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중동방문기

사우디에서의 여가생활 (1984년)

carmina 2015. 6. 3. 11:41

 

 


 

사우디에서의 추억 (여가생활)

 

사우디에서 근무하는 한국사람들의 여가생활은 어떨까?

특히 우리 같이 늘 하루 종일 일하고 어쩌다 주말에 쉬는 날이 있다면

캠프 관리소에서 자유시간을 지정해 준다.

 

많은 사람들이 고국으로 가지고 갈 선물을 미리 사 놓기 위해 시내로 나가 쇼핑을 하고

어떤 이들은 낚시를 떠난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걸프만에는 낚싯군들의 낙원이라 한다.

현지 사람들은 낚시를 하지 않으니 늘 여유가 있고

이슬람의 종교 규칙상, 비늘없는 고기는 먹지 않으니

문어같은 것은 거의 바닷가에서 주워 온다고 한다.

가끔 누군가 원양 어선을 통해 희귀한 상어고기를 가져 오기도 하고

직원들은 배를 한 척 빌려 멀리까지 낚시 다녀 오는 날 저녁은

그야말로 저녁 식사는 만찬이었다.

 

직원들은 운전하고 싶어도 현지 운전면허가 없으니 조심하는 편이라

거의 숙소에서 영화나 포르노 테이프를 즐기는 편이다.

 

사우디 사람들은 여가생활을 어떻게 지낼까?

도무지 눈을 씻고 보아도 극장이라던가, 혹운 공연 장소라던가,

대중 위락시설이라던가 동물원같은 것을 어디에도 없다.

그럼 하루에 불과 4 - 5 시간밖에 일하지 않는 이들은

 그 나머지 시간들을 모두 어디에서 보내는가?

 

내가 본 바로는 이들은 그냥 거닌다.

방안에서 거닐고 바닷가에서 거닐고 하릴없이 자가용을 타고 이 거리 저 거리 쏘다닌다.

우리가 보고 듣기에는 이들은 한 집에더 차가 여러대 있어서

평일용 주말용으로 바꾸어 타고 다닌다.

주말이면 일본산 랜드크류저를 몰고 바닷가 모래 밭길로 자랑스레 차를 몰고

특히 물속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기도 한다.

 

어느 집에든 우리나라의 양반들이 집에 있을때 늘 생활하던 보료 같은 것이 있다.

거기 앉아서 물담배로 피우고 조용히 한담을 하면 지낸다 한다.

 

어느 주말에 홍해 바닷가를 나간적이 있었다.

우리도 바닷가를 천천히 거니는데 어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둥그렇게 잔디밭에 앉아 있다.

모여 있는 구성원들을 보니 이곳 토속민족이기 보다는

주로 인근 주변국가에서 온 인종들이 섞여져 있고

그 들끼리 손뼉을 치면 노래를 부르고 있기에 호기심이 나서 구경하다가 나도 합세했다.

이들이 이런 곳에서 노래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기에

주위의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나

이미 단체 행동을 시작했기에 걱정할 것은 없었다.

 

둥그렇게 앉은 이들은 아무래도 레바논인, 파키스탄인 인도인 들 같았다.

늘 한 사무실에서 모여 일하는 이민족들이다.

내 노래 순서에는 구성지게 한국 민요를 뽑았다.

그리고 잘 못추는 한국춤이나마 그래도 이들은 잘 모르리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니 모두들 좋아한다.

 

사우디의 첫 휴일날 난 바닷가에 나가 홍해의 물을 손으로 퍼서 맛을 보았다.

내 고향 인천의 바닷물같이 짜지는 않지만 오염되지 않는 바닷물이 좋았고 섬하나 없이,

파도 하나 없이 평온한 바다가 좋았다.

이곳에서 바레인까지는 아주 수심이 낮아 걸어가도 될 정도라 한다.

 

그래서 이 곳과 바레인을 잇는 다리가 건설되고 있다.

 

도시엔 어디를 가도 배수구가 없다. 비가 오지 않으니 물빠질 배수구가 필요없다.

그러나 어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온 거리가 물에 잠긴다.

이곳 사람들에겐 비 오는 날이 최대로 기쁜 날이다.

그래서 온 거리로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온다 한다.

어느 비오는 날 일부러 나도 나가 보았다.

과연 거리에는 차가 가득했고

하얀 옷을 입은 운전사들이 자동차의 경적을 계속 울려가면서 난장판을 피운다.

보기에는 거의 모두 젊은이들로 보였다.

 

이들은 차를 무척 좋아한다.

수퍼마켓에서는 질서정연하게 줄을 설 줄 아는 민족이지만 차만 있으면 질서가 없다.

유난히 좋은 차를 가지고 스피드와 다른 차들과의 경쟁을 좋아하여

 어느 날은 그 사람들을 피해서 운전할때도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바로 뒤에서 비상등을 번쩍이며 길을 비키라고 차로 위협한다.

내가 달리는 속도도 만만치 않은데 이들은 더욱 좋은 차로 더 빠르게 가고 싶어한다.

차만 있으면 죽어도 좋은지 죽을둥 살둥 달린다.

차가 좋아서 그런지 막 차선을 바꾸어 가면 달릴때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다.

 

어느날은 차를 달리면 내 눈앞에 끝없이 뻗은 일직선 도로위에 차가 한 대로 보이지 않을때도 있다.

그런 날은 나도 최고의 스피드를 즐긴다.

무려 시곳 180 키로까지 놓고 달려도 거리에 건물이나 스쳐 지나가는 것이 없어

그다지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차창밖으로 손 바닥을 내 밀면 그대로 날개가 되어 차가 하늘로 날라 가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할라스 바람이라고 들어 보았는지...

사우디에 폭풍이 부는 날이면 모래로 인해 거의 암흑에 지내야 한다.

검은 암흑이 아니고 누런 암흑.

차를 타고 지나가다 그런 상황을 만난 적이 있다.

즉시 운행을 중지하고 차를 바로 길가에 대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섣불리 진행했다가는 사고나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