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여행 중 음악 - 사우디 아라비아의 걸프만에서

carmina 2014. 5. 17. 11:24

 

 

1984년 여름.

 

처음으로 나간 해외 현장에서의 생활.

 

한참 한국 기능직들이 많던 시절이라 사우디에 가는 전세비행기는

김포공항에서 바로 담맘공항에 새벽에 도착했다. 그 때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차안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이 인부들 가득 실은

노란 버스가 새벽 3시 반경에 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 사람들?

다음날 부터 나도 똑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한낮에 너무 뜨거우니 작업이 어려워 몇 시간 오침시간을 주지만

그건 근로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고 우리같은 관리직은

남들처럼 새벽에 나가 오침도 없이 일하다가

근로자들 5시경 일을 끝낼 때 따로 남아서 야근을 해야 한다.

 

쉬는 시간이라고는 어쩌다 주말 근무가 없는 휴일.

 

어느 날인가. 주말 저녁에 걸프만 바닷가로 나갔다.

레크레이션 문화가 없는 중동사람들은

여가를 바닷가를 걷거나 쇼핑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그것도 여자는 혼자 걸을 수 없으니

반드시 남자가족과 같이 걸어야 하고

얼굴을 다 드러내 놓는 것도 이슬람 법에 위반이다.

그 곳에서 사이클링을 즐기거나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가 없다.

 

우리 직원 들 중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낚시를 떠났고

몇 명이 시내 쇼핑센타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바닷가 잔디밭으로 걸어가는데, 그 곳에서 다국적 남자들이

둥그렇게 모여 노래를 부른다.

아마 한 현장에 근무하는 외국인들 같았다.

 

중동지방은 이런 모습 보기 흔치 않기에

나도 앉아도 되느냐며 양해를 구하고

슬며시 그 동그라미에 한 자리 잡고 앉아 그 들의 여흥에 동참했다.

 

TV 에서 각 나라 고유의 풍습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에서 본 듯한 것이

각 나라 인종들이 알아 들을 수 없는 자기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덩실 덩실 자기의 민속춤을 추기에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일어나 우리의 민요 '노들강변'을 신나게 불렀다.

 

처음듣는 리듬이겠지만 그 들은 같이 호응했고 어깨를 덩실거렸다.

나도 역시 그 들의 노래에 손뼉을 치며 같이 즐거워하고

나는 세계인의 하나가 되었다.

 

사우디 체류 1년동안 내게 재미라고는 쇼핑센터에서 클래식 음반을

수집하는 일이었고, 금요일이 휴일이 되면 차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농장에 마련된 비밀 교회를 찾아가

반가운 한국인 가족들을 보고 그들과 예배와 찬양을 드리고

그 곳에서 양고기 구이를 먹는 낙 밖에 없었다.

 

가끔 더운 여름 날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사우디 시절의 모습이 보여

그곳을 그리워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