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오세아니아

호주 브리스번

carmina 2013. 12. 5. 17:24

 

2010 8 7

 

 

몇개월만에 다시 호주에 갈 일이 생겼다. 그것도 처음 가보는 도시. 호주의 5대도시를 꼽으라 하면 시드니, 멜버른, 퍼스, 아델라이데 그리고 이번에 가는 브리스번. 아직 아델라이데는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있겠지 

 

비록 월요일 오전부터 계획된 현지 미팅 일정 때문에 토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뭐 그 정도야 내가 평생 좋아하는 여행의 즐거움에 비하면 불편도 아니지.

그리고 더군다나 지금 매일 열대야로 잠못이루는 한국의 찜통더위를 피해 정 반대의 기후를 가지고 있는 그 곳에 가는 것도 피서로 생각하면 되지.

 

남편이 출타 예정이지만 말복날 어머님 맛있는 것 사드리고 싶다고 시댁식구들 모두 불러 파티를 여는 아내를 뒤로 하고, 늘 그렇듯이 검은 가방하나 친구삼아 훌쩍 떠난다.

 

비행이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코스야만 비즈니스 클라스를 주는데 이 곳은 공식적인 비행시간이 9시간 40. 요령을 부려 시드니를 통해 가면 편하게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는 직원은 비행시간에 관계없이 이코노미를 타야 하니 일부러 나 하나 편하자고 그럴 수 도 없다.

 

공항에 방학중이라 그런지 떠나는 행렬들로 많이 붐빈다.

공항 라운지에 있다가 브리스번 가는 게이트로 가니 보딩을 기다리는 많은 젊은이들로 밤에 기내에서 편히 자지도 못하겠구나 생각하고 보딩패스를 내미는데 갑자기 내 좌석표를 다른 것으로 준다. 번호가 11A. ? 이런 행운이.. 비즈니스석 자리네. 가끔 좌석이 만석이면 마일리지가 많은 승객에게 이런 편의를 제공한다.

 

여유있는 비즈니스석. 일반석의 단체여행이 많아 거의 만석이지만 여긴 여유있다. 내 옆자리도 나같은 경우의 승객이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받고 밀려들어 오는 승객들을 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스튜디어스 한명이 지난 번 브루나이 다녀올 때 마닐라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했을 때 기내 서비스를 담당했던 미소가 아름다워 기억에 남던 아가씨였는데 그 아가씨가 다시 이번 여정에 근무하다니..  그 아가씨도 나를 기억하고는 깜짝 놀란다. 불과 2달전의 일이니 기억할 만도 하다.

 

당시 별로 이야기는 별로 나누지 않았지만 인상이 무척 이국적이고 서로 미소로 칭찬했기에 기억하나보다.

 

지난 30년간 비행기를 탄 이래 2 3일 정도의 짧은 출장일정후 귀국시 같은 출국한 승무원이 근무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코스에 몇 개월만에 다시 같은 승무원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희박한 경우다. 그리고 승무원의 얼굴이 거의 모두 천편일률적인 얼굴이기에 혹시나 그런 일이 있어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이번의 경우는 거의 세렌디피티라 해도 좋을 만 하다.

 

더욱이 이번엔 내가 출장 후 돌아올 때 역시 같은 비행기를 탈 것이라기에 더욱 놀라웠다.

 

승무원은 대개 2 3일 후에 다시 돌아오기로 되어 있는데 토요일 출발 경우는 좀 다르단다.

 

이번 출장이 잘 되길 빌자.

 

아침에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브리스번에 도착했다. 비록 시즌상으로는 겨울이지만 기온은 거의 가을날씨다. 탁트인 도시. 택시로 시내를 들어가는 데 강을 끼고 휴일 아침의 깨끗하고 조용한 길을 가는 왼편에는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침 이번 출장에는 이곳에서 6개월간 생활해본 직원이 동행하여 이곳 저곳 상세하게 안내한다. 태평양과 강이 만나는 도시. 그 곳에 늘 큰 도시가 선다. 인류의 문명이 강으로부터 시작해서 바다로 이어진다.

 

멀리 빌딩군락이 보인다. 선진국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선진국에서 도시의 디자인을 생각해서 빌딩도 아무 곳이나 짓지 아니한다. 이 곳도 저 곳 빌딩촌을 제외하고는 모두 낮은 집들이다 종일토록 빌딩숲속, 아파트 숲속의 막힌 숲속에서 살다가 시야가 트이고 멀리 바라 보며 꿈을 꿀 수 있는 이들이 부럽다.

