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오미 난동 구간

carmina 2014. 4. 9. 21:44

 

 

2014. 4. 5

 

 

지리산 둘레길 18코스 (오미-난동 구간)

 

지리산을 한바퀴 도는 둘레길은 전라북도,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코스가 원같이 한바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 구간에서
지선이 되어 있는 곳이 3군데 있다.

 

삼화실에서 대축가는 길의 중간쯤의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가는 지선,
송졍에서 가탄가는 길의 중간쯤의 목아재에서 지리산 내륙의 당재까지 지선 그리고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오미마을에서 섬진강 북쪽으로 가는 오미-방광코스와
섬진강의 남쪽으로 가는  오미-난동 코스가 있다.

 

지리산 둘레길 완주를 계획하면서 이 세가지 지선에 대해서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3개의 지선을 모두 다 걸어야 완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형으로 걸어가는 것만으로
완주했다고 하는 것인지 본인 스스로의 결정할 문제지만, 지난 번 하동코스는
거의 완주했고 목아재-당재코스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같지만
오미-난동코스는 충분히 한 개코스로 가능하기에 걸어보아야겠다고
언제 갈까 기회를 잡다가 마침 섬진강에 벚꽃이 가득한 시기에 날짜를 잡았다.

 

다행하게도 올해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꽃이 만발한 이상현상을 보이기에
서울에 꽃이 가득해도 섬진강가에겐 꽃이 가득하다고 일주전 다녀온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 꽃이 만발하기에 결행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 오미마을을 가기 위해선 구례까지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일주일 전에 검색해 보았는데 금요일 저녁 표가 모두 매진. 혹시나 해서
남원가는 표도 보니 모두 매진. 이럴 수가...

결국 조금 비싸지만 남원까지 가는 KTX 그것도 자리가 없어 조금 늦은 시간으로
예약할 수 밖에 없었고 오는 표도 불가능할 것 같아 기차로 예약하는데
이마저 늦은 시간 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두 남쪽으로 여행가나?

 

밤 12시에나 남원도착하고 아침에 구례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오미로 가는
마을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가 둘레길을 걷는다고 여길 몇 번이나 왔었던가.

버스는 한산한데 버스와 기차표가 매진될 정도로 많았던 관광객들을 다 어디간거야?
버스가 지난 번 걸어갔던 눈에 익은 길로 접어드니 무척이나 반갑다.

 

운조루가 있는 오미마을.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다가 거절당한 음식점과
친절하게도 공짜밥을 주셨던 마을의 어느 집이 정겹게 보였다.

마을 앞 정자가 있는 곳에서 마을 어른들이 잔디를 다듬고
커다란 그네가 있는 곳에서는 도시사람들이 아이들과 그네를 즐기고 있다.
 
자 이제 출발해 보자.

오미마을에서 상사마을쪽으로 가는 길의 한옥마을엔 영화셋트처럼 인적이 없다.
난동마을로 가는 길로 접어드는 사거리에 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열을 지어 달려오기에 인사를 건네고 용두마을 길로 들어섰다.

 

텅빈 정자. 요즘 시골의 어르신들이 쉬는 정자에는 모두 유리창문이 달려 있어
TV와 선풍기도 달려 있을 정도로 안락하다.

 

며칠동안 미세먼지와 황사로 시야가 흐렸는데 다행히 그제 내린 비로
멀리 산이 뚜렷이 보인다. 오늘 걷기는 그다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상쾌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일부러 마을을 상징하는 듯 넓은 벌판에 소나무 하나 우뚝 서있고
범죄없는 마을이라고 표식을 해 놓았다. 마을의 자긍심이 있어서인지
동네도 깨끗해 보였다.

 

이정표를 따라 가는데 어느 곳에서 이정표가 뽑혀져 전봇대에 기대있다.
무심코 화살표 방향으로 가다가 문득 뽑혀진 이정표의 방향이 의심스러워졌다.
갔던 길을 되돌아와 어느 길이 맞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지나 가던 동네 어른이 다른 길을 알려 주지만 그 곳은 이미 이정표가
확실하게 갈 방향표시를 해 준 곳이라 이러다 오늘 첫 걸음부터
힘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무척 고민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네 어른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대나무가 있는
마을 골목길로 가다 보니 섬진강을 건너가기 위해
멋진 나무데크를 길게 만들어 놓아 트레킹 코스는 맞는 것 같은데
데크를 건너 강을 건너니 둑 위에 있는 오수처리장 앞에서
방향감각을 잃어 버렸다.

