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오세아니아

호주 가정방문 2009. 2

carmina 2013. 12. 5. 17:17

이번 출장에 현지 파트너 회사의 젊은 직원이 같이 따라 다녔다.

젊다고는 하지만 얼굴이 동안인데 아이가 3명이나 있다 한다,

 

첫날 같이 한국식당에서 불고기로 식사를 같이 하고, 소주도 한잔 마시는데 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좀 별난 호주인이네. 운전때문에 소주를 별로 못 마시기에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하여 집으로 가지고 가게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자기 집에 우리 직원과 나를 초대하고 싶어한다. 우선은 좋다 했지만 막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가자 하니 망설여진다. 이래도 되는걸까? 

 

그러나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못이기는척 승락. 오후 5시에 차를 가지고 왔는데 빨간 SUV 차 안에 2002년 월드컵 한국과 일본의 스티커가 아직도 붙어 있다. 재미있는 친구네.

 

퇴근길의 호주 퍼스 외곽으로 빠지는 길은 자가용들의 긴 용틀임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곧은 길 옆으로 기차가 다닌다. 자신도 가끔 자가용을 열차역에 두고 기차로 출근한단다.  우리도 이따 호텔로 돌아올 때 기차를 타겠다고 하니 오케이 한다.

 

1시간 정도를 운행했나. 어느 조용한 마을로 들어서다가 길 옆의 상가에 차를 댄다. 특별히 오늘을 위하여 마실 와인을 사고 싶다고..

 

가게 안에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 온통 술만 판다. 마을 입구에 술파는 가게가 있어 사람들이 퇴근하면서 사들고 들어가게 해 놓았다.

수없는 종류의 와인과, 맥주와 양주.

 

 

 

언젠가 독일에서도 마을 입구 주유소에 이런 주류가게가 있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데 여기서도 그런 모습을 보니 얼핏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을 가지면 어떨까?

 

퇴근하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할 와인 한 병 필요하지 않으세요?

 

위스키는 대체적으로 비싼 것 같고 와인은 워낙 종류가 많아 가격도 범위가 상당히 넓다.  현지인이 스파클링 와인을 몇 병사고 무척이나 좋아한다.

 

가게를 나와 집을 향하는데 얕은 언덕 저 편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현지인의 집도 바다를 바라보는 넓은 저택.

 

우와..거의 꿈같은 모습이다. 마치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나오는 집이랄까..

 

들어가면서 중얼 중얼.. 이러니 자기 집에 오자고 했겠지.

 

문을 두드리니 귀여운 꼬마가 문을 연다. 이름이 라라.. 그리고 뒤 이어 작은 사내 아이 이름이 라이온.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다. 아이가 셋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저녁에 손님이 온다고 집을 치워 놓은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인도 아직 나오지 않고 거실만큼이나 넓은 부엌에 현지인이 들어가 정성껏 와인잔을 물기하나 없이 말끔히 수건으로 닦아내고 스파클링 레드와인을 따라 준다.  

 

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집을 돌아본다. 창이 넓은 방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작은 기타가 2대, 기타를 퉁겨보니 튜닝이 잘 안되어 있기에 피아노 조율로 튜닝을 해주니 라라가 무척 좋아한다.

 

여기 저기 거실이나 방의 벽에 부처의 모습과 그림 그리고 조각들이 보인다. 부인이 싱가폴인이라고 하니 화교일테고 부처를 믿는가 보다.

 

라이온이 종이박스로 만든 사자탈을 쓰고 장난을 걸어온다. 우리네 같으면 손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아이들을 모두 다른 방으로 보낼텐데 확실히 서양 교육법은 다르다.

 

아이들 있는 곳에 노란 도복끈이 보이기에 태권도 배우느냐 했더니 유도를 배운단다.  그리고는 거실 옆 잔디밭으로 나가 유도하잔다. 나도 모르게 라이온과 장난치고 싶어 아이랑 뒹구르며 놀았다. 넘어지고 넘어뜨리고.. 양말은 잔디의 습한 기운에 촉촉히 젖었지만 개의치 않고 즐겁게 놀았다.

 

잔디를 파서 작은 수영장을 만들겠다는 주인의 설명과, 마당구석에 작은 텐트모양의 집이 있어 저게 혹시 애들 감옥아니냐 했더니 깔깔 웃으며 애들 감옥은 세탁기가 있는 곳이라 한다. 큰 잘 못 하면 세탁기가 있는 방에 놓고 못나오게 한다고.. 

 

조금 후 큰 딸이 젖은 머리를 손으로 잡고 나왔는데 이름이 비앙카. 참으로 혼혈 2세가 그런지 그림같이 이쁘다. 말도 사근 사근하고 이쁘게 하고..나이가 10살. 뒤이어 니오는 이 집 부인. 금방 욕실에서 나온 것 처럼 짧은 머리에 어깨가 훤히 들어나 보이는 옷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크리스마스 명절 파티를 즐기느라 집안이 조금 어수선하다고 얘기하지만 전혀 미안한 기색은 없다. 하긴 미안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사는 모습 그대로 손님을 초대하는데..

 

이런 모습을 내가 얼마나 부러워 하는지..

우리 집은 손님초대는 거의 생각하기 힘든 단어다. 워낙 그런 행상에 결벽증이 있는 집안주인때문에 누구보고 우리 집에 같이 가자는 얘기는 거의 사형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부부싸움으로도 이어지고..

