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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동백꽃

carmina 2014. 5. 11. 16:58

서천동백꽃

 

남들 일할 하루를 공짜로 놀수 있다면 이것만큼 기분좋은게 있을까?

 

회사 창립기념일. 지난 2년간 주말이 기념일이라 아쉬웠는데 올해는 5 1 근로자의 날이 휴일인 반면 창립기념일이 월요일이다.

 

생각같아선 금요일 저녁에 가까운 외국으로 출발해 월요일 돌아오는 34일의 여정을 꿈꾸어 보았지만 아네에겐 텍도 없는 소리.

어디 자기 빼놓고 주일을 거역하랴.

 

그래서 결국 월요일 하룻만에 다녀올 곳을 선택. 마땅히 갈곳을 못찾다가 조선일보 여행사이트의 머리기사. 서천동백꽃축제. 이미 날은 지났지만 축제기간보다 조금 벗어난 날이 좋으리라. 혹시 동백꽃잎이 지었거나 혹은 서천의 명물 쭈꾸미가 없음 어떡하나서천에 전화해 보았다걱정말란다. 동백꽃 아직 새빨갛고 쭈꾸미는 6월까지는 날로 싱싱하단다.

 

검색해 보니 동백꽃을 보고 포구까지 가는데는 거리가 있다.

그래? 그럼 차도 새로 먼길 한번 달려보지 않았으니 홀로라도 드라이브좀 볼까?

 

월요일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더더욱 차가 필요할 같다.

 

서울을 벗어나는 길목까지는 차가 밀리긴 했지만, 경계선을 넘어서니 차의 속도가 규정속도를 넘어선다. 140키로까지도 달려보고..아내가 옆에 있으면 이렇게 하지 못했겠지 빨리 달려도 내차 신형산타페는 이상없을 같다.

 

KBS에프엠 93.1 남쪽으로 오래 달려도 잡음이 없다. 이전엔 안양만 가도 잡음때문에 못들었었는데..

 

서해대교의 행담도휴게소에도 사람은 뜸하다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남으로..

 

지난 지리산에서 벚꽃들이 아직 군데 군데 산에 하얀 물감 터뜨려 놓듯이 푸름의 색과 흰색의 조화가 어울리는데 가끔 보이는 진달래와 조팝나무 그리고 이제 활짝 목련과 자목련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제 나무에 붙어있을만한 기력도 없는 벚꽃들이 작은 실바람에도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려 좁은 국도를 따라 달리는 차의 바람에 휩쓸려 다니며 장관을 연출한다. 생각같아선 장면을 동영상으로 잡아 놓고 싶건만... 손은 핸들에 묶여 있다.

 

바다가 보인다.

물이 빠진 갯벌. 갯벌위에서 아낙들이 무언가 줍고 있다. 너무 멀어 무슨 작업을 하는지 모르겠다.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는 나도 바다 갯벌로 들어간다물이 빠진 끝에 어떤 아저씨가 배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분명히 배같은데..  마침 썰려나간 갯벌이 걸어도 정도로 바위길이 있어 걸어가는데 수없이 보이는 게구멍들.. 한참을 걸어나가다 보니 물이 밀려 오는 같다.

 

바다에 물이 밀려오면어릴 생각이 난다. 인천 앞바다에게 동네 꼬마들 갯벌을 지나 바다 멀리 걸어나가 헤엄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오고 밀물시간인지 바닷물이 밀려온다모두들 서둘러 갯벌을 빠져 나오려 하지만 푹푹 빠지는 갯벌을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아이들 갯벌위에서 뛰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래도 전력을 다해 질주한 끝에 바닷물이 무릎정도 즈음엔 모두 뭍위로 나와 있었다. 하마터면 동네 초상 치룰 했었지.

 

서천화력발전소의 커다란 굴뚝이 보이는가 싶더니 길거리에 이미 동백꽃의 진열이 시작된다. 동백꽃은 겨울에 펴야 정상아닌가?

 

동백꽃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참으로 절개있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꽃이다. 치사하게 잎이 시들어 한잎 두잎 떨어져 일생을 마무리하는게 아니라 동백꽃은 가장 찬란한 시기에 그대로 봉우리째 떨어져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건 삶이 추구하는 생각과 같다. 나이들어 구차하게 병석에 오래 누워 있기 보다는 차라리 혈기왕성하게 살다가 어느 밤에 자고 있는 일생을 마무리하는

 

그래서 절대 보약을 먹는다. 보약먹으면 목숨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하기에 그게 맞는말인지는 모르지만 말을 믿고 가능한 보약은 입에도 안대고 대신 일상 먹는 것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자꾸 배가 나와 탈이지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유행할 어머니는 동백기름으로 머리칼에 윤기를 멋을 내셨다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 피는 동백섬에..  동백은 대개 남쪽 해안가에 핀다. 중부지방에는 동백꽃을 보기 어렵다.  

 

길가의 동백꽃은 평소 내가 알던 동백꽃보다 봉우리가 크다. 개량종인가나무 밑에 새빨갛게 동백꽃 봉우리들이 떨어져 혹자는 개천으로 흘러간다.

 

서천 화력발전소의 담을 따라서도 동백꽃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심어져 있다.

