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기

남산한옥마을-=정월대보름

carmina 2015. 6. 21. 15:38

 

 

2008년 정월대보름.
 
어릴적에 정월대보름에 보는 달은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컸다.
동네 초가집 지붕위에 뜬 달이 왜그 컸던지

나도모르게 머리가 숙여질 정도였었을거야.
 
우리는 동네 공터에

이집 저집 추녀에서 뽑아낸
볏집을 모아 놓고 불을 질렀었지.
 
그 어릴 때의 기억이 있을까
?
남산한옥마을에서 달집태우기를 한다기에

주일오후의 한산한 틈을 이용해
비록 겨울이 지나갔다하지만 밖에서
밤늦게까지 있어야 하기에 두툼한 옷을 껴입고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충무로 3가에 전철을 내리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한옥마을에 운집해 있고 나도 사람들 무리에 휩쌓여
들어갔지.입구에는 엿파는 가게가 왜 그리 많은지..
 
사물놀이의 흥겨운 소리가 마당에 가득하고

한옥마을의 여러 채 집들을 하나 하나 방문하여
지신밟기놀이를 한다.
 
마을 넓은 마당에 대형 달집에 세워져 있고

사람들은 달집에 자기 소원을 담은 색종이 쪽지를
리본처럼 달아매고 있다.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투호놀이를 하고

연만들기 놀이를 했는지 어린이들 손에

연들이 하나씩 들려있다.
 
 
오래 전 양반들이 살던 모습이 재현되어 있는 한옥에

제일 눈에 끄는 것이 반질 반질한 마루다.
어릴 때 저 마루가 얼마나 편안했던지

여름엔 마루 밑에서 불어오는 샛바람에
더운 줄 모르고 낮잠을 자고
마루 밑은 무서움의 대상인 동시에

가끔 동전하나 우연히 주울 수 있는 보물창고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 연령층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수준의 부모님들
..
아이들의 손에 손을 잡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옛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고

그 복잡함 속에 어느 신혼부부가 열심히
기념 사진찍느라고 사람들 틈을 피해가며
촬영포즈에 여념이 없다
.
 
한옥마을 위에 있는 서울시에서 만든 타임캡슐이 있다
.
천도 600년이 되던 1994년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캡슐안에 현재의 서울 모습을 담긴 자료들을 집어넣고

천도 1000년이 되는 2394년에 개봉하는 것으로
기념물을 준비해 놓았다
.
그때까지 이 캡슐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까
?
누가 앞으로 400년을 지켜볼까
..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가야 가능할까
?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고 달이 뜰 때쯤

마당 한 복판에 세워놓은 달집태우기를 위해
서울시 관계자들이 나와 축문을 읽고 제사를 지내고
주위에 겹겹이 들어선 구경꾼 중에 외국인들 어린이들을 불러내어
제사를 드리게 한다.
 
아직은 그다지 어둠이 짙게 내려지지 않지만

달이 휘영청 하늘로 솟았고
달집에 커다란 막대기를 이용해 여러사람들이 불을 붙이니
불길이 솟는다.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는 불꽃과 까만 재들
..
난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
 마음속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불길이 오랜동안 타오른다
.
옆에서 지켜보는 어느 모자지간의 대화가

참으로 정겹다.  아들은 대학생인듯... 어머니라고 부르며
도란 도란 나누는 대화가 왜그리 부럽던지..
 
내 소원이 그런 것이던가
..
내 소원을 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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