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음악이 있어야 할 곳들

carmina 2015. 8. 25. 13:08

 

 

1999년도에 써 놓은 글

 

 

오늘 신문에 보니 김포 공항 청사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더군요.

 

업무로 공항이라는 곳을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참 무료하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하거나

혹은 외국에서 내가 갈아 타야 할 비행기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어느 구석에라도 가서 편히 잠이라도 자면 좋겠지만

대개 그런 장소가 마땅치 않지요.

 

비행기 여행이라는 것이 늘 두 세시간의 여유를 두지 않으면

안되도록 항공규칙이 정해 있어서 누구나 그렇게 기다려야 합니다.

 

가끔 운 좋게 VIP 라운지를 이용하여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거나 음료수 한 잔이

공짜로 서비스 되는 때도 있긴 하지만 흔하지 않은 편이죠.

 

그러한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 여행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악보가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나라. 중동 모래 사막만이 있는 곳.

서점에서 그들 마치 주문처럼 흥얼거리는 노래의 악보를 찾아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의 불모지인 중동의 어느 소국을 여행할 때

공항 청사 내에 뎅그마니 하나 놓여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무척이나

신기했고,  나이 지긋한 사람이 까만 턱시도를 입고 나와

라이트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는

연주의 전문성을 떠나서 무척이나 감명 깊은 적이 있었죠.

 

이제라도 국내에서 공항청사에 음악의 필요성을 깨달은 담당자의

결정이 일시적인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음악이 필요한 곳들이 많지요.

서울역 청사, 여객선 대기실,  관공서 민원 서류 발급처, 

병원 대기실, 법원대기실, 등

초조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공간이나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죽여야 할 장소에서

바이올린 하나, 혹은 피아노 하나,  혹은 플륫 하나로

초조한 마음을 없애고 느긋한 여유를 즐기게 해 주는 것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아름답게 하고

삭막해진 산업사회에 청량제역할을 해주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