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인턴

carmina 2015. 9. 27. 00:23

2015. 9. 26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홍콩여행을 할 때

가족들은 쇼핑을 가고 나 혼자 홍콩의 공원을 산책하고 있을 때

조용한 그 곳에 어느 할아버지가 태극권을 아주 우아한 모습으로

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공원에서 사람들이 태극권을 하면서 시작한다.

아주 느리게 소림사 쿵푸의 무술동작을 단체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향후 몇 년안에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지금도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과 근무하고

우리 부서에서도 아마 내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늦은 나이에 직장을 들어가 가능한 모범을 보일려 애를 쓴다.


출근시간 30분전에 나가 미리 준비를 하고

할 수 있으면 부서장보다 늦게 퇴근할려고 하고

야근이 필요하다면 내 할일이 없어도 같이 한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내에 내 직장생활이 끝나겠지만

처음 얼마동안은 그간 가지지 못했던 내 시간을 갖기 위해

바쁘겠지만 내 생활을 위해 나는 또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중견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열연한 벤 휘태커같이

오래전 중견기업의 부사장까지 근무하고 은퇴한 후

나이 70이 되어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이 내 모습일 것이다.

 

영화의 소품들이 모두 평생 대기업의 직장생활만 해 온 내게

무척이나 낯익은 물건들이다.

클래식한 서류 가방 속의 크로스 볼펜, 전자계산기, 메모용 패드 등등..

또한 젊은 여사장에게 어울리는 멋진 코디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지시를 받지만

때론 그 사람들의 결정에 나이 든 사람으로서 조금 불편해 보일지라도

그냥 감수할 것이다.

 

또한 내가 나보다 어린 사람들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 또한 감수할 것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의 흐름을 읽어 몇 년만에 200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열정가득한 젊은 여사장 줄수 오스틴 역의 앤 헤서웨이.

갑자기 성공하다 보니 잘 나가던 남편을 집에 두고 애를 돌보는 역할을 하고

본인은 사업을 위해 몸을 바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떨어지니

주주들은 전문경영인을 원하고, 그 결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 들어온 회사가 시니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인턴으로 취업한 나이 많은 노친네가 보기는 안좋지만

비록 나이들었어도 타고난 성실함으로 조금씩 인정을 받아간다.

 

그리고 오래 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해서웨이가

사장의 가족까지 신경쓰며 승승장구했듯이 이번엔 그 반대로 똑같은 입장이 된다.

 


나도 나이들어 새로운 직업이 다시 맡겨 진다면 저렇게 현명하게 일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한여름에도 양복을 입길 좋아하고

다른 직원들 처럼 사내에서 슬리퍼 끌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절대 내 모습은 아니라고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있지만

일에 대해서는 젊은 직원들의 총명함과 논리를 따라 갈 수 없을 때도 있다.


그 들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지만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은 잘 안다.

해서는 안될 것과, 꼭 해야 될 것들의 당위성을 잘 안다.

 

나도 그런 입장에 있을 때 남에게 귀감이 되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이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영화는 장래의 내 희망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극장 어두움속에 혼자 폭 박혀 영화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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