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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하회마을

carmina 2014. 5. 11. 16:08

안동하회마을

 

모처럼의 토요일 휴가, 호젓한 여행이 가능하기에 혼자라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둘이라면 더욱 좋으리라 하고 아내를 유혹했다.

애들 학교 가는 문제, 비용 지출 문제 등은 알아서 결정하라 하고

모든 조건을 따지면 그런 여행은 전혀 할 수 없는 것이니 어느 때는 눈 질끈 감고 부딪혀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넌지시 던져 놓았다.

마치 남편을 혼자 보내면 사고라도 칠 것 같다는 핑계로 못이기는 체 따라 나서는 아내와 함께 한 밤 중에 차를 몰았다. 최종 목적지는 안동의 하회 마을. 하천이 휘 돌아 가는 곳이라 해서 하회마을에 요즘 매스콤에 초점을 되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쓰여왕이 생일 잔치를 이곳에서 한다는 뉴스에 이곳의 명성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뉴스 때문에 가보고 싶은 것은 아니고 오래 전부터 태백 탄광촌 그리고 밀양의 얼음 골처럼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다. 이 곳들은 다음의 여행지로 꼽고 있지만

혼자라면 기차를 타고 싶어 시간을 알아 보니 밤 9, 새벽 1시 반경 안동에 도착하여 인근 여관에서 자고 아침부터 돌아다니면 몇 곳을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 하고 계획하였지만, 아내의 직장문제로 기차는 포기하고 승용차를 이용하여 중간에서 하룻 밤 자고 이튿 날 아침부터 여행하기로 했다.

인적과 차적이 거의 없는 밤길을 달리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밤 늦게 양평의 콘도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투숙객들의 얼굴에서는 취기가 거나하다. 아내와 밤 늦도록 이야기로 정을 나누다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났다. 애들에게는 계속 핸드폰으로 연락하여 대화를 나누니 애들도 무척 좋아한다. 핸드폰 구입한 이래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남으로 차를 몰았다. 여주를 거쳐, 제천, 단양, 영주 그리고 안동으로의 긴 여행은 생각하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중앙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며 1000원을 내니 웬지 돈을 덜 낸 것 같은 기분이다. 늘 짧은 거리를 다니며 1100원이나 1300원을 지불했는데 몇 십 킬로를 달리고도 1000원의 금액은 너무 바겐세일이구나 하며 즐거워했다. 앞서 가는 군 트럭을 따라 죽령을 허위 허위 돌아 올라가며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자 했으나, 휴게소가 너름 허름하여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고갯길을 내려 갈 때는 조심 조심. 길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과속을 단속하는 경찰들에게 공돈 뺏기기 싫어서

시원스럽게 뚫린 5번 국도를 따라 하염없이 내려간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보다는 국도를 달리는 편이 상당히 기분이 상쾌하다. 길가의 사람들, 학교 다녀 오는 학생들, 논일 밭일 다녀 오는 농부들의 걸음걸이가 한결 가벼워 보이는 것은 토요일이기 때문일까?

일요일이란 말은 저절로 기지개를 펴게 만든다. 낮에 한 숨 자야 겠다는 생각과 새벽 출근이라는 몸서리쳐지는 일이 없어서인가? 일요일도 바쁜 나지만 토요일이면 벌써 일요일의 편함에 대해 군침이 돈다.

안동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가 늘 대구까지의 거리가 같이 표시되어 있다. 안동에서 대구까지 꼭 100 킬로. 안동입구에서 하회마을까지의 거리가 표시된 이정표를 보았다. 안동에서도 한 20키로 정도 더 떨어져 있다. 하회마을 이외에 다른 명승지 방문은 힘들 것 같다. 안동댐이나, 도산서원등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이미 1시 반을 지나간다.

안동시내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예천가는 길로 접어 들어 한 참을 들어가니 본격적인 하회마을 이정표가 나오고 도로 숫자가 세자리로 나가는 지방도를 따라 조금 들어가니 안동이라는 말보다 헛제사밥이라는 말부터 나를 반긴다. 시장해서 보이는 것이 먹는 것 밖에 없어서인가? 헛제사밥.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밥처럼 메뉴가 되어 있다 해서헛 제사밥.’

그러나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어릴 적 시골로 제사를 지내러 다닐 때 밤 늦은 제사 후 어린 마음에 제사음식에 귀신의 혼령이 들어 있다 해서 먹기를 꺼린 기억이 있어 지금도 제사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 편이다.

좁은 논둑 길을 따라 천천히 들어가니 곧 온갖 장승이 서 있는 음식점이 하회마을이 시작됨을 알린다. 배는 고프지만 더 들어 가 보자 하고 탈 박물관을 지나 조금 들어가니 커다란 주차장이 내 앞길을 가로 막는다.

