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37) Love Me Tender

carmina 2015. 6. 10. 09:02

 

 

Love Me Tender

 

Love me tender Love me sweet Never let me go
You have made my life complete And I love you so
Love me tender Love me true
All my dreams fulfill for my darling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Love me tender Love me long
Take me to your heart For it's there that I belong
And we'll never part
Love me tender Love me true
All my dreams fulfill for my darling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Love me tender Love me dear
Tell me you are mine I'll be yours through all the years
Till the end of time
Love me tender Love me true
All my dreams fulfill for my darling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1996년도 쯤이던가 어느 날 아프리카 서부지역의 가나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가나초코렛으로 유명한 그 나라는 아프리카 중 유일하게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이다.

 

당시 SK건설을 다니고 있었는데

가나의 정유공장 보수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우리 회사 직원들이 공사를 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프로젝트 담당으로 잠시 출장와 있던 어느 날.

 

낮에 일을 하고 돌아 오면 저녁에 특별히 갈 곳이 없는 한

호텔에서 잠이 오기 전까지 서성거려야 한다.

일을 끝내면 다 같이 모여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오기도 하지만,

그것도 싫을 때는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끼리끼리 모여서 먹는다.

 

호텔은 정원이 넓고,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바로 옆에 있어

정원에 앉아만 있어도 저녁 소일 거리는 충분하다.

정원에서 보통 생선구이를 주문해 먹으면

수 없이 달려 드는 파리를 손으로 내 쫓으며 먹어야 한다.

 

식사를 하고 돌아 온 날은 대개 맥주 한 병 시켜서

아주 천천히 정원에서 식사하는 다른 이들이나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며 소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수영을 하는 이들은 거의 백인들이고

흑인들이 수영하는 것은 그 호텔에 묵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것이 인종차별인가?

 

늘 밤마다 수영을 하는 이들 중 어느 키가 몹시 큰 은발 머리의 여자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 여자는 우리가 아침을 먹는 시간에 꼭 우리 옆 자리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곤 하여

어느 날 내가 아침 식사 도중 그 여자를 불러 같이 식사하지 않겠느냐고 청했더니,

얼른 내 제의를 승락하고 내 옆에 와서 같이 식사와 얘기를 즐겼다.

네델란드에서 온 이 여자는 가나의 농업부문에 대한 실태를 조사차 이 곳에 장기 출장중이란다.

 

정원에는 오른 쪽에 ‘피자헛’이 있는데 이 피자헛의 외부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대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피자헛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지붕의 입구는 똑 같은데

여기서는 빨간 지붕대신 밀짚으로 피자헛의 지붕과 같은 모양을 만들었으며,

피자도 커다란 스테인레스 오븐에 굽는 것이 아니고

흙으로 굴같이 만든 화덕에 피자를 굽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그 피자헛 옆에 조그만 공간에서는 매일 흑인 밴드가 각종 음악을 연주해 주고 있었다.

특히 매주 수, 목요일은 흑인 여자가 한 명 낀 4인조 밴드가 우리 귀에 익은 팝송들을 연주하고 있어

그 날만 되면 음악 듣고 곡이 끝나면 박수도 쳐 주고 가수의 감사 목례도 받곤 했다.

 

그 날도 밖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 방도 들어 가지 않은 채

정원에서 맥주를 시켜 직원과 함께 흑인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귀에 익은 팝송인 ‘Live Me Tender’를 흑인 여가수가 부르고 있어 한 참 듣고 있는데

보통 흑인들의 노래는 1절 2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같은 노래를 매번 애드립을 넣어가며 연주한다.

 

나에게 무슨 객기가 있었는지 그 날은 음악을 듣다 말고

마시던 맥주를 탁자에 그대로 놓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는 흑인 여가수에게 천천히 걸어 가서

같이 노래할 수 있으냐는 표정을 지으니

옆에 기타를 치던 남자가 얼른 마이크 하나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여가수의 노래에 화음을 맞추어 주며 조용히 따라 했더니

무척 좋아하며, 자기가 한 번 부르고는 나에게 계속하라고 권하길래

나 또한 영어 멜로디로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몇 번 같이 ‘러브 미 텐더’를 부르고 나서야 노래는 끝나고 정원에 있는 사람들은 앵콜을 청했다.

 

노래를 자청해서 하긴 했지만 조금 계면쩍어 내려 올려 하니

가수가 ‘하나 더 하자’고 부추긴다.

내가 아는 영어 팝송을 몇 개 말했더니 잘 모른다 하다가

그 중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흑인 영가를 같이 하자 했더니

금방 오케이 답변이 나온다.

하긴 그 들의 아리랑 같은 노래인데 모를리가 있나?

 

반주가 나오고 여가수의 흑인 특유 멜로디가 나온다.

본인이 한 번 하고는 나에게 권하고 내가 노래할 때 화음을 맞추어 준다.

내가 권하고 가수가 노래할 때 내가 화음을 맞추어 주는 둥

서로 음악으로 교감할 때 내 차례가 되어 아가씨보고 따라 하지 말라는 손시늉을 하고

이 노래를 찬송가의 한국어 가사로 불렀더니

갑자기 아가씨의 표정이 당황함과 함께 입가에 웃음이 퍼진다.

 

노래가 끝나고 아가씨가 나에게 깊은 포옹을 해 준다.

손 등에 빨간색으로 약간 불에 덴 자국이 있는

그 아가씨의 향수 냄새가 깊게 코에 스며 든다.

 

노래를 부르고 내려 오니 어느 한국인이 내게 인사를 한다.

이 지역 한인교회 목사인데 갑자가 한국 찬송가가 들려서 놀라웠고 반가왔다고..

 

그 다음 날부터 아침 식사 시 호텔에서 일하는 웨이터들에게

나의 노래로 인한 인기가 아주 좋았고 특별 사이드 메뉴가 주어지곤 했다.

 

음악이 있는 여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