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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 뿌리를 찾아서

carmina 2014. 5. 11. 16:09

하동

 

어쩌다 정씨성을 가진 사람과 인사를 하다보면

늘 빼 먹지 않는 겉치레 질문이 있다.

 

"본이 어디세요?"

"하동입니다"

"하동이 어디죠"

"아 저 남쪽 어디래요"

 

내가 하동 정씨인가?자기 본관의 지리도 모르면서...

이런 나의 수치가 지난 몇 년간을 계속 괴롭혔다.

언젠가는 가 보리라고 다짐하다가드디어 결행했다.

 

휴일날 오후잠을 즐기려는 마누라에게 미안하다는말을 곁들이고 

마산행 열차를 타러 부지런히 서울역으로 갔다.

또 일박 이일 동안의 나만의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은 늘 기차가 좋다.

한 잔의 캔 맥주와 집에서 가지고 온 무화과열매를 안주로  새마을 호에 편히 누워 펼쳐지는 창밖 풍경들을 즐기며  기차는 계속 아래 녁으로 치 닫는다.

 

마산에 늦게 도착

간단히 바다 풍경 즐기고 다음날 아침 일찍 하동가는 버스에 올라 진주를 거쳐 하동을 도착했다.

카메라 준비하고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금방 정겨움이 쏟아진다.

 

조그만 시골 간이역이 눈 앞에 있고 몇 안되는 택시들이 손님을 맞을준비를 하고 있다.

손 안에 잡으면 금방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조그만 마을이길게 늘어져 있고,

구멍가게 아줌마에게 물어 하동포구를 물으니 한참 가야 한단다.

대신 요 앞에 송림이라는 곳에 가면 섬진강이라고 가르쳐 준다.

 

아 섬진강 이곳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정말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보았다.

거의 개발을 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강가와

몇 척의 고깃배와옆에 길게 누워있는 작은 산들..그 곳으로 가고 싶다.

 

 경남 100년을 기념하는 탑을 사진에 담고 작은마을과 이정표들을 사진에 담든다.

송림이라는 곳에 가까이 가니 조그맣고 하얀 강아지가 자꾸 나를 따른다.

섬진강가에 내려 앉아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본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강가에 혼자 앉아 보기도 흔치 않으리라.

 

아주 오랫동안 하얀 강아지와 여유를 즐기고 모래사장에

뎅그마니 놓여있는작은 보트에 기대어 한참을 쉬고 강가를 걸으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든다.

 

아! 내가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구나.

바로 강가에 재첩국을 파는 가게가 있어

밥 주세요 하고 들어가니 안 방으로안내한다.

이 곳은 모든 음식점마다 반드시 재첩국을 판다.

 

이 고장의 특산물임을 이미 글을 통해 읽었던 터라

재첩국을 보니 구수한 내음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서울의 재첩국은 재첩 몇 개 넣고 맛 만 냈는데

이 곳은 완전히 재첩살이 온통 국그릇에 가득하다.

 

아줌마가 숭늉을 들고 들어오길래

내가 하동 정씨인데 하동에 한 번 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니

이 곳이 하동 정씨가 무척 많단다.

재첩국외에 이것 저것 밑반찬들이 무척 맛있어

밥을 두 그릇을 비웠다

5000원이면 비싼건가?

식사하고 천천히 걸어 마을을 돌아 볼 량으로 나오니

아줌마가 큰 소리로 부른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하동정씨를 만나보겠느냐고 묻는다.

씩 웃으면서 사양하고 단지 하동이라는 곳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얘기하고는 마을의 시장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적 자라던 인천의 수문통 시장과

이렇게 똑 같을까?

 

나이드신 할머니들이 조그만 좌판 벌려 놓고 손님이 하나도 없어도

장사꾼들끼리 즐겁기만 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잘 찍어 달라고 애교도 부리면서

사진 언제줄거냐고 묻는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내 고장 하동을 확인하고

시간을 보니아직 여유가 있다.

 

화개장터라는 곳에 다녀 와도 넉넉하겠다.

버스로 약 20 분가량 달려 화개 에 내려 주위를 둘러 보니

도무지 한적하기만 하다.

 

오늘이 장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왔지

인적도 없고 단지 화개장터를알리는 돌비석

하나만이 승용차들 가운데서 외로이 서 있을 뿐...

가끔 승용차가 지나가지만 모두 쌍계사쪽으로 달리고 있다.

 

국도뚝을 걸어내려가니 섬진강이 조금 빠르게 흐르고 있고

저쪽 구례와 이쪽 화개를 가로 질러 길게 밧줄이 매어져 있다

이게 무슨 줄일까? 사람들이 배를 타고 올 때 잡고 건너오는 건가?

주위에 아무도 없어 궁금중만 가득 안고 다음 차로 그 곳을빠져 나왔다.

순천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안에서 오랫만에 포만감을 느낀다.

 

내 고장 하동은 착한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확인하고

또 조용한 곳에 순박한 농민들과 어민들이 오손도손 사는 곳임을

내 자식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으리라..

 

얘들아 누가 너보고 어디 정씨냐고 물으면 하동이라고 해라.

하동은 저 남쪽 섬진강가에 있는 조그맣고 평화스런 마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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