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70) 우리들의 이야기 (외국곡, 윤형주 노래)

carmina 2016. 2. 3. 12:45

 

 

우리들의 이야기들 (외국곡, 윤형주 노래)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 하늘에 별 만큼이나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비가 좋아 빗 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 길을 걸었소
사람 없는 찻 집에 마주 앉아
밤 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 하늘에 별 만큼이나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부끄럼도 또 자랑거리들도
우리에겐 하나도 없다오
우리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알간 마음뿐이라오
밤 하늘에 별 만큼이나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원래 이 노래는 피지의 The Seeker라는 남자 3명과

여자 1명의 혼성그룹이 부른

피지섬의 전통민요인  'Isa Lei'라는 이별곡이다.

 

기타를 잡고 몇 사람이 모여 노래 부를 자리가 있으면

늘 이 노래가 레퍼터리가 추가된다.

이 노래를 부른 영원한 동안의 가수 윤형주.

비록 외국 번안가요이긴 하지만

가사가 너무 좋고 윤형주씨의 맑은 목소리가 좋아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좋아했고 지금도

모든 기성세대의 애창곡이리라.

 

젊은 시절 크리스 미첨과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영화 '썸머타임킬러'를 보고

정말 찰랑 찰랑한 긴머리를 가진 여자가 좋았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기도 했던

올리비아 핫세의 그 청순함은 그야말로

눈만 감으면 아롱 아롱 비칠 정도로 내 우상이었다.

 

노래의 가사같이 긴 머리를 가진 그런 멋지고 이쁜 여자가

주위에 많이 보이긴 했지만

내가 그런 류의 여자와 데이트를 꿈꾼다는 것은 검은 뿔테 안경에

늘 초라한 내 모습을 거울 로 볼 때 언감생심이었고

'내 주제에...'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다.

 

요즘의 대세인 '기타치며 찬양인도하는 교회오빠'가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듯 아마 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기타치며 찬양인도하는 교회오빠'였으니까..

늘 모든 사람의 가운데에서 시선을 받았다.

 

어린 시절 부터 같이 교회는 다니지는 않았지만

청년부 활동을 하면서 안 보이던 아가씨가

어느 날 부터인가 눈에 자주 보였다.

'긴머리가 찰랑거리는 키가 작고 얼굴이 작은 여자.'

노래를 좋아했는지 교회에서 행사를 위해 야외에 나가

캠핑생활을 하면 꼭 내 옆에서 노래를 같이 불렀다.

특히 포크송을 많이 알아 내가 부르는 노래를

거의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매니아이기도 했다.

 

또한 내가 인천 YMCA에서 지도교사를 맡은 중학생 그룹 인원들 중에

그 아가씨의 남동생도 있어 핑계김에 자주 이야기하고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늘 명랑하게 웃고, 어떤 모임에서든지

모인 사람들에게 참 잘 하는 모습을 보고

가끔 우리 둘이 데이트 하는 것을 친한 친구가 보면

우리 둘이 너무 잘 맞는다고 결혼하라고 놀리곤 했었지만

실은 전혀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아니, 워낙 스스럼없이 지내니

오히려 연인의 감정이 드는 것이 어색한 상황이었을까?

 

자주 만나게 되고 같이 노래할 기회가 많다 보니

관심은 있지만 쉽게 좋아한다는 고백은 꿈도 못 꾸고

내 친구들 모임에도 스스럼없이 나가서 같이 놀러다니곤 하며

이성임을 느끼지 못한 채 어울려 지내기를 몇 년.

나는 대학 졸업 후 직장다니며 1년 정도 해외생활하고 돌아 온 얼마 뒤

아가씨는 집에서 큰 낙상사고가 나서 많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전혀 얼굴을 보지 못하다가 그만

소식이 뚝 끊기고 긴머리 아가씨는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나와 동급생 여자친구가 내게 그런 얘기를 했다.

그 아가씨가 나를 좋아했었다고...

 

후에 얘기를 들으니 미국으로 이민가서

미국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비록 아가씨는 바람같이 가버렸어도

이 노래만 부르면 그 때의 추억들이 생각난다.

 

노래가사가 마치 같이 돌아 다닐 때의 이야기를 쓴 것 같아

둘이서 자주 불렀던 기억도 있다.

이 노래는 원곡보다 윤형주씨의 노래가 더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