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68) 그 애와 나랑은 (이장희)

carmina 2016. 1. 26. 15:58

 

그 애와 나랑은 (이장희)

 

그애와 나랑은 비밀이 있었네
그애와 나랑은 남몰래 만났네
그애와 나랑은 서로가 좋았네
그애와 나랑은 사랑을 했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애는 없다네

그애를 만나면 한없이 즐거웠네
그애가 웃으면 덩달아 웃었네
그애가 슬프면 둘이서 울었네
그애와 나랑은 사랑을 했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애는 없다네

그애의 이름은 말할 수 없다네

 

고교시절, 내게 참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당시에 학급 문예지를 만드는 유행이 있었다.

반친구들이 시나 수필등을 하나씩 내서 편집하는 이벤트에

나는 그만 당시 궁여지책으로 배운 노래의 앞부분을 이용해서

시를 하나 지었다.

 

그 애와 나랑은...

(뒤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편집할 때 까지 아무도 몰랐는데

발간 후 친구 하나가 내 시를 보고 노래 앞부분과 같다고 

말해 버리는 통에 그만 나는 남의 것 베끼는 아이로 낙인찍혀 버렸다.

 

정말 기억하기도 싫은 이 노래.

그러나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내게 이 노래는 여드름 많이 나는 남학생에게

혼자 흥얼거리며 실실 웃기도 하고 어쩌면

이렇게 이장희는 내 상황을 잘 알아서 노래를 만들었을까 생각했였다.

 

그런데 추억해 보면

그 때 노래가사처럼 이런 추억은 검은 뿔테 안경의

박박머리 남학생들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빵집에서 단팥빵과 소보루 빵을 먹고

탁구장에서 폼을 가르쳐 준답시고

여학생 뒤에서 팔을 잡고 이렇게 치는거라며 스킨쉽을 하는

두근거리던 추억들.

 

어느 해인가는 같이 학원에서 만난 여학생이

휴일 8시에 탁구장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듣고 흥분하여

다음 날 아침 8시에 문열지도 않은 탁구장 앞에 가서

바람을 맞기도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저녁 8시에 외출이라는 것이 상상도 안되던

시절이라 당연히 아침시간인 줄 알고 일찍 나갔던 이 철부지.

 

공중전화로 여학생집에 전화를 한다고 무심코 다이얼을 돌리다보니

우리 누님 목소리. 얼마나 놀랐던지..

 

날이 선듯한 주름을 잡은 엘리트학생복 바지를 입은 여학생에 비해

나는 무릎이 튀어나오는 싸구려 교복바지를 입은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 

부모님께 교복바지 좋은 것 좀 사달라고 조르기엔

형제들 많은 우리 집 분위기로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래도 교복하나 입고 추운 날 눈 속을 데이트했고

조금 개방적인 그 여학생 집에 가면 트윈폴리오의 LP를 들으며

친구들과 같이 기타치고 노래하던 시절.

 

친구가 자기 여자친구와 자유공원에서 데이트하는 것을

멀리서 몰래 사진찍어 달라 해서 카메라 들고 뒤를 따라갔던 추억.

 

대학 합격하고 나니 그 상과 여학생들은

자신의 세계를 향해 다른 길로 다 훨훨 날아가 버렸다.

 

한 때는 그걸 사랑이라 했다.

연애소설에 심취하고, 빨간 책도 보던 시절.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해도 아마 그런 사랑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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