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부엔 까미노

까미노 D-100일

carmina 2016. 6. 22. 23:26

 

 

2016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내 마음엔 온통 지난 5년간 꿈꾸어 오던 올해의 제일 큰 행사의

부푼 꿈이 가득차 있다.

 

산티아고...

산티아고..

 

어찌 되었던 중동산 원유값이 배럴당 120불대에서

30불 밑으로 떨어지니 사업주들이 일제히 계획했던 사업을

포기하면서 세계 플랜트 건설 경기가 거의 바닥이 되니

국내 업체들의 일거리가 동나 직장은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환갑이 되는 이 나이에 또 다른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경력을 무시하고 생전 처음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인생이 너무 구차해 질 것 같아 우선은 건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이야 문제 없지만 어떤 환경의 변화로 내가 급격하게

건강이 않좋아 질 수도 있기에 이제는 머뭇거릴 수 없다.

 

떠나자..

떠나야만 한다.

떠날 수 밖에 없다.

 

가족에게도 선포했다.

올해는 반드시 간다.

 

그간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포인트까지 합치지

거의 9만 마일이 넘었다.

마일리지로 이용하는 좌석은 제한되어 있기에 빨리 예약해야 한다.

일정을 잡았다.

4월 15일 떠났다가 독일에서 공부하는 딸과 잠시 파리 관광하고

나 혼자 배낭메고 TGV타고 파리의 생장으로 간다.

그리고 최소 32일 최대 35일 정도 일정으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800km를 걷고

더 걸을 여력이 있으면 땅끝인 묵시아까지 걸으면 약 1000 km 정도를 걷는 일정이다.

 

파리에 도착하여 걷고 관광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귀국하는 일정으로

대한항공을 예약했다. 생각보다 유가가 하락되니 덕분에

추가로 내는 유류할증료, 63,000원. 싸다.

 

그리고 독일에 있는 딸에게 일정을 알렸다.

파리로 오는 스케쥴을 잡으라고...

 

네이버에 까미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카페를 가입해 보니

무수히 많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이전부터 까미노를 준비해 왔기에 익히 듣는 단어들이

온통 까페의 내용을 채우고 있다. 거의 백과사전 수준이고 네비게이터 수준이다.

 

파리에서 생장까지 가는 6시간 정도 걸리는 TGV를 예약해 보자.

기차의 창으로 펼쳐지는 프랑스의 시골풍경을 보고 싶다.

인터넷으로 TGV를 예약하기 위해 가격을 보니 63유로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이 구매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차는 일찍 예약할수록 저렴한 것이려니..

 

그런데 마지막에 카드 결제가 안된다.

무엇이 잘 못일까?

며칠동안 시도하다보니 일주일 지나 가격이 74유로가 되었다.

그것도 자리가 없는 듯 최종 단계에서 점점 먹통이 되어간다.

이러다 다른 사람처럼 120유로까지 갈라..

 

서둘러 생장 근처의 비아렛츠까지 가는 저가항공편인 Easyjet로 일정을 바꾸었다.

항공편은 TGV의 반값 수준이다. 카드 결제에도 문제가 없었다.

 

파리의 숙소 예약은 딸에게 일임했더니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개인 집을 빌려 주는 Air BNB를 신용카드로 예약했다.

딸이 외국생활 2년 넘게하더니 이제 여행을 준비할 줄 안다.

공부는 어떤지 몰라도 그것만 해도 인생의 커다란 공부를 한 셈이다.

 

딸과 헤어지고 난 후 다음 날 이른 비행기를 타야 하니

공항 옆에 나 혼자 묵을 저렴한 호텔도 예약해 놓았다.

 

하나 하나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즐겁다.

이전에 혼자 결혼을 준비해 가면서 이런 설레임을 가졌을 것이다.

 

스페인 여행을 위해 책을 구해야 하는데 그 책을 가지고

산티아고 걸을 생각을 하니 무게때문에 안될 것 같아 아무래도

e-book으로 사야할까 보다.

 

걱정 하나는 다니면서 어떻게 글을 써 두어야 할 지 고민이다.

아무리 사진을 많이 찍는다 해도 한 달 넘게 걸으면

내 기억의 메모리가 과부하가 걸릴 것 같으니 매일 매일

기록을 해 두어야 하는데 쓰는 것 보다는 컴퓨터가 좋을 것 같아

어떤 식으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지 걱정된다.