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가을의 전설, 전어

carmina 2015. 9. 23. 07:57

 

 

내겐 전설같은 전어 이야기.

 

1994년 부천 중동신도시가 들어설 때
서울에서 조그만 연립주택에 살면서 신도시 아파트 분양받고
4개월마다 중도금을 넣을 때 한 번 씩 내 집이 잘 올라가고 있는지 확인.

드디어 넓은 집에 입주하고 살기를 몇 년 후

어느 해 쯤에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분양가보다 무려 7배나 올랐다.

 

아내는 신이 났다.
마침 옆에 위브더스테이트 고층 오피스텔이 무더기로 분양한다기에

무려 3 구좌나 청약했건만 모두 실패.

처음엔 높은 프리미엄으로 도무지 넘사벽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되어 분양가로 구입하고 그 집을 전세를 놓았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그곳을 가지..
아내는 우리 집이 팔리면 내게 고급 외제차를 사준다 했다.
집 판다고 내놓았지만 집값오르니 보러 오는 사람도 없네..
복덕방에 매물 내놓은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되어가는데도
집보러 오는 이도 없고 살고 있던 아파트도 맨 꼭대기라 더욱 관심밖이다.

 

집 값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매일 매일 뚝 뚝 떨어지고 이러다가 반의 반쪼가리 될라..

집 2채 가지고 있다가 2년 지나 팔면 세금을 더 많이 낸다 해서 초조하게 1년 반 넘게 지내던 어느 날.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하니 집에 전어구이를 해 놓았다기에
아들과 둘이서 맛있는 전어구이를 먹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 집을 사고 싶다고 복덕방 주인과 함께 보러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보거나 말거나 우린 무관심했다.

아들과는 음악이야기를 많이한다.
작곡을 전공했고 나는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기에
만났다 하면 음악이야기가 서로의 대화를 이어간다.

집 보러 온 낯선 아줌마가 우리가 얘기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는
집을 대충 대충 보고 나갔다.

 

그리고 2~3일 뒤.

아내가 흥분해서 전화가 왔다. 집이 팔렸다고..
며칠 전 집을 보러 온 여자가 우리 집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 아파트엔 우리 집말고도 거의 절반 정도 집 팔려고 내 놓았는데

맨 꼭대기 층 우리 집을 사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복덕방 아저씨가 물었다. 왜 조건이 안좋은 그 집을 살려하느냐고..

그 아줌마 왈...

 

저녁에 아들하고 아빠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며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며...

자기 가족도 그 집에 살면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단다.

그 얘기를 듣고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House가 아닌 Home 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집은 맨 꼭대기 층이라 비오면 천정으로 비가 스며들어

장농뒤에는 곰팡이가 피고 비가 많이 오면 창틀로 비가 넘어 온다.

그런 집을 사고 나중에 후회했을텐데..

 

집 팔고 등기하니 소득세 면제 2년 만기 기한이 불과 1주일 남았다.

1 주일만 늦었어도 몇 백만원은 세금을 더 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클래식 친구들 카페에 올렸더니 유명한 방송작가가 얘기하길...

 

미국에 어느 부동산 판매하는 사람 중에 유난히 잘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손님이 집 사러 와서 집 보러가자 하면 얼른 집을 내 놓은 사람에게 전화걸어

지금부터 빵을 구우라 시킨단다.
손님이 그 집에 들어갈 때 쯤엔 빵 굽는 구수한 냄새때문에 마음이 행복해져

대개 그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단다.

 

그래서 아마 우리 집을 보러 왔던 사람도 마침 그 순간에
구수한 전어구이 냄새를 맡아서 기분 좋았을 것이라고..
거기에 부자간의 대화모습이 더해져 무작정 사고 싶었을 것이라고..

 

전어를 구우면 세상 모든 것이 행복해 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