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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carmina 2014. 5. 11. 16:49

천리포 2009.6.5

 

금요일 6 12.

시간에는 격식있는 양복을 입고 전철 혹은 통근버스를 타러 나가야하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가방하나 메고 집을 나선다.

 

6 12분인가? 시간에 KBS 아침뉴스 진행 그날의 날씨를 전해주는 시간이기에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 휴가를 무조건 써야 하는 새로운 제도때문에 적어도 한달에 2일은 개인 휴가를 가져야 한다.

 

요즘 업무가 무척 바빠도 우선 하루는 쉬어야했다.

 

어디를 갈까하고 조선일보 여행사이트를 뒤지다가 문득 발견한 기사. 서해안의 천리포수목원이 일반에게 개장했다고..

 

오래전부터 가고싶었던 곳인데 그룹회원이나 특별한 이에게만 관람이 허용된다는 얘기를 듣고 진즉 포기했는데 설립자인 외국귀화인 민병갈씨가 돌아가시고 이젠 일반이에게도 관람 허용하기로 했단다.

 

그래..멀지 않은 곳이니 곳을 가보자.

버스도 자주 있지는 않지만 마침 만리포까지 가는 편이 있어 어렵지 않을 같다.

 

거의 택시 수준의 적은 손님을 태우고 버스가 떠나고 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의 그윽히 연주하는 가곡이 잔깐의 잠을 유도한다.

 

만리포 도착.

지난 곳에 한국 역사의 거대한 재앙이 있어, 기름에 노출된 바다를 청소하기 위해 묵묵히 찾아 왔던 곳을 이제는 인간이 일궈낸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시왔다.

 

만리포에서 천리포까지 9900리의 거리는 도보로 20 정도 걸린단다. 버스에서 내리니 파도가 밀려 오는 것이 가슴을 트이게 만든다. 바다는 어떤 일이 있건간에 끊임없이 파도를 몰고 온다.

 

변함없는 파도가 있는 곳에 바닷가 건물은 거의 가건물 수준. 모든 것들이 잠시동안의 사업을 위해 만든 열악한 것들이다.

 

지난 왔을 역겨움을 느꼈던 검은 기름은 적어도 앞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멀리 보이는 바위 섬으로 가면 아직도 시커먼 기름의 흔적이 여전하리라.

 

천리포로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도무지 바다의 유혹에 못이겨 바닷가 길을 택해 걷기로 한다바닷가에는 방풍림역할을 위해 소나무밭이 조성되어 있는 같다.

 

여름을 준비하기위해서인가? 바닷가 길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허리가 굽은 노인네 분이 파도가 끝나는 지점의 선을 따라 쓰레기를 줍고 있고, 민박집들은 문을 열지 않은   겨울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누군가 만리포 해안에 중국의 서안에서 발견된 진시황릉의 무덤에서 발견된 병마용갱의 토용들을 많이 가져다 놓았다. 분명 수입한 것은 아닐진대 어느 미술가가 모방의 기술을 전시해 놓았나 보다.

얼핏 보아도 말들을 포함해서 백여개가 넘는 같다.

 

바닷가 조용한 펜션에선 젊은 연인이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고 천리포 수목원으로 가는 길의 차량도 뜸하다길에 쓰러진 나무들이 뿌리가 말라 비틀어 져도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누운 채로 파란 나뭇잎을 매달고 있다살아 남는 것처럼 고귀한 일이 있을까?

 

한국에는 어디 가나 플랭카드의 물결을 풍경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빛바랜 선전용 플랭카드가 너저분하고, 뒤로 이제 설치한 듯힌 플랭카드가 공존한다. 지난 여름 이곳에서 가설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했음직한 크고 넓은 무대는 덮어 두었던 천막들이 모두 바람에 날려 거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정도로 지저분하게 녹이 슬어가고 있는 철제구조물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바닷가는 청소하면서 저런 지저분한 모습들은 일년이 지나도 그대로 둘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용역 심부름꾼이 불과 두시간 일하면 적어도 저지분한 천막들은 거둬내어 태워 버릴 있을텐데..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마음속엔 불평이 가득하다. 내가 하지 못할 그냥 지나치자.

 

별로 요란하지 않은 천리포 수목원 입구. 설립자가 작고한 유한 킴벌리에서 인수한 , 이사장은 국회의원 문국현씨가 맡고 있다.

