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나들길 12코스 주문도 길

carmina 2016. 1. 11. 12:04

 

 

2015. 1. 9

 

3년 전 아내와 둘이 주문도를 찾아 1박 2일로 걸었을 때

주민에게 섬생활을 물어 보니

겨울이면 주문도는 너무 쓸쓸하여 있기 힘든 곳이라 했다.

문득 그 때 겨울에 한 번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개 주문도 1박 2일 떠난 여행팀들이 그 곳에서 먹을 것이

너무 많아 좋다고 무척 자랑을 하지만 

우리는 식당같은 것 예약없이 둘이만 가다 보니

먹을 것이 없어 아주 실망했기에 꼭 한 번 가보리라고 마음먹던 차에..

 

지난 해까지 교회에서 지휘를 몇 년 하다 보니 주일 날

어디 다른 곳에 여행이라는 것을 꿈도 꾸지 못 꾸다가

지휘를 그만 둔 올해부터 꼭 가고 싶은 곳이라면 떠나고 싶어

토요일 떠나는 1박 2일 신청을 했다.

아내에게는 그 곳에서 예배를 드리곘다는 말로 안심시켜 주고.. 

 

금요일부터 다시 한파가 밀려왔다.

겨울 파카가 없으니 얇은 옷을 몇 개 더 챙겼다.

섬에 눈이 쌓였을지 모르니 혹시 몰라 스패츠도 챙겼다.

 

늘 나들길 팀들이 주문도 여행을 떠날 때는 사람들이 많기에

오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예정보다 인원이 적어

리더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곳은 식사도 예약을 미리 해야만 하는 곳인데

예상인원보다 적게 와 조금씩 더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이런 사항도 미리 안내글에 써 있었다.

 

외포리에서 서도행가는 배는 그 넓은 페리호가 을씨년 스러울 정도로

사람도 차도 없었다. 배는 하루에 두 번 떠나는데 볼음도 아차도를 거쳐서

주문도까지 약 1시간 40분을 간다. 이 세개의 섬들은 거의 서로 지척에 있다.

 

사람들이 추워 배 난간에 나가지 않으니 새우깡을 노리는 갈매기들도 전혀 따라오지 않았다.

선내는 바닥에 온돌을 해 놓아서인지 사람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찜질방같이 길게 누워

자기 자리를 확보한다. 운행 중에 잠시 갑판으로 나가니 차가운 바람에 뺨이 얼얼할 정도다.

흐릿한 아침 하늘에 솟아오르는 해가 빛을 바닷속으로 길에 늘어뜨리며 겨우 버티고 있다. 

바닷물도 얼어버린 듯 배가 지나가는 길에 억지로 길을 내 준 듯 바다에 커다란 주름을

만들고 있다. 여름에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었는데...

배가 1시간 넘게 달려도 멀리 석모도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석모도의 크기가 적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강화도와 주문도 사이에는 석모도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부표에 갈매기 한 마리가 꼼짝않고 우리 배를 바라보고 있어

내가 새우깡을 던지면 금방이라도 하늘로 치솟을 것 같다.

   

아차도에서 손님을 내리고 난 뒤 뱃머리만 45도 정도 돌리니 주문도 선착장이 되었다.

을씨년 스러운 부둣가. 몇 안되는 승객들도 모두 마중 나온 차를 타고 가버리니

부두에는 우리 일행만 남았다.

 

우리도 오늘 민박할 곳에서 가지고 나온 1톤 트럭 뒤에 올라탔다.

청룡열차 타듯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거리며 트럭이 눈에 익은 시골길을 달린다.

트럭 뒤에 서서 달리니 맞바람이 강해 모자를 깊게 눌러 썼는데도 불안해 한 손으로 눌렀다.

불과 10분도 안되는 짧은 거리인데도 뺨이 얼얼하다.

 

아주 커다란 그릇에 꽃게를 오랜시간 끓였는지 진한 국물이 걸쭉하게 보여 입맛을 다시고

커다란 콩을 넣은 시골밥에 침을 꼴깍 거려야만 했다. 그리고 시골반찬들 사이에

놓은 커다란 병어 조림은 도심 식당에 올렸다면 무척 비싼 메뉴였을 것이다.

