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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환상열차

carmina 2014. 5. 11. 16:39

눈꽃환상열차

 

지난 밤에 꿈이 너무 좋았다.

명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꿈을 꾸면서도

좋은 꿈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씨를 뿌리면 금방 다시 돋아나는 모습고 싱싱하게 화초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자연을 보러가는 설레임에

그런 모습이 보였는지..

 

겨울이면 전철타러 가는 곳곳에 철도청 여행사에서 붙여 놓은

눈꽃 관광열차 광고가 눈길을 끈다.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며

내용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전단을 집어 코트주머니속에 넣어

두기도 했다.

 

2 2 토요일.

태백눈꽃 열차를 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그만

표가 매진되어 포기했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비슷한

눈꽃 열차 이벤트가 있어 얼른 예약했다.

 

아무 것도 없이 10시간 넘게 열차만 타고 다녀오는 지루한 기차여행이라고 미리 겁을 주었는데도 아내는 마음이 설레었는지 낮에 백화점에서 이것 저것 간식거리를 준비해 놓았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해 맥도날드 모닝셋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여행사측의 안내로 롯데리아에서 치킨셋트를 준비해 두었다. 이걸로 족한데 아내는 밥을 먹어야 한다기에 밖에 나가 김밥도 2  왔다. 준비 .

 

힘든 여행이 아니라 가족단위로 가는 일행이 많다. 여행이란 . 어떠한 목적지를 가지고 떠날 있지만, 목적없이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떠나는 것도 여행의 정의 하나일 것이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도 달리는 새마을호 임시열차, 청량리에서 빈자리를 모두 채우고 아직은  기슭에나 겨우 눈을 있는 도심 변두리를 지나 시간이 수록 멀리 높은 산에 눈의 양이 점점 많아짐을 있었다.

 

이미 뒷좌석 어느 혈기좋은 아줌마그룹에서 고스톱판이 벌어졌다. 우린 가지고 PMP 영화 한편을 때린다. 책을 읽는다오징어를 먹고, 스낵봉투를 터뜨리고, 보온병에 담아간 커피를 마시고, 캔을 따고, 치킨을 먹고...

..집에서도 이렇게 좋을 있을까?

 

열차는 중간 중간 역에서 잠시 정차하여 다른 열차에게 선로를 내어준다. 임시열차의 서러움인가? 그래서인지 자꾸 시간이 지연된다. 그러나 가면 수록 눈의 양이 많아진다.

 

눈이 많아질 수록 눈은 커져가고 카메라의 셔터는 자꾸 뚜껑이 벗겨진다. 2주전에 눈이 아주 많이 왔고 동안 따뜻한 날씨가 없어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남들이 싫다고 하는 비도 좋아하는 나인데 남들 좋아하는 눈은 어찌나 좋은지..  지난 토요일 혼자 쌓인 북한산에 아이젠차고 올라가 열심히 산행을 하느라 힘들었던지 입술이 부르텄는데도 다시 덮힌 산에 가고 싶은 것은 어쩔 없는 역마살인가 보다.

 

덮힌 산이 만들어 놓은 폭의 동양화가 병풍처럼 끊임없이 펼쳐진다. 흑백의 조화는 서로 완전히 다른 것끼리도 이렇게 어울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지..

 

비록 눈이 내리지 않는 맑은 날에 눈구경을 찾아 떠나는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쌓여 있는 눈이 많아 여전히 즐겁다.

 

나뭇잎하나 없는 나목이 눈으로 멋을 냈다. 몸통째 잘려 나간 그루터기에 커다란 덩어리가 볼처럼 얹혀 있다. 눈은 넓은 벌판에 바람으로 만든 커다란 골을 만들기도 하고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숲속에 들어가 커다랗게 점을 찍어 놓았다.

 

열차가 제천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탄광마을의 본색이 들어난다. 역마다 원통으로 되어 있는 화물차가 달린 열차가 광석들을 운송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많은 광석들이 역내 공간에 쌓여 있다. 영월을 지날 때도 그랬고 점점 깊은 강원도로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사북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서울의 어느 환락촌에서도 보암직한 화려한 모텔촌들, 즐비한 자가용들, 안마 사우나 시설들, 그리고 전당포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대신한 국적없는 간판들, 머니박스... 이게 뭐야 저금통이야?

 

한국의 기간산업의 가장 원동력이었던 탄광촌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에너지산업의 변화로 석유와 가스로 인해 멀찌감치 밀려나고 곳을 잃은 이런 탄광촌은 180 변신하여 도박의 산실로 바뀌어 버렸다.

 

미국의 모하비사막에 이루어 놓은 라스베가스처럼 꿈같은 동화의 나라를 꿈꾸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너무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라스베가스처럼 가족들이 놀만한 곳이기보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좋은 승용차를 몰고 왔다가 머리좋은 장삿군들에 의해 모두 쪽박차고 승용차를 담보잡아 돈을 빌려 그것마저 잃고 여기 저기 구걸하러 다니는 신문 잡지 기사를 얼마나 많이 읽었던가.

 

일확천금을 바라는 무리들이 싫어, 복권도, 주식도, 도박도 좋아하지는 나에게는 들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열차가 지나는 곳에 대규모 중고차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주인이 자기를 팽개쳐 버렸다. 그리고는 낯모르는 이에게 헐값으로 팔려 나가야 한다.

 

돈이 흥청 망청 돌아다니는 모습이 여기 저기 대형 간판에서 보인다. 웬지 자꾸 곳을 빨리 떠나고만 싶다. 이런 곳은 적성이 아니다.

