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69) - 구름들의 보금자리

carmina 2016. 2. 1. 17:57

 

 

구름들의 보금자리 (사월과 오월)

 

흐르는 구름을 따라서 내마음
가네
길잃은 어린새 모양 나는 외톨이
어릴 때 떠나버린 사랑스런 그 모습
언제나 돌아가나 구름들의 보금자리
나 이제 갈테야 바람결따라

 

흐르는 시냇물 따라서 바람은 가네

철잃은 기러기 모양 구름 곁으로
뒷산에 피어나던 다정스런 꽃잎들
언제나 돌아가나 구름들의 보금자리
나 이제 갈테야 바람결 따라 

 

길을 걷는다.

정말 긴 긴 길을 걷는다.

지난 6년간 얼마나 긴 길을 걸었던가

지리산 둘레길 약 400km 걸었고

제주도 올레길을 약 400 km 걸었고

강화도 나들길을 약 1,500km 정도 걸었고

그 외에 변산마실길, 여수 비렁길, 남해 바래길, 영덕 블루로드

시흥 늠내길, 태백 하늘길, 소양호 둘레길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길을 걸었다. 강화도 나들길 빼고는 거의 혼자 걸은 길이다.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그 중 대표적인 곡 하나가

바로 70년대의 대표적인 싱어송 라이터인

사월과 오월이 부르는 '구름들의 보금자리'이다.

 

사월과 오월의 백순진씨가 나처럼 이렇게 길을 걸으며 작곡을 했을까?

아마 나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했을 것 같다.

어느 길을 가다 보면 나무에 시 한 수 써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 객기 삼아 그 시에 즉흥적인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불러 보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작곡을 하기 위해 기타를 들고 무던히도 고민했다.

그러나 작곡은 좋은 가사가 아니면 만들 수가 없었다.

 

어쩌다 시류에 편승되어 트레킹이 막 사회에

화두가 되기 시작할 때 우연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내게 잠재되어 있는 노래의 끼를 발견하여

평생 노래를 좋아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어쩌다 길을 걸어 보니 내 적성과 감성에 맞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자연에 친숙해 질 수 있고 꽃과 새들, 바람과 구름들

별들과 숲들과, 바다와 강의 물결들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다.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들의 거의 자연을 노래한 곡들이다.

가곡과 포크송, 팝송, 캠프송, 동요, 찬송 등등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노래 부를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악보와 가사를 다시 한 번 검색해 보고

자꾸 가사를 잊어 먹으니 이전에 좋아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폰에 가사를 저장해 둔다.

 

바람같이 떠돌고 싶었다.

젊은 시절에도 기타하나 배낭하나 메고 여기 저기 다니기도 했다.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소형 텐트하나 치고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

이젠 배낭메고 길을 걸으며

계절에 따라 꽃을 보면 그 꽃노래를 했고

기러기를 보면 기러기 노래

나무를 보며 나무, 바위를 보면 바위

바다를 보면 바다, 강을 보며 강 노래

구름을 보면 구름, 맑은 하늘을 보면 하늘

섬을 보면 섬노래, 배를 보면 뱃노래

아침에는 아침노래, 저녁에는 저녁 노래,

바람이 불면 내 노래가 바람처럼 흘러나왔다.

 

이제는 굳이 노래를 배우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기에는 요즘 노래가 너무 어렵다.

 

천석꾼 부자가 벌지 않아도 평생 먹을 양식이 있는 것처럼

내겐 평생 노래해도 다 부르지 못할 노래가 내 마음에 있다.

 

지난 주도 강화도 나들길을 걷는데 평소 얼굴만 알던

어떤 길벗이 내게 말을 건다.

여기 저기 길을 걷는데 나들길 토요도보를 걸으면

내가 부르는 감성있는 노래 덕분에 걷는 즐거움이 있다고...

길벗들을 위해 잠시 고단한 발을 쉴 때 앞에 나와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걸으며 나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는 나를 위한 노래다.

 

특히 이 노래 '구름들의 보금자리'는 나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노래다.

여행 후 어쩔 수 없이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자연의 어느 한 부분이고 싶다.

바람이 되고 싶다.

먹고 자는 것만 지장이 없다면 남은 인생은 바람이 되고 싶다.

 

이때까지 이런 보헤미안 기질을 가지고 살면서도

집과 가정을 떠나지 않고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보헤미안이 되고 싶다.

고층 아파트에서 살며 편안하고 포근한 침대와

대리석 식탁과 대형 TV와 중형 승용차와 

가끔 그럴 듯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그런 것 없이 최소한의 먹을 것과 잘 수 있는 곳과

갈아 입을 옷 한 벌씩만 있으면 자연을 즐기며 살고

남들이 나를 구차하게 보는 것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구름들이 나의 보금자리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