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바하 B단조 미사

carmina 2015. 8. 25. 18:14

 

1996년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 베르디 합창단의 내한공연시의 공연후기입니다.

 

 

지난 금요일 세종 대강당의 4500석은 그야 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많은 공연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인 공연이
드물었어요.  그것도 다국적의 민족들이...


저는 40000원짜리 싸구려 표를 사서 3층에 자리 잡았는데
거기까지 공연 시작전에 이미 모두 각계 각층 그리고
다양한 년령층의 음악애호가들이 진지하게 연주자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같이 홀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 유달리 많았고요.
내가 가디너를 좋아하는 것 만큼 그 사람들도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척이나 귀에 익숙한 몬테베르디콰이어의 음색은 이미
30명의 단원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 색갈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악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입을 열었들땐 내가 여태
씨디로 들었던 음색 만큼이나 청아하고 활기에 넘치는
합창이었습니다.  자칫 식상하기 쉬운 미사곡을 아주 편하게
부르고 있고 특히 원전악기라 하는 고악기들을 이용하여서인지
모든 악기의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에 아주 가까운 소리였죠.


오보에가 그랬고 우리 나라의 퉁소같이 생긴 플륫이 모두
대나무 같은 목관악기로 만들어져 소리가 무척 부드러웠습니다.

 

금관악기인 트럼본이나 혼등도 마치 진화가 덜 된 원시인들처럼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소리는 정말 좋았어요.
요즘은 듣기 어려운 하프시코드의 소리도 좋았고요.

 

몬테 베르디합창의 백미는 카운터 테너입니다.
여성의 앨토를 모두 남성 카운터 테너가 대신합니다.
12명의 소프라노, 6명의 카운터 테너,  각각 6명씩의 테너와
바리톤. 특히 카운터 테너의 독창자가 부르는 아리아는 영화
파리넬리를 연상케 했습니다.  조금은 징그럽다고도 하지요.
결코 큰 소리 지르지 않는 합창


불과 30명의 소수 인원이 부르는 소리는 5천명 대 합창보다
더욱 활기에 넘쳤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지휘하는 가디너의
모습에 진정한 지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박수 없이 끝까지 음악을 경청하는 청중들의 수준도
놀라왔고요.  청중들의 매너가 연주자의 수준에 따라 달려 있구나
하는 상관관계를 알았습니다.

 

오늘 집에가서 가디너가 연주하는 바하의 B단조 미사를 다시한번
들어 봐야 겠습니다.  그 때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너무 많은 느낌들이 있었는데 필이 안 따라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