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중동방문기

바레인 (2014. 10)

carmina 2014. 10. 11. 19:31

 

 

2014. 10. 8일

 

얼마 전 부터 사우디 비자를 받아 놓고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같이 가는 사람들의 비자 발급이 예정보다 늦어 몇 사람만

바레인 가서 미팅하는 것으로 하고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

 

환전을 하기 위해 내가 프라임레이트로 환전받을 수 있는 신한은행도

이미 문을 닫았고, 몇 년 묵은 롯데 면세점 보너스 상품권도 쓸려 했더니

이미 면세점도 철시해 버렸다.

 

한 밤의 인천공항은 쓸쓸하기 그지없지만

밤 비행기를 타려는 몇 몇 중동 라인 항공기편의 승객들이

잠시 몰렸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요즘은 유럽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비교적 항공료가 저렴한

중동지방 트랜짓 편을 이용한다.

그 시간에 깃발을 든 팩키지여행꾼들이 몰려 있다.

 

바레인으로 가기 위해 아부다비에서 트랜짓하기에 생전 타본적이 없는

애티하드 편을 이용했다. 이 항공사의 소유주는 영국 맨체스터 시티팀을

인수하면서 '진정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라며 그 팀에 수 없이 많은 돈을 투자했다.

이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이기에 혹시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도

여유가 되면 비지니스석을 기대했는데 대신 옆자리가 비어 있는 자리를 내 준다.

거의 만석인 상황인데 그것도 마일리지가 많은 내게 대단한 배려다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이미 졸려서 비몽 사몽간에 항공기가 뜨는가 싶더니

벌써 간단한 야식같은 기내식을 나누어 준다. 그것도 먹는 둥 마는 둥,

기내 영화도 거의 볼 것이 없다. 혹시 클래식 음악이나 들을까 했는데

세상에...기내 음악 방송에 클래식 음악이 하나도 없다.

외국 음악은 팝송인 아바의 노래모음이 전부다.

 

아부다비까지 열시간의 비행은 거의 선잠으로 일관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터미널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거의 50여분.

인천공항에 비하면 거의 2배 가까운 시간이다.

그것도 콩코드에 내리는 것이 아니고 다시 트랩을 내려 버스를 탄다.

기내 문을 나서니 밤이지만 뜨거운 열기가 코에 훅 들어온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처음 대한항공에서 중동근로자만을 태운 전세기를 타고

사우디에 도착했을 때도 이 시간 쯤이어서인지 추억이 아련하게 밀려온다.

 

그 때 그 새벽에 일하러 나가는 한국 근로자들을 태운 버스를 보고는

내가 지옥에 왔구나 생각했었다.

 

바레인 가는 게이트 번호를 찾아 걷는데 한참 멀다.

이 것도 아직 선진국따라 올려면 멀었다.

눈만 내 놓거나 혹은 얼굴만을 내놓은 검은

히잡을 입은 수없이 많은 여성들을 보고는 중동지방임을 새삼 더 깨닫는다.  

공항 라운지에서 잠시 대기하고 일부러 창가로 자리잡은 바레인행 비행기.

비록 짧은 비행거리지만 구름한점 없는 하늘이라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사막의 풍경과 파란 페르시아만이 장관이다.

 

끝없이 넓은 사막끝의 바닷가에는 석유를 수출하기 위해 저장해 놓은

대형 석유탱크들이 보인다.  

때로는 바다 한가운데의 작은 섬에도 탱크 컴플렉스가 보인다.

직장생활동안 저 석유에 관련된 일만을 해 왔다.

비록 그 열사의 현장에 있어 보지는 않았지만 내 손을 거쳐간

수많은 정유공장들이 지금 내 발 아래 있을 것이다.

 

바레인입국에는 비자는 필요없지만 입국수수료를 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직원에게 약 7500원 정도로 들었는데

여권을 내미니 무려 15000원을 내라기에 3명치를 내려니

현지 환율이 모자라 급히 가지고 있던 유로화를 내야만 했다.

택시비도 카드는 안된다기에 또 급히 환전하고..

 

호텔에서 잠시 낮잠으로 지난 밤의 여독을 푼 뒤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호텔 로비에 나왔다가 그만 내 눈을 의심했다.

호텔에 로비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옥외 수영장이 있는데

그 곳에 여자들이 비키니를 입고 풀장근처에 나와 있네.