 

설립자 민병갈씨는 1947년대 미국 해군으로 한국에 와서 어쩌다가 남을 도와 사게 6000여평에 수목원을 만들었다 한다. 죽을 때까지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바둥 바둥 살아가야 하는 나같은 직장인들게 그보다 멋진 삶이 있을까?

 

대형 버스가 몇대 있고 자가용도 평일이라 그리 많지는 않다. 7000원짜리 표를 사는데 가방은 맡겨야 한단다수목원의 청결을 위하여 먹을 것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같다. 극성 카메라맨들의 통제하는 카메라 삼각대 반입도 금지되어 있다당연히 수목원내에는 음식점도 없다. 그러나 잠을 곳은 채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웹사이트를 통해 알고 있다.

 

가방안에 있는 사과 하나 오렌지 하나 캔맥주 하나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나는 휴대용 카메라 하나 물병하나 달랑 들고 천천히 길을 나선다.

 

곳에 오기 위해 일부러 웹사이트에서 각종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파악해 두었지만 그런 것들이 자주 보지 않고 이름을 직접 불러 보지 않는 금방 잊어 버리기에 화초앞에 있는 이름표를 보고서야 제대로 알지만 그마저 잊어버린다.

 

소나무 껍질 부스러기를 모아 길에 깔아 만든 소나무 길을 따라 걷는다어떤 나무 주위에는 둥그렇게 앉아 곳을 마련해 놓아 사람들이 소나무 아래서   있는 편의시설을 이제 만들었는지 덮혀 있는 나무가 때도 묻어 있다.

 

작은 연못에 연꽃들이 가득 덮혀 있고, 연못 주위에 칼라풀한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초이름을 모르는 내가 얼핏 봐도, 창포, 붓꽃등인 같고 작은 꽃들은 가까이 가서야 이름을 보고 안다.

 

내가 여행기를 쓰면서 제일 쓰기 힘든것이 수목원 여행기이다.

모든 이름들, 나무 이름들을 일일히 사진찍고 메모해 놓지 않으면 이름들을 기록할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오대산 야생화수목원에 다녀 오고 나서도 여행기는 부실 밖에 없었다.

때도 역시 식물도감도를 가지고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며 글을 썼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아마 오늘의 여행기도 그럴 밖에 없을 것이다.

 

패랭이꽃. 익히 듣던 이름이지만 오늘에야 새삼 다시 모습을 보고 머리에 담아둔다. 후박나무도, 호랑가시 나무도, 마로니에도, 너도밤나무도, 해당화, 주엽나무, 양귀비, 목련 등등..

 

많은 것들을 어찌 여기 적으리오. 어느 하나도 메모하지 않았으니 일천한 기억력으로 적는 밖에..

 

수목원은 산책 시간별로 A,B,C 산책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제일 코스인 C코스는 1시간 거리.  시간이 있으니코스를 선택한다. 그렇다고 A, B 코스를 포기하는 아니다. 코스별로 지름길이 있을 뿐이다.

 

안내지를 보니 구역별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동백원, 수국원, 자생색물원, 습지원 등등..

 

빨갛고 작은 버찌열매가 가득한데 나무이름이 뭐지? 아하..이게 벚나무이구나. 그걸 몰랐을까? 벚나무 열매가 버찌라고..

 

여기 저기 있는 벤치가 있지만 음식허용을 안해서인지 주위가가 깨끗하다. 이런 모습은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보아오는 건데 역시 관광지의 깨끗함은 오로지 음식반입금지뿐이다.

 

벤치 주위를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각종 낙화들 , 흰꽃 노란 , 빨간 꽃들이 나무로 만든 벤치 주위에 가득하다어떤 벤치는 버섯모양의 돌로 만들어 놓아 정겨움을 가지게 한다.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 나무 의자 두개가 나란히 바다를 향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쵤영장소로 이보다 멋진 곳이 있을까? 마침 앉아 있는 사람이 없어 여유를 가져본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슬그머니 자리를 비워준다.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가는 것같다. 아주 커다란 나무의 이파리가 모두 자색이다. 이게 무슨 나무지명패를 찾을 없다. 만약 나무가 군락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얼마나 장관일까?