입구에 탈춤 공연장이 있으나 문이 잠겨있다. 일요일만 공연하는 것을 알고 오기는 했지만 조금 섭섭한 마음이 있다. 하긴 평일은 사람의 발길이 뜸하니 장사 속이 안 맞으리라.

화장실조차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을 정도로 민속적인 멋이 보여 정겹다.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에 볼품 사나운 군것질 거리 파는 간이 포장건물이 마을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이 곳에서 저런 것을 꼭 먹고 시작해야 하나 하는 우리네 먹거리 관습이 아쉽기만 하다. 워낙 배가 고파 처음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허기부터 채우자 하고 들어간 곳은 내부에 하회 마을임을 알리는 탈들과 나무들로 인테리어를 꾸미기는 했지만, 홀에 가득 널려 있는 음식 재료들과 그릇들이 눈에 거슬린다.

아니나 다를까 시킨 음식도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비빔밥에 곁들여 내 놓은 된장국도 따뜻하지 않아, 이런 것이 이곳 하회마을의 독특한 음식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촌 두부 한 모에 푸성귀 얹어 놓고 5000원을 받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우리가 잘 못 찾아 들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시장기는 가셨기 때문에 다른 음식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음식에 대한 불만은 마을을 걸어 가면서 곧 가셔버렸다.

낮은 울타리와 초가집의 고풍스러움이 마치 고향에 와 있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고, 구경이 허가된 집에 들어가면 손때가 자르르 묻어 반들 반들한 툇마루의 나무 결이 보석을 만지듯이 귀하기만 하다. 이런 것이 전통인가?

유성룡선생이 살던 집을 보고 그 후손들이 살고 있는 뒷칸을 잠시 보니, 아주 많은 소반이 처마밑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고, 놋쇠그릇처럼 반들반들한 그릇들이 햇빛이 반짝 빛나고 있다. 그 것들을 보니 어릴 적 명절을 앞에 두면 파랗게 녹이 슨 놋쇠그릇을 기와가루를 묻힌 지푸라기 수세미로 반짝 반짝 닦아내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느 집이나 다 민박을 하고 있어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시골집 같은 이곳에서 꼭 한 번 자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가옥에 따라 구경이 허가된 집이 있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로 구경을 제한한 집도 있다.

유성룡선생의 유품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은 마루로 되어 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더욱 다정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무의 질감에서 오는 따스함 때문인가? 갖가지 사령장들, 갑옷들속에서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박물관을 나와 마을 끝을 보니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번개에 맞았는지 혹은 일부러 불 태워 버렸는지 중간이 잘려 있지만 그 나무가 제대로 서 있었을 때의 거대함을 상상하니 가히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나무가 보는 시야의 코 앞에는 조용히 휘돌아가는 강이 있다.

하얀 모래 밭, 아무도 강가를 거니는 이가 없고 물로 많지 않은 그 곳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강 둑을 따라 오른 편에 초가 집의 마을이 있고 인터넷에서 보았던 민박 집도 보인다. 단오 날 즐기는 커다란 그네에 젊은이가 깔깔 거리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우리가 그 곳으로 걸어가니 자리를 비켜 주는 모습이 고맙다. 아내와 난 동심으로 돌아가 그네에 매달려 본다. 손 안에 꽉 잡히는 동아줄의 느낌이 힘차다. 왜 이곳에서 자꾸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날까? 그네를 몹시 잘 타시던 어머니 그리고 그네 옆에 썰렁하게 놓여 있는 널뛰기 판을 바라보며 자꾸 발을 고이 모으고 하늘로 높이 날라갔다가 떨어지며 널을 구르는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네 앞에 강가에는 솔 밭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인위적으로 아주 오래 세월 전에 심어 놓은 것이 틀림 없다. 이 곳에서 갓을 만들고 아주 옜적 탈을 만들던 노인들이 심어 놓았을까? 강가에 아가씨 둘이 앉아 한적하게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 일본에서 단체 관광을 온 듯한 일행들이 재잘거림이 소나무 숲을 울리고 있다.

이렇게 강은 마을을 끼고 타원형으로 돌아가는데 강 저편에 보이는 곳은 높은 바위와 숲이 아주 절경이다. 또 그 앞에 펼쳐져 있는 하얀 모래 밭을 보며 여름에 이 곳이 얼마나 시끄러울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 것은 너무 세속적인가?

더운 여름에 이 곳에 앉아만 있어도 더위가 가실 것 같다. 우리 애 들이 이런 곳을 좋아할까? 소나무 숲은 텐트치기에 허용이 되는 듯 여기 저기 핀을 자국이 보인다.

그렇게 강가를 돌아 다시 마을을 통해 하회 마을의 입구로 다시 오니 오후 4시 반.

이젠 가야지.

애들과 같이 오지 못함이 못낸 아쉬워 조그만 선물 하나씩 구입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긴 여행의 시동키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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