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대관령 옛길

carmina 2015. 5. 26. 18:40

 

 

2015. 5. 25

 

문득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3일 연휴에 속초 물회가 먹고 싶었다.

문득 강릉의 초당순두부가 먹고 싶었고

문득 어느 블로그를 읽다가 강릉의 커피거리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석가탄신일에 아내와 함께 갈거야 하고

숙박을 예약하니 종일 뒤져도 적당한 곳이 없거나 너무 비싸다.

hotel.com에 뒤져보니 속초에 그럴 듯한 장소가 있어 예약하니

호텔이 아니라 모텔이네. 아내가 거부감 가질텐데..

그냥 둘러대지 뭐.. 호텔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숙박하고 나니 모텔이지만 침구나 방도 깨끗했고

일반 남녀들만 들어가는 러브호텔이 아니라

가족들이 숙박하는 모텔이라 내가 마음이 놓였다.

 

금요일에 문득 처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형 석가탄신일에 뭐하냐고..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애들이 걷고 싶어한단다.

애들이 걷고 싶어한다고?

나와 몇 번 나들길 같이 걷더니 걷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그것도 겨우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3학년아이가..

그래? 그럼 걷지 뭐..

갑자기 내 얼굴이 환해졌다.

몇 년 전 여름에 폭우가 쏟아져 춘천에서 매몰사고가 나던 해

아내와 대관령 옛길을 갈려다가 비때문에 못갔는데 이번에 걸어 볼까?

방을 하나 더 예약하고..가족이니 특별히 더 부탁했다.

 

목회하는 처남 오후 예배 후에 12인승 스타렉스를 타고 속초로 떠났다.

다행하게도 3일 연휴에 사람들은 이미 다 서울을 떠나버렸기에

속초가는 도로는 한가했다.

 

속초에 도착할 때 쯤 이름난 물회집에 전화하니 8시도 안된 시간인데 벌써 끝났단다.

다른 곳을 찾아 블로그를 보니 밑반찬이 시원찮다.

즉시 또 다른 곳을 찾아 들어가니 9시반까지 끝내야 하니 급하게 먹고 가란다.

속초는 언제부터인지 횟집마다 모두 물회가 주요메뉴로 변해 버렸다.

완전히 바이어스 마켓이 되어 버렸네..

 

회와 물회를 거나하게 먹고 배가 띵띵해져

밖에 나와 밤하늘을 보니 북두칠성이 총총.

애들에게 북극성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고

깨끗한 모텔에 여장을 푼 후 속초 바닷가로 나오니

완전히 해변이 폭죽쏘는 냄새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 자리를 피해 방파제 끝에 가서 잠시 사진 찍는데

하늘에 별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하늘에 별이 천천히 흐른다. 저게 뭐지? 풍등일세.

조카가 욕심을 내서 풍등을 살까 했더니 가게서는 단속때문에 팔지 않는단다.

할 수 없이 우리도 풍등대신 폭죽을 사들고 전쟁터에 참여해야만 했다.

 

아침..

강릉으로 달려가 초당순두부집을 찾았다.

어디가 좋은지 모르지만 사람 많은 곳을 찾으니 농촌순두부.

맛있는 순두부와 청국장을 먹고 나오니 사람들이 밀려온다.

이 아침에 수십명이 떼거지로 밥을 먹으러 온다.

참 대단한 사업이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강릉사는 우리 교회 솔리스트가

테이블 위의 반찬사진만 보고도 농촌순두부같다며 반가와 한다.

 

오늘 우리가 걸을 길은 강원도 바우길의 2구간인 대관령 옛길.

오래전 대관령 도로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봇짐지고 넘던 길이다.

특히 신사임당이 아들 이율곡을 데리고 한양을 오가던 길로도 유명하다.

등산을 위해선 대관령 초입의 대관령박물관에서 시작하여

대관령 휴게소로 올라가야 하고

트레킹을 위해서는 대관령휴게소에서 대관령 박물관으로 내려오는게 편하다.

우리 일행은 이런 길을 걸어보지 못한 어른 두사람이 있다.

일행에게 물었다.

올라갈래. 내려올래.

이구동성을 내려가겠단다.

 

대관령으로 가는 구 도로를 오랜만에 달려 본다.

승용차를 처음 구입 후 가끔 강원도로 드라이브를 오면

수동기어를 넣는 내 빨간 프레스토는 운전하기 너무 힘들었다.

대관령을 구비 구비 올라가며 힘들었고

멀리 강릉 시내가 보이는 곳에 올라가면 그 때부터

엔진브레이크를 이용하여 구비구비 내려오는 길도 너무 힘들었었다.