 

그러나 이렇게 먼 곳을 와서도 내가 가는 곳은 저 빌딩 촌 속의 한 구석. 아직 잠에서 깨지 않는 도시, 힐튼호텔에 방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빌딩도 잠자고 있다.

 

비록 기내에서 잤다고 하지만 불편한 잠이었는지 졸음이 밀려오고 난 하얀 린넨 속에 파묻혀 두번째 잠을 즐긴다.

 

출장중이지만 주일은 할 수 있으면 교회를 가고파서 직원에게 부탁하여 같이 가기로 했다.

 

누군가 데리러 온다기에 편하게 옷 갈아입고 호텔옆 중심지로 나갔더니 잠자고 있던 도시 속에 어느 순간 일어난 개미들만큼이나 많은 무리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여기 저기 거리의 악사들 음악이 들리고, 벤치에 앉아 편하게 담배를 피는 이들, 상가들 속에서 쇼핑을 즐기고, 흑색, 백색, 황색의 수많은 인종들이 계절을 잊은 듯 4계절의 옷차림으로 동시에 시간을 공존하고 있다.

 

그 중심가 밑에는 버스가 다닌다 한다. 이것도 좋은 방법일세. 서로 별개로 나누어져 있어야 할 공간을 같이 사용한다.

 

영화 원스에 나왔음 직한 더벅머리의 젊은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지만 내가 듣기에도 솜씨가 시원치 않아서인지 구경하는 손님이 별로 없다. 

 

조금 걸어가니 유럽풍의 건물의 카지노와 같이 있는 호텔이 있고 바로 지나 강이 흐른다.

강의 이름은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강 저편에 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한국의 예술의 전당 같은 곳인지 커다란 건물에 뮤지칼 맘마미아, 오페라 아이다 그리고 발레공연을 알리는 커다란 그림이 붙어 있다. 시간되면 저런 곳도 가보면 좋으련만아마 혼자 왔으면 어떻게든 가볼려 노력했을 것이다.

 

강위의 다리를 걷는데 주위에서 들리는 여행책자를 들고 가는 젊은이의 한국말들. 그리고 다리가 늘씬한 외국 미녀들, 검은 얼굴의 남루한 사람들, 그 속에 지극히 평범한 우리도 있다.

 

우리를 데리러 온 사람과 도심지를 벗어나 구비 구비 마을길을 돌아 찾아 간 한인교회.

대개가 다 그렇지만 독립적인 건물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 안되기에 교포 한인교회는 현지의 교회들과 건물을 공유해서 시간대별로 예배를 드린다.

 

나무 숲속에 위치한 1층건물. 이미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찬송소리가 들린다. 신도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짐작하였다가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교회를 사람들이 가득 채웠고 앞에는 예닐곱명의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익히 보는 모습을 이 곳에서도 본다. 특히 이런 선진국에선 유학생들이 많기에 젊은이들이 이런 일에 앞장 선다. 반면 중동지방이나 후진국, 혹은 선진국이라도 지방의 한적한 곳의 한인교회는 연령층이 높다.

 

하얀 가운을 성가대 인원도 거의 30명 수준이고 현악기들도 찬양에 동참하고 있다.

예배 중 성가대 찬양도 내가 익히 외울정도로 잘 아는 조금 어려운 찬양인데 여자 지휘자의 리드아래 무난히 아름다운 화음을 만든다.  직원이 내 이름을 미리 알려줬는지 새로 온 사람 소개에 얼떨결에 일어선다. 덕분에 예배가 끝나고 모두 나에게 가벼운 목례를 한다.

 

예배 후 다 같이 식사한다고 해서 마당으로 나섰는데 무수한 어린애들. 주로 젊은 부부들이 많고, 젊은이들이 나무 밑에서 담소한다. ..저게 내 모습이었어야 했는데  내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외국이민 생활. 

 

혼혈의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우리 한국사회에선 아직도 크게 넘어서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비빔밥을 맛있게 비며 먹고 곁들여 나온 떡에 옆에 있는 이들이 놀란다. 어떻게 이런 떡을 만들 수 있느냐며한국에서는 쉽게 보는 하얀 가루가 묻은 모찌를 이 곳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모습으로 보인다.

 

식사 후 나이가 좀 있는 교인의 배려로 브리스번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한국에서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 모두 청산하고 이 곳에 정착했다는 그 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이국생활에서의 즐거움과 함께 외로움이 엿보인다.

