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나는 대한민국

carmina 2015. 8. 24. 12:14

 

 

2015. 8. 15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보게되면 수없이 많은 안티한국에 대한 글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도 많은 사람들이 현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심심치 않게 표현하고 있다.

 

모두 자기 표현이니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겐 현재 국내의 정치상황이나 경제 환경,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가치관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광복 70주년.

이젠 한국나이로 치면 칠순이다.

그야말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 때일 것이다.

영어로 한다면 Generation Shift 라고나 할까?

 

이런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KBS가 큰 행사를 계획했다.

전국민 대 합창 축제.

합창을 좋아하는 내게는 참 달콤한 타이틀이다.

그것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큰 무대를 합창으로 울리게 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생각만 해도 좋다.

거기에 전 국토에서 도시 도시마다 합창이 울려퍼지고

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노래하고 있다면

독일국민의 합창을 부러워하는 합창매니아인 내게는

그야말로 이상향의 국가 모습이다.

 

한국민 최고의 마스코트 김연아가 리드한 연아합창단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들로만 구성된 1945합창단

여야국회의원들과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아침 합창단.

각 지역마다 플래시몹을 준비했다.

TV는 매일 이 합창단들의 모집과정부터 연습과정들을 보여주고

전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또한 KBS 9개 총국에서 전국의 합창단 중 각 지역마다

4~6개의 합창단을 엄선해 5월부터 매주 4개 단체를 출연시켰다.

 

우리 합창단도 올해 창단 40주년의 행사 위원회가 구성되어

연초부터 여러가지 행사를 준비하던 중 본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맨 마지막날 출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우리가 그간 연주했던 합창곡들 중 KBS PD가 선곡한 곡이

2년 전 연주했던 7080 메들리 합창. 나어떡해와 내가 메들리.

 

어렵지 않은 곡이지만 곡을 외우는 것에 대해 늘 자신이 없는

우리들은 엑스트라 연습까지 강행하며 곡을 외웠다.

그리고 방송촬영은 반드시 야외에서 한다는 원칙하에

당초 평일 낮시간에 서울시청앞 광장을 계획하고 일정을 잡았으나

그날 인근에서 각종 거리시위와 행사가 있다기에 다시 날짜와 장소를 잡았다.

우리 대부분이 평일에 시간내기 힘든 사람들이라

모두 하루정도는 회사를 쉬고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수요일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잡았으나 조건이

당일 오후에 비가 오면 또 순연된단다.

 

그래도 방송촬영이니 모두가 통일된 복장으로 하자해서

동복인 연주복은 안되니 별도로 가벼운 연주복도 하나 장만했다.

 

모두가 비가 안오기만을 바라는데 촬영일 며칠 전 부터 그날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되어 있다.

모두가 설왕설래. 어찌해야 하나.

결국 낮 12시에 비가 그치면 촬영할 수 있고

그 시간까지 비가 오면 우선 녹음만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합의

 

당일 아침부터 비가 왔다.

아마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간절히 하늘과 스마트폰만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역에 따라서 12시에 비가 오는 곳도 있었고

멈춘곳도 있었다. 결국 가까운 곳에서 녹음만 진행.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의 녹화는 순조로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못 근처에서 멋진 복장으로 부부끼리 서서

녹음된 음악을 틀어 놓고 립송으로 2시간동안 땀 뻘뻘 흘리며 녹화를 마치고

우린 모두 근처의 맥주집에 가서 신나게 마시고 먹고 노래했다.

 

예정대로 8월 14일 저녁에 우리 녹화한 것이 방영되었는데

늘 하루에 한 팀만 방영이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날은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한 팀이 더 노래했다.

그래서 시간 때문에 그랬는지 우리 단장이 멘트한 부분도 대부분 편집되어 버렸다.

 

 

 

다음날 8월 15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찾아가는 전철은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웃는 모습뿐이었다.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을 처음 내려보는데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거대한 경기장의 모습이 나를 압도한다.

이 전에 오페라 투란도트를 본다고 와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때 아마 경기장을 옆에서 바라보아서였을 것이다.

 

방송국에서 제공된 티켓을 받았는데 우리 인원 14명 자리를

앞에 5자리 뒤의 9자리를 주는 바람에 한참 고민했다.

다 커플로 왔는데 어찌 해야 하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정된 자리로 가기위해 구역을 나누어 줄을 서 있다.

