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코스)

carmina 2015. 12. 1. 11:19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 코스

 

 

전국적인 걷기 열풍에 서울도 원대한 계획을 만들었다. 북한산둘레길.

지난 해까지 1차로 만든 44키로의 길들.

안내도를 보니  북한산을 휘돌아가는 13개의  코스를  준비했다.   

그 중 제일 탐나는 길이 바로 우이령길.   

 

고등학교시절이던가. 갑자기 매스콤에서 난리가 났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한 급한 목소리로

서울에서 지금 북한에서 내려온 공비들과 시내전투를 하고 있다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시각각으로 들려 오는 뉴스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태는 곧 진정되어 대부분의 공비들이 죽고 한 명만 체포했다고.

다음 날 신문에는 그 공비들이 길 가에 열지어 죽어 있는 모습이 나왔다.    

그 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넘어온 길. 그 길이 우이령길이다.

속칭 김신조 길이다.

 

그 뒤 그 길은 40년이 넘게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북한산 둘레길 조성에 개방되었다.   

그러나 아직 그 길은 군의 통제하에 있고 오랜 세월 잘 다듬어 놓았기에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통행할 수 있는 인원수를 정해 놓았다.

약 1000명.    우리령쪽에서 500명 그 반대 양주시 교현리쪽에서 500명.   

 

나이 65세이상은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지만

그 나이 미만은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북한산국립공원을 검색하면 된다)   

금요일 아침에 사이트를 방문했더니 이미 토요일 예약이 끝나 있었다.

예약은 오후 5시까지만 받는데 혹시 반납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고

오후 4시 50분경 접속했더니 정말 몇 자리 정도 비어 있다.

5분전에 급히 예약을 마치고 예약확인서를 출력했다.   

 

거리는 약 7키로 정도에 불과하고 제한된 길만 가기에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단지 부천에서 수유까지의 거리가 먼 것이 단점이다.      

수유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우이동 종점까지...   

종점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산 배낭을 메고 헤매인다.

저마다 코스가 다르니까 군대처럼 같은 방향으로 행진해서 가지 않는다.   

 

우이령 둘레길 표시를 따라가니 지원센타까지는 1.5키로 정도.

그 곳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수없이 많은 대형 음식점들이 주변에 늘어서 있다.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MT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 대학교가 몇 개 있어서인지 대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그 아침에 MT를 마친 듯이 보이는 청년들이 마당에 모여 즐겁게 놀고 있다.   

 

1.5키로를 걷는게 만만치 않다.

추웠던 몸이 열기로 조금씩 땀이 난다.

꾸준히 조금씩 올라가는 길 양 옆에 눈들이 쌓여 있고,

잠시의 햇살에 녹아 내린 고드름들이 겨울의 작은 아름다움을 색칠하고 있다.

    

탐방센터에 도착하여 예약사항을 확인하고, 경계선을 넘어간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도로에 눈이 잘 치워져 있었는데

이 곳부터는 눈을 치운 흔적이 없고 자동차가 다닌 흔적도 없어

눈을 밟을 때 뽀득 뽀득소리가 기분 좋게 한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작은 무리를 지어 올라간다.

일반 등산로처럼 사람들이 대규모의 아줌마 부대나,

아저씨 무리들이 많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길 한 복판의 눈도 별로 녹지 않아 

신선감과 고즈넉한 기분이 함께 해서 좋다.

   

부부의 모습. 머리 큰 자녀를 데리온 아버지, 친구들 모습.   

혹 아이젠이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올라가는 길이라 아직 그다지 미끄럽지는 않다.   

조금 올라가니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부드런 흙길이라며

신발을 벗을 것을 권유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

   

여름에 오면 그렇게 해 볼련다.  발에 닿는 부드러운 흙을 느껴보고 싶다.      

아마  40년이란 오랜 세월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없어

들어갈 수 없게 만든  지금 통행로 주변의 숲에 희귀식물이나 생물도 많으리라.    

 

 조금 더 올라가니 대전차 방책이 무거운 모습으로 양 옆에 버티고 있다.

전방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런 구조물이 많았다.

비상이라도 걸리면 이 방책을 터트리는 킬러팀이 별도로 조직되어 비상사태를 대비하곤 했다.

탱크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이 구조물에서 최근에 고조된 남북의 긴장감을 더 생각하게 한다.         

 40년동안 일반인은 통제되었지만 이 곳은  경찰들의 숙소가 있고

훈련장 사격장 등 군 및 경찰들의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많다.

공터에 설치된 단이 꼭 무대같다.