 

특이한 나무 하나 발견,

이란 주엽나무라 하는데 나무에 거친 가시가 가득하다. 동물로부터 이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생존수단. 이란 주엽나무를 보니 동물들이 닿을 있는 정도의 높이까지만 가시가 가득하고 위로는 가시가 없다참으로 이런 나무의 완전무장함이 있을까?

 

구비 구비 길을 돌아가는데 바다를 향해있는 작은 정자가 하나 보이고 앞에 설명서가 하나 붙어 있다. 러시아의 한국계 소설가 아나톨리 김이 곳에서 보름간 묵고 갔다고..

 

얼른 유럽을 연상하게 된다. 모짜르트의 국적은 오스트리아이지만 유럽의 곳곳에 모짜르트 기념관이 있다. 단지 모짜르트가 곳에서 작품활동을 했다는 이유하나로 기념관을 만들어 알리고 싶은 후손의 마음도 천리포수목원에서 보인다.

 

이곳 천리포 수목원은 특히 호랑가시나무로 인정받는 곳이라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나무의 이파리로 유명한데 아무곳이나 자라는 같지는 않은지, 그리고 나무협회가 별도로 존재하는지 민병갈씨의 이력에는 나무에 대해 특별히 기록되어 있다.

 

비록 호랑가시나무가 많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 호랑가시나무구나 하는 것을 새삼 손으로 만지며 느껴본다. 수목원 구비 구비 돌아가는 곳마다 작은 집들이 하나씩 숲속에 숨어 있다.

 

인원수별로 다양한 7개의 숙박시설이 있는데 평일 성수기에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다. 여유있다면 곳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 묵으며 자연의 일부분이 되고 싶다.

 

아주 천천히 돌아다녔더니 시간이 많이 흘러 배가 고프다. 어쩌나..아직도 즐기고픈데..  안에 식당이 없으나 무언가 먹을 것을 있겠지민병갈씨가 평소 집무하던 사무실 건물에 편의점이 있다 한다. 이층에 아주 간단한 스낵과 컵라면이 준비되어 있다. 이걸로 배를 채우는 밖에. 그래도 단무지를 제공해 주니 고맙다.

 

컵라면 하나 여유있게 익혀서 먹고는 옆에 있는 민병갈씨의 집무실을 들어가본다. 아무것도 없다. 책상 하나 덩그머니. 보던 몇권, 청둥오리가 보이는 곳에 집무실을 마련해 달라 해서 책상은 연못을 향하게 두었다. 나무나 이외에는 가지기를 거부했던가

 

작은 집을 내려와 다시 연못을 향해 걷는데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 저기 가득하다.   어느 숙소 앞에는 한송만 달랑 있기에 주위에 몰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양귀비란다. 양귀비. 얼마나 이쁜 꽃이기에 양귀비하면 미인의 상징일까빨간 자태가 참으로 곱다. 넙은 꽃잎과 안에 감추인 검은 수술들..

 

나무에 아이비넝쿨이 칭칭 돌려가며 올라가고 있다. 넝쿨 밑에는 죽어가지만  위로는 지속적으로 파란 줄기와 넝쿨을 가지고 나무를 휘감고 있다. 뒤로 나이 먹은 할머니의 앉아 잇는 모습이 무척 대조적이다몰래 카메라를 나무와 할머니를 동시에 훔쳤다.

 

두개의 나무가 서로 나란히 하늘높이 올라가 있는 나무 밑에 여자가 책을 읽고 있다평화가 보인다.

 

호랑나비 한마리 저꽃 배회하며 바람피우고 있다바람과 나비는 꽃에게  생명이다. 서로 의지하지 않고는 생존할 없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많은 무리들이 연못 주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모습이 이상하다. 가만히 모두 정신 이상자들. 사람들에게 꽃은 무엇으로 보일까눈에 촞점이 없다. 선생님이 이야기하는대로 몸을 움직일 ...

 

소나무숲에 있는 나무 평상밑에서 길게 누웠다. 가지고 있는 물병을 베개삼아 햇빛을 피해 잠간 사이에 잠에 빠져든다. 내가 잤던가. 스스로 코고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그러다가 잠에서 깬건..핸드폰. 업무 전화...

 

잠간의 외출을 뿐이다. 때부터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아주 짧은 여행의 꿈속에서 깨어지만 잠을 잘것이다. 영원한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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