들어가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하고 내 손가방도 검사하고는

내게 돌려 주었는데 그만 지퍼가 열려진 채로 있어 미리 확인안했다면

중요 물건들을 잃어버릴 뻔 했다.

 

경기장 빌딩에 들어서니 유니폼과 물을 나누어 준다.

그런데 질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물은 알아서 가지고 갔고, 유니폼은  XXL 사이즈만 남아 있기에 알아서 챙겨간다.

 

상암경기장이 이렇게 넓었던가?

오래전 보았을 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건너편 3층까지의 높이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1층 2층은 거의 만석이고 3층도 약 3분의 1정도 채웠다.

아울러 운동장의 반 정도는 4구역으로 나누어 특별히 준비된 관객들이

사전 진행자가 각 노래에 맞추어 알려주는 카드섹션 연습에 한창이다.

 

수없이 카드섹션을 반복하고 미리 주제가를 불러 본다.

그렇게 연습시키고 이제 공연시간이 임박하니 전체 연출하는 PD가 올라 와

인사하며 마음껏 즐겨달라며 부탁하고...

 

중간 중간에 어디선가 경기장이 떠나갈 듯 열광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유명가수들이 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나 보다.

 

서서히 조명이 꺼지고 사방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오늘의 방송진행자인 최불암씨외 2명이 시작을 알리면서

대형 북들이 춤을 춘다. 건너편의 태극기 대문이 반으로 갈라지며

또 다른 초대형 장면들이 펼쳐지고 무대에는 YB 밴드가

영원한 한국의 응원가를 선창하고 군중들에게 따라하게 하더니

멀리 뽀얀 연막사이로 귀에 익숙한 목소리의 아리랑이 들려 온다.

송소희와 YB가 모여 군중의 흥을 돋우고

이어 오늘의 주요 합창단들의 순서가 진행된다.

 

가수 이승철이 지휘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연아합창단.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20대의 젊은이들이 오디션에 통과하여

몇 달 간을 연습했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TV 특집프로그램으로 보여 주었다.

그 중 눈이 거의 안 보이는 아가씨의 모습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합창은 모두 미리 녹음한 노래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을 추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하긴 이 자리에서 개개인이 모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 넓은 운동장에 합창단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연주하고 춤을 추고

같이 합창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모를 정도다.

 

이번 공연에 아주 특이한 합창단이 올라왔다.

이미 방송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여야 거물급 국회의원들과

서민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로 구성된 아침 합창단.

조영남이 앞서고 한국 최고의 바리톤인 고성현이 지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행가인 '님과 함께'를 편곡하여 무대를 신나게 만들었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을 부르며 화합으로 만들어 내는 화음을 들려 주었다.

 

1부에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합창단의 연주 중간에 두 거물 아이돌그룹 GOD와 엑소를

운동장을 돌아가는 두 개의 이동무대에 선 채로 상암 경기장을 반바퀴 돌며 노래하니

젊은이들은 모두 열광했다. 마치 풀무질하면서 휘발유를 끼얹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등장하는 마지막 1945합창단.

해방둥이로서 이 곳에 올라와 몇 달간 노래를 연습하는 것은 대단한 정력이다.

우리 합창단에도 70되는 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합창이 가능한 것은

젊은 사람들이 있기에 들을 정도의 합창이 나오지만 이 합창단은 모두 나이가 70이니

소리가 우선은 아니다. 단지 이제까지 살아 계신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 들이 올라와 이선희의 지휘로 '사노라면' 을 편곡해 불렀다.

사노라면 이런 날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노래도 부를 수 있고,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고, 아이들이 자라 손주를 안겨주고

한국이 성장한 모습들과 그리고 대통령과 같이 손잡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도 있을 것이다.

 

사노라면이 나올 때 쯤 갑자기 경기장의 입구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미리 동선을 만들고 관중들 사이에서 스탭이라고 표시된 사람들이 어느 사이엔가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올라와

축하 인사를 하고 1945합창단의 가운데 들어가 같이 노래를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애국가를 수없이 많은 합창단들과 같이 노래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애국가를 부르는 적이 있었을까?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내 가슴이 벌렁이는 것은 나도 애국심이 있어서일까?

하긴 나도 늘 내가 애국주의자라고 자부한다.

우리나라의 이런 발전이 아시아의 어느 국가보다 월등하게 빨랐고

어느 나라는 몇 십년 전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살았지만 이젠 그들이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할 정도로 한참 뒤쳐져 있다.

