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중동방문기

내 생애 아찔한 기억 두번 째

carmina 2014. 5. 27. 22:39

 

1986년 년 12월 25일

 

사우디 근무생활 중 당한 직원들간의 상해사건.

 

앞에서 이야기한 그 사건으로 나는 현장일은 끝났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힌 직원의 강제출국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고

남아 있는 직원들을 모두 한 두 명씩 귀국시키고 있기에

그의 식사 배달을 위해 운전을 할 수 있는 이는 나뿐이었다.

 

현장에서 제일 늦게까지 남아 정리를 하는 사람은 주방장.

그 날도 주방장이 싸 준 맛있게 김밥을 들고 마침 휴일인 금요일

한가한 시내를 달려 감옥으로 가고 있었다.

 

숙소에도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기에 내 손가방에는

늘 현장 정산을 위해 돈을 많이 들고 다녔다.

 

마침 그 날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

사우디에 체류하는 동안 한인교회에서 성가대를 하고 있었기에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위해 입에서는 늘 노래가 흘렀다.

 

길은 한산했고, 내가 운전하는 일제 토요타 크레시다는

시속 200키로를 달려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좋은 차였다.

나도 달려보니 차가 좋아서인지 200Km로 달리면 차체가

더 도로에 납작하게 붙어 달려 흔들리지 않았다.

 

사우디는 땅이 넓으니, 도심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작은 숲으로 대신한다.

운전하면서 반대편 차선에 주행하는 차를 볼 수 없다.

 

감옥에 갇혀 있는 직원도 상태가 좋아져 병원 침대에 묶여 있던

생활에서 나와 감옥으로 이송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던 참이었다.

 

흥얼거리며 저 멀리 보이는 사거리의 신호등이 막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어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건너 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시속 100 km 넘게 속도를 내는데 사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그만 갑자기

내 앞에 정면으로 차가 한 대 가로 막았다.

 

속도를 줄일 사이도 없이 그대로 차를 박아 버렸다.

그리고는 차가 한 바퀴 도는 듯 하더니 정신을 잃어 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뜨니 앞에 뿌연 안개가 가득했다.

내가 죽은 것인가? 죽어 지옥에 왔나 보구나.

그런데 귀에 사람들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 알 수 없는 사우디 말.

 

내가 살았구나. 손으로 얼굴을 만지니 안경이  만져지지 않는다.

몸에 피도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손을 바닥으로 더듬어 보니 안경이 잡혀진다.

다행히 차문이 열려 밖으로 나오는데 왼쪽 다리가 아프다.

상체는 벨트로 고정되었지만 관성의 법칙에 의해 무릎이 앞으로 밀려 

자동차 계기판의 밑부분에 부딪힌 것 같다.

그리고 상체가 심하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했다.

 

밖으로 나오니 내 차는 앞 부분이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사거리에 사우디의 전통복장인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 있고

상대방 차는 내 차보다 더 심하게 부서져 옆으로 밀려 있고

그보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상대방차에서 흰 옷을 사람이 내리는데 허리에는 어부인 듯

칼을 차고 머리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 흰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그런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상대방 차 안에 있었던 아이들인 것 같은데

도로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다.

내 눈앞이 캄캄해 졌다. 내가 사람을 죽였구나.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이 내 잘못이 아님을 밝혀야만 했다.

사람들을 보며 '위트니스' '위트니스' (증언)를 외쳤다.

경찰차가 달려 오고,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몰려 들었다.

 

마침 한국인이 옆에 있기에 얼른 잘 알고 있는 한인교포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우리 현지인 직원에게 연락해 달라 했다.

 

경찰이 내게 경위를 묻는다.

난 분명히 내 신호를 받아 사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고 주장하니

옆에 어떤 현지인이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해 준다.

 

한국사람은 제 신호대로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 차선의 서비스 차선으로 달리는 차가 신호도 무시하고

죄회전을 할려다가 내 차 앞을 가로 막은 것이라고..

서비스 차선이라 함은 도로에서 우회전할려는 차량을 위해

맨 오른쪽에 낮은 분리대를 만들어 다른 차선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는데 상대방 운전수가

그 서비스차선에 있다가 몇 차선을 가로질러 좌회전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직진하는 내 차가 상대방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고...

그렇게 종이에 상황을 그려가며 얘기해 준 현지인이 고마왔다.

 

경찰은 대충 알겠다는 듯 하더니 나를 경찰차의 뒷좌석에 태운다.

