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기

강화도 교동나들이

carmina 2014. 12. 7. 00:16

 

 

2014. 12. 6

 

오래 전 캐나다에 이민가서 아이들 다 키우고 하던 사업도 접고

노년을 여기 저기 여행 다니며 즐기는 친구 부부가 한국에 와

몇 달간 체류중이라 금요일 밤 우리 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맛있는 와인과 저녁으로 담소를 즐기고 토요일 나들길이 아닌

새로 연결된 교통다리를 보고 싶어 강화도를 찾았다.

 

차가운 날씨. 바깥 공기가 차다

귀마개도 준비하고 청바지가 추울 것 같아 안입던 내복도 입었다.

배가 아닌 차로 교동으로 처음 들어가는 길.

군인들에게 인적사항이 적힌 메모를 주고 출입증을 받았다.

여기서부터는 강화의 전혀 낯선 길이다.

사람도 차도 많이 다니지 않던 길이라 겨우 2차선 도로의

노면상태가 여기 저기 땜질하고 엉망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조용했다.

 

아직 얼음이 단단하게 얼지 않았을테인데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얼음호수에서 어떤 이가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물이 덮은 호수도 얼음은 완전히 덮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 위에 올라가서 낚시를 할까?

 

새로 만든 다리의 커다란 교각이 전방에 우뚝서 있다.

2키로가 넘는 긴 다리. 지신밟기 하듯이 걷고 싶은 욕심이 든다.

이전에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를 오픈하기 하루 전에 걷기행사를 가졌었다.

당시 진행상의 오류로 무려 28Km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밤에 운전하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황폐한 북한땅이 보인다.어쩌면 작은 바다하나를 사이를 두고 이리도 다를까?

좋은 망원경만 있으면 생활상이 다 보이는 지척의 거리.

교동도를 잇는 다리를 놓을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이 작은 바다에 남북한 땅을 잇는 다리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교동으로 일부러 찾아가는 곳은 친구부부에게

한국의 60대 70년대 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대륭마을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을 떠난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친구도

그 곳을 보면 무척 좋아할 것 같았다.

 

이정표를 따라 찾아간 대룡마을.

추워서 그런지 마을 골목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천천히 구경을 하는데 이 곳에 몇 번 와 본 내게 조금은 달라진 모습들이 보인다.

이전에 다방이라고 써 붙인 것이 자연스러운 곳인데

골목에 커피점을 내려는 듯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고

보이지 않던 치킨집에 새로 생겼다.

그리고 천연염색을 체험해 보는 공간이 새로 생겼고

이전에 정겹던 가게들이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나 아직은 시골의 동네골목의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다.

 

그 사이로 나들길을 걷는 사람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들어 오고 있다.

그리고 커다란 카메라를 든 여행객들..

연인들...친구와 같이 놀러 온 사람들...

그 들에게 이 골목의 고유의 냄새를 그대로 보여 주어야 하는데

얼마 후에 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

 

친구에게 조선시대 찜질방을 보여 주기 위해 화개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데 작은 소녀하나가 내 차앞에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표정이 너무 이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가니 마주오던 동네 아주머니가

왜 이리로 올라오느냐 묻기에 싸우나 간다 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스팔트 도로 끝에 주차를 하고 산길로 조금 올라가니

조선시대때 세워진 돌로 쌓아 만든 돔형식의 찜질방.

가물어서 주위에 계곡물을 말라 버리고 작은 얼음만 남아 있다.

1970년대까지 사용하였다는 이 곳의 원형을 잘 보존하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가 용감하게 찜질방안으로 들어가 보더니 실내가 넓다고 신기해 한다. 

 

인근에 교동 주말정터가 있다해서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넓은 공간에 차도 없는데 넓은 주차장이 있고

몇 몇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분들이 농작물을 팔고 있다.

손님보다 파는 사람들이 많은 곳.

그러나 이 곳은 일반 손님보다 단체 관광버스들이 들르는 곳 같다.

 

이전에 타박 타박 걸었던 길을 차로 달려 보았다.

긴 둑길을 따라 좁은 농로를 차로 천천히 달렸고

연산군의 유배지가 있던 교동읍성의 홍예문근처에 커다란 감나무 밑으로

허리가 기억자로 꺽인 할머니가 천천히 밭사이로 지나고 계신다.

 

평소 교동을 오기 위해 배를 타면 도착하는 월선포에는 휑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 속에 할머니 한 분이 서리태콩과 상품가치가 없는 땅콩을 팔고 있기에

못생긴 땅콩을 하나 집어 먹어 보니 비릿하고 쌉싸름한 맛이 감돈다.

 

교동은 지금 여기 저기 공사중인 곳이 많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잘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

교동도를 빠져 나와 외포리를 들른 후

친구에게 강화의 특별한 음식을 보여 주기 위해

평소 나들길 3코스를 걸을 때 찾아가던 야콘냉면집을 찾았다.

이미 한참 지난 점심시간이기에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3~4인분만 가능하다는 우족전골을 먹고 싶었는데 아내와 친구부인이

힘들다 하여 빈대떡과 만두와 튀김, 전복갈비탕 그리고 냉면을 시켰는데

모두 맛과 별미에 만족해 했다.

 

철종외가에 잠시 들렀다. 아무도 없는 고택내에 보이지 않던 벽이 생겼다.

원래 모습을 재연하기 위해 세워 놓았다 하는데

기존 주택의 색깔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십년은 지나야 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풍물시장에 들러 소라와 멍게 그리고 자연 생굴 그리고

강화 토종 찬우물 막걸리를 한 병 사와 저녁을 대신했다.

 

나는 누구에겐가 한국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면 꼭 강화도를 찾는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외국인 직원들에게 한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이 곳을 찾았고, 외국에서 온 친구들을 이 곳으로 안내한다.

 

친구가 내게 묻는다.

혹시 은퇴후 강화로 이사오고 싶다는 내게 자기 집도 옆에 알아봐 달라고..

 

강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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