쿠버의 이미지는 깨끗함으로 다가온다. 8년전 이 곳에 가족여행을 왔을 때 그토록 먼지 때문에 서울에서 재채기를 많이 하던 내가 전혀 재채기를 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내가 좋아하던 뱅쿠버의 친구부부도 아쉽게 지금 이 시간엔 몇 년 만에 한국나들이다. 그냥 조용히 캘거리가는 비행기를 기다린다.

 

여행을 하다 보면 느끼는 건데 한국사람들은 대개 여행할 때 정장을 입고 외국인들은 무척 편한 복장으로 다닌다. 비행기를 오래 타야 하니 편한 옷이 좋을텐데 우리는 나의 불편함 보다는 남이 나를 보는 시선이 더 불편해서 생활의 불편함을 늘 감수한다.

 

캘거리로 가는 비행편에 한국사람은 나 혼자인 것 같다. 비행시간은 한시간 반 정도이지만 시간차가 한시간 정도 있으니 기록은 2시간 반 뒤에 도착이다.

 

캘거리는 세계의 큰 유전지대의 하나다. 중동지방처럼 사막에서 펑펑 솟구치는 그런 유전이 아니고 기름이 흙속에 무진장 묻혀 있다. 이름하여 오일샌드라 한다. 아마 볼륨으로 따지만 사우디 다음에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캘거리가 있는 앨버타 주일 것이다. 그 흙속에 파 묻힌 기름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단가가 맞아야 하는데 일반 유가가 배럴당 50불이 넘어야만 경제성이 있단다. 그런데 최근 유가가 급속히 오르고 이 곳의 유전개발이 전 세계의 오일 메이저들이 참여하여 땅속의 황금 같은 오일캐내기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캘거리는 로키산맥이 있는 밴프와 가까운 도시라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도시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하얀 눈이 천 년이상 녹지 않은 듯 보이는 긴 백색 산맥을 지나 끝이 안 보이는 아주 넓은 평원이 있고 평원에 많은 호수가 보인다. 바다도 없는 도시에 왜 그리 호수가 많은지.. 천혜의 자원이다.

 

호주 주위에 자리잡은 낮은 주택들.. 모두 보기 좋게 도시가 디자인되어 있다. 캐나다는 새로 짓는 집도 내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건축하지 않는다 한다. 반드시 기존의 마을의 색깔들과 어울려야 하고 지붕색깔도 같은 종류여야 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집하나 삐죽 튀어 나온 모습이 없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의 풍경은 그야말로 유럽의 어느 나라에 온 것 같다. 낮은 언덕에 있는 유럽형의 집들, 잘 다듬어져 있는 파란 잔디. 바람이 많이 불건만 그 흔한 비닐쪼가리 하나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없다. 가끔 이리 저리 밀려 다니는 것은 낙엽뿐. 이 곳 사람들은 길거리에 무얼 사먹고 비닐껍데기는 모두 가져간다는 얘기인지. 우리네 상식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다. 노임도 비쌀텐데.. 청소도 쉽지 않을 것이고..

 

호텔이 제법 비싸다. 대개 이런 선진국이 호텔비가 싼 편인데 이곳은 예외다. 다른 나라에서 고급호텔에 들어갈 만한 정도의 금액에 여기는 거의 중급 정도의 호텔밖에 안된다. 이 호텔은 그야말로 방에 미니바도 없는 격이 낮은 호텔이다. 그런데로 무려 하루 200불. 그럴듯한 호텔을 미리 알아보았는데 최소 350불이고 좋은 곳은 500불을 홋가한다.

 

여장을 풀자마자 옷을 하나 더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도시 사람들의 퇴근시간. 모두 바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모든 거리가 정확하게 사각형으로 블록화 되어 있어 애비뉴와 스트리트로 구분지어진다.

 

우선은 적당한 카페테리아도 찾을 수 없어 호텔 바로 앞에 맥도날드로 들어가 빅맥셋트를 시키니, 종이 포장지에 빅맥하나만 준다. 그래서 이게 아니고 셋트를 달라하니 못알아듣는다. 감자튀김도 주고 콜라도 달라 했더니 그제서야 아..콤보 하며 가격을 계산해 주는데 한국에서는 셋트 메뉴로 4500원이면 될텐데 이곳에선 무려 65불 정도이다 그러면 지금 한국돈으로 얼마냐 무려 8000원이 넘는다. 빅맥지수. 장난이 아니네.

 

주문을 받은 종업원들이 모두 인도아가씨들이다. 내 주문을 받는 아가씨는 앞이빨에 피어싱을 했다. 세상에..코에 피어싱하는건 쉽게 이해되는데 치아에 피어싱이라.. 

