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강화도 아차도

carmina 2014. 4. 20. 18:12

 

 

2014. 4. 19

 

아차도

 

아차도는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반정도 거리의 작은 섬이다.

바로 옆에 강화 나들길 서도코스로 12코스인 주문도와 13코스인 볼음도가 있으나 하루에 2번 오가는

뱃시간 때문에 1박2일 여정으로도 일부러 들르지 않는 한 3곳을 한 번에 가기 힘든 곳이다.

 

네이버 검색으로 아차도 지명의 유래를 찾아 보니

"육지와 바다에서 각각 천 년씩 보낸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다가 임신한 여자를 보고 아차 하는 순간에 바다로 떨어져서 아차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섬은 걸어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지형이 다른 섬과 사뭇 다르다.

아침에 외포리 선착장에서 9시 10분에 출발하면 약 10시 반 경에 아차도에 도착하고 2시간 걷고

점심을 먹고 2시 배를 타고 나오면 하루에 다녀 올 수 있다.

 

외포항에서는 하루에 두 번 이곳 아차도와 볼음도, 주문도를 한 번에 다녀오는 페리호를 운행하고 있다.

 

며칠 전 국가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이 공황에 빠지도록 만든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휴일이면 석모도로 가는 차량으로 빼곡한 주차장도 한산하고 서도행 선착장도 한산한 편이다.

 

그리고 또한 오늘 따라 매표창구에서 승객들의 인적사항을 더 꼼꼼히 확인하는 것 같다.

 

한산한 선실내에 사람들은 들어오자 마자 바닥이 따뜻해서인지 길게 눕는다.

흐릿한 날씨. 바다가 요즘 사람들의 슬픔을 아는 것 같다.

커다란 포말을 그리며 바다를 미끄러지는 배위에서 바다를 보니

누구 하나 저 바다에 떨어져도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 같아 그 어떤 사고보다

더 구출하기 힘들 것 같아 바다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는다.

 

긴 항해 시간을 생각해서 책이라도 가져올 것을 하고 후회해 본다.

핑계김에 걸어가면서 먹을 간식들을 배 안에서 모두 먹어 버린다.

 

제일 먼저 아차도에 도착하지만 선착장에는 무표정하게 반기는 해병대원과

아차도 방문을 환영하는 플랭카드 밖에 없고 뒤를 돌아보니 바로 코 앞에 볼음도

선착장이 보인다.

 

리딩하는 이가 오늘 행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내리자 마자 바로 걷기를 재촉한다.

실제로 오늘 걷기는 걷기 목적이라기 보다 이 곳에 주민들이 바로 잡은 주꾸미와 소라를

즐기기 위한 모임이기도 하다. 식당도 없기에 혼자나 혹은 소규모로 오면 결코 먹을 수 없는 게절의 별미를

오늘은 미리 예약해 둔 집에  맘껏 즐기기로 했다.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 나가고 있다.

작은 파도가 철썩댈 때마다 바닷가의 모래가 조금씩 조금씩 젖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바닷가 같으면 갯벌이 드러나면 작은 칠게들이 여기 저기 보일텐데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게는 커녕 갯벌에 움직이는 생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쪼그리고 앉아서 물에 잠겨있던 게구멍을  보니 물이 뽀골 뽀골 올라온다. 게가 구멍속에 있나?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길게 갯골이 생겼다. 이런 곳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가 날 수 도 있겠다. 젊으 시절 강화도 갯벌에서 물이 빠져 나갈 때

갯골에 주저 않으면 미처 썰물에 빠져 나가지 못한 망둥어들이 가랑이 사이로

스물 스물 기어 다녀 낚싯대도 없이 손으로 망둥어를 잡곤 했어다. 

 

긴 바닷가. 조금 굵은 모래사장. 등산화로 밟히는 감촉이 좋다.

긴 모래사장을 지나 소나무가 언덕에 비스듬하게 자라고 있는 바닷가 꽃지섬 모퉁이를 돌아가니

사람들이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왼쪽으로 깍아지른 바위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금방이라도 충격을 주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가파른 언덕 위에 나무들의 뿌리들이  흙이 내려 주는 것을

겨우 겨우 막아 주는 것 같다. 그 절벽 아래 바위에는 고동들이 가득 붙어 있어 

바위를 발로 툭 치면 우수수 떨어질까?

 

어떤 곳에는 일부러 바위를 깍아내어 피신처를 만들었는지 직각으로 파인 곳도 있고

어떤 절벽은 자연적으로 파여진 곳이 커다란 얼굴을 모양을 만들어 낸 곳도 있다.

 

물이 많이 들어왔으면 진행하기가 어려운 곳인데 마침 물이 빠지고 있고

바위들을 조심 조심 더듬어가며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기형적인 바위들의

모양을 즐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조형물들 앞에 인간의 모습들이 무척 작아 보인다.

어느 곳에서는 바위가 무너져 내린 듯 커다란 돌들이 절벽 아래 흩어져 있다.