 

늘 해외 출장을 다니며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은 그래도 국가 지도자가 청렴했고, 사리사욕보다는 나라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비록 군출신으로 이미지가 안 좋은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들도 국가의 경제 발전과 국민을 위해 나름대로 무척 애를 쓴 사람들이다.

 

한참 공연을 보고 있는데

내 뒤에 앉았던 합창단원의 딸이 내게 아저씨 방송에 나왔다며 보여주는
스마트폰에 지금 경기장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있다.

집에서 엄마가 TV보다가 아저씨 나왔다며 찍어 보내 주었다고..

이런 일도 다 있네..

 

사진을 보니 나를 찍은 것이 아니고 내 앞의 젊은이들의 표현이

워낙 눈에 뜨이는 행동을 하다 보니 나도 방송국 카메라에 묻어간 것 같다.

 

 

거대한 1부 공연이 끝을 맺었다.

 

2부에는 이승기와 신동엽의 사회로 시작되는 본격적으로 놀자판이다.

Big 4라는 타이틀로 이승철이 노래하고 이선희가 노래하고

GOD is Back 이라는 타이틀로 거구의 남자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마지막으로 엑소의 공연이 펼쳐졌다.

 

장내가 술렁인다.

갑자기 내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로에까지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가득차니

장내 아나운서가 안전이 우선이라며

질서가 잡히지 않으면 2부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통로에 있던 아가씨들이 슬금 슬금 되돌아가 버렸다.

 

그런데 관중들 모습이 1부 공연때와 다르다.

이 자리에 들어오기 힘든 외국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것도 히잡을 쓴 아시아 여성들과 외국여자들..

국내의 아이돌 공연때문에 외국에서 원정오기도 한다는 현실을 직접 보고 있다.

 

이승철의 폼나는 공연이 펼쳐지는데

무대 양쪽에 있는 이동식 무대에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거의 50명이 넘는 바이올린연주자들이 빼곡하게 줄맞추어 서서

무대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메인 연주도 아닐텐데

단지 반주 몇 마디 하기 위해 대규모 악기가 동원된다는 것이

실로 감탄도 하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무대 뒤에도 대형 브라스밴드가 등장하고  경기장 조명은 찬란하고

수없이 많은 레이저를 발사하고 있다.

 

이어지는 GOD의 컴백 무대.

GOD 무대라는 것이 표현되자 마자 여자들이 비명소리가 이어진다.

이미 나이가 들고 결혼도 한 까닭에 인기가 시들해져 있을 법도 한데

팬들의 응원은 끝이 없다.

 

새로 나오는 댄스 아이돌그룹처럼 춤은 절도가 없어도

가수들의 표정은 밝고 자신만만하다.

노래마다 정확한 포인트에 관중들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

아내와 내가 감탄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관중들이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어 따라 할까?

 

젊은이들은 모두 서서 흔들고 노래하며 따라하고 있다.

옆 좌석을 보니 아줌마인듯한 사람들도 서서 춤을 추고 있다.

 

이선희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많은 관중앞에서 뿜어내는 그녀의 노래는

가히 상암 경기장을 충분히 울릴만 했다.

요즘 MBC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복면가왕에

이선희가 복면을 쓰고 나오면 아무도 이길 사람이 없다는게 공론이라는데

과연 충분히 그럴 듯 하다.

사물놀이패와 노래하고, 국민모두가 아는 노래와

대규모 합창단까지 동원되어 이선희의 노래를 빛내고 있다.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대형공연의 막바지에

엑소의 무대가 시작될 즈음에는 그야말로 좌석 곳곳에서

빈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로열석에 앉아 있던 나이든 사람들이 대규모로 빠져 나가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학생들이 밀려 들어 오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한 관중들.

 

경기장내 모니터에는 상암월트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하는 전철을

3편 증설하였다는 안내가 뜨기에 이 많은 관중들이 열차 3편가지고

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엑소를 숭배(?)하는 젊은이들에게

로열석의 자리를 물려 주며, 떠나갈 듯한 환성을 뒤로하고
슬며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우리 일행들은 일어섰다.

 

내 일생 이런 공연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이미 사람들로 가득찼다.

다행하게도 빈 전철이 역에서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고 있어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경기장에서 받은 '나는 대한민국' 디자인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아파트 내에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고 있다.

 

비바....I am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