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와인은 멋이다

복면와인 배틀

carmina 2015. 12. 2. 09:18

 

 

2015. 12. 1

 

TV의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서 모티브를 딴

와인 친구들의 와인 배틀.

몇 차에 걸쳐서 하더니 오늘이 마지막이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떤 재미가 있는지 모를 것 같았다.

 

퇴근하면서 우선 이마트로 직행.

수없이 많은 와인들이 즐비하다.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오늘 우승을 해서 식사비를 면제 받을 수 있을까.

눈이 초롱 초롱 빛난다.

 

근간에 아주 맛있게 먹었던 아르헨티나 와인을 선택할려니

가격이 주최측에서 정해 준 기준보다 조금 낮다. 패스

내가 주로 마시는 와인은 테이블 와인이라 모두 염가 와인들.

 

안되겠다. 와인 매장의 직원에게 SOS

사정을 얘기하고 프랑스 보르도 와인 하나 추천받았다.

 

그리고...

8명이 가져온 8병의 와인을 레이블을 포함해서 겉 모습이 전혀 안보이게

완벽하게 감싸고 멋진 드레스를 입혀 놓고 모여 앉아 와인 경쟁 시작.

나도 내가 가지고 온 와인이 어떤 맛인지 모른다.

내 앞에 놓인 잔 몇 개에 각각의 와인이 조금씩 배분되고

맛을 보니 대략 크게 두가지 종류의 와인을 알 수 있겠다.

유럽 와인과 신대륙 와인.

맛의 호불호를 떠나서 향기가 많고 적은게 금방 차이가 난다.

칠링을 하지 않았다는데도 유럽와인은 시원한 맛이 난다.

칠레 와인은 조금 묵직한 감이 든다.

약간 입에서 맛이 한 번 휘돌아 나가는 것은 자주 안 먹는 까르미네르나 멀롯 계통 같다.

내가 어떤 와인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 진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좋아 하는 와인을 가지고 올껄..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한 내가 바보다.

나는 주최측에서 영수증 확인하다고 해서 일부러 가격을 맞추느라

나도 맛을 모르는 것을 가지고 왔다.

 

우선 1차로 4개를 시음하니 혀가 둔해 진다.

입안을 물로 씻어 내어도 한 번 둔해 진 혀가 쉽게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2차로 4 개를 마셔보니 이미 1차로 마신 와인 때문에 비교가 안된다.

소리는 금방 잊혀지는 데 이미 피부를 거친 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모두 손을 들어 어느 와인이 맛있었는지 집계했는데

제일 먼저 마신 와인이 우승했다.

와인을 모두 벗겨 보니 우승한 와인은 호주 쉬라.

그래..쉬라의 맛이 좀 강해.. 그러니 오래 기억에 남지.

내가 호주에 자주 다닐 때 양고기와 함께 즐겨 마시던 쉬라.

 

재미있다.

참 즐거운 게임이다.

무언가 주제가 있는 모임이 좋다.

여러가지 편견없는 복면와인의 맛이 좋았고

맛있게 요리한 돈까스와 파스타, 데판야끼  그리고 피자도 맛있고

즐거운 분위기가 와인과 요리만큼이나 더 맛있다.

 

다음에 와인 살 일 있으면 오늘 1등한 호주 쉬라를 반드시 몇 병 챙겨 놓고

손님들 올 때 같이 마셔야겠다.

 

달력 한 장 남았으니 조금 더 즐거운 모임 속에서 한 해를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