마당 한 켠에 놓인 녹슨 대형 칼에는 수많은 생선의 머리들이 잘려 나간 흔적이 있다.

 

맛있는 점심식사 후 길을 걸었다.

넓은 겨울벌판에 청둥오리들이 떼지어 나른다.

물에서 노는 오리들은 조그만 소리만 들려도 하늘을 나는데

밭에서 노는 수많은 오리들은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겨울 벌판에 커다란 선을 그리며 나는 철새들이 이 죽어 있는 것 같은 계절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화군락지가 있는 길에는 겨울이라 꽃길 흔적만 남아 있고 앞장술해변에는

썰물 때라 긴 긴 갯벌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바닷가에 을씨년 스럽게 놓인 벤치 뒤로 물빠진 갯벌이 저 멀리 건너편 섬으로

걸어가도 될 정도로 길게 뻗어 있다.

 

긴 모래밭길을 걸었다. 백사장이라고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거칠고 거뭇한

모래들이 저 멀리 작은 언덕까지 큰 호를 그리며 이어지고 있다.

그 끝에는 바닷가 포말들이 얼어붙어 하얀 눈같이 쌓여 있기에

손으로 만지니 바스락 거리며 작은 얼음조각들이 부서진다. 눈처럼 뭉쳐보고 싶었으나

손 안에서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갈 뿐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건지 혹은 저절로 생긴건지 모르지만 바닷가의 작은 잡풀들이

모여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이 만들어져 있다. 대충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인공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바닷가 끝에서 다시 섬 반대편의 뒷장술해변의 백사장으로 가는 길로 찾아갔다.

아스팔트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여름엔 여기로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갯벌이라 수영은 하지 못해도 갯벌에서 조개를 잡고 바닷가를 걷는 즐거움도 있다.

단지 하나의 흠이 있다면 서해의 바닷물은 동해나 남해의 물같이 깨끗하지 못한

바닷물이 아쉬울 뿐이다. 양손의 떡은 가지기 힘든 법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가를 걷는다.

지난 번에는 물 빠진 갯벌위로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갯벌이 단단했기에

갯벌 위로 조금 걸어 보았으나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라 남아 있는 물이 쉽게 증발되지 않아 물컹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모래가 고우니 등산화를 벗고 양말만 신은 채로 모래밭을 걸으며

기분좋아 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서해안 쪽의 바다는 파도가 적으니 모래가 거칠고 바닷가의

돌들도 파도에 깍이지 않아 둥그런 조약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반면에 큰 파도가 별로 없으니 동해안처럼 모래가 바다로 쓸려가는 것이

적어 오랜 세월 남아 있는 바닷가 둑 근처 모래들은 고운 편이다.

 

무소유의 평화란 이런 것일까?

아무 것도 없으니 편하다. 그냥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풀 한포기 남아 있지 않은 겨울 바닷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으로도

갯벌에 넓고 길게 드리운 은빛의 햇빛만으로도

바람에 파도에 넓은 백사장에 자연적으로 생긴 작은 물결 무늬만으로도 

그냥 묵묵히 평온한 얼굴로 걷는 길벗들의 얼굴만으로도

평화가 가득 밀물같이 밀려온다.

 

그 넓은 백사장 끝의 둑 위에 문명의 거대한 틀이 벌판을 덮고 있다.

바닷가의 뜨거운 태양을 이용하며 발전을 하는 태양광 패널들이

못쓰는 척박한 땅 위에서 자가발전을 위해 태양빛을 모으고 있다.

섬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에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에는 풍력발전을 하고

파도가 심한 곳에서는 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조력발전을 한다.

뭐든지 움직이는 곳에는 에너지가 생긴다.

오늘같이 추운 날 움직이지 않고 집에 있으면 에너지를 쓸 뿐이지만

이런 날이라도 옷을 두텁게 입고 걸으면 삶의 에너지 몸에 쌓이고

추억의 에너지가 감성에 쌓인다.

이 에너지로 아무리 힘들 때도 견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이것만 있으면 어떤 나쁜 상황하에서도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래서...나는 떠나며, 나는 걷는다.

 

갯벌위에 수없이 길고 긴 오선지가 그려져 있어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요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갈매기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하늘의 태양도 힘이 추웠던지 내 노래를 듣고 갯벌위에 잠들어 버렸다.