이젠...

그 길도 오래 되어 길 한 차선을 막고 보수가 한창이다.

지나는 차도 별로 없고, 그 길이 이전에는 그렇게 좁은 줄 몰랐었다.

 

차를 대관령휴게소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간이매점 아줌마에게 물어

길을 확인하고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옆으로 해서 우선 선자령 가는 길로 출발.

 

다 같이 기념사진 찍고 낮은 언덕을 올라간다.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트레킹 코스는 조용하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인지 길바닥의 돌이 드러나 오솔길은 척박하다.

 

선자령으로 올라가는 길의 통나무 계단 발판도 오랜 세월이 지난 듯

나무들이 문드러지고 있다.

하긴 이 곳 길도 새길 나기 전에는 오랜 세월을 사람들이 이용했을 것이다.

길가 숲 속에 무슨 시설이 있었는지 나무판대기로 만든 벽이 허물어지고 있어,

한 때 이 곳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또한 길가에 한국전쟁시에 만들어 놓은 군시설인 벙커가 있던 곳이라는

팻말도 세워져 있다. 지금에야 이렇게 표식이라도 붙여 놓았지만

또 몇 십년이 지나면 이마저 사라질 것이다.

내가 군시절 산꼭대기에 이런 벙커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던가. 

 

길가의 이름모를 분홍색꽃들도 사랑을 못받아서인지 모두 축축 늘어져 있다.

길을 따라가도 대관령 옛길 표시는 보이지 않고 선자령길이라고만

이정표가 있어 초행길을 리드하면서 잘못 알고 있나 하고 조금 불안했으나

길 가 나무에 주렁 주렁 열린 전국 산악회들의 리본을 보며

이 길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메마른 길을 조금 올라가 언덕 끝에 멀리 통신탑 뒤로 돌아가는데

통신탑 철망 담장에 무수히 많은 등산리본들이 걸려 있다.

그 뒤로 돌아서니 보이는 대관령 옛길 이정표가 무척 반갑다.

뙤약볕 속을 걷다가 갑자기 숲으로 들어간다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숲 입구에 있는 지도판을 보며 오늘의 코스를 설명하고 출발.

어항에 있던 물고기들을 바다에 풀어 놓으면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본능처럼 금새 모두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며칠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말랐고 등산화도 신지 않은 아이들이

비탈길이라 미끄러질 것 같아 스틱을 챙겨 주는데

벌써 저만치 내려가 버렸다.

얼른 주의를 주었다. 너무 빨리 가지 말고 뛰지 말라고..

 

편한 길.

평지를 걷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렇게 어느 정도 경사진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지 빨리 걷고 싶은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대관령을 넘어가는 찻길처럼 이 숲속길도 끊임없이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구비 구비 산길 걷다 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라는

강은철의 노래 '삼포가는 길'처럼 오래 전 이 길을 등짐지고 지나가던

선인들은 한 구비 한 구비 넘어갈 때마다 힘든 숨과 한숨으로 허덕였을 것 같다.

 

길 구비 구비마다 하나 둘씩 쌓아 놓은 돌무덤과 돌탑이 자주 보이고

길 양쪽의 나무 그늘이 서로 엉켜 버린 그림자로 가득한 부드러운 흙길이 참 좋다.

간간이 김시습을 비롯한 당시 문학가들의 시비도 세워져 있어

발길을 멈추고 한번씩 읽어 보는 여유도 있다.

 

반정으로 가는 길에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킨 나무들이

자연의 힘에 의해 꺽어지고 뿌리째 드러내 보이는 나무들이

수없이 많이 보인다,

 

푸른 녹음속에 걸어가는 작은 아이들.

등산모도 없지만 그 들에게 나뭇잎의 그늘이 가장 좋은 등산모일 것이다.

아이들은 날라다니고 따라 다니는 엄마는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속 깊은 아들 하나는 엄마가 힘들어 할 것 같은지

엄마의 보조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 오고 있다.

 

햇빛도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 그늘 밑에

오랜 세월동안 떨어진 잎들이 산성 비로 썩지도 못하고 등산객들의 발길에 밟혀

거의 가루가 될 정도로 부서져 있다.

이 현상은 비단 여기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산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썩어 자연비료가 되어야 하는데

산성비로 썩어서 썩지 않고 비에 쓸려가 사라지고 있다.

 

오늘은 내가 주일 아침에 TV에서 보는 '영상앨범 산'이라는 프로그램의

카메라맨처럼 열심히 가족의 모습들을 여러 모습으로 담는 역할을 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이 다음에 저렇게 찍어보아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장면들...동영상들...

