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윤이상 음악회

carmina 2015. 8. 25. 13:04

 

1996년 6월 1일

윤이상 음악회를 보고 쓴 후기

 

윤이상.

그렇게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음악이 아닌 문제로 외국에서 불귀의 객이 되어 버린 그는

버림받은 고국보다는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로부터 더 환영을 받아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을 아쉽게 했습니다.

 

근간에 들어 윤이상의 음악이 재조명되고 한국의 연주자가

북한에 가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여러 단체가 그의

음악을 공연하는 등,  그는 이제 음악으로 고국에서 살아 나고 있습니다.

마치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그는 진정 이름과 음악만을 남긴

어지러운 시대의 영웅이었지요.

 

어제는 윤이상의 현악페스티발이 세종 소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아름드리의 안동혁님께서 출연하셨고, 정치용씨가 지휘, 

금호콰르텟,  또한 콰르텟21 등 국내굴지의 단체들이 연주를

들어보는 기회가 있었지요.

 

모두 현대음악이라 화성을 잘 논할 줄 모르는 문외한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음악과 시간이었지만 음악을 넘어서 그 무엇을

듣고자 하니 비록 힘들긴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소리는 서로 충돌하고 다시 만나고,  대화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률들이 커다란 조화를 이루며 마치 사물놀이하듯이

동양의 리듬으로 구성되는 듯 했습니다.

 

이건 혼자만의 생각일텐데?

인터미션 후 현악 4중주 3악장에서 갑자기 첼로가

콜 니드라이의 처음 음을 길게 내어 자칫 긴장을 했지만

그게 아님을 알고 금방 혼자 실소를 했지요

그러나 중간 중간에 역시 콜 니드라이를 연상케하는

조그만 터치들이 자꾸 안절부절하게 했습니다.

 

공연 후

아름드리의 많은 분들이 맥주 집에서 모여 담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성주씨께서 우리와 합석하시어 또한 즐거웠지요.

 

전철시간때문에 미처 인사도 못드리고 떠남을 사과드리며

수고해주시는 방장님께 감사드리고

다른 기회에 다시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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