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강화도 진강산 등반

carmina 2014. 3. 30. 20:43

 

 


강화 진강산 등반

 

강화에는 마니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니산 (472m)외에 고려산, 혈구산, 진강산, 초피산, 상봉산, 화개산, 상주산,
퇴모산, 덕산 등등 모두 해발 400m 전후 높이의 산들이 많아,
그다지 험하지 않은 등산코스를 선택할 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오늘 늘 나들길만 걷던 친구들이 강화도의 동남쪽 방향의 양도면에 있는
진강산(442m)을 찾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합창단 친구들과 노느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요즘 운동을 게을리 했다는 생각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강화도로 향했다.

배모양의 펜션이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조용한 마을길을 지난다.
아직 강화의 유명한 고려산 진달래꽃 행사가 시작되지 않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진강산으로 가는 길은 펜션마을이라고 써 붙여 있듯이
골목을 돌아갈 때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이쁜 이름들의 펜션들이
즐비하고 아침 시간에 도시사람들이 시골의 앞마당을 산책하고 있다.

 

길을 다니면서 시골 사람들에겐 꼬박 꼬박 인사하는데
도시 사람들에게는 인사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여기 저기 밭일, 오래 된 집들을 문을 열어 놓은 채
논일을 시작한 어른들이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농기계로 작업하고 있는데 작업이 끝난 부분과 아직 못한 부분의
땅의 색깔이 짙은 갈색과 옅은 갈색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이제 저 곳에 씨가 뿌려지면 서서히 옅은 녹색으로 변하고
곧이어 비가 한차례 쏟아지고 태풍이 불 때 쯤 짙은 녹색으로 변하며
온갖 색깔의 농작물로 한 세월을 지낼 것이다.

 

펜션의 옆을 지나 산길로 올라가는데 유독 특이한 것이
이 동네 펜션들의 담은 제주도처럼 돌담이 많아
진강산이 바위가 많은 산임을 알수 있다.

 

사람이 별로 안다니는 길에 낙엽송들이 하늘높이 뻗어 있다.
아울러 낙엽이 두텁게 길에 깔려 있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치장하지 않고 다듬어 놓지 않은 곳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조금씩 연분홍 진달래와 샛노란 개나리 그리고 일반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송이가 길가는 우리에게 아는 체를 하지만
아직 숲은 늑대가 나올만큼 칙칙하고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를 온갖 색깔의 등산복을 입은 길벗들이 숲속의 꽃이 된다.
그리고 꽃들의 대화와 웃음들. 이 숲속에선 모든게 꽃이다.

 

이 숲속에선 사람이 뜸한 길이라 나무들도 희귀하게 생긴 모습이 많다.
혹시 연리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보아도
쉽사리 찾을 수 없다.

 

산으로 올라가는 평탄하고 넓고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고 숲은 우거지고..
이게 강화 산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람들은 모두 마니산으로 향하지만 마니산 정도 높이에 붐비지 않고
이런 아늑한 산행길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강화도민이 이 숲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강화의 여러개 산 중에 마니산보다 기가 센 산이 바로 진강산이라고..
그러니까 산신이 내려온다는 마니산보다 이 곳이 더 좋다는 얘기다.

 

그렇게 완만한 길이 이어지다가, 헬기장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조금 가파르게 어이지지만 그마저 없으면 산이라고 할 수 없겠지.
숨가쁘게 올라가지만 평소처럼 힘이 모자를 정도는 아니다.

 

헬기장으로 올라가니 시야가 탁 트인다. 흐린 날씨에 저 멀리 바다가
논과 밭넘어로 뻗어 있고, 그다지 높지 않아도 주변에 산들이 별로 없어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 때는 진강산도 무척 높게 보였는데
이렇게 중간쯤 와서 멀리 보이는 산을 보니 뭐.. 이제 저 정도야..
하는 자만심도 생기고..

 

헬기장에서 진강산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길을 한참 걸어가 다시
가파르게 산이 이어진다. 설악산을 오르다 보면 중청봉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기분이랄까?

 

태극기가 휘날리는 진강산 정상 표시석이 무척이나 반갑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점심판을 펼쳤고, 강화도민들끼리 등반온
다른 팀들도 시끄럽게 점심을 즐기고 있다.

 

날씨가 맑으면 무척이나 기분좋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모두가 제각각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즐기고 하산하는 길이
부드러운 흙길와 좁은 숲길로 이어지는 코스가 무척 좋고
주위도 모두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을 통과한다.

이 길로 올라오면 편하겠다 라고 룰루랄라 걸어가다가
길이 꺽어지고나서부터는 가파른 경사에 걸으면 미끄러질 것같은
흙길이 계속 이어져 생각이 바뀌었다. 이 길로 올라오면 안된다.

이 길에는 나무는 제멋대로 쑥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고,
커다란 바위들이 길 옆에 원시시대처럼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듯이
흩어져 있다.


내려오다 보니 멀리 마니산과 뾰족한 초피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오늘의 산행이 끝나간다.

 

산행으로 만족하지 못한 길벗들은 이미 걸은 것 보다 더 긴
나들길 3코스와 4코스의 숲길을 걷고 나서야 하루가 저물었다.

 

도로 옆에 모두 줄을 지어 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누군가 옆의
민가에서 얻어 온 시원한 물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늘의 힘들었던
산행을 모두 잊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