이 곳에서 야외 음악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까운 곳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니 멀리 북한산의 오봉이 보인다. 참으로 진기한 자연이다.

그 높은 바위산에 아주 큰 바위들이 얹혀져 있으니.

    

천지가 개벽하는 날, 온 대지가 뒤집어 지고,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속으로 쳐 박혀 들어갔을 때  바위들이 이리 저리  굴러 다니다가

저렇게 간신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얗게 눈 덮힌  산 위에 오똑 솟은  오봉이 장관이다.

지금도 저 곳 주위에 겨울 산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겠지?   

이젠 완만한 경사길, 아이젠을   사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일군의 젊은 무리들이 깃발을 들고 올라오고 있다. 

 

아마 어느 직장에서 단합대회를 하는지 깃발에는 도전 1515 등의 구호가 적혀있다. 

저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신청하면

하루 일정한 인원밖에 허용해 주지 않는 규정으로

다른 일반인들이 토요일의 우리령 등반의  기회를 놓쳤구나 생각하니 조금 무언가 잘 못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 무리들이 지나간 뒤에 그 뒤를 따라 오는 다른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았는데 넓은 공터에 \'유격\'이라고 크게 음각한 돌이 보인다.    

오른 편으로 석굴암가는 길이 있다. 약 700미터의 거리.

그 곳부터 시작된 세멘트길은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다. 아마 절이 있으니

언덕을 올라가는 차들을 위해 도로에 눈을 치워져 놓았나 보다. 

   

 가는 길은 유격장코스라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군 시절이 생각난다.

얼마나 고함을 치며 저 코스들을 돌았는지 까마득히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떠 올려진다.   

가파른 세멘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절이 몇 채가 보인다.

샘물은 말라 있고, 등산객들이 서성인다. 절 뒤로 까마득히 오봉이 솟아 있다. 

    

절 앞에 서성이는 사람이 혹시 이 곳에서 자운봉가는 길을 아느냐고 묻기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절앞에 있는 장독대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그 너머에 눈 덮힌 산이 한 폭의 HDTV 화면같다.

   

굳게 닫혀 있던 절간의 문이 열리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절의 추녀 밑에 매달린 종을 친다.

그래서 보니 12시였다. 

청아한 종소리가 언덕밑으로 흘러가듯이 나도 절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절 앞에 심어 놓은 소나무에 마치 밴드가 매어 있는 것처럼 나무에 두툼한 부분이 보인다. 저게 뭘까? 

 

석굴암에서 내려오니 유격장 마당에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시끄럽다.

평소에 유격대 조교의 고함이 쩌렁쩌렁한 단에서 오늘은 젊은이들이 싸가지고 온 점심을 즐기고 있다.      

나도 무언가 먹긴 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    

천천히 가지고 온 간식을 먹기 위해 길을 찾다가 길이 미끈.  

순간   요즘 오십견으로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오른 쪽 어깨에 심한 통증이 온다. 

비록 미끄러지지 않았지만 미끌어지는 날에는 큰 불상사 날 것 같아 서둘러 아이젠을 착용했다.   

오봉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어떤 이들이 간식을 즐기고 있기에

그 들이 가기를 기다렸다가  컵라면에 가지고 온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붓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나. 여기 있소. 라고 재잘거리듯이..   

아이젠을 착용하니 산행이 부드러워 진다. 마치 뛰어 갈 듯이.. 

그러나... 오늘은 이 호젓함을 누리자.

 

이젠 조금 시간이 늦어 마주 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뒤를 따라 내려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규정상 4시까지는 모두 하산하여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난 뒤에 오는 산의 적막함은 어떨까?

겨울산을 얼마 다니지도 않았는데 아이젠이 이상하여 보니 끈이 하나 잘라지고 말았다.     

아마 또 새로운 신제품들이 있을테니 그걸 사야 하는가 보다.

 

그렇게 오늘의 쓸쓸한 산행을 끝냈다.

더 길었으면 좋으려만 그 눈길을 더 걷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차라리 왔던 길로 되돌아갈까?

오후 동호회원들 만나는 스케쥴만 없으면 그러고 싶었는데..      

 

교현리쪽 입구를 나와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어 늘 하산 후 먹는 두부김치를 주문했으나

두부가 얼었다며 감자전을 내 준다.   

 

큰 길로 나와 버스를 타고 구파발 전천역으로 가는 길 양 옆에 펼쳐지는 설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비록 차도겠지만 이 길을 걷는 것도 좋은 코스같다.

 이 코스가 아마 12코스 충의길일 것이다.   

다음에는 산에 눈이 녹기전에 이 길을 걸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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