특히 편마암으로 되어 있는 돌들은 잘게 부서져 내리고 있는 것이 역력히 보인다.

그리고 나무들도 같이 무너져 내리다가 절벽에 멈추어 진 채 그대로 자라고 있어

어떤 나무들은 아래로 가지를 뻗은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곳은 주위에 섬들이 많아 파도가 치지 않아서인지 대부분의 바닷가 바위들은

파도에 쓸려가며 다듬어져 둥그런 편인데 이 곳은 모두 날카로운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위에 수없이 많이 붙어 있는 굴을 채취하고 난 굴 껍데기가 바닷가에

하얀 주단거리를 만들었다. 와삭 와삭 밟히는 소리가 난다.

 

갯벌 저 멀리 쯤 쳐 놓은 그물에 밀물에 쓸려 왔던 고기들이 썰물때 나가지 못하고

잡힌 고기들이 있는지 갈매기들이 옹기 종기 모여 사냥을 즐기고 있다.

망원렌즈가 좋은 카메라가 있다면 그 광경을 담아 볼 수도 있으텐데 조금 아쉽다.

 

다시 커다란 호가 보기 좋은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이 곳은 비스드만 경사가 있어

여름 해수욕장으로 좋을 것 같지만 서해 바다의 물은 거의 모두 미세갯벌이 가득한 흙색깔이라

수영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이제 막바지에 이른 벚꽃들이 비바람 한 번 만 불면 모조리 떨어질 것 같이 간당간당하게

유지하고 있고 흙벽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작은 보랏빛 꽃들도 툭 건드리면

밑으로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다. 바위도 무너지는데 이런 꽃들이나 나무야

어찌 견디랴.

 

꽃지섬을 반대편에서 보니 셍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배의 모습이라 한참 바라 보았다.

 

긴 백사장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니 기이한 모습의 돌기둥이 저 앞에 우뚝 서있다.

제주도 올레길 7코스 앞에 있는 외돌개의 모습과 흡사하다. 길벗들이 너도 나도

기념촬영을 해 본다.

 

아차도는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없는 곳이라 여기 저기 자연적으로 자란 귀한

나무들과 나물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잘 아는 길벗들이 욕심이 생겨 자꾸 손이 간다.

선착장 입구에는 섬에서 자라는 것들을 채취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농사일을 잘 아는 강화도민 길벗들은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한 무리의 길벗들이 걷기를 멈추고 모두 숲 속에 쪼그리고 앉았다. 가만히 보니

자연적으로 자란 달래밭인지 손에 한 웅큼씩 하얀 달래를 뽑아 들고 있다.

 

흙들이 무너지고 있다. 스키점프장의 긴 슬로프처럼 우수수 무너져 내린 흔적이

절벽에 긴 생채기를 내 버렸다. 문득 리딩하는 이가 절벽 바위가 달라졌다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전에 절벽바위의 모습이 영락없이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살져 버렸단다. 그래도 다른 각도로 보니 여전히 사람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이 빠지고 있는 곳에 바닷가 저편에 갈매가 맴 돌고 있는 작은 섬이 있는데

언젠가 물이 빠졌을 때 길벗이 가보니 갈매기들이 알을 낳는 곳이라 한다.

이 근처에 갯벌은 얼마나 고운지 머드팩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워낙  한적한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갈매기 알을 훔쳐가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갈매기들이 작은 바위섬에서 떠나지 않고 경계를 하고 있다. 적자생존의 세계는

늘 그렇게 서로 견제하며 살고 있는 것이 만물의 이치인가 본다.

 

절벽 아래 누군가가 불태우다만 커다란 나무밑둥 뿌리가 검게 그슬려 남아 있는데

그것 조차 멋진 작품으로 보이니 주변환경 때문인가 보다.

 

가끔 파도에 쓸려 내려 온 것 같은 않은 덩치가 큰 쓰레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쓰레기를 여기까지 가지고 와서 버린 양심들은 어떤 마음들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길이 거의 끝나가는 듯 멀리 선착장이 보이며 마을길로 들어선다.

어느 집 뒷켠에 잘 다듬어 놓은 나무장작에서 갓벤 냄새가 날듯하고

그 모퉁이에 커다란 곰탕을 끓일 때 쓰는 솥단지 하나가 드럼을 잘라 만든

이동식 조리기가 녹슨 채 또 다른 요리를 기다리고 있다.

 

평화스러운 마을 입구에 예쁘게 지은 교회와 활짝 핀 목련이 눈을 끈다.

지은지 104년이 되었다는 아차도감리교회.  혼자 있다면 주문도의 서도교회처럼

들어가서 기도하고 찬송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오늘 일정이 바빠 포기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 발견.

우리섬 가게라는 간판이 있는 작은 건물에 들어가니 무인 잡화상이 있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세제, 음료수, 주방용품, 라면 등등 가격이 모두 붙어 있고

구석에 돈을 넣을 수 있는 통이 있는데 돈통이 그냥 오픈되어 있다.

