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55) 겨울바람

carmina 2015. 12. 15. 10:48

 

 

겨울 바람 (백순진 작사 작곡)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손이 꽁꽁꽁 (꽁) 발이 꽁꽁꽁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산너머인지 바다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추운 겨울.

요즘에야 따뜻한 파카옷이 있고

가죽 장갑이 있고,

교통이 발달되어 있으니 짧은 거리도

버스나 전철로 어디든 편히 갈 수 있으니

겨울이 와도 그리 이전처럼 추운 것을 느끼지 못한다.

 

어린 시절

비록 시골은 아니었지만 우리 집은 초가집이었다.

겨울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심하게 떨려

마치 귀신이 음산하게 부르는 것 같았다.

떨리는 곳을 찾아 신문지를 끼워 놓으면 잠시 사라졌다가

또 다시 다른 곳에서 심하게 바람소리가 났다.

 

솜을 집어 넣어 만든 누비옷은 눈 장난을 하고 나면

옷이 폭 젖어 더 추워도 노는 재미에 추운 줄도 몰랐고

얼굴과 손이 새빨개져 집에 들어 오면 어머니는 얼른

손을 녹이라며 아랫목 이불을 들추어 주곤 하셨다.

겨우내 손이 얼어 늘 손등이 거북등처럼 갈라져서

가끔 뜨거운 물에 손을 한참 담그고 있어야 풀리곤 했다

 

운동화가 없던 시절

여름에는 고무신을 신고 겨울엔 요즘 시골 할머니들이 신는

털 신발을 신었지만 눈속에 놀다 보면 눈이 신발 틈으로 들어가

양말도 젖기 일쑤였다.

 

동네 골목 비탈길에는 대나무를 짧게 잘라 끝부분을 불로 지져 살짝 구부리면

멋진 스키가 되어 용기있는 애들은 대나무스키를 서서 타고 내려오고

그렇지 않은 애들은 쪼그리고 앉아 내려오며 겨울을 즐겼다.

 

6살 어린 막내 동생은 그래도 좋은 시절에 태어나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러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라디오가 없던 시절이라 동네 반장집이었던 우리 집에는

동사무소에 하나 있는 라디오의 선을 연결해 스피커를 달아 주어

해마다 1월 초순에는 장화홍련전이나 놀부 흥부의 드라마 방송을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겨울이 추워도 영하 몇 도까지 내려 가는지도 몰랐다.

마당에 있는 수도 계량기가 얼고

항아리가 깨지는 것으로 추위를 가늠하곤 했다.

아침에는 커다란 무쇠솥을 열면 하얀 김이 부엌에 가득하고

뜨거운 물을 조금 퍼내어 찬물을 섞어 세수할 때의 그 행복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밖에 있는 개울가 화장실에는 여름처럼 비오는 날 개천에

똥을 퍼다 버릴 수 없으니 똥이 얼어 붙어

점점 뾰죽하게 발판 가까이 올라오면가끔 아버님이 삽으로

올라온 똥을 깎아 버려야만 했다.

 

물론 방에는 요강이 있으니 작은 것은 해결되지만

큰 것은 밖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으니

겨울 화장실은 정말 기피대상 1호였다.

 

고드름은 제일 맛있는 간식이었고

어쩌다 이모님 계시는 시골에 가면

화로에 묻어 둔 고구마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때론 콩의 속을 파고 청산가리를 넣은 싸이나를

논에 뿌려 두어 잡은 꿩고기를 먹을 수도 있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그래도 겨울은 추워도 썰매가 있어 신이났고

모진 겨울바람이 불어도 눈 속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그 겨울바람이 우리들을 부쩍 부쩍 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