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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

carmina 2014. 5. 11. 16:23

 

왜목마을

 

어찌 어찌 그렇게 살다보니 애들이 크고 집에서 편히 노는 입장인데도 가족이 여행 가기가 너무 힘들다.  년말이라 크리스마스 준비에 바쁜 아내, 학원 때문에 방학이라도 주중에는 꼼짝 못하는 애들을 이젠 마음대로 데리고 다니지도 못할 처지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에게 공부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데리고 다니고 싶었는데 이젠 애들도 자기 세상을 가져 버리고, 부모의 뜻대로 있는 것도 극히 적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뜻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고 싶어 다른 계획이 있어도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고 크리스마스 토요일 협박, 구걸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토요일 오전, 아직은 한산한 도로, 서해 고속도로를 접어든다. 합창단의 젊은 친구들과 서해안의 명소들을 많이 다녔는데 때마다 국도를 따라 남으로 내려가다 보면 발안을 지나고, 예산, 수덕사 등등 정감어린 동네들을 많이 스쳐 지나갔는데 이젠 그런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뻗은 고속도로와 거대한 인공구조물 그리고 회색방벽들만 보인다.

최근에 경기도와 충청도를 잇는 국내 최장 사장교가 건설되어 지난 많은 사람들이 직접 다리 밟기행사에 나섰는데 때도 무척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친구와 같이 놀지 못하고, 컴퓨터를 하지 못해서 불만, 아내는 일부러 그런 곳까지 가야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며 불만.  그러나 남편 혼자서 보내는 것은 더욱 불만이기에 아내가 좋아하는 바지락 칼국수를 사주겠다는 말로 유혹하여 억지로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그래도 떠나는 것은 즐겁다.

워낙 비위가 약한 딸은 떠날 때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답답하다는 자꾸 불평이다. 아들도 워낙 이런 여행의 재미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 시쿤둥.  그래도 길은 외길, 포장된 고속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다 보니 멀리서 거대한 교각이 보인다.  , 이곳부터 역사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밤에 보았던 아름다운 다리가 기억에 남는지 전혀 치장이 없는 서해대교에 감탄이 없다.  

다리가 시작되었는가 싶었는데 차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다.  ! 이거 차가 이상하다. 그리고 다른 차들이 옆을 지나칠 때는 더욱 흔들림을 느낀다.  아무래도 차를 옆에 세우고 점검을 보아야겠다.  주행 속도를 줄여 다리중간 쯤에 오니 승용차 관광버스등 많은 차들이 주차를 없는 곳에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자리를 하나 잡고 차에서 내리니 매서운 바람이 뺨을 때린다.  그렇구나, 차가 흔들린 것은 거센 바람때문이었구나.  

서둘러 카메라와 망원경을 챙기고 난간에 기대어 광활한 서해를 바라본다.  누가 서해를 황해라고 했나. 저렇게 푸르기만 한데…  파란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거대하게 구축해 놓은 아산만 항의 모습이 깨끗해 보이고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는 전경이 너무 멋있는데 가족들은 추우니 어서 사진이나 찍고 차로 돌아가자고 아우성이다.

뺨이 얼얼하게 바람을 맞고 싶었고,   앞만 보던 시야를 멀리까지 뻗치고 싶었고,  얼키설키 휘몰아가는 파도를 유심히 보고 싶었으나, 욕심을 채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간단히 사진을 두장 찍었으나 나마 아이가 차에서 카메라의 뚜껑을 열어버려 아마 현상이 같다.  

차로 계속 달리면서 관람을 위하여 주차할 공간이 있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기에 두리번 거렸으나 쉽게 찾을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정표는 줄곧 당진을 가리킨다.  혹시나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울 수만 있으면 서해대교의 전체 배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결국 포기했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 관광산업의 수준은 외국에서 많이 배워와야 같다.  누구나 이렇게 좋은 곳에서 멋진 폼으로 사진하나 찍고 싶을텐데 그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위한 공간할애를 전혀 설계시부터 배려하지 않는다.   이런 건축물마저 인간중심이 되지 않는지

파리의 에펠탑은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자 철기둥 그것도 극히 일부분밖에 보이지 않으니 곳에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 공원을 마련하여 놓고 관광객들을 곳으로 유도하고 있어 누구나 좋은 에펠탑 사진배경의 기념사진을 멋지게 담아 있다.

쪽에 다른 명승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에게 들은 바가 있어 친구가 지난 혼자 보았다는 왜목마을을 찾기로 했다.  