교통사고 상황을 자세히 조사해야 하니 경찰서에 가야 한단다.

생전 처음 타보는 경찰차.

 

그렇게 내 잘못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그만 잊고 있었던

돈이 많이 든 내 손가방이 생각났다.

급히 차문을 열고 나갈려 하는데 안에서 열지 못하게 해 놓았기에

창문을 두드려 경찰을 불러 내 차안에 가방을 물어 보니 

내 차 옆에 서 있던 현지인이 그 가방을 들고 있다가 나에게 건네 준다.

흑심은 없었을까?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사고 현장은 그대로 두고 나를 경찰서로 데려가 우선 내 무릎에

피가 나 있는 것을 대충 붕대로 감아 주고 유치장에 가둔다.

생전 처음 유치장을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철창으로 막아 놓은 유치장안에는 다른 중동지역에서 온 근로자인듯한

사람이 두 명이 있다가 나를 흘끔 흘끔 바라본다.

 

그 들의 시선이 싫어 철문을 잡고 경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까 사고현장에서 한국인이 연락해 준 지인이 우리 회사의

통역사 요르단인이 도착했다.

 

상황을 현지인에게 설명해 주고 빨리 내 석방을 위하여

경찰에 힘을 써 줄만한 사람이 필요하니

내가 1년간 일을 해 준 사업주 파트너에게 연락 좀 해달라 했다.

 

마침 내가 있던 도시에 내 첫 번 직장 상관이자 현재 이 회사에 와서

근무 중인 상사가 잠시 출장와 있다가 내 소식을 듣고 찾아 와 주었다.

 

유치장 안에서 상사와 현지인이랑 철문을 가운데 두고 웃음짓고 있었지만

내겐 그 시간이 긴 긴 세월이었다.

 

어둠이 오고 아무 해결 방안이 없는 듯 시간이 간다.

그러다가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사업주 파트너 목소리가 들리고

경찰이 그와 서로 볼을 마주대며 인사를 하더니

나를 유치장에서 꺼내 당직사령실로 데리고 간다.

 

그 곳에는 상대방 운전수가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흰 옷에는 말라 붙은 피가 진하게 묻어 있다가 나를 보며 아는 체를 한다.

제일 먼저 그 사람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물었더니

"인샬라 인샬라" (신의 뜻대로) 한다. 생명에는 지장없단다.

얼마나 다행인지..

 

경찰이 우리 두 사람을 앞에 서게 하더니 상황을 설명해 준다.

나는 주행 방법에 잘못은 없고 현지인이 교통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이나

나는 거의 부상이 없고 상대방은 가족이 모두 다쳤으니

50 대 50으로 타협하란다.

 

50 대 50 이란 서로 다친 것 서로의 비용으로 치료하고

차도 알아서 각자 해결한다는 판결이다.

 

난 그럴 수 없다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업주 파트너에게 눈짓으로 얘기하니

나보고 그게 사우디 식 해결방법이니 받아 들이란다.

어쩔 수 없이 서로 악수하며 경찰서를 나왔다.

 

별이 총총이 빛나는 밤 하늘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다음 날 뻐근한 상체를 검사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검진하니

순간적으로 고정된 벨트의 충격으로 조금 멍이 들긴 했지만 괜찮았고

내 차를 보험처리하기 위해 사고 차량있는 곳을 찾아 가니 내 차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김밥은 딱딱하게 말라 버렸고, 가져 간 모포는 먼지가 뒤 덮혔다.

그 차는 지사에서 전손 보험처리하였다.

 

생각해 보니 만약 내가 운전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정면으로 부딪히는 순간 차창 밖으로 튀쳐 나갔을 것이고

차가 고급차가 아니라면 엔진이 내 가슴으로 밀려 들어와 나는 압사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최악의 경우 나는 생명을 잃을 수 있었고

내가 사우디 근무할 때 한국에서 태어 난 내 아들은

아빠 얼굴을 보지못하고 자랐을 것이다.

 

하나님 고비 고비마다 지켜주시니 평생 감사하며 찬송하며 살겠습니다.

 

 

 

  

'해외여행기 > 중동방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디 아라비아 (2014. 10)  (0) 2014.10.28
바레인 (2014. 10)  (0) 2014.10.11
내 생애 아찔한 기억 하나   (0) 2014.05.17
두바이 주마간산  (0) 2014.05.14
쿠웨이트  (0)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