세상에 아무리 바레인이 조금 개방된 중동국가라 해도 이런 것이 허용되다니..

 

남자들은 수영장의 팬티차림 그대로 호텔 로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만약 그 안에 검은 히잡을 둘러 입은 여자들이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호텔 벨보이에게 바레인 현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니

바레인 음식? 하면서 그런건 없다고 기에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적당한 곳을 알려 준다.

 

택시를 타고 찾아 간 무하마드 누르 라는 로칼 식탕

첫 눈에 일반인 직장인들이 와서 먹는 식당이다.

이 동네의 주위를 둘러 보니 맥도날드 피자헛, 버거킹도 다양하다.

우리가 들어간 로칼 식당에는

눈을 둘러 봐도 내부에 우리같은 동양인은 없다.

모두 하얀 옷을 남자들뿐.

 

오픈된 주방의 한 구석에는 뻘건 숯덩이위에 고기들이 익어간다.

두개의 석쉬안에서 고기들에서 떨어지는 기름으로 연기를 내며

벌겋게 달궈진 고기들을 보니 군침이 넘어간다.

 

주문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기에 어떤 것들이 좋은지

한참 물어보고 나서야 양고기 모듬꼬치와 치킨 바비큐 그리고

밥 모듬 하나, 음료수 3개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옆사람들 먹는 것을 보니

모두 쌀위에 치킨바비큐를 얹은 음식을 주문하고 오른손으로

빈대떡같이 생긴 란으로 고기와 쌀을 싸서 입안에 털어 넣는다.

우리도 저렇게 먹어야 하나?

 

음식이 나왔다. 양갈비를 먹고 싶었는데 아까 석쇠에 익는 고기중

양갈비 구이는 없었다. 양꼬치와 치킨이 두 팔벌리고 누운 채로 구워져 왔다.

 

제법 맛있네.

곁들이는 절인 양파와, 오이피클, 국물 하나, 퍽퍽한 쌀을 먹기가 불편해

국물을 조금 넣고 비벼 먹으니 먹을 만 하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종업원이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테이블 위에 모두 쏟아 버리고

테이블을 덮은 비닐로 싸 버린다. 그것 참 편하네.

 

길거리에 나오니 눈에 보이는 차들이 거의 일제 도요다 일색이다.

어쩌다 가끔 현대차가 하나 보일 뿐. 그래도 저편 가게 간판에는

삼성의 로고가 크게 붙어 있다. 이 맛에 외국을 다녀도 어깨가 펴진다.

 

길 건너 마트가 보이기에 잠깐 걸어가는데도 햇빛이 무척 뜨겁다.

한적한 마트에 보이는 것은 온통 외국 식료품들.

난 해외 출장오면 이런 곳에 들러 늘 사는 것이 있다.

견과류. 

시간차 때문에 잠도 못자는 긴 밤에 견과류처럼 좋은 내 친구가 없다.

큰 봉지를 하나 사서 직원들과 나누어 먹고...

 

저녁은 사우디에서 담맘과 바레인간의 다리를 타고 온

법인장과 함께 찾아간 한국 식당.

왜 이들은 늘 외국에서 꼭 한국 식당을 찾을까?

우리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를 위한 것일까?

한국에서 건너온 바로 그날 저녁에 한국식당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도 따라가니  점심에 찾아 갔던 근처의 한국식당은 일본식당과 겸하고 있다.

메뉴가 다양하다. 삼겹살, 보쌈...

세상에... 여기가 무슬림 국가 맞아?

무슬림들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도심지 한 복판 식당에서 팔고 있다.

사우디나 이란 이라크 같으면 모두 최고형벌을 받을만한 짓이다.

거기다가 소주까지..

중동이 변하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이 열릴 예정인 카타르에서도 이렇게 비무슬림을 위하여

술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

 

만약 미팅이 끝나고 귀국하기 위해 이렇게 잠시 시간이 남았다면

근처의 국립박물관을 들렀을텐데 차마 미팅 전이라 그런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종일 회의하고 오후에 바로 귀국 비행기를 탔다.

다음 주에 이 곳을 또 와야 할 것 같다.

 

 <금번 바레인 여행은 주로 업무로 인해 사진은 오가는 중 스마트폰 사진 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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