일행들을 언덕위에서 내려다 보고,

혹은 언덕 아래서 올려다 보고 찍어 본다.

 

내려가는 길이라 힘이 덜 들어 쉬는 것을 잊어

다리 관절에 무리가 생길까봐 일부러 중간 중간 자주 쉬게 했다.

 

그런데 길을 내려 가며 의외로 사람들이

편한 내리막길을 마다하고 아래에서 올라 오는 등산객들이

많은 것을 알았다.

내려가는 팀은 극히 적고 올라 오는 팀들이 많다.

그러나 그 들의 모습에서 힘들어하는 표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나같으면 헐떡거렸을텐데..

 

걷는 길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양쪽 언덕을 가지고 있어

만약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산의 모든 비가 이 길을 통해 밀려 올 것 같다.

그리고 마치 수영장의 튜브 라이드처럼 쓸려 내려갈 것 같다.

그리고 길 아래로는 거의 깍아 지른 계곡이다.

알고보면 이 길이 상당히 위험한 길이다.

자칫 잘못하면 직각으로 꺽어진 낭떠러지가 곧 황천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들이 육군사관생도 결혼식 입장 하는 것처럼

양쪽으로 터널을 만들어 걷는 우리는 자연의 축복을 받는 환상 속에 있다.

 

그렇게 급히 내려가다가 반정에 도착하여 공사 중인 도로를 만났다.

도로를 바로 건너 멀리 강릉시내를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위에서

희미한 운무속에 강릉시내 넘어 파란 동해 바다를 즐겼다.

 

대개 이런 길을 걸어가면 구비 구비 돌아설 때마다 멋진 전망이 보여야 하는데

이 곳 옛길은 거의 숲속을 걸어가기에 그런 전망을 보는 것은 어렵다.

 

우리 나라 국토의 70프로를 덮고 있는 산들.

그 산들이 내 발아래 층층으로 대지를 덮고 있다.

불과 30프로의 작은 가용대지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만들어 내는

우리 민족의 긍지가 이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내가 바라보는 저 동해 바다에 일출이 떠 오르는 것을

상상해서 일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오늘 폭염이란다.

그러나 이 곳 숲길은 이렇게 오래 걸어도 땀이 별로 나지 않는다.

중간에 잠시 쉬는데 어떤 가족이 올라오고 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

그런데 딸의 얼굴이 거의 탈진하여 열이 오른듯 보이고 바로 쓰러질것 같다.

아빠는 딸에게 조금 더 참고 올라가자고 도닥거린다.

한참을 그렇게 딸을 바라보더니 다시 또 산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이

참 장하게 보였다. 힘든 것을 경험해 본 자녀들은 그 어떤 어려운 환경이 와도

이겨 낼 것 만 같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대관령박물관까지 대략 10.7km

트레킹 초보자가 있으니 바우길 2구간 풀코스인 14.7km의 대관령유스호스텔까지 못가고

서울 가야 하는 시간도 계산해야 하니 일찍 마치기로 했다.

대략 걷는 시간을 보니 1시간에 약 3km 정도

2시간 정도 걸으니 만보를 채웠단다.

도심에서는 작정하고 걸어야 하루 만보를 채우는데

여기선 2시간 룰루 랄라 하면서 걷고는 만보를 채웠다며 좋아한다.

 

조카 중 막내가 눈이 밝은지 걸으면서 자꾸 청설모를 보았다며 숲을 스캐닝한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잘도 보네.

지난번 강화트레킹에 무척 열심히 걷고 좋아하더니

이번 트레킹도 막내가 졸라서 온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좋은 교육이 없을 것이다.

처남의 세 아들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나대로 그들의 미래를 예측해 보았다.

큰 아들은 장래 의사감이고 작은 아들은 목사님

막내는 음악가의 소질이 보인다.

 

물소리가 들린다.

작은 약수터를 지나며 조금씩 소리가 커지더니

고비를 지나가니  하얀 눈빛 색깔의 커다란 바위가 가득한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있으니 걷는 것이 더 가벼워 진다.

비록 물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단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작은 공터에 커다란 빌보드에 대관령 정상에서 바라본 강릉 그림이 있고

신사임당의 유명한 시가 써 있다.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

 

늙으신 어머님을 강릉에 두고

이몸은 홀로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산촌은 아득도 한데

흰구름만 저문산을 날아 내리네

 

아침에 식사를 하는데 조카들이 대관령이 무엇으로 유명하냐기에

내가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이며 신사임당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런데 아침 식사값이 꼭 5만원이 나왔다.

대관령은 이전에 사람들이 산의 동쪽인 바닷가사람들과

산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물물교환을 위해 봇짐지고 넘던 고개라고 얘기해 주니

아는 듯 모르는 듯 내 눈만 바라보고 있다. 그 시절을 애들이 알까?

