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대부도 (구봉도) 해솔길

carmina 2015. 5. 16. 19:01

 

 

2015. 5. 16

 

아내가 대부도 해솔길에 가자고 유혹한다.

교회행사이니 같이 가자고..

그런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길을 걸어도 잠깐 걸을테니...

그리고 검색해 본 바로는 해솔길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평을 보지 못했다.

욕심같으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종일 걸어 갈 수 있는 곳을 택하련만..

따라 나섰다.

 

나 어릴 때 대부도에서 우리 동네로 이사와서 사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도와 풍도.

풍도는 요즘 야생화로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대부도나 풍도는 이전에는 거의 고립된 섬이었다.

 

대부도가 안산의 오이도와 연결되는 약 12.6 Km의 시화방조제로 건설 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고

나 어릴 때 나를 교회로 인도해 주신 목사님이 그 곳에 살고 계시다 해서

한 번 가 본적이 있었는데 거의 먹자촌, 펜션촌이 전부였다.

 

시화방조제를 지날 때 멀리 대우에서 건설한 LNG 기지가 보인다.

외국에서 수입해 온 LNG 액화가스를 저장하는 거대한 기지다.

그 뒤로 거대한 송도 신도시. 바다 멀리 우뚝 솟은 빌딩들이

SF영화의 도시들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대부도에 들어서니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눈에 보인다.

 

조금 이른 시간에 대부도의 끝단에 있는 구봉도 해솔길 1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섬을 우회하는 길이 있다.

한눈에 봐도 그다지 높은 언덕이 아니니 당연 산으로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바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10미터도 못가서

땅의 훼손된 상태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오는 코스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걷기 편하도록 안전을 위해 안전말뚝들도 곳곳에 기울어져 있다.

 

녹음은 절정이고, 꽃피는 봄시기가 지나서인지

주위에 거의 꽃이 보이지 않는다.

달래꽃으로 보이는 하얀 꽃들이 가끔 보일 뿐이다.

(덜꿩나무로 확인)

꽃이 없으니 당연히 향기도 없고..

대신 오늘은 길에 아줌마들의 화려한 꽃들과

향기같은 웃음소리와 수다들이 가득하다.

 

길가에 흙이 무너지는 곳에 돌로 무언가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게 무얼까. 한참을 들여다 보니 고슴도치를 형상화 해 놓았다.

보기는 좋은데 훼손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숲이 우거져 오른 쪽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질테인데 언듯 언듯 보일 뿐이다. 

오늘은 완전히 전속 사진사로 변해 버렸다.

수시로 나를 불러대며 포즈를 취한다.

꽃을 찍는 기분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기분은 좋다.

 

소나무들이 많아 솔향기길이라 이름 붙이긴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서해 바다에 바람이 많이 불어 소나무들이 거의 이리 저리

비틀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낮은 언덕들을 몇 개 지나니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나무 뿌리들이 모두 흙위로

드러나 있어 안타깝다.

 

이전 같으면 이 곳 길이 모두 군 초소길이라 통제되었을 것 같은데

지금 전국의 해안선들이 모두 이렇게 걷는 길이 되어

그간 고이 사람들 발길이 뜸했던 길들이 이젠 모두 발가벗겨지고 있다.

 

개미허리아치교를 지나 구봉도의 작은 섬에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보니

멀리 섬을 우회해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몰려 오고 있다.

다시 호젓한 숲길을 지나 섬의 반대편으로 긴 데크를 따라 가니 낙조대.

긴 나무 다리 끝에 링 모양의 큰 조형물을 하나 만들어 놓아 사진찍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어느 대기업의 로고를 닮은 듯한 스테인레스 조형물은

아름다운 노을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다 끝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 곳까지 걸어 온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느라 조형물 위로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시야가 사방으로 탁 트였다.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 듯, 고깃배 한 척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갯벌이 다른 곳에 비해 좀 거칠다.

 

일행들은 돌아가기 위해 갯벌로 발을 옮겼다.

넓은 갯벌, 솜같이 뭉쳐져 있는 소나무들, 걷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무척 쓸쓸해 보였을 것 같다.

 

그 갯벌까지 세멘트 도로가 나있고 차도 들어와 있다.

멀리 굴양식장이 있으니 작업할 때만 들어올 수 있고 

아마 물이 들어오면 폐쇄되는 도로일 것이다.

 

사람들이 멀리서 그 세멘트 길로 무더기로 몰려 오고 있다.

그리고 그 갯벌에 사람들을 차로 싣고 나가 갯벌체험을 하는 것 같다.

 

길가에 간척사업을 하면서 일부러 남겨 놓은 듯 두 개의 바위를 세워놓고

할미 바위 할아배 바위라고 하여 이미지 메이킹을 해 놓아 사람들이

두 개의 돌을 배경으로 사진찍느라 즐겁다.

아마 이 곳에서 조형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지

커다란 대나무로 만든 물고기 조형물에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일부러 쓰레기를 집어 넣은 것도 작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 곳 대부도 해솔길은 길을 걷는 트레킹코스라기 보다

유원지의 일부로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다른 코스도 그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들과

들어오는 차들이 막혀 한 참을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이 곳은 먹기 위해, 놀기 위해 오는 곳이다.

 

그라나 추억을 만들고 싶은 연인이라면 저녁 노을이 지는 시기에 맞추어

바닷가 길을 한 참 걸어나가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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