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기

공주 마곡사

carmina 2014. 5. 11. 16:43

마곡사

 

2008 여름휴가.

아내랑 같이 휴가를 가지려던 계획이 업무로 인해 어쩔 없이 혼자 휴가를 지내야만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 고민..

이전처럼 주일 오후에 출발해 다른 이들이 주말을 즐기고 모두 떠나버린  호젓한 산입구 민박집에서 별을 즐기고 다음 산행을 월요일 오후에 귀경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어쩔 없이 하루 일정을 계획해 본다. 워낙 휴가피크라 어디 멀리가는 것은 포기하고 중간지역으로 검색하다가 마곡사를 찾았다.

마곡사. 검색해보니 적당히 산도 있고 이름있는 절이라 여행을 계획해 본다.

 

월요일 이른 아침, 아직 모든 가족이 잠들어 있다. 얼른 라면하나 끓여 먹고 가방에 주섬 주섬 늘상 챙기는 여행도구를 챙긴다.

 

부천에서 대전가는 버스도 자리에 여유가 있다. 월요일 고속도로는 휴가가는 승용차들로 거의 차들이 밀려가는데 내가 고속버스는 휭휭 내달린다.

 

조용한 차안. 가지고 책을 벗삼는다. 사진작가 박준이 인터뷰책. 캄보디에서 수고하는 우리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엮은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행복은 소유와 관련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자꾸 이런 꿈을 갖고 싶다. 어느 때인가 나도 결행하리라. 나이들어 이런 외국자원봉사도 멋지지 않은가.

 

대전에 도착하여 터미널에서 공주 시간표를 보니 떠날려 하는 차가 있다. 얼른 표를 사들고 뛰었다. 버스가 뒤로 후진하여 출발하는데 부탁해서 겨우 탔다. 가끔 그런 생각한다. 이렇게 어렵게 버스가 운행도중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기우.

 

유성을 지나 공주로 가는데 금강을 끼고 달린다. 맑은 금강에 건너편 푸른 산과 구름이 물속에 잠겨있다. 배롱나무가 끝없이 보이고 계룡산의 맑은 푸르름이 스쳐 지나간다.

 

공주에 도착하니 시골풍경이 눈에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촌로들. 빠글빠글 라면머리 시골아줌마들. 한시간 마다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마곡사로 향한다. 서울근교엔 휴가철이라 차들이 물결치는데 곳은 무척 한적하다. 어떤 이들은 북적거리는 맛으로 여행을 다니지만 이런 맛에 여행을 다닌다.

 

마곡사 앞의 넓은 주차장에 차량들이 거의 없다. 하긴 휴가철에 누가 절을 오겠는가. 모두 바다로 강으로 계곡으로 가야지.

 

절로 가는 아스팔트길이 그늘로 걷기 좋다. 계곡엔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며 까르르댄다. 물놀이 하는 좋지만 먹거리때문에 계곡물이 더러워질텐데 먹지 못하면 무엇하러 이곳을 오겠는가.

어느 것을 지켜야 하는지.

 

마곡사.

오래된 절의 모습은 현판에서 찾을 있다.

절의 곳곳에 보이는 현판들이 모두 백년은 족히 같다. 입구의 커다란 향나무, 나무기둥을 손바닥으로 비비니 향내가 물씬 난다.

 

입구에 커다란 사천대왕들이 손님을 제일 먼저 맞는다. 까불면 죽여 하는 식으로 커다란 칼을 들고 발에는 인간을 눌러 죽이고 있지만 커다란 비파를 사천대왕은 웬지 정겨워 보인다.

 

바로 왼쪽에 스님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 옆에 그림 동호회원듯한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밑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섞고..

스님이 물감을 섞고 있는 이를 보고 바쁜데 그런건 집에서 준비해 와야지 여기서 하느냐며 핀잔하듯이 이야기하기에..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스님. 바쁜게 있나요? 그것도 과정인데.. 스님이 아무말없이 곁을 떠난다.

 

숲으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작은 절이 하나 있다. 앞에 무엇인가 걸었던 같은 표식이 있는데 그것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귀퉁이에 이상하게 생긴 거미가 집을 짓고 있다. 마치 불가사리같은 모습의 거미. 이게 무엇일까 한참을 쳐다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인지 절주위의 모든 흙들이 촉촉하고 나무잎을 통해서도 습기가 몸을 감돈다.

 

절안에 어울리지 않는 가옥한 . 사람이 기거하는 곳은 아니다 껑충뛰어 높이 닫힌 문안을 보니 까만 자가용하나 들어가 있다. 주지스님 자가용차고. 하긴 주지스님이니 특혜가 있어야겠지.

 

극락교라고 이름 붙인 돌다리 밑에 커다란 잉어들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금붕어 먹이를 주는데 화려한 색깔을 가진 몸집 놈들이 먹이를 독차지 하고 나머지 수없이 많은 몸집 작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놈들은 놈들 주위에 둘러서 있다. 그런데  모습이 얼마나 원을 그리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눈앞에 보이는 낯익은 단어 하나. 템플스테이. 이미 마감되었단다. 요즘은 템플스테이가 도시사람들에게 인기 여름휴가중 하나다. 복잡한 것을 떠나 단순해 지고싶은 욕구.

