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노병의 귀국독창회

carmina 2014. 9. 20. 09:38

 

 

2014. 9. 19

 

지인으로부터 한 해 후배의 귀국 독창회에 초대를 받았다.

 

그 지인도 이미 나이가 많은데 한 해 후배라면 이제까지 외국에서 공부했다는 말인데

아무리 나이를 따져봐도 판단이 안 서기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는데

그간의 외국에서의 경력이 화려하다.

 

베이스 김영복.

어느 귀국독창회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이나 다 그렇지만

유명 음대 졸업, 전액 장학생, 유명음악가의 마스터 클라스 참석과 그 들의 코멘트

수없이 많은 공연 출연,  국내 어느 교수에게 사사받았으며, 각종 신문에 나온 평 등..

이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네스 음대 졸업, 줄리아드 출신, 매스콤의 찬사...

 

레퍼터리를 미리 찾아 보았다.

주로 오페라 공연을 했는지 선정한 곡도 모두 오페라의 곡들이다.

뜻도 찾아 보고 미리 들어 보지 않았지만 레퍼터리가 화려하다.

모짜르트, 라벨, 구노, 브라암스, 그리고 베르디...

 

세종체임버 홀.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되는 날이기에 회사를 나와 천천히

청계천을 걸으며 도심의 막 시작되는 가을의 청명함을 즐긴다.

 

프랑코넬리의 노래 O bellissimi capelli (아름다운 머릿결)로 시작되는 콘서트

친절하게도 팜프렛에 가사의 해석을 모두 적어 주어

못 알아듣는 이태리어지만 연주자는 오페라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곡에 따라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많은 오페라를 출연해 본 경력이 노래에서 나온다.

 

매 곡마다 들려오는 극저음.

온 몸의 깊숙한 곳에서 베이스의 저음이 공연 홀을 가득 울린다.

일부러 자신을 돋 보일 수 있는 곡들을 선정했을 것이다.

 

이태리 오페라들을 많이해서인지 이태리어 발음은 좋았는데

인터미션 후 브라암스의 곡 '4개의 심각한 노래'를 할 때는

내가 익히 듣던 독일어의 딕션이 아니다.

그래서 그간의 경력을 보니 독일에서의 연주활동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독일어 특유의 강한 '트, 흐' 등 마무리 발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라벨의 돈키호테를 부를 때도 불어 딕션의 맛이 들리지 않는다. 

이태리어, 독일어, 불어, 영어 등 무려 4개국어 아니 앵콜까지 무려 5개 국어로 연주된 콘서트.

무언가를 보여 줄려고 많이 노력했고 노래는 참 좋았는데

종합과자선물 셋트를 맛보느라고 특징은 없었던 것 같다.

 

공연을 보며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오페라 배우로 그것도 이미 쟁쟁한 젊은 성악가들이

음악계를 사로잡은 시장에 늦은 나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음악을 하느라고 독일에 유학가 있는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줄리아드까지 나왔는데 Deep River와 영화 남태평양에서 나오는 노래를 부를 때는

약간 음이 프랫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 못 들은건가? 아니면 극저음에서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개인 콘서트는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것도 귀국콘서트라면...

오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노래를 이전부터 들었던 사람들일테고..

외국가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평가하는 자리일테니 준비하는 사람도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연주를 들으면서 더 감탄한 것은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 정호정씨였다.

이 분도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오페라코치 전력이 있어서인지

얼마나 노래를 하는 사람과 호흡이 잘 맞는지..

내 시선은 줄곧 반주자의 손길에 가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 화음처럼 들렸다.

참 좋은 연주회.

노래도 좋았고 나중에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는 무대 인사 매너도

그리고 앵콜송으로 부를 찬송가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