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미주방문기

트리니다드 토바고

carmina 2013. 12. 5. 17:11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섬과 토바고 섬.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로부터 번갈아 가며 점령당하고 어느 덧 민족도 모두 섞여 버린 작은 나라. 흑인도, 백인도, 그 중간 층의 얼굴색갈이 공존하는 나라. 도시이름도 스페인어가 많고 말은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

 

마치 자마이카 같기도 하고 마치 아프리카 흑인같기도 한 나라.

미국의 시골같이 넓은 땅에 인구수도 적어 여유로워 보이는 나라.

 

그런 나라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원래 한국에서 방문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난 멕시코에서 가는 길이라 멕시코에서 트토(약칭)가는 직항로가 없어 미국의 휴스턴을 거쳐야만 했다.

 

멕시코에서 미국 휴스턴까지 비행은 짧다. 약 2시간 반 정도.

휴스턴 공항도 오래 전에 내가 와 본 공항이 아닌 것 같아. 무척 넓고 컨티넨탈 항공의 기내 잡지에서 보는 공항의 배치가 상당히 크다.

 

왜 그리 졸린지...멕시코에서 떠나는 날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이 쏟아진다. 비행기가 뜨는 것도 모르고, 자다가 아침을 주는데 이렇게 간단할 수가...  우유팩 하나, 시리얼 하나, 바나나 하나. 이게 다네.. 쥬스나 물은 공짜지만 술은 돈을 받는다. 5불.

 

휴스턴 공항에서 트토까지 비행시간은 약 6시간. 별로 가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지역인데도 비행기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승객이 많다. 이 곳에서 보는 현지인 여자들의 모습은 가히 기하학적이다.

완전한 비대칭형. 가슴과 허리와 엉덩이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뚱뚱하고 머리는 각종 레게머리, 어기적 거리는 걸음걸이.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런 모습이다. 남자들은 좀 덜한 편인데..

 

트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나는 거의 비몽 사몽. 비행기 뜨는 것도 보지 못하고 한참을 잠속에 헤매고 중간에 억지로 깨어 샌드위치 하나 먹고 다시 골아 떨어지다가 보니, 곧 착륙하니 기내 좌석 벨트를  매라는 안내 방송에 눈을 뜨고 내 자리에는 그 사이에 나누어 준 간식거리도 하나 놓여 있다.

 

별로 까다롭지 않은 통관절차에 만족하고 현장에서 보내 준 택시를 타려고 차문을 여니 어? 내 자리가 운전석이네. 아차..여긴 영국 시스템이구나.  밤거리를 가는데 택시가 이상하게 자꾸 별로 차가 안다니는 작은 길로 간다. 내가 납치당하는건 아닌지.. 현장이 외진 곳에 있어서 이렇게 좋은 길을 가는가 보다 했다.

 

현장에서 잡아 준 카라스위트호텔도 카리브해의 여느 호텔들같이 낮은 건물에 여러개의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졌다. 우리네 생각으로는 호텔은 당연히 높은 빌딩이어야 하는데..  내 방 열쇠를 주는데 6천 단위로 시작된다? 6층인가? 그런 빌딩 안보이던데.. 알고보니 6단지의 건물 2층이다. 체크인 수속 중 가져다 주는 시원한 열대과일 쥬스. 흠..이런 것들은 영화에서나 자주 보는 풍경인데..내가 오늘은 영화의 주인공이다. 

 

허술해 보이는 방문. 그 안에 있는 침대도 서양식의 흰 모포가 아니고 중남미 전통색깔이다. 바닥도 여느 서양 호텔들 처럼 카펫이 아닌 타일바닥.  모든 것들이 허술해 보이지만 이런 것이 좋다.

 

화장실도 우리네 3류 여관 화장실같이 좁고 허술하지만 비치된 세면용품들은 고급을 쓰는 것 같다. 다른 나라 호텔에서는 안 보이는 벌레죽이는 스프레이도 비치되어 있다. 

 

내일 입을 와이셔츠를 다리어 놓고, 녹이 조금 슬어가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하루의 피곤을 씻어낸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어? 누구지?

문을 여니 여종업원이 접시를 하나 내민다. 샌드위치 하나, 초코렛 머핀 하나. 내가 배고픈 것 어찌 알았노? 잠결에 많이 먹기가 부담되어 샌드위치 반조각만 해치우고는  침대에 몸을 던져 폭 꼬꾸라져 버렸다.