 

막내보고 시를 읽어 보라 하니

국어책 읽듯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읽는다.

하긴 초등학교 4학년이 이런 시를 읽어 본적이 있을까?

그래도 신사임당 아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내려 가는 길이 끝이 없다.

아침식사를 하고 급히 올라오는 바람에 점심간식거리를 사놓은 것이

대관령휴게소에서 감자떡 몇개 밖에 없어 더 허기가 지기전에

식당을 찾아야하는데 이정표에 주막집 이라는 것이 있어

먹을 것이 있을까 했는데 그건 단지 과거 주막집의 모습을 재현한 것에 불과했다.

 

문이 모두 닫힌 초가집 주막 옆에 물레방아가 돌고 있고

그 밑에 작은 연못에 수없이 많은 올챙이들이 꼬물꼬물거리고

청개구리가 색동개구리가 개구리 수영을 하며 폴짝거리고 있다.

 

길 한 복판에 커다란 돌무더기가 쌓여가고 있다.

등산객들이 하나 둘 씩 얹어 놓은 것이 이젠 제법 큰 탑으로 틀을 잡아간다.

나도 주위에 돌을 하나 얹어 놓으며 내 작은 소망을 중얼거렸다.

 

계곡으로 된 이 길의 양 옆은 흙이 비에 무너지고 저절로 무너져

커다란 나무들의 뿌리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어 처참해 보인다.

소나무는 뿌리가 땅속으로 1000m나 뻗어 있다는데

지금 보이는 나무들의 뿌리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 길 주변에는 금강송이 많이 보인다.

보통 소나무와 다른 연한 갈색의 기둥이 곧게 뻗어 있다.

 

그리고 어느 지점부터는 완전히 굵은 소나무숲길이 계속된다.

소나무들이 이렇게 곧게 굵게 무리지어 있는 숲을 본 적이 없는데

이 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소나무들이 모두 커다란 궁궐이나

절의 기둥으로 써도 충분할 만큼 곧고 튼실해 보인다.

 

길가의 터진 숲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산에 거대한

푸른 소나무 숲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장관이다.

그리고 이 쪽은 솔잎혹파리병에 걸린 나무가 별로 없는 듯

푸른 솔잎 숲에 죽은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커다란 돌로 만든 징검다리도 깡총거리며 지나고

나무데크도 지나며 마음은 완전히 동심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애들이나 어른이나 우리 모두 신선이 되어 있다.

이 정도면 트레킹 초보자도 충분히 걸을만 한 코스다.

단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빨리만 걷지 않는다면

천천히 얘기를 해가며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우주선 모양의 화장실이 있는 곳에 와서야 먹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모두 힘이 드는지 잔치 국수를 시키고 음식 나올 때까지 자기도 했다.

힘이 남아 도는 아이는 계곡에 나가 놀고..

조금 더 내려오다 보니 막국수파는 집이 있었는데 잔치국수 먹은 것을 후회했다.

 

대관령 박물관 가는 두 개의 길.

하나는 자동차 길인 것 같고 또 하나는 숲길이다.

숲길을 택하여 계곡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이 또한 숲속의 아늑함을 즐긴다.

이 곳까지는 사람들이 편하게 오는지 커다란 바위와 물이 있는 곳에서

돗자리피고 가족 모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

 

이제 여행이 거의 끝나고 잠시 낮은 언덕을 올라가니 도로가 나오고

박물관이 보였다. 시간상으로는 4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러나 빠른 걸음이라면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원래 우리같이 대관령휴게소에 차를 놓고 온 사람들을 위해

주말에 오후 3시에 휴게소로 올라가는 버스가 있다.

바우길 안내센터에 물어 보니 공휴일도 있다기에 기다렸는데

안내판에는 공휴일은 없다고 써 있다. 어느 것이 맞는거야?

3시가 되어도 버스는 오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콜택시를 부르는데

가격도 각각 다르다.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찾아 겨우 2만원에 합의 보고

처남이 차를 가지러 올라갔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는다.

나중 물어 보니 올라가는 택시 요금만 해도 미터기로 13500원이 나왔단다.

2만원이 비싼 것이 아님을 알았다.

 

비록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참 즐거운 하루였다.

애들에게 이것 저것 가르쳐 주고, 재잘대는 소리도 즐거웠고

종일 4시간 동안 숲속을 걷는 것도 흔치 않은 코스였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비록 올라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내려 오는 길은

천천히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어려울 것은 알았지만

사람이 많으니 그 또한 심심하지 않았던 여행.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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