 

브리스번 시내가 한눈에 모두 보인다 숲과 숲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주택들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 진 낮은 지역에 멀리 강이 구비 구비 흐르고 멀리 지평선이 보인다. 그 지평선 끝에서 비행기가 서서히 하늘을 날고 있다. 그 먼 곳이 보일 정도로 대기가 맑다.

 

차 한잔을 하기 위해 앉은 카페에서 손님들이 먹다가 남긴 케이크가 있는 식탁을 못 본척하던 새들이 손님들이 일어 난 뒤 유유히 식탁으로 날라와 남은 빵을 쪼아댄다. 바로 사람들이 옆에 있어도 무서워 하지 않고 사람들도 신기해 하지 않는다.

 

오후에 시내를 산책해 보지만 멀리 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갔던 곳을 다시 맴돈다. 그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속에 섞여 보는 것이 좋다.

 

호주의 거리에는 보행로 한가운데 조형물을 놓아둔 곳들이 많다. 이 곳에서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를 고철조각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만들어 놓았다.

특별한 볼거리 없이 길을 가는데 갑자기 거리에 사람이 한 명 누워 있고 경찰이 주위에 있다. 가까이가서 보니 간질환자. 그런데 더 좋은 볼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이 곳이 벼룩시장 열리는 곳.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물건들을 길거리에 늘어놓고 팔고 있다. 보통 벼룩시장 하면 자기 살림살이 물건들을 가지고 나오는데 이 곳의 거의 여자 옷들 그리고 액세서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아마 홍대앞처럼 젊은이들을 위한 특화된 장소로 마련한 듯 하다.

 

사지도 않을거면서 물건들을 들여다 보는 것들이 좋다. 그러나 이제 거의 파장인 듯 하나 둘 씩 짐을 꾸리고 있다.

 

시내 저편에 공원을 찾아갔다. 호주 퍼스에서 보던 바오밥 나무와 조금 다른 마치 양파같이 생긴 아주 큰 바오밥 나무아래 젊은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얘기하고, 센트랄 스테이션 앞에 전쟁중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추모탑과 꺼지지 않는 불길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다.  

  

월요일 저녁 종일 2건의 미팅을 하고 저녁시간에 강가를 산책했다. 어제 낮에 갈려다 만 사우스뱅크쪽으로 가는데 낮에 보았던 카지노 빌딩 주위 전체에 화려한 핑크 빛 조명을 해 놓았다.

 

다리 건너로 박물관과 대학건물이 있다. 어제 본 문화회관밑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기에 따라가니 일층 공간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다. 모델들이 돌아다니는 공간은 못들어가지만 옆에서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늘씬한 모델들, 특별히 무대를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고 관계자들은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고 모델들은 고유의 번호판을 손에 들고 테이블 사이를 천천히 돌아가며 포즈를 취한다.

 

그 옆에 공간에도 모델들의 무리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굽이 10센티는 넘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삼삼오오 얘기를 나눈다. 한국에서도 쉽게 갈 수 없는 공간에 나도 관객의 하나가 되었다.

 

패션쇼장을 나와 철구조물로 열병하듯 만들어 놓은 조형물 밑으로 난 강가를 따라 걷는다. 조깅하는 사람들,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인근 대학에서 나와 귀가하는 학생들이 이따끔씩 지난다.

  

그러고 보니 철구조물의 조명들이 여러가지 색깔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강 저편에 홍콩을 연상시키는 듯한 높은 건물들이 멋진 야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최근 싱가폴에 세워진 거대한 물레방아가 이 곳에도 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한강의 경관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천편일률적인 사각형의 아파트들로 가리워진 한강변. 

  

길을 가다가 강변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맥주한 잔 마시며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저녁시간을 즐긴다. 날씨가 추운 듯 이동용 히터를 켜 놓는다.  특별한 이야기 없어도 강 건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의 정취가 흐른다. 그리고 강변에 마련된 작은 수영장. 모래까지 가져다 풀어 놓은 작은 공간에서 젊은이들 몇 명이 무술놀이를 하고 있다.

 

조금 더 가니 강건너편으로 가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 보행자와 자전거만을 위한 다리다. 다리 중간에 쉴 공간도 마련해 놓았고 저녁시간인데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건너편에는 퀸스랜드 공과대학 캠퍼스로 연결이 되어 있어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는 학생들의 무리와 어울려 호텔로 돌아왔다.

 

짧은 출장. 짧은 시간을 이용해 짧은 산책을 즐긴다. 그러나 짧은 산책은 긴 추억을 만든다.

적어도 내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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