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59) 겨울 나무

carmina 2015. 12. 30. 15:27

 

2015. 12. 30

 

겨울 나무 (이원수 작사, 정세문 작곡)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아마 길을 걸으며 제일 많이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일 것이다.

동요이기에 남 앞에서 일부러 나서서 부르지는 않지만

겨울 숲속을 걸으며 나무들의 모습을 보며

내 모습을 늘 상상해 본다.

 

아마 이 숲 속의 나무들은 우리 길 걷는 이들이 아니면

거의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여름 내 울창한 숲을 보여 주던 이 나무들도

이젠 이파리들을 모두 떨궈 내고 겨울 바람을 앙상한 가지로

대항할 뿐이다.

 

이 겨울 나무들을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이 나무와 같구나 생각한다.

60평생 내 몸에 가지고 있던 것들

이제 하나 둘 떨어 버리고 홀가분해져야 할 때다.

나무도 뿌리에서 빨아들이는 습기가 별로 없으니

나뭇잎들을 키울만한 능력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싹부터 키워 온 잎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

지금의 내 마음이다.

 

어릴 때 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다음에 나는 죽으면 수장을 해 물고기 밥이라도 되리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무가 죽으면 산지기를 화목이라도 하여 추운 몸을 녹여 주듯이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싶다.

며칠 전 아내와 장기기증 서약을 하자고 약속했다.

 

이젠 움켜 쥔 것들을 놓아야 하고

가능한 내 주변을 홀가분하게 해야 한다.

내가 여력이 없는 것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고

내가 더 욕심을 부려도 가질만한 것이 없으니 포기해야 한다.

 

나무들이 그대로 겨울을 지내면

떨어진 낙엽들이 다시 또 새로운 잎을 만들어 낼 것이다.

비록 내 몸에서 아니더라도 내 자녀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그저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면 된다.

센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 사이로 휘파람만 불면 되고

때로는 더 거센 바람에 가지가 부러질 수 도 있지만

그것조차 내가 살기 위한 길이려니 생각해야 한다.

 

길을 걸으면 나무처럼 의지되는 것이 없다.

발을 헛디뎌 비틀대거나,

경사가 급한 언덕이라도 나무만 있으면 나는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설 수 있었다.

산을 오르다 힘들면 나무에 잡고 올라가거나 기대어 쉬고

우람한 나무는 꼭 안아주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가족들에게 그런 나무가 되어 왔다.

 

아! 푸르름의 시절이여

아! 잎이 무성하던 시절이여

아! 튼튼한 뿌리가 있었고, 든든한 기둥이 있던 시절이여

그저 작은 나무에서 무수히 많은 가지를 만들어 냈고

참 많은 것들을 이루어 놓았다.

 

이젠 조용히 나혼자 세상을 보내련다.

그러고 싶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누구를 간섭하지도 않고

누구를 부양하지도 부양받지도 않고 싶다.

그냥 그렇게 조용히 나무처럼 살다 가고 싶다.

바람불면 휘파람 불고

내 어울리지 않는 휘파람 소리듣고

길가는 나그네가 좋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