 

옆에 동백꽃 . 들어가는 것도 돈을 받네.

작은 동산 하나에 동백꽃나무 80그루를 심어 놓았다한다. 만큼 동백꽃은 흔하지 않다. 고창 선운사에도 동백꽃 숲이 있는데 그곳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었다.

 

발전소옆 포장된 길을 따라 동백나무 숲으로 올라가니 먼걸을 달려와 보고 싶게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이 앞에 펼쳐진다내가 이제껏 보아오던 어느 동백나무보다 동백의 향연. 비록 조금 시기가 지나 시들어가는 것도 있긴 하지만 나무 밑에 동백나무 카펫. 나무에 피어 있을 때보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이 아름다워 보이는건 왜일까?

 

돌계단에도 동백의 새빨간 혈흔이 남아 있다. 비가 방울 방울 떨어지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가끔 무리지어 라면머리의 아줌마들이 동백꽃 이쁘다 라는 소리와 함께 주위에 몰렸다가 사라지고..

 

곳에 머무른다. 군락으로 이루어진 동백나무 .

동백나무는 대개 나무의 기둥부분이 마치 허리아픈 할머니처럼, 비틀기를 좋아하는 힙합가수처럼 휘휘 휘어져 있다.

 

얼크러 설크러진 나무 밑에 가득한 동백꽃들못들어가게 팻말을 세워 놓았지만,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살짝 들어가서 사진 하나 찍고 나온다.

 

동백꽃 숲에가 동백정이라는 정자가 보수중이라 들어가지 못하게 놓았다. 그리고 뒤에 펼쳐진 서해파란 바다위에 작은 섬하나 떠있다.

 

오른쪽에 뻗은 소나무 . 푹신한 소나무이파리 흙길.

 

바다를 향해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본다. 바다.

 

가끔 사람들이 무리지어 지나가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모자 하나 깊게 눌러쓰고 오래 앉아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들을 했던가아무 없이 지내는 시간. 명상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평온하다. 평안하다. 평화롭다. 평정심을 갖는다.

 

출출하다. 여행의 가장 부분은 먹는 .

여기에선 무조건 쭈꾸미다. 채석강에 갔을 먹던 쭈꾸미회의 맛이 아직 입에 남아 있을 정도로 쭈꾸미 회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메뉴.

 

마량포구를 찾아갔다. 차가 있으니 이게 편하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있는 기동성.

 

혹시나 포구 좌판에 아줌마들 모여 횟감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안보인다. 비가 와서 그런가?

 

비가 부슬 부슬 오는데도 뱃일 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쉬지 않는다. 쭈꾸미를 잡은 소라껍질이 배에 가득하고 차에도 가득하다.

바다에 소라껍질을 매단 그물을 던져 넣으면, 얌전한 쭈꾸미들이 안에 들어가 자리잡으면 그저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너무 편한 소린가? 어부의 노동은 그렇게 쉽지 않으리라.

 

혼자 1키로를 먹기엔 양이 많아 적당하게 사서 2층에 올라가 회랑 쭈꾸미 샤부샤부를 즐긴다. 그릇에 담아 놓은 쭈꾸미가 자꾸 밖으로 기어나온다. 요녀석...뜨거운 물에 집어 넣으니 금새  입에 들어가기 좋을 정도로 익어 버린다.  역시...쭈꾸미는 고장에서 먹어야 .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 진다.

 

비가 오니 떨어진 벚꽃잎들이 길가에 하얀 목화밭을 이루었다.

 

올라오는 길에 태안을 갈까 하고 네비게이터에 입력했다가 아무래도 너무 길어질 같아 비오는 바다를 높은 뚝위에서 보고 싶어 대호방조제 입력.

 

뜸한 길에.. 가끔 우비를 뒤집어 안내원만 보인다.

한적한 길에 커다란 트럭들이 공포감을 준다. 도로에 고인 빗물이 위험하기도 하다대호방조제끝 쯤에 차를 공터에 세우고 우산들고 경사진 방조제의 뚝을 힘차게 뛰어 올라가 바다를 본다.

 

. 시원하다. 가슴이 트인다. 비록 운무에 휩싸여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모습을 보기 위해 곳에 온다마치 높은 산위에 올라온 같다짙은 회색의 바닷물지난 가족들과 왔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 파란 파도가 넘실거려 기분좋았었는데..

 

갑자기라도 바람이 거세게 불면 그대로 바다로 날려갈 같다.

 

 몸은 비와 바다와 바람과 하늘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대호 방조제를 나와 서울로 가는 도로가 그야말로 환상이다.

완전한 벚꽃 터널. 비록 시기는 놓쳤지만 곳에 벚꽃이 만발했을 그야말로 대호방조제만큼이나 멋있는 풍경이 연출될 같다.

 

짧은 여행...

 

가끔 이렇게 차가지고 혼자 훌쩍 떠나보는 것도 좋으네..

 

부천으로 오는 길이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욱 막혀 세월아 네월아..

덴버와 나나 무스꾸리의 노래를 들으며 세월을 즐긴다.

 

오늘은 빨간색과 흰색회색이 어우러진 하루였다

 

기분 좋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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