각 상품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며칠날 무슨 물건을 사고 돈을 얼마나

놓았는지 적는 노트가 있다.

 

무인가게  앞에는 이 가게의 주인은 마을 사람 모두라 하고

각 상품마다 100원 정도의 이익을 붙여 판다고 한다.

이런 작은 동네에서 이런 물건이 송두리째 없어진다 해도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섬이라 배 없이는 도망도 못가는

상황이라 서로 믿고 운영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마을 우물을 새로 만들어 놓았는데 관리를 위한 듯 철조망을 쳐 놓은 것으로 보아

만약의 사태를 위한 방책도 세워 놓았다. 집 몇 채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동네 앞에

학교이었음직한 건물이 낡아 빠져서 겨의 쓰지 못할 정도로 되어 보기 흉하게

방치되어 있다. 아이들도 육지로 유학보내니 동네가 조용하다.

 

늘 이런 시골을 다니면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젊은이조차

볼 수 가 없다. 모두 나이든 사람들만 모여서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는다.

그러다 저 분들 모두 세월지나 돌아가시면 이 마을은 어찌될까?

 

지붕 꼭대기 그물망을 높이 달아 생선을 말리고 있는 집이 오늘 우리에게

점심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다. 

마당에 주꾸미들이 그물망에 갇혀서 거품을 뿜어내고 있고

탐스런 큰 소라들이 입구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잡아 온 것처럼 보인다.

 

점심은 그야말로 어촌의 진수성찬이었다.

오래 된 뒤주와 겨울이면 방 안에서 고구마를 굽고 따뜻한 온기를 채워 줄

화로가 구석자리에 있는 거실에 한 상 가득히 부페식으로 차려 놓았다.

네가 좋아하는 간장게장과, 소라, 생선찜, 봄나물들, 버섯전, 파전 등...

그것만 해도 좋은데 조금 뒤 내오는 싱싱한 주꾸미 회와 살짝 익힌 주꾸미

거기에 까만 먹물이 탐스런 주꾸미 머리들..

 

오늘 내 생전 가장 맛있는 주꾸미들과 소라에 포식해 버렸다.

하긴 오늘은 먹으러 이 작은 섬에 온 것이다.

걷기 좋아하는 내가 겨우 2시간 걷기 위해 이 먼 길 오지는 않을테니

오늘은 트레킹이라기보다 별미 여행이라고 하자.

 

뱃시간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어 각자 먹은 것외에 별도로

주꾸미와 소라들 그리고 버섯들을 사서 배낭에 챙겨 넣었다.

 

주인이 뱃터까지 배낭들을 옮겨준다고 하여 몇 몇 사람은

편한 몸으로 우리를 태우기 위해 이미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는 뱃터까지 산책했다.

그런데 아차...이 곳은 배를 내리는 곳가 타는 곳이 다른 것을 몰라

허겁지겁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정확하게 2시에 배가 떠나고 주문도와 볼음도에서 사람을 태우는데

볼음도에서 초상이 있었는데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배위에 올라온다.

그래도 상은 상이고 시골은 시골인심이 있어 그 분들 모두 손에 커다란

비닐로 농산물 해산물들이 가득하다.

 

모두 포만감에 피곤한 듯 넓은 선실에 길게 누워 잠을 자고 있기에

혼자 밖으로 나와 말없이 바다를 보며 최근의 세월함 침몰 사건을 생각해 본다.

 

내 생각같아서는 배 밑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배 위를 뚫거나 폭파해서 시급히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폭파하면 사람이 다칠까봐 그러는지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을 하다가

시간을 지체해 한 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문득 우리 배 옆으로 같이 진행하는 작은 고깃배에 갈매기들 무리가

거의 배을 에워싸고 같이 진행하고 있기에 가만히 보니

배에서 잡은 생선을 체로 걸러 필요없는 고기들은 바다에 버리니

그 버린 생선들을 먹기 위해 갈매기들이 버리는 순간의 수면위에

갈매기들이 미친 듯이 모여들었다가 다시 배를 따라가는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한참 보며 동영상으로 잡아 보았다.

 

짧은 여행. 싱싱한 계절 생선 주꾸미로 누린 긴 포만감.

아내와 둘이 사는 내게 사온 양이 많을 것 같아 돌아오 는 길에

누님 댁에 미리 전화를 걸어 반을 덜어 드렸더니 내가 드린 것 보다

더 많은 반찬을 바리 바리 싸 주신다.

 

아내도 마침 주꾸미 먹고 싶었다며 좋아하고 싱싱한 소라도

무척 좋아하기에 잠시 와 계시는 장모님과 함께 저녁은 행복한 식사로 즐겼다.

 

떠남은 추억뿐만이 아니라 더불어 따라오는 것도 있다.

네 인생을 회고해 보건데

뭐든지 열심히 즐기면 거저 얻어지는 다른 선물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