차를 당진으로 머리를 두어도 쉽게 왜목마을이라는 표지가 보이지 않아 번이고 차를 세워 물어 보았다.  서해에서 일출과 일몰을 있다는 명승지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라면 제대로 이정표가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오히려 동행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런 곳을 가느냐하는 눈치 때문에

딸은 이제 차멀미까지 하느라 기진맥진이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

겨우 이쁘게 표시해 놓은 왜목마을 입구표시를 찾아 차를 꺽어 순간 바로 앞에 펼쳐지는 바다.  입에서 탄성부터 나온다. 여느 서해바다처럼 갯벌이 가득하여 진한 회색 바닷물이 아닌 자갈밭 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조각배들, 고기잡이 배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섬들.

차를 세우고 바닷가의 납작한 돌로 바다에 내가 도착했음을 알리고자 힘껏 던졌더니 높은 파도가 내가 던진 돌을 맞받아쳐 인사를 공중으로 높이 띄운다.  

이런 곳에 오면 귀에 거슬리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이박사의 트롯트멜로디가 확성기까지 동원하여 조용한 공간을 시끄럽게 만든다.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목마을은 지형적으로 포구가 동쪽을 바라보게 되어 있어 해가 떠오르는 것을 있는 서해의 유일한 곳이고 바로 옆의 대호방조제에서 서해 특유의 장대한 일몰을 있기도 하여 지난 년말에는 지는 해와 2000년의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곳이라 한다.

바닷가는 온통 조개구이집으로 줄을 이어있다.  물어 보니 조개도 곳에서 캐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니까 특산물은 없는 것이겠지.  특산물이 없어도 좋다. 곳의 경치만 좋으면 그것이 특산물이지.

가족이 둘러 앉아 조개를 구어 먹으니 아들이 무척 좋아한다.  누군가 조개를 구어 먹는 발상을 했을까?  구워 먹고,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날로 먹어도 좋은 조개인데 구워 먹으니 쌉싸름한 맛도 없어지는 것이 괜찮기는 하다. 조개만으로는 식사가 불충분해 아내와 약속했던 바지락 칼국수도 뚝딱 치웠다.

왜목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대호방조제가 있어 한적한 도로를 달리니 앞에 거대한 방조제가 보인다.  방조제를 끼고 끝없이 일자로 뻗은 길을 달리다가 차가 한산하기에 옆에 차를 세우고 둑으로 올라서니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일렁이는 파도, 푸른 바다.
! 좋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리 좋은걸까?  바다 하나로 인간의 감정이 이렇게 좋아짐을 느끼니…  우리는 얼마나 좋은 것들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사는 것일까?

방조제 끝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올라가 보았다.  멀리 풍도가 보이고, 당진 화력발전소가 그림처럼 이쁘게 들어서 있고,  현대 정유의 굴뚝에서 힘찬 연기가 솟는다.  바람이 세어 파도가 일렁이는데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에서 하얀 포말이 가득하다.  

아이는 저렇게 파도가 부딪히면 언젠가 돌들도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걱정한다.  그래, 모든 것은 그렇게 자연의 법칙으로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만들어내고
그게 바로 시대를 사는 방법이란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람들이 이렇게 바다를 막고 새로 경작지를 만들어 많은 수확을 계획하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방조제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날이 있을거야.  일본의 이따이 이따이 병처럼 자연이 사람의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심판을 한단다.

한적한 전망대에 아가씨 둘이 컵라면을 사먹고 있다.  화장실이 깨끗하지만 휴지가 없는 것이 흠이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청결은 그런대로 좋다.  그러나 주차장엔 예의 이박사 트롯트가 가득하다.

서울로 오기 위해 서해대교를 올라 순간 차의 백미러에 비치는 일몰의 모습에 반해 일부러 느릿 느릿 차를 몰았다.  조그만 거울에 비치는 일몰이 서해대교 남단 끝에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고,  차를 돌릴 수만 있으면 일몰을 향해 다시 서해대교를 달리고 싶었지만 그럴 있는 인터체인지가 없어 아쉬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러 내려가는 반대편 도로에 비해 비교적 한산하여 2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동해보다 서해가 좋은 것은 비록 다듬어져 있지 않지만 변화가 있어 좋고,  평범한 고기들이 많아서 좋다.  진한 비린내가 좋고,  포구에 닿는 고기잡이 배들의 모습이 좋다.

곳에 다시 찾아 보련다.  가능한 혼자서
바닷가에서 하루를 묵으며 일출 일몰 그리고 월출을 모두 보고 싶고 바닷바람을 가득안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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