 

이것도 문화인가. 이 곳 맥도날드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모두 허술하다. 3류식당이네. 이렇게 한국하고 다를까..

햄버거를 여기서 먹겠다 했는데도 종이 봉투에 싸 준다. 여기서 먹을거라 했는데도.. 주위를 둘러 보니 아하..모두 종이 봉투에서 햄버거를 꺼내 먹고 난 잔재물을 종이봉투에 넣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호텔앞을 오가는 도시 전철이 있다. 일명 C-Train 이라 하는 전철은 그냥 도로위를 달리는 전차식이다. 호텔에 물어보니 무료승차라 한다. 흠..부럽다.

우리 나라도 종로와 을지로 청계로, 퇴계로를 오가는 지상 전철을 만들어 무료로 운행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 안에는 승용차가 못들어오게 하고..아니면 수직방향으로만 일반차가 오가게 한다면.. 그리고 여기도 전철과 수직으로 다니는 도로는 거의 일방통행이다.

 

아무래도 혼자 긴 밤을 지내야 하기에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해 먹거리를 준비해 두자. 맥도날드 옆 서브웨이에서 프링글과자 하나 사고 호텔 옆 주류코너에서 와인 한 병을 샀다. 가격은 20불. 아마 가치로 따지면 한국에서 약 만원정도밖에 안되겠지.

 

그러나 방에 들어와 마셔본 와인 한 잔은 내 기분을 아주 흡족하게 해 주었다. 캐나다 까베르네 소비뇽. 2005년산.

 

다음날 아침..

새벽녘에 눈이떠지고 창문의 커텐을 살짝 들치니 거리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이 보인다. 두텁게 옷을 껴입고 아침식사를 위해 나가니 마땅히 먹을 만한 것이 없다. 아침 식사도 제공하지 않는 3류호텔에 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슈퍼에 갔더니 직장인들이 부지런히 슈퍼로 들어와 큰 컵에 커피한잔씩을 직접 따라서 계산대에서 계산하고는 부지런히 다시 나간다. 그들의 아침은 모두 커피 한잔으로 때우는가 보다.

가만히 보니 커피도 상당히 여러가지다. 거의 20가지 종류의 커피기계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한국에서는 아침 먹지도 않고 출근하면서 이곳에선 그래도 아침을 먹어야 겠기에 커피보다는 구석진 곳에 있는 컵라면을 꺼내 들어다. 중국라면인듯..  젓가락도 없어 나이프로 먹었다. 

플라스틱 나이프의 톱니바퀴 부분으로 라면가락을 드니 제대로 걸리네. 라면이 싱겁다. 아...너구리 한 마리 먹고 싶다.

 

아무래도 밥을 말아 먹지 못한 라면 한개로 부족한 것 같아 머핀 하나 사들고 온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일부러 호텔까지 걷기 위해 대충 방향을 잡아 길을 걷는데 눈이 온다. 사람들의 두텁고 까만 외투에 눈송이가 떨어진다. 이미 몇 번의 눈이 왔는지 사람들은 반가와 하지도 않는다.  

 

 

캘거리는 추운 도시이다 보니 빌딩에 사람들의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모든 빌딩이 지상 2층을 모두 구름다리로 연결해 놓았다. 이름하여 플러스 15. 지상에서 높이상으로 15피트위에 다리가 있다해서 플러스 15이라 불린다. 얼마나 사람을 위한 도시 설계인가? 그러니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특별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모두 실내 통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길을 가다가 아무래도 내가 잘 못 다닌 것 같아 지도를 펴고 방향을 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가씨를 방향을 알려준다. 고마와라. 나도 한국에서 늘 외국인이 거리를 몰라 헤매며 지도를 보고있으면 꼭 가서 도움이 필요하느냐고 묻고 도와준다.

 

저녁에 현지 사람과 저녁약속이 있어 무슨 메뉴를 원하느냐고 하기에 현지음식을 원한다 했더니 그들은 현지음식보다는 그래도 손님대접하는 데는 이게 좋다며 일식집을 찾았다. 소주도 한잔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저녁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정성껏 대하는 모습이 좋다.

 

소주 몇 잔에 취해 호텔로 들어와 잠에 들고 다시 눈을 뜨니 세상에,, 아침 8시. 이렇게 깊이 잠들었나.

 

혹시라도 친구가 추천해 준 밴프의 로키산맥을 갈 수 있을까 해서 호텔 로비에서 물었더니 이미 시티 투어가 떠났다 한다. 그게 어디를 가는건지는 몰라도 대개 쇼핑코스로 이루어 졌을거라고 자위하면서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날드의 맥모닝을 즐겼다.