 

커다란 종과 커다란 북이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라도 건드리기만 하면 종이 울릴 같다.

 

어느 가족이 열심히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 절을 올리고 있다. 아빠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돈을 집어 주며 시주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바라고 있는 것을 얘기하라고 가르치고..

 

어떤 가족은 열심히 합장하며 절을 돌고 있다. 비록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모습들이 보기 좋다원하는 것을 신에게 간절히  비는 마음. 그렇게 비는 만큼 노력도 하겠지.

 

뒤에 커다란 눈쓰는 도구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그리고 바닥에 푸르스름한 이끼들. 뒤에 축대에도 이끼가 가득하다. 나이드니 이런 이끼가 보기 좋다. 그렇게 나도 이끼가 세상의 것인가.

 

곳곳에 상사화가 많이 보인다. 파같이 곧은 대위에 한송이 피어 있는 상사화. 누구를 그리워 한다는 꽃말이겠지.

 

들어가지 못하게 대나무 막대로 막아 놓은 어느 마당에 상사화 송이가 누가 들어오나 지키고 있다.

 

절에 나무 기둥들이 조금 이상하다. 기둥이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독특한 건축양식인가 아니면 좋은 목재가 없어서인가. 모든 건축자재들이 천년동안을 지킨 듯이 고풍스러워 보인다. 절의 단청도 빛이 바래있고 처마밑에 조각해 놓은 용의 머리는 바깥을 향해 있고 꼬리부분은 안에 있다. 녹이 가득 슬어 있는 문고리. 비록 스텐으로 만들지 않아도 저런 문고리는 천년을 간다.

 

마곡사에는 백범김구선생이 은둔하였던 곳이다. 아직도 기거한 법당은 보존되어 있고 사진도 준비해 놓아 이곳이 역사의 현장임을 말해 준다. 아마 백범이 보아오던 모습이 지금 현재의 모습이리라

 

소나무하나가 아주 낮게 옆으로 자라고 있다. 백범도 그런 생각했으리라. 소나무가 한국의 정치모습 비슷하다고..

 

마당에 있는 오층석탑의 상단에 낯설은 구조물이 하나 올려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티벳의 라마교에서 기증받은 것이라 한다.

 

햇빛이 뜨겁다. 사람들이 모두 그늘에서 쉬고 있다. 마곡사는 봄의 모습과 겨울의 모습이 아름답다 한다.

 

다음 목적지는 산행을 해야 하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산행도 긴코스 짧은 코스가 있다하고 그다지 험하지 않다 하는데 이렇게 배가 고픈채로 산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땀은 흐르고..

 

에라 먹으러 가자. 날도 더운데 무슨 등산이냐..  마곡사 입구에 영은암 이라는 둥근 돌팻말이 보인다나무그늘로 시원한 길을 가는데 매미소리너무 가까이 들린다. 바로 나무를 보니 매미가 있다.. 카메라...근접촬영을 위해 조심조심 다가서는데 매미의 겹눈을 피하지 못한다 날라가 버리고 아래에는 나무가 통째로 잘려나간  그루터기에 검은 버섯들이 가득히 자리잡고 있고.

 

영은암으로 보이는 앞에 하얀 한마리가 나를 뚫어지고 쳐다 보고 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마..

 

냇가옆 아스팔트를 끼고 천천히 내려가다가 일부러 냇가길을 찾아 걸어내려 가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곳. 너도 나도 호객한다. 맛없으면 안받겠다고.. 그걸 믿는 사람이 누가 있노?

 

마당에 꽃이 가득한 집을 찾아 들어갔다.

꽈리와 머루와 다래, 베고니아와  항아리에 시원한 물이 흐르는 .

 

산채 정식을 시켰다. 반찬이 무려 22가지..한번 열거해 볼까?

우선 도토리묵무침, 도토리 , 된장버섯, 감자, 총각김치, 고구마순, 열무, 배추, 더덕구이, 도라지 무침, 오이, 버섯, 참나물, 미나리무침, 깻잎, 취나물, 양파절임, 세손, 오이지, 조기, 고사리된장찌게... 거기에 조로 만든 막걸리..뒤끝에 신맛이 난다.

 

막걸리 항아리하나를 비웠더니 얼굴이 벌개진 ...어디 가서 쉬고 싶다. 배도 부르고.. 얼근히 취했겠다..이제 일은 잠이나 자자.

 

냇가로 내려왔다. 계곡물에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투망질 하는 사람들, 건너편에선 이미 한판이 벌어졌다.

 

이미 목좋은 다리 밑은 다른 이가 차지하고 나는 커다란 나무로 그늘 곳을 찾아 배낭속의 판초우의를 깔았다그리고...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환희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시간이나 잤을까? 해가 나무그늘을 지나 머리 부분에 햇빛이 비친다. 일어날 때인가

 

주섬 주섬 짐을 챙기고, 넓은 주차장에 기다리고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린다. 중간에 오르 내리는 공주사람들의 모습이 여느 도시 사람모습과 다름이 없다. 시골과 도시의 구분이 없어졌네.

 

공주에서 서울로 오는 직행버스를 타고... 길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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