 

태백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다. 탄광의 흔적은 아주 조금 보일 뿐이다. 광부들이 살던 오래 아파트는 헐려가고 있고 자리를 산세와 어울리지 않는 높은 아파트들이나 위락시설들로 다시 채워지겠지.

 

그러나 태백시내엔 아직도 기슭에 자리잡은 허름한 집들이 눈에 묻혀 있음이 보인다. 저런 곳이 아마 진정 검은 가루로 뒤집어 사람들이 일을 마친 가장 포근함을 누리던 곳이었을 것이다.

 

기차가 자꾸 늦어지고 있다. 태백으로 가는 길은 선로가 단선이라 기차가 동시에 오고 없다. 따라서 우선권이 있는 기차가 먼저 달린다. 우선권이란 제일 먼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로 이어지고 정기선이 먼저, 임시열차는 나중이다.

 

그러니 우리 열차는 자꾸 다른 열차에 길을 비켜 주어야 한다.

 

기차가 계속 깊숙하게 들어갈 수록 제발 이것만은 하고 바랬던 것이..이런 깊숙한 곳에 아파트가 보였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그런 곳은 없었다.. 하나..민가 없는 승부역에서는 아파트도 없었다.

 

기차가 처음 닿은 곳은 추전역.

해발 855미터위에 있는 우리나라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역이라는 하나로 관광코스가 되었다. 아마 북한산보다 높으리라. 기차가 이곳을 오기 위해 또아리 굴이란 곳을 지났다. 기차가 구비 구비 산터널을 돌아가니 어느 곳에서는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기도 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백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내리니 주위의 눈이 녹는다선로에 남아 있는 눈에는 먼지가 가득쌓여 눈이 회색빛이 되어 버리고 멀리 높이에 풍력발전을 하는지 대형 바람개비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급조된 시장에 옥수수곶감.오징어들을 파는 장삿군들이 반짝 장사를 서두르고 우린 속에 들어가 바람개비 배경으로 사진 하나 겨우 찍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그리고 차는 계속 지리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이미 예정된 점심시간이 지났고 우린 일부러 먹을 것을 참는다. 혹시 점심식사장소엔 승부역에서 맛있는 것을 놓고도 못먹을까봐.

 

승부역에 도착한 시간이 2시가 넘었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말로 유명한 .

기차에서 내리니 정말 말이 실감난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산이 휘둘러 앉아있고, 기차역 주위에 조그만 공간 하나 계곡 하나.. 200미터 정도 앞에 다리 하나, 그게 눈에 보이는 눈덮힌  전부였다.

 

카메라 챙겨들고 아래로 내려가니  먹거리들이 한결같다. 돼지고기 꼬치, 도토리묵, 두부, 김치전 등등..그리고 구석에 산나물을 파는 시골할머니들.

 

허름한 천막안에 들어가 메밀묵을 시켰는데 내오는 김치가 얼음이 버석버석하다. 여름에도 난로가 없으면 추워지 지내지 못한다는 . 곳엔 김치가 몇년 묵어도 맛이 변하지 않을 같다.

김치를 메밀묵에 넣어서 먹는 맛이 얼마나 좋던지.. 김치를 달래서 양껏 먹었다. 아내는 옥수수 구이를 하나 샀는데 맛없다고 투덜 투덜..

 

조금 떨어진 언덕위에서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고 있고 얼음계곡에서 썰매도 즐기도 있다. 사이의 계곡에는 세차게 흐르는 물살위에 발자국하나 없는 눈이 덮혀 있다.

 

아주 오래된 집에 아직도 무쇠솥이 걸려있고, 디딜방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분명히 도시사람들이 이걸 보면 골동품으로 뜯어갈텐데..일부러 보존하는건가..

 

무언가를 먹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양미리구이 5마리를 우걱우걱 씹어먹고서야 포만감을 느꼈다.

 

기차가 연착되어 점심시간도 짧아졌다. 기차가 출발시간 무렵에 기적소리를 힘차게 울리고 연기를 하늘로 쏟는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소리이며 연기인지..

 

모두들 행복한 모습으로 기차에 올라타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 4시정도되었는데 벌써 해는 주위의 산을 넘어가고 있어  마을에는 이른 어둠이 밀려온다.

 

시끄럽던 손님들도 천천히 잠에 빠져든다. 다음 기착지인 단양까지 1시간 반정도 걸린다하니 이미 바깥풍경을 다시 보기는 싫은지 모두 의자 길게 누워 잠을 청한다. 나는 줄곧 창밖의 눈덮힌 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단양은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 기차가 단양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십분. 안내방송으로 단양역앞에 단양 팔경을 조성해 놓았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으란다.

 

초저녁같이 어스름한 단양역에 내리니 역에 어깨띠를 걸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환영의 인사를 전해준다. 어디서 왔느냐고 했더니 단양군청에서 나왔단다. 이것도 공무원의 역할이구나.

 

앞에 급조된 장이 섰다. 다른 곳과 같은 메뉴들..

이곳 장터에선 그룹사운드가 기차가 도착할 때부터 연주를 하고 있다. 70년대 80년대 노래들. 아줌마 아저씨로 보이는 멤버들이 흥을 돋우고 자그마한 시장 구석 구석에 모닥불을 피워 놓았다.

 

시음으로 주는 막걸리 한컵 마시고 김치전 하나 사오라 했더니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가지고 오지 않기에 포기해 버렸다.

 

그렇게 그렇게 열차안에서 주마간산식으로 스쳐간 덮힌 산하들..

 

이것도 좋은 여행이다..

 

나에게는 여행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위한 준비운동이라고 해야 하나.

 

언젠가는 꿈을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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