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와인은 멋이다

와인 모임 입문

carmina 2015. 5. 19. 14:49

 

2010. 7. 29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아 본 부천의 와인 동호회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입 후 당일 모임, 카페 개설한지 100일 되었다고..

 

부천 신도시 생기며 이사온 이래 17년동안 살았으나 몇 번의 직장이 모두 서울이었기에

늘 친구가 없이 Bed Town 으로만 살아온 나에게

어제 만남은 무척이나 긴장되었던 기회.

 

넓은 테이블에 질서정연하게 놓인 투명한 와인 잔들.

맛있게 차려 놓은 음식들과 천정에서 날라가기 위해 애쓰는

풍선들이 무언가를 나에게 물어보고 있다. (너, 기분좋아지는 것 같다.)

 

미리 예약한 동호회원들이 하나 둘 자리 잡고

파티에 참석하는 밝은 웃음으로 서로 인사하지만

난 아직 어색하고..

 

자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특별히 오늘은 월드컵의 6월 7월을 기념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와인을 즐기는 자리.

 

가늘고 긴 잔에 부글 부글 포말을 내며 넘칠듯 차오르는

스파클링 와인이 내 입안의 답답한 점막들을

마구 자극하며 내안에 잠재되어 있던 입맛을 풀어내듯

내 생활의 신선한 충격이 시작되고...

 

비록 처음은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은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어

어두움의 무대에서 갑자기 막이 열리며 

눈부신 스포트 라이트를 맞는 배우같은 느낌의 스파클링 와인은

입안에서 뽀글거리는 맛을 음미하며 시작해 볼까나.

 

이어지는 레드와인의 파티

그리몽 피노따지라는 레이블, 와인을 모르지만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와인잔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본다.

진한 두엄냄새.

지난 해와 올해 지리산 둘레길을 전코스를 걸을 때도

나는 길가의 밭에서 폴폴 풍기는 이 냄새가 좋았다.

아울러 입안에서 느낌도 역시 탁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이 맛이어야 해 하고 자위해 보지만

다음부터 이어지는 와인의 향긋함에 내 입은 금방 사치해져 버린다.

 

그리몽 쉬라즈.

호주를 여행할 때마다 늘 부딪히는 고민

쉬라즈냐 까베르네 소비뇽이냐..

두개를 고르라 하면 난 늘 까베르네 소비뇽을 택했지만

때론 다 같이 식사할 때 어쩔 수 없이 쉬라즈를 마셔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쉬라즈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밋밋하고 Mild 하며 달콤해서 자극적인 면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게 큰 이유 중 하나.

역시 오늘의 쉬라즈도 그런 맛이다.

 

그룻 콘스탄시아 메를로,

흠..이 와인을 입에 넣고 혀끝으로 음미하는데

어? 이런 혀 끝에 마비가 오네.

그러면 느끼는 쾌감.  흠..뭐랄까.. 멋진 키스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한모금 마실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그냥 내 느낌에 불과하겠지?

 

또 다른 그룻 콘스탄시아

다른 와인처럼 잔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니..

이런 이건 진한 암모니아 냄새로 즐기는 푹 삭힌 홍어느낌이네

인사동에 가면 영산강이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이 곳에 가면 도무지 냄새 나서 먹지 못할 것 같은 홍어가 있다.

접시를 앞에 놓으면 눈이 따가울 정도의 암모니아 냄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홍어를 즐긴다.

이 와인도 그렇게 내 눈을 자극한다.

내가 늘 신 김치를 좋아하듯, 이 와인도 충분히 곰삭힌 와인같고

목구멍으로 와인이 빨려 들어갈 때마다 심하게 목구멍을 자극한다.

 

신입단원인 내가 왜 기존 단원의 좋은 일에 시상을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시키니까 와인선물을 증정했는데 그 선물이 테이블로 올려진다.

고맙고 멋을 아는 사람.

 

본느 누벨르

난 이런 바틀의 모습이 좋다.

마치 의상디자인 하는 사람이 맵시있게 옷입은 여자를 스케치한 모습.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약간 슬림해지는 이 와인병을 잡을 때마다

야릇한 희열을 느낀다.  

와인 이름도 하나같이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였다.

고등학교때 배운 불어지만 본느, 누벨르 등 모두 좋은 단어일 것이다.

오늘의 최상의 와인이다.

이미 좋은 와인들로 입안의 미각들이 호강을 누렸는데

거기에 또 한 번 '와인이랑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한다.

 

진행하는 팀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누구나 감동을 줄 정도로 준비한 작은 사각종이에 포장한 불고기 도시락

포장지에 개인 개인의 인사말까지 적어 주는 센스.

 

비록 너무 늦어 2차는 얼굴만 보이고 나왔지만

택시타고 집에 오는 내 모습은 거울을 보지 않아도 뻔하다.

 

너..오늘..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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