 

아니 맥도날드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는지도..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아침을 즐긴다. 많은 이들이 커피를 즐기고 몇 몇 명이 나처럼 햄버거를 즐긴다. 아침시간에 수도꾸를 열심히 풀고 있는 노인네, 대학생으로 보이는 듯한 젊은애들.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먹고 있는데 점포 밖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이가 이불보따리를 둘둘 만 배낭을 메고 어슬렁거린다.

 

인심좋은 어느 아가씨가 먹다 남고 싸가지고 가던 햄버거를 그 노숙자에게 주니 얼씨구나 하고 받아 먹는다. 오래 전 뉴욕의 거리를 산책할 때 지나가던 이가 버린 감자튀김을 쓰레기 통에 버리니 쓰레기통옆에 기다리고 있던 거지가 얼른 꺼내어 입에 탁 털어 놓은 것을 본 기억이 나서 혼자 웃었다.

 

오전에는 시간이 있기에 지도책 하나 들고 시내로 나갔다. 우선 공짜 전철을 타고 캘거리에서 제일 높은 곳을 찾는다. 평일이고 일하는 시간인지라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편이다.

 

캘거리타워. 높이 약 190미터의 전망대이다. 입구에서 약 20불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순식간에 정상으로 올라간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 끝없는 지평선. 그리고 평원들과 낮은 집들. 캘거리타워 주위의 고층빌딩들이 낮게 보이지만 별로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내 눈은 멀리 아주 멀리 향하고 있다.

 

경마장이 있는 스탬피드 공원이 있고 아주 멀리 로키산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다음엔 필히 저 곳을 가리라. 전망대 한켠에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 곳이 있다. 마치 허공에 뜬 듯한 기분.

 

혼자 관광을 즐기고 있는 영국인 할머니가 그 곳에 오길 무서워하기에 손을 잡아드렸더니 유리판위에 올라서고는 무척 신기해 한다.

 

어찌 이리도 넓은 평원이 있을까? 끝없는 녹지. 캐나다는 저층과 고층 아파트가 공존하지 않는다. 낮은 집이 있는 곳은 모두 비슷한 높이의 집이 있고 고층 빌딩촌엔 거의 모두 문명을 자랑하는 빌딩이 우뚝 서 있다.

 

타워를 내려와 바로 옆의 그렌보우 박물관을 찾는다. 입장료가 거의 17불. 제법 비싼 편이다. 그러나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동물원이 있다고 하는데..그곳도 별로고..

 

그렌보우 박물관은 2층은 미술 작품들, 3층은 캐나다의 개척박물관 4층은 군사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에선 사진 촬영불가, 3층 4층은 가능하다며 미리 안내해 준다.

 

2층에는 주로 캐나다와 미국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현대 예술의 작품과 아시아기념관이라 해서 각종 불교미술로 알려진 부처의 조각품모습들이 아시아의 각국에서 가지고 온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간간히 한국에서 온 것임을 보여주는 설명도 있다.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스리랑카 등등..

아시아의 불상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

 

3층에는 캘거리가 자랑하는 오일 탐사시대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 업무에 도움도 주고 있다.  유전을 발견한 사람들의 역사와 그들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흑백 사진. 그리고 수없이 많은 개척시대의 유물들.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캐나다 인디언의 모습과 그들의 생활들을 보여주고, 철로를 놓던 시대의 노무자들 모습과 그 가족들.

 

4층에는 전세계의 군복과 개인 무기들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다.

 

슬슬 배가 고프다. 먹거리를 찾아 다녀보자. 어디가 좋은가. 사람들이 많은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어느 거리에 나서니 직장인들의 무리가 가득하다. 그래 이곳이야.

 

그럴듯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현지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조금 출혈좀 생각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혼자 먹는 식사. 이것도 좋지.

예술이 가미된 접시에, 디자인이 있는 듯한 음식.

혼자 마시면. 같이 잔을 부딪히는 사람이 없어 아쉽지만..

 

오후에 일 좀 보고..

 

저녁에 식사를 위해 거리를 나섰다.

낮에 돌아다녔던 곳에 음식점이 많은 것 같아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모두 불이 꺼져 있다. 이게 웬일..그토록 많은 레스토랑이 모두 불이 꺼져 있다니.. 혹시 실내로 들어갔나?

 

빌딩들을 기웃거려도 불켜진 곳이 없다.

내가 잘 못 찾았나 이 거리 저 거리 기웃거리며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는 두 아가씨. 한국말이네.