 

정돈되지 않은 부엌에서 큰 그릇 바닥에 호일을 깔고 기름을 좀 두른 후에 야채들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오븐에 집어 넣는다. 우리에게 혹시 양고기 좋아하느냐며 묻더니 냉장고에서 양고기 스테이크 덩어리를 오븐에 넣고..  큰 볼에 야채들을 가득 썰어넣고 드레싱을 만든다.

 

얼마나 말도 시원 시원, 행동도 시원 시원하게 하는지 볼수록 이 가정이 재미있다.

 

비앙카가 어느 새 연습용으로 보이는 바이올린을 들고 와 '반짝 반짝 작은 별'노래를 연주한다. 우리 보라는 듯이.. 그리고는 나를 데리고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생상의 '백조'를 아주 초보 수준으로  더듬거리며 연주한다.  

 

여기 주인은 세계 여러나라를 많이 여행해 보았는지 구석 구석에 전 세계에서 가지고 온 듯한 물건들이 보인다. 카페트가 그렇고, 그림들이 그렇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며 뒷마당에 이것 저것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던 것들 같이 도와 치우고 식탁을 깨끗이 마련하니 주인이 가지고 나오는 각종 주방도구 셋트. 늘 독일에서 볼 때마다 가지고 싶었던 주방용품. 멋진 음각이 새겨진 네모꼴의 하얀 접시에 잘 익힌 야채가 큼지막하게 놓이고 양고기 스테이크와 소스가 얹어진다. 큰 딸 비앙카가 이 소스를 엄마가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감자가 놓여지고 쏘시지와 옥수수가 먹음직 스럽다.

 

 

다 같이 새로운 와인을 개봉하여 음미하는데 와인에 대한 정성이 참으로 부럽다.  아이들은 부모가 식사하는데 모두 오지 않는다. 그렇게 모두  즐겁게 식사하다가 갑자기 주인장이 일몰을 봐야 한다고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다.

 

인도양의 일몰. 모두 자신의 와인 잔을 들고 집앞으로 나오니.. 아.. 눈 앞에 펼쳐지는 인도양의 일몰.. 구름 한 점 없는 지평선에 붉은 태양이 서서히 내려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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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거리에는 산책하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비싸 보이는 애견을 이끌고 산책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태양이 잠시 수면에 걸치는가 싶더니 금방 수면속으로 가라 앉는다. 이런 장관을 또 볼 수 있을까?

 

만약 구름이 있었다면 온 하늘이 붉게 물들었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는 서해의 일몰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태양이 모두 수면으로 사라진 뒤에서 하늘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다. 우린 본격적으로 의자를 준비하여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밤이 늦고...별이 뜬다. 도무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별들. 오리온의 세개의 별이 뚜렷하고 북두칠성을 찾으려 했지만 이 곳이 남쪽이라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별헤는 밤... 별헤는 밤..

 

밤이 이슥해서야 우린 일어섰다. 당초 기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 갈려 했지만, 주인이 기차정거장까지도 못갈 정도로 음주를 하여 택시를 불렀다.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안 주인이 우리와 서양식의 이별인사를 나눈다. 볼키스..

 

이렇게 멋진 집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음 날..

 

현지인이 또 우리에게 제안을 한다.

저녁에 자기 집 식구들과 같이 외식을 하잔다.

우리의 어떤 모습이 좋기에 이렇게 우리를 환대할까?

 

식사를 위해 찾아간 곳은 현지인 집 근처 골프장 클럽하우스

 

준다롭이라는 이름의 골프장인데 이곳에서 PGA 골프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워낙 많은 갤러리가들이 모여 잔디를 해치는 바람에 회원들이 싫어하여 이젠 PGA는 열리지 않는단다.

 

그림같은 필드, 중간 중간에 집이 있는데 모두 개인 집이란다. 천천히 하우스내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넓은 실내와 실외에 테이블이 잘 셋팅되어 있고 드문 드문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다. 모두 노년을 이렇게 멋지게 보내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럽다.

 

야외에는 바비큐파티가 예정되어 있는지 요리사들이 준비에 바쁘다. 

 

현지인 가족들이 이 곳으로 오다가 그만 자동차가 이상이 있었는지 우리 둘을 남겨놓고 급히 차를 몰고 나가더니 한 참 뒤에 돌아왔다. 부인은 어제의 짧은 머리가 아닌 긴 갈색 가발, 딸도 이런 외식에 잘 맞는 옷차림.

 

가족의 외식에 이방인이 껴 들었으나 조금도 서먹하지 않다. 우리 직원과 현지인은 서로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한잔 들어갔겠다. 홀 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들을 맞추고 여러 음악 얘기들로 거의 쿵짝수준이다.

 

나는 돼지고기 요리를 시켰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보네. 조금씩 옆에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맛에 감탄한다. 하긴 이런 멋있는 식당에 와서 돼지고기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맛이라면 한 두가지쯤 준비할 만 하겠지.

 

아이들이 이미 조금 먹고는 밖에 나가 놀기 바쁘고 우리 대화소리는 점점 커지고 밤은 점점 깊어진다. 그리고 조금 후 나는 저 깊은 밤 하늘을 향해 하늘을 날아 올라야 한다.

 

한 밤중 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다 보면 아침이 되겠지. 그리고는 다시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늘상 똑 같은 내 보금자리.

 

아쉬운 만남이지만 일어서야 했다. 하늘에 별이 어제처럼 가득하다.  세상이 눈에 보이는 저 별들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반짝이고 싶다..

스스로 반짝이는 별같이..

아니 남이 있어야 빛나는 별같이..

모든 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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