 

나무 이정표 대신 리본 이정표가 있는데 양쪽에 모두 보인다.
어디로 가라고?  어쩔 수 없이 지리산 구례안내센타에 전화했더니
요즘 그 곳에 공사중이라 팻말이 뽑혀 있고 잘못되었다며,
오수처리장 왼쪽길로 가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섬진강 둑길로 가는 멋진 길.
둑에 올라 서니 세멘트 포장길 양 옆으로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들이
열병처럼 서있다. 둑 아래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멀리 희미하게 산들이
마을의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개나리와 벚꽃이 같은 시기에 피던가? 이상기온으로 나무들도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둑 주위의 부지들을 이용한 듯 체육시설들이 잘 만들어져 있고
길을 걷는 이들이 쉬어가라고 철조망을 열고 쉼터도 만들어 놓았기에
들어가 아침에 사가지고 온 만두와 커피로 한적함을 즐겨본다.

 

섬진강의 수로를 통제하는 곳에 저수된 물들이 맑은 소리를 내며 아래로
흐르는 곳에 커다란 백로 한 마리가 유유히 수면을 날라간다.

강가의 고수부지를 이용해 작은 놀이터도 준비되어 있고 아래로도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길을 내 놓았다.

 

나이들면 이런 곳에 살면서 섬진강변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소일하는 것도
좋겠다 하는 꿈이 생긴다. 강은 맑고 수면이 흔들림이 없어
건너편 산을 그대로 거울처럼 담아내고 있다. 평화가 보인다.

 

나보다 일찍 길을 나선 듯한 사람들 몇 명이 멀찌기 앉아서 쉬고 있기에 반가움에
그 옆을 지나쳤지만 아는 체도 안하기에 나도 그냥 지나가 버렸다.

 

이 둘레길 코스는 이순신장군이 백의종군하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던 길이라해서
백의종군로라고 불리운다. 이 길은 섬진강코스와 지난 번 다른 코스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를 기리기 위해 이 길을 걸어보는 행사가 있음직하다.

 

문득 멀리 강건너 낮은 산 꼭대기에 큰 집이 한 채 보이는데 그 집을 둘러싼
숲이 완전히 하얀 벚꽃으로 가득차 있다. 겨울왕국이 아니고 벚꽃왕국일세.

다리 밑으로 나무데크를 해 놓은 길을 벗어나니 갑자기 차가 쌩쌩 달리는 길이
가로막힌다. 이정표는 직진하라고 되어 있는데 말 그래도라면 그 도로를
위험하게 가로 질러 걸어 가야 하지만, 걷기 본능으로 그 화살표가 잘못
되어 있음을 알고 다리를 건너가니 아니나 다를까 다리 끝에서 다시
다리 밑으로 가는 화살표가 이어져 있다.

 

이 길은 도심지 옆의 길이라 가끔 길을 걷는 이들이 보인다.
강 건너 둑길은 벚꽃 일색인데 반해 이쪽 길은 일부러 도심의 미화를 위해
심어 놓은 듯 여러가지 꽃들이 보이고 걷는 것도 차도에서 조금 떨어진
둑 옆으로 푹신한 흙길을 만들어 놓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다행한 것은 이 곳 산책로에는 자전거 탄 사람들이 없어
무척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도심같았으면 걷는 이보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텐데...

 

이 곳의 이름이 서시천인가? 혹시 시인 윤동주와 관계가 있는 곳은 아닐까?
이제 막 건설된 듯한 커다란 다리를 옆을 끼고 걸어가는데
벚꽃이 바람에 날려 눈처럼 쏟아진다.

 

보라빛 산책로에 떨어진 눈들이 나무그림자와 잘 어울려 멋진 회화를 그려낸다.
바람에 꺽어진 나무도 꺽인 채로 자라고 있는데 이 쪽의 벚꽃들은
강건너 나무와 확실히 다르다. 대개 벚꽃은 흰색잎인데 이 쪽은
자주빛의 벚꽃이 거의 1:1 비율로 자리고 있어 더 장관이다.

 

처음에는 자주색 벚꽃을 보며 이게 혹시 매화나무인가 혹은 명자나무인가 혹은
복숭아 나무인가하고 궁금해 하여 나중에 찾아 보니 겹벚꽃나무인걸 알았다.
이 꽃을 일본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이쪽 섬진강가에는 제법 큰 운동장도 있고 넓은 잔디밭이 있어 가족들 소풍도 좋고
특히 지리산둘레길 구례안내센터도 있다. 내가 아까 전화로 길을 물었던 곳.
지나는 길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둘레길 여권에 스탬프도 찍고 곧 완주를 한다 하니
완주증을 보내주겠다며 증명서에 들어갈 내 사진을 찍었다.

