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63) 들장미

carmina 2016. 1. 12. 14:17

 

 

Heiden  Röslein (들장미) - 베르너

 

Sah ein Knab' ein Röslein steh'n,
Röslein auf der Heiden,

War so jung und war so schön
Lief er schnell es nah zu seh'n
Sah's mit vielen Freuden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Röslein auf der Heiden.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핀 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정신없이 보네 장미화야 장미화

들에핀 장미화 


 

발리, 환상의 섬 (1989.5)

 

1989년 5월, ;신들의 도시’라는 이름의 발리섬을 방문했다.

언뜻 보기에는 돈 많은 상류층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출장지.

생전 이런 곳에 업무 출장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우리 직업이지만,

무언가 색다른 것을 원하는 대기업의 사장들이 일을 치루고야 말았다.

 

업무라는 것이 늘 서류를 작성하고계산을 하고

컴퓨터를 두들겨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서로 합의하는 서명을 호텔에서 빌려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게 어차피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4개국 사람들이 모여 하는 것이니

꼭 국제 도시 한 복판의 유명한 호텔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리고 서명 기념으로 공 한 번 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어차피 돈 들어 가는 것이라면

유명한 골프코스를 택해서 하는 것이 기분상 좋지 않은가?

 

그래서 발리로 택했다.

물론 발리가 국제적인 휴양지로 환상의 해변이 있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이번 행사는 아가씨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고,

그것을 바라다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저급한 남정네들이 아니고

대기업의 사장들 아닌가?

그러한 야무진 꿈은 처음부터 계획되지도 않았다.

그저 발리의 산꼭대기 유명한 골프 코스에서 공 한 번 치는 것이

골프 매니아들의 최대의 소원이다.

 

사장님과 임원 그리고 담당 부장과 함께 찾아 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서 잠깐 일을 보고

다음 날 발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우리 뿐만 아니고 4개국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골프를 친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

발리의 덴파사 공항으로 가는 가루다 항공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이 된 일인지 도무지 첵크인이 지연되기만 한다.

공항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수선해지며,

자꾸 공항 안내에게 물어 보지만, 기다려 보라는 말 뿐이다.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

물론 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아랫사람으로서 몸 둘 바를 모른다.

결국은 발리 가는 편이 취소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몇 시간을 더 기다려서

일본에서 출발하여 자카르타에 잠시 기착한 후

발리로 가는 비행편에 자리를 잡았다.

 

항공사에서 미안했던지 비즈니스 클라스를 내 준다.

처음으로 타 보는 비즈니스 클라스인지라

기다리면서 짜증나고 안절 부절 했던 기억이 기분 좋은 맘으로 바뀌었다.

옆 자리에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인텔리임을 알 수 가 있다.

 

나도 영자신문을 하나 주문해서 보고 있는데

기사 중에 독일의 유명한 테너 가수 피셔 디스카우의 생일임을 알리는

조그만 기사가 눈에 들어와 자세히 읽어 보고 있는데

옆의 할머니가 아는 체를 한다. 이 가수를 아느냐고…

 

물론 아다 마다. 노래 좋아하는 내가 이런 유명 가수를 모르면 되나?

독일 노래까지 아느냐고 물어 보길래 ‘그렇다’고 답변했더니

이 할머니 금방 표정이 바뀐다.

노래 제목을 말해 달라기에 ‘하이델 뢰스라인 (들장미)’를 이야기하며

처음 서두 부문을 원어로 낮게 들려 주니 갑자기 내 노래를 중단시킨다.

 

할머니는 기내의 주위에 있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며,

자기들은 모두 의사인데 발리에서 세미나가 있어 출장 간다며,

이 한국 젊은이가 독일 노래를 안다고 하니 모두 같이 부르자며 제의한다.

 

우리는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 같이 독일 말로 노래를 불렀다.


자아인 크나파인 뢰스라인 스테인
뢰스라인 아우프데르 하이덴
바르 소 융 운트 모르겐 쇤
리프 에르 쉬넬 에스 나주젠
자스 및 휘렌 푸로이덴
뢰스라인 뢰스라인 뢰스라인 롯
뢰스라인 아우프데르 하이덴

 

모두들 노래를 얼마나 진지하게 부르고 있는지

모두들 행복함을 느끼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내 스튜어디스들이 모여 들고,

비즈니스 클라스의 다른 손님들도 이미 흥이 돋았다.

노래를 끝내니 앙콜이 터져 나온다.

 

나이 든 할머니 의사들은 소녀같이 즐거워하고

나 보고 또 다른 노래를 아는 것이 있느냐며 묻는다.

하나 더 있지.

마침 그 전 해 합창단에 공연했던 레퍼터리 속에 독일 가곡 두 곡이 있어

완벽하게 외워 두었거든….

“오 탄덴바움 (소나무여)” 를 안다고 하니 손뼉을 치면서 좋아한다.

 

이 곡도 원어로 부르고 화음까지 맞추어 부르니

주위의 모든 이들이 박수치고 원더풀을 외치며 앙콜을 또 외쳐대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하다가는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자제하고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내리기 전에 독일에 오면 꼭 연락하라며 종이를 찢어

연필로 주소를 적어 준다.

 

그러나 유럽배낭여행갈 때 그 주소를 이후 잃어 버려 연락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