 

저녁을 먹으려 한다 했더니 차이나 타운으로 가라며 장소를 가르쳐 주다가 시간을 보니 차라리 안 가는게 낫겠다고...대개 여기에선 9시면 가게문을 닫으니...차라리 묵고 계시는 호텔주위가 낫다고.. 맥도날드밖에 없다 했더니 금방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이름을 알아맞춘다. 그 호텔 내 레스토랑 스테이크가 맛있다며..그 곳을 추천한다. 아마 늦은 시간까지 할거라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호텔내 레스토랑을 찾았다.

스테이크 medium rare, 감자는 버터를 넣은 통감자, 브로콜리로주고, 맥주 한 잔.

 

맥주 한잔으로 시원함을 즐기고 있는데 스테이크가 나왔다. 어? 이런 이거 스테이크를 태웠잖아. 스테이크 바닥을 보니 그릴자욱이 너무 선명하다. 혹시나 해서  나이프로 속을 까보니, 이건 거의 Well done이네. 종업원을 불렀다.

나 : 나 medium rare 를 시켰걸랑? 근데 이건 Well done 이잖아.

종업원 : 이게 medium rare야 

나 : 그래? 그럼 탄 부분만 조금 벗겨내고 먹어보지

종업원 : 속은 medium rare 야

 

스테이크 상단부분의 탄 부분을 칼로 벗겨내고 한 입 잘라 먹으니 이런..탄 냄새가 가득하다. 

 

나 : 나 이거 못먹겠어.

종업원 : 그럼 다시 해 줄께.

나 : 이거 못 먹겠다. 맥주값만 내고 갈께.

 

저녁 내내 쫄쫄 굶었다. 어제 아침 먹다 남은 머핀 조금이랑 프링클 감자칩. 남은 와인으로 저녁을 때우고 잘려 하는데... 낮에 방에서 끓여 먹은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온다.

 

이게 장난이 아니다. 밤을 꼬박 새운다. 이토록 밤을 꼬박 새워 본 적이 있던가. 목욕을 하면 잠이 올까? 이런 욕실에 온수가 안나온네. 보일러 고장이란다. 

 

내일 6시 반에 일어나고 7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새벽 4시 반이 되어도 말똥말똥. 다시 침대에 누워도 잠이 안온다. 에라 내친 김에 밤 새자.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요히 잠들어 있는 캘거리 시내를 달려 공항으로 향한다. 차 별로 없어도 신호등 확실히 지키는 모습이 선진국답다.

 

비행기가 지연된단다. 많은 일본인들 관광객이 뱅쿠버로 가는 비행기편을 기다리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 저렇게 여유롭게 다니는 여행이 언제나 나에게 다가올까?  그 와중에 허름한 옷차림의 중국인듯한 가족이 내 앞에 와 앉는다. 어? 그런데 한국말이네. 동행하는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여행왔단다. 남자도 여자도 이렇게 편히 여행다닐만큼 여유있는 모습이 아닌데 어떤 부류사람들일까? 무척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는다. 혹시 북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어투를 잘 들어보았는데..북한 사투리는 아니다.

 

공항내 조그만 시계 악세사리에 눈에 들어온다. 보면대와 피아노모양에 시계를 집어 넣었다. 혹시 중국제 아니냐 했더니 모두 중국제란다. 이 공항안에 이런 물건은 모두 중국제라고.. 오히려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본다.

 

캘거리에서 뱅쿠버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로키산맥의 눈덮힌 장관이 보는 시야를 즐겁게 한다. 로키산맥이 얼마나 높은지 비행기 바로 아래에 눈 덮힌 산이 보인다. 마치 이대로 가면 산꼭대기에 비행기가 쳐 박힐 것 같은 두려움도 든다.

 

내 너를 만나러 꼭 다시 오리라.

 

뱅쿠버의 캐나다 항공 라운지가 거의 초만원이다. 불평했더니 내 보딩패스에 도장하나 찍어 주며 인근 항공사 라운지에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된단다.

 

대한항공과 여러항공사가 공동으로 쓰는 라운지에 가니 컵 라면이 있네. 이번 여행엔 컵라면을 무려 3번이나 먹었다. 이런 경우도 생기네.

 

지난 밤에 잠을 못자서인지 뱅쿠버에서 인천오는 비행기에서는 자리에 앉아 비행기의 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취침용 안대를 하고 의자 길게 누이고 잠이 들어 버렸다.

 

식사도 잊고 그냥 7시간 정도나 잤을까? 

나이든 승무원이 오더니 저녁도 안 먹고 잤는데 배고프겠다며 간식을 가져다 주는데  정말 군침이 흐를 정도로 새우요리와 샐러드가 맛있다. 안 먹었다면 후회했을 뻔한..

 

여행은 먹는게 즐겁다. 특히 기내식은..

 

여행은 보는게 즐겁다. 평화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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