 

앞장술해변을 지나 섬의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에 산에서 쓸려 나온

바위들이 해안가에 가득하다. 산기슭은 바닷물에 깎여 나가 무너지고

큰 나무들이 무너져 버렸거나 많은 나무들이 뿌리만 간신히 남아 버티고 있다.

그래도 돌틈에 뿌리를 박은 나무들이 바위가 직각으로 깍여나가도 버티고 있지만

그것조차 어느 세월에 흔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퉁이를 돌아가니 다시 백사장.

아마 밀물 때였으면 산 위로 갈 수 밖에 없는 코스인데

썰물이라 마음 것 바닷가로 걷는다.

 

수억년 땅이 엎어지고 바위가 녹아 흘러내리고 층에 층을 만든

암반 벽에 이상한 두 개의 검은 눈동자같은 바위가 박혀 있다.

어떻게 이런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무리 유추할려고 해도 이런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자연은 내게 결코 전부를 알려 주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은 아름다운 법.

그 곳의 모래는 더 고운 입자였다.

모래 위의 발자국은 우리들과 고라니의 발자국 뿐이고 희미하게

조개들이 움직인 흔적이 보였다.

누군가 버린 철근이 모래에 둥그렇게 박혀 그 그림자와 함께 저절로

하트형태을 만드니 내 카메라가 부끄러운 듯 렌즈를 들이밀고 있다.

 

해변이 너무 아름다워 배낭을 벗고 모래사장위에 팔을 뻗고 누워

창백한 겨울 하늘을 한참 바라다 보며 올 한해 나의 계획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올 봄에 직장을 그만 두면 저 하늘 닿는 저편에 있는

산티아고 길을 마음껏 걸어 볼란다.

외딴 섬에 며칠 간 묵으며 조용히 세상을 관조하고 싶고

이제까지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나를 희생하며 남을 돕는 일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쪽 대빈창 해변은 바람이 많이 부는 듯 바닷가에 해송을 길게 심어 놓았다.

해송은 바람을 막아 줄 뿐 아니라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마을까지 오지 않게

막아 준다. 또한 해송의 뿌리로 모래가 바다로 쓸려나가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도 할 것 같다. 자연은 서로 공존하고 인간과도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침식을 막기 위한 거대한 모래 주머니를 만들어

갯벌에 길게 쌓아 놓았다. 오래 전 본 '갯벌은 살아있다'라는 다큐먼터리를 통해

연안에 사는 어민들의 삶에 얼마나 갯벌이 필요한지 배웠었다.

 

갯벌을 통해 풍부한 영양분으로 수없이 많은 생물들과 조류들이 살고

태풍이나 해일에도 육지를 보호하며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 갯벌 중간 중간에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들이 보인다.

밀물 때 들어왔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며 그물에 걸린 것을 잡는다.

특히 이런 갯벌에 있는 어망들을 아무나 가서 잡으면 법에 걸린다 한다.

하긴 일반인이 아무 도구 없이 거기까지 갈 수 도 없다.

 

섬을 돌아 가는 모퉁이에 널린 바위들에 굴들이 가득 붙어 있어

호기심 많은 길벗 몇 명이 쪼그리고 앉아 굴을 깨어 호르륵 거리며 먹어 본다.

 

문득 이상한 바위를 발견했다.

바닷가에 놓인 아주 크고 넓은 바위인데 저절로 생긴 것인지

누군가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흰 줄로 사람의 얼굴을 그려 놓았다.

분명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생물들의 점액이 말라 붙고

돌에 스며들어 생긴 것일텐데 선명하게 두명의 얼굴이 보인다.

신기하다..아주 많이 신기하다.

 

긴긴 해안을 돌아 길을 찾아 가는데 나들길 코스가 아닌 길로 걷다 보니

이정표가 없다. 그냥 무턱대고 말라버린 겨울 논사이를 걸었다.

저기 산 기슭 쯤에 농부가 다니던 길이 있겠지.

한 참을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니 낙엽이 가득 쌓인 숲길이 나오고

도로가 보였다. 다시 한 바퀴 돌아 선착장 근처 마을로 돌아 왔다.

 

이젠 숙소로 가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한다.