 

지도가 그려진 둘레길 손수건도 사고  선물로 호루라기와 작은 달력도 받았다.

강으로 이어지는 길. 강변이 지저분하면 강물도 지저분해지고 강물이 병을 앓는다.
이 곳 섬진강에는 지저분한 것들을 배출할 원인들을 제거한 듯 강가에 음식점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강가에 관광버스가 서있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불교인들이 방생행사를 하는 듯 하다. 한 때 강에 있어서는 안될
천적들을 강물에 방생해 토종물고기들일 피해를 입는 문제가 되곤 했는데
설마 그런 행사는 아닐 것이라고 자위해 본다.

 

길을 걷다가 어른이 계시기에 인사를 했더니 오늘 걷기 좋은 날이라며
건너편에 지리산을 잘 보여 노고단 천왕봉을 볼 수 있다며 위치를 알려 주신다.
산이 많아 어는 것인 줄 몰랐는데 이젠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까지 차가 갈 수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다 하니 둘레길을 다 걸은 후에 한 번 올라가 봐야겠다.

강가에 아파트 형 비둘기 집도 만들어 놓았다. 어릴 적 인천의 자유공원에
저런 집이 있어 비둘기들과 놀곤 했는데 무척이나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잘 다듬어진 산책길 아래로 강변에 넓은 길을 더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 자연미가 있어 둑 아래로 내려왔다.

강가에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에 앉은 연인이 어깨를 마주 대하고 있어
정답게 보인다. 저런 때가 그립다.

맑은 하늘에 작은 구름이 둥실,

강은 맑고 푸르고 꽃은 피고 바람은 시원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이
있는 이 곳. 너무 좋은데 사람들은 왜 몰리는 곳에만 몰릴까?
바가지 상술이 넘치고 물건값 비싸고, 푸대접 받는 곳에 가느니
차라리 이런 곳이 더 낫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랑 천천히 걸으며 강물에 발도 담그어 보고
자연과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곳은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데..

이제는 이런 긴 둑을 그만 걷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쯤 이정표가 꺽어져
마을길로 들어섰다. 축사에는 긴 겨울을 지낸 소들이 떼이저 있고
오리 축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오리들이 조용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섬진강 중간에 물막이 해 놓은 곳에 먹을 거리들이 많은지 큰 백로 몇 마리가
이리 저리 멋지게 활강하며 수면에서 무언가를 낚아채고 있다. 물막이를 해 놓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들이 피아노 선율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너울지고 있다.
이런 멋진 광경들을 나 혼자 즐기고 있다는 것이 왕이 된 느낌이다.


어느 순간 물빛이 변한다. 흙 빛깔의 물이 천천히 맑은 물과 섞이고 있다.
왜 그럴까? 수면이 낮아진걸까? 아니면 둑으로 막아 놓은 흙더미가 물결에
휩쓸려 내려오는 것일까?

 

그간 마주오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이제 반정도 걸어왔는지 한두명씩 마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 나와 같은 시간에 반대편 난동에서 출발한 사람들일 것이다.
점심 먹을 만한 곳을 물으니 나보고 자기들처럼 반대편에서 출발해야 교통도 편하고
점심 먹을 곳도 쉽게 찾을 것이라고 알려 준다.

 

나도 나름대로 알아보고 걷고 있는데 그런 도움말을 주는 길벗들이 좋다.

섬진강 건너편을 보니 어떤 여자분이 홀로 걷고 있다. 넓은 청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밭에는 시골 아주머니들이 나와 봄 밭을 일구고 있는데 조금 특이한
면이 보인다. 제주도에서만 많이 보아오던 밭 한가운데 무덤이 여기서 자주
볼 수 있다. 아마 인근 산은 모두 국유지이기에 산에 산소를 만들기 힘든가 보다.

마침 밭일하러 나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긴 왜 이렇게 산소를 밭가운데
해 놓았느냐고 물었더니...오래전부터 그랬단다.

 

이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광의면으로 들어간다. 아주 낡은 다리를 건너
작은 터널을 지나면서 울림이 좋을 것 같아 큰소리로 오! 솔레미오 노래를 불러본다.
쩌렁 쩌렁 내 소리가 반사되어 울린다. 좋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견공들의 소리가 들린다. 개 사육장에는 흰 개들이 가득하고
모두 허리를 곶추 세운 채 창살을 긁어대며 짖어대는데 금방이라도 뚫고 나올 기세다.