 

눈을 뜨니 새벽 5시 반. 

창가에 어스름하게 어둠이 걷히는 것을 보고 너무 거동하기엔 이르구나 생각하여 한 30분간 잠을 더 청하니 이젠 훤하게 밝았다.

 

지난 밤 보이지 않던 창밖의 모습이 보인다. 푸른 잎사귀들. 비록 어느 나라나 같은 푸르름이지만 이 곳의 나무들 더 푸르게 보이는 건 먼지가 없어서일까?

 

한적한 길에 어느 비대한 몸집의 아줌마가 조깅을 하고 있다. 내방 쪽에서는 바다가 안 보여 카메라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지난 밤에는 보이지 않던 바다가 보인다. 카리브해. 이곳이 카리브해이다.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있는 곳. 오래전 콜롬비아에서 보던 바다가 이 곳에도 있다.

 

석유를 수출하는 항구인지라 낭만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지저분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파란 물 빛이 맑은 하늘에 투영되어 더 파랗게 보인다.

 

현장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현장사무실에 오니 넓은 사무실에 맨 위의 사람만 한국인이고 거의 모두 현지인들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현장외국인도 엔지니어든 청소하는 잡부든 눈을 마주치면 웃어 준다. 

 

미국같이 중앙분리대가 넓은 자연공간으로 되어 있는 길게 뻗은 먼길을 차로 달려 현지 거래처 전 사장과  점심을 같이 한 후 다시 돌아오는데 저 멀리 먹구름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곳을 지날 때 쯤 비가 쏟아진다. 그런데 비오는게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퍼 붓는다. 차도 엉금엉금 기며 진행하고 어떤 차들은 잠시 옆에 주차하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다 다시 그 먹구름공간을 지나니 비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갑자기 그쳐 버린다.

 

길가의 집들도 3층높이 이상의 집은 없는 것 같다. 숲속에 자리잡은 주택들. 어찌나 평온해 보이는지 이 다음에 이런 곳에서나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곳은 한국인도 거의 없어 한국교회도 없단다. 어느 외국이던 두 사람만 모이면 교회가 하나 생기는데 여긴 정말 한국인이 없음을 실감케 한다.

 

참으로 대단한 한국인들. 이 멀리까지 와서 대형공사를 수행하니..

나도 그런 대단한 조직을 가진 한국 대형그룹 중 겨우 작은 나사 하나일 뿐이다.

 

하루가 끝나고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잘 나가던 도로가 갑자기 정체된다. 저기 몇 백 미터 앞에서 사고가 난듯하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거의 서있는 환경하에서도 곁길로 가는 차가 드물다. 그리고 이런 사고의 경우 우리네 상황으로 보면 반대차선도 구경하느라 막히는 법인데 반대차선을 잘 만 달린다.

 

길이 막히는 김에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북한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럴 수사... 한국은 아는데 북한은 모른단다. 한국이 분단된 것도 모르고, 북한이 공산주의인것은 더더욱 모르고 있다. 그럼 독일 통일 이전은? 그건 안단다.

 

그렇구나..그럴 수도 있는거구나. 우리는 소원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통일이 남에게는 강건너 개똥이네 집 같구나.

 

북한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설명해 주었더니 무척 신기한 나라라 한다. 더 많은 것을 알면 더 신기해 할까? 공항으로 가는 내내 북한에 대해 알려 주었다. 핵무리와 금강산 사건까지 포함하는 최근의 상황까지...

 

공항에 나와 미국행을 기다리는 많은 현지인들. 그들의 머리 또한 참으로 기괴하다. 평소 미국에서 평소 흑인들의 머리스타일은 자주 보아왔지만 이 곳의 흑인들은 머리가 가히 예술이다. 수없이 많은 밧줄처럼 땋은 남자도 있고, 마치 커다란 왕관같이 머리를 올린 남자도 있고 이 것이 패션이라 라고 보여주는 여러가지 모습들. 내가 사진작가라면 양해를 구하고 모두 카메라에 담아오고 싶었는데..

참으로 나혼자 보기에는 희귀한 모습들이었다.

 

현지 여자들의 비대함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도 다시 한 번 놀란다. 옆자리에 거구의 아줌마가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야 하는데 벨트가 짧으니 연장벨트 좀 부탁을 하니 가져다 준다.

참으로 세상사람들은 모두 다름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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