시골 길을 천천히 걷는데 반기는 것은 집에 매어 있는 개들이다.

작은 강아지 3마리가 우리에게 올려고 하자 묶여 있는 어미개들이

걱정되는 듯 심하게 짖어댄다.

 

마을 입구의 작은 저수지 둑으로 올라가니 저물어 가는 햇빛이 구름을 뚫고

둑 위의 억새들 사이로 스며들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저수지 물도 조금씩 얼어 가고 있어 중간에 아직 얼지 않은 부분에

물결이 고기 떼들로 흔들리고 있다.

경운기를 타고 지나가시는 할어버지의 턱이 얼마나 뾰죽하다.

얼마나 고생을 하셨으면 저렇게 여위셨을까?

 

이 곳 외딴 섬에도 자본이 들어 오는 듯

몇 몇 새로 지은 집들이 유난히 돋보인다.

폐가 수준이었던 학교도 다시 정리를 하는 것 같다.

작은 섬이다 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한 건물에 있는 것이 신기하다

 

이 곳에 오면 꼭 가보아야 하는 곳이 서도 중앙교회다.

1902년 기독교 중 감리교의 선교사들이 이 섬으로 제일 먼저 들어와

교회를 한국 고유의 기와 건축물에 어울리게 종탑과 지붕을 기와로 만들었고

남녀가 들어가는 문을 별도로 만들어 해 놓아 한국 고유의 미풍양속을 맞추려

애를 썼다. 강화도는 중국과 가까운 탓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양의 선교사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강화 곳곳에 교회를 세웠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앉아 기도하기 좋게 만든 등받이 의자에서 기도를 드리고

혼자 피아노로 코드를 잡아 내가 좋아하는 찬송을 하나 불렀다.

 

1.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2.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울던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3.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오늘의 일몰 시간 전에 맞추어 모두 바닷가로 나갔다.

조금 일찍 나왔어도 해가 지는 속도가 우리 걷는 속도보다 더 빠른 것 같다.

낮에 걸으면서도 하늘을 보니 구름이 가득 끼어 어쩌면 일몰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고 걱정했는데 마침 일몰시간 쯤 구름이 걷히고 수평선에만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다행이라 생각했다.

 

붉은 태양이 서서히 지고 있다.

마침 밀물 때라 바다는 바로 발 앞에서 철썩거리고 파도를 때리고 있고

수평선의 구름이 조금씩 색깔이 변하면서 우리가 바닷가를 걸을 동안

종일 하늘을 걸었던 해가 이제 우리같이 쉬려 한다.

 

빨간 구름 이불 속으로 조금씩 머리를 집어 넣더니

결국은 붉은 취침등을 밝혀 놓은 채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마자

잠이 들어 숨을 고르고 코를 고는 소리가 파도가 되어 들려 온다.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 오니 싱싱한 굴과 소라로 차려진 저녁상이

우리를 기쁘게 했다. 굴과 양념장을 밥에 비벼 먹으니 이또한 별미로고..

옆에서 주인 아줌마는 계속 굴을 까고 있고 우린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가져다 먹기 바쁘다. 짭쪼름한 망둥어 고기도 입맛을 돋군다.

 

당초 이번 주문도 방문에는 실컷 회를 먹고 싶었는데

겨울에는 어민들이 고기보다는 굴과 소라를 채취하는 것이 벌이가 좋은 듯

회를 다른 곳에서도 가지고 올 수 없단다.

그렇다고 일반 도시처럼 회를 파는 일식집이 있는 것도 아니니

회는 포기해야만 했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지난 번 주문도 방문 때 보았던 그 찬란한 별이

잔뜩 낀 구름때문에 내 인생에 멋진 추억 하나 만들 기회를 놓쳤다.

 

이제껏 내가 기억하는 밤하늘의 별들 중 가장 많았던 지역은

어린 시절 시골 친척집 마당에서 본 하늘의 별 그리고 혜성

대학 시절 강화도 마니산 중턱에서 본 별

인도네시아 발리 출장 가서 본 남쪽 나라 별

2년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출장가서 본 새벽별

그리고 3년 전 아내와 같이 이 곳에 와서 본 밤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난 왜 그리 별을 좋아하는지...

 

인생 한 바퀴 돌았는데도 아직 마음은 어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