마을길을 지나니 마주치는 할머니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둘레길 덕분에 시골 사람들도
도시 사람들을 자주 보니 반가운가 보다. 배가 고플대로 고파서 이젠 무엇이던지
눈에 보이는 식당이면 들어가야겠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오기에 들어가니 인근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점심을 먹는지 흙먼지가 가득한 작업복이 건설회사에
평생 몸담은 내게 그 모습이 경건해 보인다.

 

돼지국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서니 길 옆에 주택가 작은 골목이
내 시선을 잡는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같다.
양쪽으로 기와집이 있는 좁고 비탈진 언덕길에 눈이라도 오면
우리에겐 가장 멋진 스키장이 되었고 작은 개천이 얼면 좁은 틈으로
썰매를 타고 담장넘어로 동백꽃 몇 송이 삐쭉 나와 있는 길이 너무 비슷하다.

 

대개 이런 시골에 그럴듯한 교회 하나 있을법한데 십자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길, 이젠 싫증날만도 한데 지치질 않지만 너무 오래
세멘트 길을 걸어서인지 발바닥에 열이 오른다. 벚꽃사이로 보이는 지리산 정상의
모습을 한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어느 길에서는 걷는 사람을 위해서 일부러 만들었는지 길 가운데에
푹신한 느낌을 주는 자주빛 폐타이어 길이 깔려 있어 오랜만에 지쳤던 발에
청량감을 준다. 맨발로 걸어 볼까?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던 길이 구만교에서 이정표가 직각으로 꺽어져 있다.
이젠 다른 길 좀 걸을려나.

 

다리를 건너니 동네 아저씨가 커다란 철망에 흙을 고르고 있으나 인기척을
못 느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는 길 저 쪽에 경로당과 화장실이 있어
제일 반가왔다.

비록 화장실은 냄새가 가득한 재래식이지만 그것만이라도 어디냐.

산 언덕 기슭에 자리잡은 경로당은 아직 추워서인지 안에 먼지만 가득했다.

오늘 처음 걸어 보는 산길이 있어 다른 곳에서는 지겹던 산길로 올라가나보다 하고
좋아했는데 언덕을 넘어가니 다시 세멘트 길. 아이고야.

 

이제 섬진강길은 끝난 것 같다.
넓은 밭에 멀리 농삿군 아낙네가 쪼그리고 앉아 끝없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저 밭에서 얼마나 오래 일해야 호미를 손에서 놓을 수 있을까?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전방에 저수지가 있어 물을 둑밑으로 흘려 보내고 있다.

경찰차가 나를 보고 있다가 천천히 다른 길로 가 버린다.
맞은 편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저씨가 개의 끈을 당겨잡는다.
혹시라도 갑자기 개가 달려드는 돌발적 행동을 위해 조심하는 위한 배려일 것이다.

 

언덕위에 농촌체험교육관이 있는 넓은 앞 잔디마당에서 아줌마들 몇 명이
잔디에서 무언가를 캐고 있으나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이젠 본격적으로 난동 마을을 향해 걷는다. 난동마을로 가는 길에 온동마을인지
작은 저수지 이름이 온동저수지이다.

기와집들이 가득찬 온동마을에 벚꽃도 소들도 가득하다.

이제 난동마을 도착. 오늘의 여정이 끝났는데 반대편에서 마주 오는
남녀 길벗이 지도를 들고 길을 못 찾아 헤매이고 있다.

온 여정을 물어보니 방광마을에서 출발했다는데 이정표를 보지 않고
지도만을 들고 둘레길 걷느라 도로만 따라서 걸었는가 보다.

 

둘레길 걷는 기본 원칙을 알려 주고 버스 정류장에서 구례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시간을 알 수 없기에 밭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물어 보니 시간을 알 수 없단다.

 

둘레길 안내서에 난동마을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연파마을이라고 있는데
거기서는 구례가는 버스가 많다기에 동백꽃과 해당화 꽃길을 한 참을 내려가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금방 버스가 오기에 역시 내려 오길
잘했다고 흐뭇했는데....이런 이 버스가 내가 힘들게 내려온 길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내가 걸어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덕분에 오미 난동 구간 18.7Km인데 20Km를 넘게 걸었다.

무언가 앓던 이를 가장 알맞은 때에 뺀 기분이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을 왜 그간 망설였을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에는 방광에서 산동간을 하루에 걷고 나머지 하루는 산동에서 주천까지
걸으면 온전히 한 바퀴를 도는 셈이다. 끝이 보인다. 그러나 이 곳을 다시
오기는 힘들 것 같다. 누군가의 동행이나 길 안내 부탁이 있기 전까지는...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